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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summer
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
행복 나눔 _ 아이패스 봉사단
<심>은 자연, 전통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한 문화를 담아 미래로 잇는 KGC인삼공사의 매거진입니다.
‘심’은 인삼의 우리 고유어입니다.
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심> 2013년 여름호 (통권74호)
발행인 방형봉 편집인 박정환
발행처 KGC인삼공사 홍보실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416 KT&G타워 15층
1588-2304, www.kgc.co.kr
제작처 (주)디자인하우스 www.design.co.kr
DES사업본부 02-2262-7492
본부·편집장 이상윤 책임편집 박혜림
에디터 박동수, 윤연숙, 장선애, 최수정
아트디렉터 계희경 디자이너 윤범식, 최연희, 오신혜
사진 이우경, 김동오, 이경옥, 이명수, 김규한, 이호영
교정·교열 박영혜
제작 이성훈, 민나영 출력 ing Process
인쇄 (주)대한프린테크 02-2635-5991
Contents
02 1208
육감만족 ▶
오브제 _ 여름, 시원한 풍경을 듣다 사람 _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장소 _ 안나 리사 유리공방
44
26
자연 ▶ 전통 ▶
깊이 머물다 _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전통예찬 _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명인 _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정관채
문화 ▶
건강지킴 _ 뺄셈의 건강학, 디톡스
32
50
정관장&예술 _ 서기환 작가의 사람풍경
48
치유밥상 _ 신영옥 소프라노와 백상준 셰프 그림에세이 _ 심사정의 원추리와 벌 나비꾸밈 _ 왕골로 꾸미는 집 단장
홍삼을 알다 _ 더위에 좋은 홍삼 정관장을 만나다 _ 또 하나의 국보 정관장 홍삼
KGC ▶
58 6056
16
36
22
<심>은자연,전통과호흡하며살아가는
사람들의건강한문화를담아미래로잇는
매거진입니다.건강한상태란결국몸으로
외부세계를받아들이는오감과마지막
하나인정신세계로가늠하는육감이온전히
살아있는상태를말할것입니다.
2013년<심>은매거진도입부에
‘육감만족’이란섹션을두고사람의여섯가지
감각에대한이야기를독자들과공유하며
감각이열리는통로를제시하고자합니다.
이번호의주인공은시각視覺
과청각聽覺
입니다.
이제페이지를넘기면만나실수있습니다.
六感滿足
視覺
聽覺
嗅覺
六感
味覺
觸覺
六感滿足
한국인의 시각과 청각을 깨우고 살린다聽覺視覺
2오 브 제 _ 여 름 , 시 원 한 풍 경 을 듣 다
글 박혜림
디자인 계희경
사진 이호영
여 름 , 울 울 창 창 청 빛 창 연 한
풍 경 을 듣 다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로 시작되는 하루. 무엇을 보고 들으십니까? 솨솨 욕실에 흐르는 물소리, 위잉 머리카
락 말리는 드라이어 소리, 빵빵 성질 급한 자동차 경적 소리, 덜컹 덜컹 지하철 굉음, “나는 젠틀맨” 상점마
다 틀어놓은 요란한 최신 가요,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각종 안내 방송과 인위적인 기계음. 그리고 잠이 드
는 순간까지 보게 되는 회색빛 도시. 익숙함에 자각하지 못할 뿐 어쩌면 눈과 귀는 괴로워하고 있을지 모르
겠습니다. 이젠 너무 흔해빠진 말이지만, 이 순간 꼭 필요한 단어가 있습니다. ‘힐링’, 새와 벌레 울음소리, 졸
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바람에 스쳐 귓가를 간질이는 나뭇잎 소리, 간간이 들리는 정겨운 워낭 소리. 오색창
연한 자연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은 지친 우리에게 치유를 선물합니다. 우리의 생명에너지가 자연의 파동
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자, 보이시나요? 대나무 잎이 살랑살랑 춤추는 모습이. 들리시나요? 대숲 사이로
노니는 바람의 노래가.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워줄 생동하는 자연이 쉬어가라 손짓하는 여름입니다.
풍 경 을 흔 드 는 바 람 의 속 삭 임
댕그르릉, 바람에 풍경이 흔들립니다. 고즈넉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 인적 뜸한 틈을 타 낭랑
하게 울리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요동치던 내 마음이 하릴없이 잔잔해집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봅
니다. 한순간도 같은 소리를 내지 않은 풍경입니다. “댕” 하다가도 “댕그르르” 합니다. 비슷하게 들리지
만, 자세히 들어보면 조금씩 다른 풍경 소리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듣고자 하는 마음과 정성에 따
라 소리 깊이도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오색빛 단청 처마 끝에 매달려 소리의 파장을 일으키는 풍
경은 바람의 흔적입니다. 우물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가 물에 파장을 일으키듯 바람이 흔든 풍경 소리가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킵니다. 살랑살랑 몰래 다녀간 바람의 흔적이 오랜 여운으로 남아 지쳐 있던 마음
을 맑게 해줍니다. 만물이 새 하루를 맞이하기 전 가만히 산사에 올라봅니다. 고요하고도 어슴푸레한 새
벽 풍경을 바라보며 바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니, 나는 바람과 노니는 풍경이 된 듯합니다.
마음이 산만해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바람 부
는 야외로 나가 바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바람 소리가 마음에 안정감과 집중력
을 줄 것입니다. 실제로 바람 소리는 주파수
와 음역대가 넓고, 언어처럼 그 의미가 인식되
지 않아 주의 집중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바
람 소리를 들으며 평소 보고 싶었던 책 한 권
을 골라 읽는다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이 새
겨질 겁니다.
저 기 푸 른 바 다 의 노 랫 소 리
울적한 마음이 들자, 홀연히 바다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끝 모르고 펼쳐진 드넓은 바다에 답답
함을 내려놓으면 시원한 파도가 그 마음을 쓸어가 줄 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
습니다. 무작정 달려간 바다에 가까이 다가서자 파도는 한순간에 나의 근심을 훔쳐가버렸습니다. 솨, 솨.
파도가 쓸어가는 나의 번민들을 보며 문득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에 집중하면, 세상 모든 자질구
레한 일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모래 위에 머무르고 있으면 마음의 질도 좋아진다”는, 야마다 에이미
의 《타이니 스토리》 ‘블랑제리’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찰싹찰싹 부서지는 하얀 파
도, 스쳐가는 파도에 부대끼는 모래. 그 모습과 소리에 집중하고 있자니 일상에 쫓겨 어느새 시들어간 희
망이나 기대, 꿈과 같은 긍정적이 것들이 되살아나 가슴을 부풀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가 나
고 거칠었던 모래가 파도의 노래에 위로 받아 매끈하게 반짝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람들은 바다로 떠난 여행에서 만족감을 얻
는다고 합니다. 시야가 확 트인 데다, 파도 소
리가 알파파를 만들어내 긴장을 풀어주기 때
문이랍니다. 파도 소리의 초음파가 사람의 두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
습니다. 파도 초음파가 환자들의 병 치유에 도
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는데, 바닷가야말로 자
연의 치유력이 최대한 살아 있는 최고의 휴양
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빛 깔 고 운 새 들 의 아 리 아
언젠가 숲 속에서 며칠 묵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난생처음 보는 각양각색 벌레의 존재가
몹시도 괴로웠던 나는 밤마다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그날도 늦은 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낯선
새소리가 나의 온 감각을 번쩍 깨웠습니다. 도시에서 듣던 참새 소리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청량하고 상
큼한 그 음색이 폐부를 찌르는 듯했습니다. 새소리를 찾아 밖으로 나갔지만 아쉽게도 새는 볼 수 없었습
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환청일 거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새소리를 다시 들었습니다. 충북 제
천에 있는 여우숲에서였습니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그곳에는 새집이 걸려 있습니다. 새들의 쉼터입니다.
새집 지붕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저 앙증맞은 파랑새가 그 주인공입니다. 파란 숲 속에서 듣는 새 소리는
영혼의 울림처럼 다가옵니다. 건너편 새에게 안부를 묻는 듯 주거니 받거니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들의 아
리아. 하늘을 날며 여기저기 본 것 많아 할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이 사진을 다시 보고 있자니 아직도 새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여러분은 저 작은 새의 노래가 상상이 되시나요?
새들의 지저귐은 마음을 평화롭게 해줄 뿐
만 아니라 언어 청취 능력까지 향상시킵니
다. 우리의 귀는 일정한 주파수에 익숙해져 있
어 점점 다른 소리를 듣기 힘들어진다고 합
니다. 주로 말할 때 음역은 250~3,000Hz라
고 하는데, 말을 이해하는 핵심 음의 주파수는
500~2,000Hz 사이입니다. 새소리는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다양해 청각을 예민하게
깨워 긍정적 효과를 줍니다.
말 간 빗 님 이 들 려 주 는 자 장 가
빗소리를 좋아하게 된 건 이태준의 《파초》 덕분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다른 화초들은 입을 다문 듯 우
울할 때 파초만은 은은히 빗방울을 퉁기어 주렴 안에 누웠으되 듣는 이의 마음 위에까지 비는 뿌리고도
남는다. 가슴에 비가 뿌리되 옷은 젖지 않는 그 서늘함, 파초를 가꾸는 이 비를 기다림이 여기 있을 것이
다.” 비 내리는 날 파초 잎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행복으로 삼던 이태준의 글귀
가 나를 빗소리에 집중하게 한 것입니다. 옛 문인들은 마당에 파초를 심어 여름날 파초 잎에 빗방울 떨어
지는 소리를 즐겼습니다. 불현 듯 나도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파초는 없지만, 빗소리가
주는 정서는 매한가지이니 말입니다. 기우제를 지낸 것도 아닌데 얼마 후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습
니다. 작렬하는 태양을 잠시 쉬게 한 빗님 덕에 몸과 마음에 청량함이 밀려듭니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청아한 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며 만든 빛나는 거품. 가만히 눈을 감고 귀 기울이니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태준의 그것에 닿은 것 같습니다. 자장가 같은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까무룩 잠에 듭니다.
우루루 쾅쾅 천둥 번개가 치지 않는 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난히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훅 가라앉은 습한 기운 탓도
있지만 실제로 빗소리가 숙면에 도움을 준다
고 합니다. 많이 쏟아지든 조금씩 내리든 모든
옥타브에서 동일한 에너지를 내는 빗소리. 이
런 소리를 ‘핑크 노이즈’라고 하는데, 이는 뇌
파를 느리고 안정적으로 유도해 마음을 안정
시키고 걱정을 잊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8六感滿足
한국인의 시각과 청각을 깨우고 살린다聽覺視覺
사 람 _ 자 라 섬 재 즈 페 스 티 벌 총 감 독 인 재 진
글 장선애
디자인 최연희
사진 이우경
초 록 신 사 의 쉼 표
자 라 섬 재 즈 페 스 티 벌
총 감 독 인 재 진
인구 6만이 채 되지 않는 도시 경기도 가평에 23만 4,000여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버려진 섬이었던
가평 자라섬, 여기에서 재즈 페스티벌을 연 지 아홉 번째가 되던 2012년의 일이었다. 야옹이 한 마리
기웃거리지 않던 이곳에서 소박한 지역 축제로 시작한 페스티벌. 날씨 덕을 오죽이나 못 봤으면 ‘비를
먹고 자란 페스티벌’이라고까지 했는데, 그 숱한 사연들이야 자라섬의 여름밤을 총총 수놓는 별만큼 많
았을 것임을, 삼척동자도 짐작하고 남을 일이다. 그 사연들 속에서 소년처럼 웃고 있는 이 사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초록을 닮은 그를 초여름의 태양 아래서 만났다. 자라섬은 텅 비어 있었
지만 자연, 휴식, 가족, 그리고 음악을 필두로 하는 그 축제의 잔상을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1
여 름 밤 을 총 총 수 놓 는 자 라 섬 의 재 즈 선 율 을 따 라
“헝클어진 삶이 이제야 정리되는 것 같아요.” 어눌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였다. 말에 진심을 담을 줄 아는 사람 같았고, 좋은 사람이
라고 믿고 싶어지는 목소리였다. 초록색 바지를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사람은 그런 목소리로 소년처럼 웃었다. 농부처럼 그을린
얼굴로, 아무렇게나 머리칼을 흩뜨리면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그를 대표하는 이 수식에 꽤 잘 어울리는 생김새
요, 어조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비만 오면 물바다가 되는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 그 촌에서 이유도 없이 웬 재즈 축제를 벌
여보겠다고 뛰어다닌 사람이니 생활이고 인생이고 어찌 헝클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살던 집도 팔고, 사무국 직원들 월급을 무려
18개월이나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으니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엉킨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막막
한 상태의 연속이었다. 모든 일은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게 유일한 삶의 신조였던 청년 인재진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평범한
직장생활은 죽기보다 싫었던 그가 막연히 음악과 관계된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는데 가요도 클래식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 많길래
재즈를 택했다는, 다소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대면서 스스로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람이었다. “재즈는 그 자체로 훌륭하고, 뛰어난
음악성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여전히 변방, 또는 마이너리티의 음악이기도 해요. 그래도 나는 희소성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고, 나 혼자 블루오션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어요.”
버려진 섬에 무모한 용기를 양분 삼아 재즈 축제를 연 지 올해로 10년. 예산도 방문객도 딱 10배씩 성장하며 안정세를 타는 동안 그
는 서울 생활을 접고 아예 가평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은 더 많은 여가를 원해요. 하지만 여가에 대한 계획이나 경험은 충분치 못하
죠. 우리 삶이 변화하는 것과 맞물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 휴식, 가족, 그리고 음악’
의 향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가족과 함께 자라섬으로 소풍을 오면 음악이나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꽤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피곤하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아요. 태생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 아니기
도 하고 가끔 내가 일을 하는지 노는지 분간이 안 될 때도 많거든요. 비즈니스와 예술의 그 사이에서 즐기는 감흥들이 늘 감사하죠.
그리고 저는 타고난 성격 자체가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초여름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그의 말은 낯설지 않은 음률을 타고 묘하게 초
록으로 뒤섞이는 것 같았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이 그의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거부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도 그
는 여전히 소년 같기도 하고 농부 같기도 했는데, 그가 초록색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았다.
1 자라섬은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버려진 섬
이었지만 페스티벌이 열린 뒤로는 지역주민
이 즐겨 찾고, 캠핑장은 늘 북적이는 곳으로 화
려하게 변신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이 사람 인재진이다. 2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2013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올
해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평년보다 하루 늘
어난 나흘 동안 자라섬 일대에서 열린다. 3 자
라섬 재즈센터 연습실. 페스티벌 사무국이 있
는 자라섬 재즈센터는 가평군민을 위한 강습
등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 3
언젠가 TV를 통해 유리공예하는 모습을 보곤, 유리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1,000℃가
넘는 열기를 몇 번이고 견디고 견딘 후 조물주가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듯 공예가가 숨길을 불어넣어 완
성되는 유리. 그 뜨거운 열정의 순간들을 지나온 유리가 품어내는 영롱한 빛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까지 맑
고 투명하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화려한 색감과 문양이 들어간 작품에만 해당되는 마음이었다. 흔하게 쓰
는 유리 식기나 화병이 특별하다거나 아름답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남양주에 위치한 안나
리사 유리공방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예술처럼 앉아 있는 케이크 스탠드와 양초 홀더, 컵과 와인잔, 화병이
공간을 가득 채운 안나 리사 유리공방은 영롱하고 찬란하지만 단아한 아름다움까지 머금고 있었다. 자연
과 함께 어우러져 생명체처럼 숨 쉬고 있는 유리들이 탄생하는 안나 리사 유리공방을 찾았다.
뜨 거 운 숨 결 로 얻 은 영 롱 한 생 명
안 나 리 사 유 리 공 방
12六感滿足
한국인의 시각과 청각을 깨우고 살린다聽覺視覺
장 소 _ 안 나 리 사 유 리 공 방
글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우경
은 아닐 것이다. 뜨거운 유리를 묻힌 긴 봉을 들고 마치 행위예술을 하듯 작업하는 안나 리사의 몸짓 덕
분인지 공방 중심에 놓인 원목 덱이 그녀를 위한 무대 같아 보인다. 나무 위로 뜨거운 유리 찌꺼기가 떨
어지며 내는 하얀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도 안나 리사가 펼치는 공연의 한 요소 같다. “유리는 정말 매력
적인 소재예요. 모래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되었다가 다시 단단한 고체가 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무엇
보다 함부로 다루면 쉽게 깨진다는 속성이 정말 매력적이죠. 용해할 때 약간의 불순물이나 기포가 혼입
되면 그 투명성을 잃고 마는 고귀한 성질 또한 좋아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유리공예에 빠지게 된 것 같아
요.” 유리공방에 있는 모든 생활 도구는 당연히 모두 유리다. 손님을 대접하는 찻잔부터, 곳곳에 자리한
화병까지. 누군가에게 보여줘야겠다거나 수익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든 적은 없다고 했다.
단지 정원에 심어놓은 꽃이 만발하면 그 꽃을 꽂아둘 화병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담아줄 케이크 접시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들이 공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정원에 숨 쉬고 있는 작은 꽃들처럼. 자연을 담은 오색찬란한 색감과 챙챙 유리 부딪히는 소리, 살아 있
는 아름다운 식물과 행복한 가족이 만들어내는 오라 때문인지 그녀의 유리공방을 찾는 발길이 점점 늘어
나고 있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그것 또한 삶의 일부라 생각하며 작품을 소개하고, 때로는 판매하기도 한
다. 안나 리사 유리공방 작품들은 아주 화려하거나 섬세하지 않다. 다만 단아하고 정갈할 뿐이다. 그녀
와 그녀의 공방처럼. 꼭 한번 이곳을 방문하고 싶지만, 남양주까지 가는 길이 멀어 고민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한 번쯤 자랑하고 사람들과 작품으로 소통해봐야겠다는 마음에 내년쯤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를 닮은 안나 리사 유리숍도 연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겠다.
자연 속에서 조바심 없이 살아가는 안나 리사 가족
과 꼭 닮은 안나 리사 유리공방. 2층짜리 컨테이너
하우스는 남편 홍성환 씨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
다. 공방과 생활 공간의 구분이 특별히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곳에는 그들만의 규칙과 질서가 있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더 아름답다.
그 맑고 상쾌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뜨거운 용광
로의 열기를 견뎌내야 하는 유리에 조물주처럼 생명
을 불어넣는 안나 리사. 1,000℃가 넘는 용광로라도
안나 리사의 열정의 온도만은 못할 것 같다. 나란히
줄을 잇고 앉아 있는 안나 리사의 작품들은 그녀로
부터 생기를 받아 숨을 쉬고 있다. 냉동실에서 막 꺼
낸 얼음과자처럼 투명한 질감의 유리 화기가 습하고
무더운 여름 공기에 청량감을 불어넣는다.
안 나 리 사 유 리 공 방 의 모 든 것 은 살 아 숨 쉬 고 있 다
얼음처럼 차갑고,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솔직하고, 지나치게 반짝여도 그 모든 속성이 기분 좋게 다가오
는 계절이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여름이 되면 유리는 더욱 사랑받는 것이겠지. 자연의 색감을 모두 담
아 영롱하게 빛나는 유리의 매력을 만나기 위해 안나 리사 유리공방으로 향한 날, 날씨는 종잡을 수 없었
다.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다가도 이내 먹구름이 몰려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수선한 날이었다. 이런
궂은 날 이방인의 방문이 반가울 리 만무했다. 실내에 들어 앉아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작업에 열중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을 일이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안고 공방으로 향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듯
빗속을 뚫고 당도한 이방인을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안나 리사. 안나 리사 유리공방의 첫
인상은 그녀의 밝은 미소만큼이나 단아하고 친절한 곳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안나 리사 유리공방은 영국과 프랑스, 체코와 핀란드 등을 넘나들며 실력을 인
정받은 유리 작가 홍성환과 그의 아내 안나 리사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이다.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이
사와 인사동에 자리 잡았지만, 이내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남양주 끝자락 시골 마을에 새
롭게 둥지를 튼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 그 짧은 시간 동안 안나 리사 유리공방은 그림엽서 속 한 장면처
럼 아름답게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한바탕 내리던 빗방울이 잦아들고 더욱 강렬해진 풀 향기와 촉촉하
게 물기를 머금은 나무가 늘어선 울타리를 따라 대문을 들어서면 소박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마당 가득
펼쳐진다. 울타리 속 살아 있는 모든 식물은 그녀의 작품이라 했다. 핀란드 여성인 그녀에게 정원을 가꾸
는 일은 일부러 노력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삶이고, 생활이다. 안나 리사 유리공방이 다른 유리공방
과 다르다 느낀 것은 살아 생동하는 것들과 함께한다는 것. 꽃밭 옆으로 하얀 컨테이너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안나 리사 유리공방이다. 2층짜리 건물 한쪽은 안나 리사 부부와 두 딸 사가와 사라가 알콩
달콩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고, 또 한쪽은 두 사람이 매일 땀을 흘리며 각자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
는 공방이다.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방으로 들어서자 마침 안나 리사가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한낮의 열기가 30℃를 육박하는 후덥지근한 날, 1,000℃가 넘는 용광로 앞에서 작업하는 일은 쉬운 일
이 아닐 터였다. 그럼에도 작품을 대하는 그녀의 눈빛이 용광로 속보다 뜨겁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착각
깊이 머물다 _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그길을걸었네,느릿느릿
다랭이논소처럼
글 강은미 디자인 오신혜 사진 이호영, 이명수
남해 죽방렴
다랭이마을과 가까운 남해 볼거리 중 하나인 죽방렴.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길목에 참나무 말뚝을 박고 대
나무발로 V자 형태의 그물을 쳐 놓으면 밀물 때 고기
들이 들어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다. 통 안
에 갇힌 고기를 뜰채로 건져내는 단순한 원시어업형
태로, 남해안 창선면 일대에 아직 남아 있다.
자연과사람이어우러져만든절경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아름답다 말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만, 이 표현은 언제나 충분
하지 않은 것만 같다. ‘아름답다’는 한 마디만으론 못내 아쉬운 풍경이 있는 것이다. 어떤 풍경
은 마냥 유쾌함을 선사하고, 어떤 풍경은 경이로워 말을 잊게 하며, 어떤 풍경은 들숨보다 날
숨을 깊게 한다. 굽이굽이 비탈을 돌아 다랭이마을에 당도한 순간의 내 표정은 뭔가 좀 기묘
했을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풍경이 속살을 드러낸 순간 거침없이 ‘와!’ 하고 탄성을 질
렀으나 이내 마음은 이상하게 일렁거렸다. 왜일까? 다랭이마을의 풍경은 한눈에 봐도 아름답
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앞에 우뚝 솟은 듯한 마을. 파도가 남실대는 해안가 위로 층층이 자리
한, 부드럽게 물결치는 곡선 형태의 논들. 올망졸망 작은 집들은 한눈에 쏙 들어오게 조밀하
고 어여뻤지만, 그게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다랭이마을은 경
상남도 남해군 가천면 바닷가에 면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남해에서도 가장 남쪽에 자리 잡
은 이 마을을 처음 본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 없이 이렇게 중얼거리기 마련이다. ”어떻게 여기
다 농사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해안가로 눈을 돌리자 이유를 알 것 같다. 바다가 바로 앞이
지만 배를 댈 만한 곳이 없다. 파도와 바람도 거세다. 그러니 어업보다는 그나마 농업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여기에라도 머물 수밖에 없던 사람들. 한 뼘이라도
더 농토를 넓히려고 억척스럽게 땅을 일군 이 땅의 오랜 사람들. 앞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
팠던 이유는 이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는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들의 억센 손
길과가쁜숨결이자릿자릿배어있기때문이리라.
골목을돌때마다걸음이느려졌다
가천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마을은 차를 타려
야탈수없는작은길들로이루어져있다.그래도마을입구까지는잘포장된해안도로를편안
하게 달려왔다. 이곳은 사실 오랫동안 오지(奧地)였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차가 드나
들기힘든외진마을이어서주민들조차도생활하기편치않았다.그러다여행자들로부터마을
의 빼어난 풍경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고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지금은 마을을 찾는 사람
이부쩍늘었다.마을은갈림길곳곳에표지판을세우고민박집을조성하는등안내를잘해놓
고있지만길자체에손을대지는않았다.아직도마을에하나뿐인‘가천상회’미닫이문을열었
더니“어서오시다”라며반기는소리가들린다.처음들어본남해방언이귀에착감긴다.
구불구불한 길을 두서없이 걷기 시작했다. 옛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땔감과 곡식을 나르던 ‘다
랭이 지겟길’은 마을의 숨은 비경을 감상하기 좋은 코스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길로 들
어서면 야트막한 돌담길이 정겹다. 어느 골목에선 수령이 족히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울울창
창한 나무를 만나는가 하면, 어느 골목에선 바닥에 넙죽 붙어 죽은 척하고 있는 개구리를 만
나기도 했다. 다랭이마을엔 아직도 개울에 참게가 살고 얼레지나 용담, 가마우지가 서식한다.
아직도 밥무덤을 만들어 놓고 풍농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를 올리는 풍습이 남아있다. 아
직도 농사를 짓는 데 소와 쟁기가 필수이다. 이제 우리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아직도’라고 말
하게 된, 우리의 전통 문화와 풍속 그리고 자연이 오롯이 남은 곳, 다랭이마을. ‘아직도’를 곳곳
에서맞닥뜨리느라골목을돌때마다걸음이자꾸만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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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랭이마을에는 60여 가구가 산다. 지붕마다 지역 특산물인 유자와 마늘이 알록달록 그려져 있다. 2 경사가 가파르고 논두렁이 좁은 다랭이논에는 농기계보다는 지게가 수월하다. 3 남해 마늘종은 따뜻
한 기온과 해풍 덕에 다른 지역의 마늘종보다 향이 뛰어나고 맛이 좋아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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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1 마을 골목마다 정교하고 멋스러운 벽화가 눈길을 끈다. 다랭이마을에서 소는 고맙고 귀한 일꾼이자 한 식구이다. 2 호구산 중턱에 자리 잡은 용문사는 남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찰이다. 숲이 울창하
고 계곡이 시원해 여름에 찾으면 더없이 좋다. 3 남해의 색은 초록. 특히 여름이면 눈길 닿는 모든 것이 초록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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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치다소가구른다는그다랭이논
마을을 온통 물들이고 있는 연두와 초록 무더기 틈에 진분홍색 점 하나가 아련하게 움직인
다. 진달래가 터져 바람에 흔들거리나? 가까이 가보니 진분홍 블라우스를 입은 할머니가 마
늘종 무더기를 들고 천천히 걷고 있다. 한 줄기 얻어서 오득, 씹어본다. 알싸하고 맵고 달다. 그
러고 보니 골목 어귀마다 마늘종이 쌓여 있었다. 그렇다. 다랭이마을은 지금 마늘종 수확이
한창이다. 논으로 나가보았다. 나가본대 봤자 걷고 있던 마을 길에서 몇 걸음만 내려가면 곧바
로 농지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 보았던 계단식 논은 물결치듯 아름다웠고 절벽이라 위
풍당당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국가 명승지로 꼽히기도 한 다랭이논. 하나하나 참으로
작고 소박해서 ‘귀엽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작은 건 10㎡에 불과하고 커 봤자 100㎡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직접 내려가 보니 논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설흘산(481.7m)이 바다로 내리지르는 45도 절벽에 석축을 쌓아 일군 다랭이논. 이 계단식 논
은 무려 108층에 이른다. 그러니 보기에만 앙증맞지 아슬아슬한 절벽인 것이다. 쟁기질하던
소가 뒷걸음질치다 굴러떨어지기도 한다는 옛말이 새삼 떠올랐다. 논두렁 아닌 논두렁을 게
걸음으로 조심조심 걷자, 잠깐 허리를 펴고 바다를 바라보고 섰던 한 할머니가 조심하라는 듯
손바닥을허공에대고다독거렸다.
우리가지켜야할토박이오지마을의정취
“논이꽤넓은데왜작업을혼자하고계세요?”
“사람이업신께내혼자해야쟤.”
마늘종 삼킨 것처럼 가슴이 알싸해진다. 과연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농부는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를나누는중에도나이든농부의손은쉬지않고마늘종을뽑고있다.마늘수확을마
치면 다음 차례는 벼다. 논을 갈아엎고 모를 심는 것이다. 모내기 직후,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다랭이논 풍경은 일 년 중 가장 사랑받는 풍경이기도 하다. 현재 다랭이마을에는 60여 가구
가 벼와 마늘 농사를 짓고 사는데, 마을 인구의 90% 이상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들이
다. 그러다 보니 밥때가 되면 앉은 자리에서 밥을 차려 같이 먹는 게 당연할 정도로 인정이 살
아있는 마을이다. 발돋움만 하면 세간까지 보일 작은 마당을 여행자들이 빤히 들여다보아도
싫은내색이없고,카메라앞에서도그저순박하고자연스럽다.마을로올라와명물이라는한
식당에 들어섰다. 남해 특산물인 유자잎을 빚어 만든 막걸리와 두툼한 부추전을 앞에 두고
마을과 그 아래 다랭이논을 내려다보았다. 일몰이 가까워졌는데도 마늘종을 뽑는 둥근 뒷모
습들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 마을 한쪽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시뻘건 흙 색깔
이 어쩐지 아찔했다. 오랜 시간 자연과 어우러져 묵묵히 그리고 강인하게 살아냈듯, 다랭이마
을 사람들은 새로 유입되는 문화나 환경의 변화와도 잘 어우러질 것이다. 다만 이 오지마을이
‘아직도’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과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오랜 전통이 쉬이 파괴되지 않기만
을, 그것들을 계속 지켜내길 간절히 바라며,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마늘잎들을 오래오래
내려다보았다.
독일마을
다랭이마을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독일
마을. 1960~70년대 간호사와 광부로서 독일로 건너
갔던 교포들이 고국에서 조용히 노년을 보낼 수 있
도록 마련한 터전. 붉은 지붕과 하얀 벽이 아름다운
서른네 채의 집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 남해 여
행의 한 코스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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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명인 _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구술 정리 윤연숙 디자인 최연희 사진 김동오
천에물들인하늘의색
짙푸른쪽빛무명천을사랑합니다
서양에서 푸른색은 그 차갑고 고요한 느낌 때문에 슬픔과 우울함을 대변하지만, 동양에서 푸
른색은 희망과 발전을 상징합니다. 만물이 푸른 봄철, 인생의 꽃 같은 시절을 ‘청춘靑春
’이라 하
고, 이 청춘들은 ‘청운靑雲
’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요. 제가 그러했던 시절, 푸른빛
품은 작디작은 씨앗 하나가 저에게 왔습니다. 그건 바로 목포대학교 미대 1학년 때, 염색을 가
르치시던 박복규 교수님께서 건네주신 쪽 씨입니다. 시절인연時節因緣
이라 했나요? 사람과의 인
연뿐만 아니라 물건, 심지어 깨달음과 만남에도 제때가 있기 마련인 것인데, 그렇게 제 손에
들어온 쪽 씨 하나가 시나브로 저를 쪽 염색장의 길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쪽빛은 자연에서
바로 가져올 수 없는 귀한 색이에요. 녹색 풀에서 쪽빛을 깨워내는 일은 긴 시간과 큰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 숙련된 경험이 보태져야 온전한 결과를 낼 수 있으니 여간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죠. 이런 연유가 있는 데다 근대화 이후 쉽게 색을 표현해내는 화학 염색이 도입되기
까지 했으니, 쪽빛을 내는 전통 염색은 그 맥을 잇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색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제가 지켜야
겠다고생각했죠.때로강한의지는곧숙명이되는것도같습니다.
쪽빛하면어렸을적쪼그려앉아아궁이에불을때던어머니의청색치마가아련합니다.매일
밤 포근한 잠자리가 되어주던 목화솜 이불 홑청도 쪽빛이었고요. 예로부터 나주 영산강변에
는 비단처럼 고운 무명천이 많이 생산되었다는데 그게 바로 오늘까지 유명한 샛골나이입니다.
좋은옷감이만들어지니그천에물들이는천연염색문화가발달할수밖에없었겠지요.쪽빛
처럼 진한 추억은 저를 쪽 염색의 길로 인도한 마중물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처음
부터순탄하기만하진않았지요.쪽염색의기본인쪽농사에성공한것이대학을졸업할무렵
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이것도 젊은 시절 쪽 농사를 짓고 쪽물 들이며 살아온 부모님 경험이 없
었다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처음 쪽 농사에 성공한 후 쪽빛으로 물들인 무명천을
들고 박복규 교수님과 그 은사이자 최초로 쪽 씨를 건넨 민속학자 故 예용해 선생을 만나뵈러
서울로 달려간 일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예용해 선생의 찬사는 오늘 일처럼 잊히
지않습니다.“쪽빛이바로이런색이로구나!”
1 연한 옥색부터 하늘색, 파란색, 암청색, 짙푸른 현색
까지 쪽물로 표현할 수 있는 색은 다양하다. 2 염료
를 얻는 일련의 과정은 한여름에만 가능하고 때를 맞
추는 게 관건이다. 수많은 과정 중 한 과정이라도 때
를 놓치면 제대로 쪽빛을 낼 수 없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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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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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깔은삼복더위속에서더곱게핀답니다
염색장의 여름은 녹록지 않습니다. 삼복더위에 염료를 추출해야 가장 질 좋은 염료를 얻을 수
있으니 남들 그늘에 누워 쉴 때 더 공들여 일해야 하거든요. 쪽 염료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
다. 먼저 꽃이 피기 전 쪽을 수확해 항아리에 넣고 미지근한 물에 이틀 정도 담가 쪽물을 우려
냅니다. 여기에 굴이나 조개껍데기를 구워 만든 석회가루를 넣고 오랫동안 고무래질을 해주
면 처음에는 쑥색을 내다가 점차 노랑, 회색, 보라, 청록, 파랑을 거쳐 마침내 쪽빛 특유의 남
색 거품이 일며 쪽물이 완성됩니다. 쪽물과 석회, 공기가 만나 오묘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죠. 이 쪽물을 침전시켜 윗물을 따라내고 가라앉은 침전물의 물기를 빼 색소 ‘니람泥藍
’을 얻
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콩대나 쪽대를 태워 만든 잿물을 넣어 한 달 동안 가끔씩 저어주
며 발효시키면 비로소 쪽물 염료가 완성되는데, 이게 끝은 아닙니다. 천을 물들이는 일은 아
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요. 무명천이랑 모시, 마 등 천연 원단을 쪽물에 넣었다 꺼내 맑은 물
에 헹궈 햇볕에 말리고, 말렸다가 다시 쪽물에 넣는 과정을 반복하면 쪽빛의 농담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줄에 널려 펄럭이는 천들을 넋 놓고 바라보노라면 쪽빛이 어디서 왔는지 저절로
생각이 납니다. 바로 햇빛과 바람에 묻어 내려온 하늘의 색일 터. 인간의 시신경을 자극하는
합성색이나화학색은절대품을수없는서정적인아름다움이깊이밴색이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손을 씻어도 손톱에 든 검은 물이 빠지지 않게 되었을 무렵, 저는 중요무형문화재 115
호 염색장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민망한 자랑 같지만 당시 나이 43세, 최연소라
는 타이틀도 함께였어요. 처음 쪽 씨를 받았을 때 쪽 염색을 잇는 것이 내가 태어난 고장에 살
면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을 뿐, 여기까지 이렇게 오게 될 줄은 정
말 몰랐습니다. 오로지 뜻이 있었기에 발걸음을 뗄 수 있었고,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
다. 제가 옛일을 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저는 엄연히 현재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일로 현재 문화와 소통하고 있고, 그렇게 35년 경험을 숨김없이 아낌없이 전수하는 일을 무엇
보다 기쁘게 여깁니다. 평소 흔히 들을 수 있는 사자성어 청출어람은 본래 ‘푸른색은 쪽藍
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의미인 걸 다들 아시지요? 저의 소명은 그 쪽빛의 가치를
더 너른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꾸준히 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쪽빛의 아름다움
과 그 안에 깊이 밴 고운 정서가 사람들 사이에 문화로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쪽물
들이는사람,정관채입니다. 저는짙푸른쪽빛무명천을사랑합니다.
1 정관채 선생의 전수관에 전시되어 있는 쪽염색 작
품들. 부인 인 이희자 선생의 규방공예가 더해져 아
름다운 조각보 액자와 은은한 정취의 매화꽃으로 태
어났다. 2 목화솜에서 실을 뽑아 무명천을 만든다.
정관채 선생의 고향이자 터전인 나주는 천연 염색과
무명천(샛골나이)이 유명한 고장이다. 3 전수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편에 자리한 수많은 항아리들 속
에는 고운 쪽빛 염료가 발효되며 세월을 삭히고 있다.
정성으로 쪽빛의 아름다움을 이으며 정착이 아닌
늘 새로움과 소통하는 정관채 선생. 우리의 아름답
고 건강한 문화를 짓는 장인의 숨결이 앞으로도 계
속되길, 정관채 선생님이 항상 건강하시길 KGC인
삼공사가 간절히 응원합니다.
KGC인삼공사에서 염색장 정관채 선생님께
정관장 홍천웅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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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전통예찬 _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
한옥을빚다,한국에살다
한옥을사랑한건축가시모네카레나
SimoneCarena,anItalianarchitect
inlovewithHanok
글 이환길 디자인 계희경 사진 이경옥
The “experiment” of life in Korea
Asthelastdropsofthemorningdewvanishunderthesun,Simone
Carena stretches out under the warm light, enjoying a coffee with
his wife on the wooden porch of their house. Their two lovely
sons, Forte and Felice, play joyfully in the courtyard. There is a
deepsenseofcalmandpeacehereinthisHanok,framed,asifina
picture,bythebeautifullandscapeofSamcheong-dong.
Carena moved to Korea in 2001, settling in Samcheong-dong
after his marriage to fashion designer Shin Ji-hye. He is the
founderandpresidentofthearchitecturalfirmMotoelasticointhe
Gwangjang Market in Jongno, and a lecturer at Hongik University’
s International Design School for Advanced Studies. When he
arrived in Korea in 2001, the country was a mystery to him, and
he approached his life here as a kind of experiment. Everything
fascinated him and out of this fascination sprang the idea to level
a lot on a hill in Samcheong-dong and build a Hanok(traditional
Koreanhouse)onit.
“The first time I dropped by Korea was on my way back home
after a visit to Japan on business. It was a refreshing experience.
WesternersarequitefamiliarwithJapaneseculture,butnotKorean
culture.ItwaslikeanexperimenttometocometoKoreaandstart
mylifeinmyHanok,”hesaid.
한국적인삶을모험하는이탤리언
나란히 누운 기와들이 아침 햇빛에 몸을 내어 말리고 있다. 처마 위
로 햇살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 시모네 교수가 기지개를 켠다. 귀여운
두 아들 포르테와 페리체에게는 너른 마당이, 부부에게는 로맨틱한
테라스가 되어주는 나무 마루에 앉아 삼청동 풍경에 기대어 커피 한
잔마시고나면,가슴팍으로따끈한행복이차오른다.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시모네 교수는 2001년 한국으로 건너온 후 의
상디자이너인 아내 신지혜 씨를 만나 이곳 삼청동에 예쁜 가정을 꾸
렸다. 한국에서의 삶을 결심한 후 종로 광장시장에 건축스튜디오 ‘모
토엘라스티코’를 차렸고,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2001년, 한국은 그에게 신비의 공간이었고, 한국에서의
생활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개척되지 않은 원시림을 탐험하듯 한국
을 알아가는 일은 색다른 쾌감을 안겨주었다. 현대적인 세련됨을 벗
어나 낡고 뭉툭한 삼청동 언덕에 터를 닦는 일도, 그 터를 새롭게 다
지고변화시키는일도모두짜릿한기쁨이었다.
“업무 차 일본에 갔다가 한국에 들렀는데, 신선했습니다. 일본 문화
는 서구에 많이 알려졌지만, 한국은 자세히 알 길이 없었죠. 그렇게
모험하는기분으로한국,그리고한옥에서삶을꾸리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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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nding tradition with modernity
Many aspects of traditional Korean culture captured Carena’s
attention, like the dynamic energy and myriad colors of hanbok
(traditional Korean clothing), and the straight, yet supple lines
of pillars and eaves. But perhaps most striking to him, and
regrettable,washowtraditioninKoreaseemedsoseparatefrom
the modern lives of Koreans; it was considered something for
tourism,decorationandmemory,butnotfordaily,modernlife.
“I can definitely feel that Korea is now making an effort to
keep tradition alive, but tradition and modernity still remain
separated. It seems to me that Korea focuses on keeping
tradition intact by drawing a rigid line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As a result, tradition is viewed as something
inconvenient and unfamiliar. From my point of view, Hanok
should incorporate modern lifestyles. Tradition can blend with
modernity seamlessly when tradition becomes a respectable,
everydayexperience,”Carenasays.
For Carena, an understanding of the value of tradition is an
essentialprerequisiteforthemergingoftraditionandmodernity.
And such an understanding should include both the external
and internal value tradition carries. Carena singles out Korea’s
“extended family system” as one of the most important values
현대와동행하는전통이되길
다이내믹. 그의 시선에 사로잡힌 한국의 전통은 다이내믹한 에너지
를 지닌 피사체였다. 한복을 장식하는 무수한 색, 기둥과 처마를 넘
나드는 직설적이면서도 유연한 선의 흐름. 하지만 이 다이내믹하고 아
름다운 전통의 멋은 현대의 공간에 어우러지지 못한 채 한 걸음 떨어
져있었다.전통은생활이아닌,관광이고장식이며추억일뿐이었다.
“최근 전통을 가까이하려는 노력은 분명하지만, 전통과 현대는 여전
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너무 옛 모습 그대로
만 고수하려는 듯해요. 현대적인 것과 전통을 너무 구분하려는 의지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전통은 불편한 것이 되고, 거리감이
생기죠. 건축가 입장에서 볼 때 한옥 역시 현대의 생활 방식에 맞춰
변화돼야 합니다. 전통 자체는 존중하되 삶의 변화에 조금씩 맞춰갈
때,전통이현대속에온전히스며들수있습니다.”
또 전통과 현대가 완전하게 융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전통의 예스러운 모양새만을 따오는 것이 아니라, 그
예스러운 모양새 안에 담긴 정서도 함께 이해해야 하는 것. 특히 시모
네 교수는 전통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에너지로 기와지
붕처럼첩첩이마음을기댄‘대가족’의정서를손꼽는다.
1 지하 작업 공간. 직접 그린 미술 작품이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 처마 사이를 잇는
배수통에 ‘빗물을 마시는 악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3 시모네 교수의 아버지가 직접 그려준 담벼락의 박새.
4 페리체와 포르테를 위한 공간. 5 작업실로 이어지는
연둣빛 통로. 숲 속으로 들어서는 듯하다.
1 The basement studio. Carena’s paintings
create an elegant atmosphere. 2 Carena calls
the gutter that connects the eaves “a rainwater-
drinking alligator.” 3 Chickadees painted on the
wall by Carena’s father. 4 A unique space for
his sons, Felice and Forte. 5 The green pathway
to his studio reminds one of a trail in the w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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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thatmakeupitstraditions.
“We now make every effort to keep ourselves healthy through
exercise and diet, but a healthy body comes from within.
Traditions, such as the emotional bonding that members of
an extended family have toward one another, can promote
emotional health. People now are obsessed with materials,
such as, say, expensive watches and cars, rather than family as
a source of one’s happiness. People who grew up with care in a
traditional family atmosphere learn to develop a more expansive
viewoftheworld.”
Carena believes that an understanding of the emotional
value of tradition combined with efforts to incorporate it with
modernity will help to turn traditional Korean culture into a
global phenomenon. He adds, “The Korean language, Korean
foodandK-Poparespreadingrapidlythroughouttheworldover
the Internet. To keep traditional Korean culture alive we need to
learntorespectit,first.”
The wooden floor of Hanok, mulgimchi(Korean water gimchi)
anddoenjangjjigae(traditionalKoreanstewmadewithfermented
soybean paste and vegetables) are just a few of Korea’s many
traditions Carena says he loves and wants the world to love right
alongwithhim.
“현대인은 건강을 위해 운동, 다이어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
만, 신체의 건강은 정서의 건강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알아야 해요.
전통을 통해 정서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 대가족 안에
서 누렸던 그 따뜻한 유대감처럼 말이죠. 지금은 가족이라는 본질적
인 행복보다 자동차, 시계 등 물질적인 것만을 계획하고 집착합니다.
서로 생각하고 의지하던 전통의 가족적 분위기 속에서는 크게 널리
보는안목이생기죠.현대인에게필요한정서입니다.”
전통의 정서를 이해하고 현대의 변화에 이를 접목하는 것, 그러한 연
구와 노력이 마침내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
음을시모네교수는또한확신한다.
“한국어, 한식, 그리고 K-POP까지 한국은 이미 인터넷이라는 급류
를 따라 세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문화의 품위를 지키고 장
기적으로 관리할 때 꾸준히 인정받게 될 겁니다. 한국적인 것은 세계
적으로사랑받고인정받을만한충분한가치를지니고있으니까요”
그가 한국을 만난 후, 한옥 마루에 몸을 뉘고 물김치와 된장찌개에
마음을 빼앗겼듯, 오늘 세상도 한국에 그리 반해가고 있을 터. 첫사
랑을마주하듯기와언덕을가만히바라보던시모네교수가처마처럼
빙그레미소를짓는다.
1 작은 숲에서 달팽이를 찾는 페리체. 2 아빠의 빨간
듀카티 오토바이에 앉은 귀염둥이 포르테.
3, 4 페리체와 포르테에게 나무 침실은 쉼터인가
하면, 장난감과 어우러질 수 있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5 잿빛 처마 풍경에 기대어 하루의 시작과 끝을
속삭인다. 부부의 사랑은 나란히 뻗은 나뭇결처럼
한결같다.
1 Felice looking for a snail in the courtyard.
2 Forte sitting on his father’s red Ducati.
3, 4 Felice and Forte’s wood-based bedroom
serves as a relaxing space for the boys as well
as the ultimate playground full of toys. 5 Carena
and his wife admiring the eaves of th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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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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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셈의건강학
비울수록건강해진다,디톡스
글 이금숙 기자(헬스조선) 도움말 윤지연 교수(차움 디톡스슬리밍센터)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우경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건강지킴 _ 뺄셈의 건강학, 디톡스
디톡스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디톡스란 ‘해독detoxification
’이란 단어를 줄인 것으로 몸에
쌓인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건강법을 말한다. 디톡스는 단식을 통해 장기의 휴
식을 취하는 방법, 독소를 배출시키는 식품을 섭취하는 방법, 땀을 내 운동이나 목욕을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최근에는 ‘마음 디톡스’의 개념도 등장했다. 마음의 여유 없이 바
쁜현대인에게명상등을통해마음의독소인스트레스를없애는것이다.
디톡스란무엇인가?
독소는 의학적으로 ‘내독소’ ‘활성산소’의 개념이다. 내독소는 장 속의 죽은 균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헐거워진 장 점막을 뚫고 들어가 알레르기·만성피로·자가면역질환 등을
유발한다. 활성산소는 세포가 에너지 대사를 하는데 만들어지는 노폐물로 세포와 조직
을 파괴하고 체내 염증을 만들어낸다. 내독소와 활성산소 등은 온몸을 돌아다니며 온
갖 질병을 유발한다. 또 오염된 공기나 식품을 통해 들어온 중금속, 방부제 등은 간·신
장 등 인체 곳곳에 축적된다. 이들이 쌓이면 피로·소화불량·불면증 등 각종 신체 증상
이 나타난다. 독소를 줄이거나 없애는 디톡스를 하면 이런 증상 해결과 함께 각종 질병
예방효과도기대할수있다.
디톡스가필요할까?
디톡스는 주로 중장년층에게 권장한다. 나이가 들면서 체내 독소량은 점점 많아지지만,
해독능력은떨어지기때문이다.독소가있으면다음과같은증상이나타난다.
피로를 잘 느낀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감기에 잘 걸린다, 휴일엔 집에서 잠만 잔
다, 다이어트 효과가 적다, 술을 자주 마신다, 머리카락이 거칠다, 두통이 심하다, 집중
이 어렵다, 신경질적이다, 피부가 매우 건조하다, 피부에 기름이 많이 낀다, 가래가 많다,
입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찬다, 변비가 심하다, 변에 소화되지 않
은 물질이 섞여 있다, 소변색이 짙고 냄새가 난다, 어깨가 결린다, 손발이 차다, 손톱이
갈라진다, 허리가 시리고 아프다, 관절 통증이 있다, 성생활이 어렵다, 생리통이 심하다.
이같은증상이5개보다많으면디톡스가필요한시점!
몸에좋은디톡스
신체에 쌓인 독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식과 독소를 배출시키는 식
품을먹는것이다.운동과목욕을통해독소를줄이는방법도좋다.
세포를 쉬게 하는 단식 디톡스를 위해서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한 달에 한두 번
단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식을 하면 소화·분해·흡수 기능을 담당한 장기도 휴
식을 취할 수 있다. 쉬는 동안 장기의 손상된 점막이 재생되고 떨어진 기능도 되살아난
디톡스에 좋은 레몬의 효능
서양의 디톡스 프로그램에서는 레몬즙 넣은 물과 장을 자극해
배설을 돕는 각종 허브티를 권한다. 이처럼 디톡스에 레몬이 빠
지지 않는 이유는 레몬에는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 효소는 우
리 몸의 세포, 혈액 속에서 생체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단백
질 조각을 말한다. 크기는 1억분의 1m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소
화·흡수, 노폐물 배출, 해독, 살균 작용 등 우리 몸 안에서 일어
나는 생화학 반응에 촉매작용을 한다. 또 레몬에는 유기산이 풍
부한데, 유기산은 피로할 때 몸에 쌓이는 젖산을 분해하고 쉽게
에너지원으로 전환돼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 밖에 레몬에
는 세포의 노화를 막는 비타민 C, 플라보노이드 등이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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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다.특히위,대장,췌장등소화기관이건강해진다.세포역시대사가줄어활성산소
가 감소하고, 일을 안 하면서 기능이 좋아진다. 음식이 안 들어오면 ‘세포 공장’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 활동을 하지 않아 대사 과정의 부산물인 활성산소도 만들어
내지않는다.혈액속에활성산소,내독소가줄면서혈액이깨끗해지는해독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체가 전반적으로 모두 좋아지지만, 환경오염 등 외부로부터 공격을
가장많이받는피부,코·눈·입점막등이눈에띄게좋아진다.
독소 배출에 도움이 되는 식품 참깨 참깨 속 세사민 성분은 체내의 활성산소 증가를
막아주고, 세사미놀 배당체는 혈중의 콜레스테롤 축적을 억제한다. 하루에 밥숟가
락 하나만큼의 깨를 볶아서 먹으면 좋다. 깨는 조리한 상태에서 공기에 노출되면 산
화물로 변하기 때문에 볶자마자 밀폐 용기에 담아야 한다. 미역국·두부 밥과 국은
비타민·미네랄이 많은 잡곡밥, 미역국에 김을 곁들이고, 반찬은 아미노산·글루타
치온이 많이 든 두부, 삶은 계란, 닭가슴살 위주로 상을 차리면 활성산소 생성을 억
제하는 ‘디톡스 식단’이 된다. 식후, 항산화 물질인 카로티노이드가 들어 있는 토마
토, 당근, 파프리카, 레몬을 먹어주면 좋다. 마늘·양파 마늘에 들어 있는 유황과 알
리신은 체내 독소 해독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덜 생기게 해준다. 마늘은 구워 먹으면
유황과 알리신이 사라지므로, 날것으로 먹거나 마늘장아찌를 담가 먹자. 양파의 케
르세틴 성분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체내에서 중금속이나 니코틴 등을 흡착해
밖으로배출시킨다.
운동은 피곤하지 않을 만큼만 운동을 하면 땀을 통해 체내 노폐물과 유해물질이 배출
되며, 활성산소 처리 능력도 높아진다. 주 3~5회씩 한 번에 30~60분 운동이 적당
하다. 그러나 운동을 한 뒤 피곤함을 느끼면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오히려 활성산
소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평소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은 한 달간 요가나 스트레칭
같은 정적인 운동부터 한다. 자기 전에는 누워서 복식호흡을 10분간 하면 몸 안에
들어오는 산소량이 많아져 디톡스에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크
게 켜고,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양손으로 배를 주무르고 손을 갈고리처럼 만들
어 배를 시계 방향으로 쓸어 올리고 주먹으로 옆구리와 등을 두드리면 변비 예방과
혈액순환에도움이된다.
아로마 오일 푼 물에 10분 목욕 목욕은 독소 배출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목욕하
기전마른수건이나솔로온몸전체를빗질하듯문질러혈액순환을촉진한다.아로
마 오일을 푼 물에 목욕을 하고 목욕 후에는 겨드랑이, 서혜부, 쇄골뼈 안쪽 등에 마
사지를 해주면 독소배출 효과가 있다. 방법은 발가락부터 다리 위쪽으로, 손끝에서
팔 위로, 어깨에서 심장으로, 목 뒤는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야 한다. 아로마 오일
은 일반적으로 라벤더나 캐머마일, 레몬 등을 3~4가지 섞어 10방울가량 넣어 목욕
한다. 숙면을 원하면 라벤더, 캐머마일, 혈액순환을 위해서는 블랙페퍼, 진저, 면역
력 증대를 위해서는 로즈메리, 페퍼민트, 염증 완화를 위해서는 주니퍼, 레몬, 그레
이프프루트가좋다.
만성피로에 좋은 버섯,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아욱
만성피로는 간 기능이 떨어져서 독소를 체내에서 제거하지 못
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간 기능을 높여주는 버섯, 아스파라거
스, 아욱, 시금치 등을 주스로 갈아서 마셔보자. 3개월에 한 번씩
2~3일 밥 대신 먹으면 단식을 통한 디톡스 효과와 더불어 이들
식품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쉽게 흡수할 수 있다. 먼저 버섯, 아
스파라거스에는 간의 해독 기능을 돕는 비타민 B, 마그네슘, 아
미노산 등이 풍부하다. 버섯에 함유된 베타 글루칸은 간 기능을
좋게 할 뿐 아니라 정장작용과 면역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시
금치와 아욱은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라 독
소로 산성화된 몸에 좋다. 여기에 루테인, 베타카로틴 등의 항산
화 영양소는 세포의 노화와 체내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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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지 않은 디톡스
디톡스 요법이라고 흔히 알려진 것 중에서 오히려 몸에 좋지 않
은 것들이 있다. 관장, 킬레이션 요법이 대표적이다. 이들 치료법
은 디톡스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잘못하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우선, 관장은 장 천공 위험이 있다. 또 만성질환
이 있는 사람이 관장으로 몸에 필요한 전해질을 억지로 과다하
게 빼내면 치명적인 급성 신부전이 생길 수도 있다. 킬레이션요
법은 중금속과 결합하는 화학물질(EDTA)을 혈관으로 주사해서
체내 중금속을 빼내는 방법이다. 중금속 중독을 치료할 때 쓰며,
신장 손상, 부정맥, 정맥염, 저칼슘혈증, 뼈 손상 등의 부작용 위
험이 있어 일상적인 디톡스 요법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마음에좋은디톡스
우울한 뉴스가 넘치고, 적敵
이 많은 경쟁적인 사회에서 현대인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3,000만 명 시대가 되면서 LTE급 빠르기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뇌는 너무도 피곤하다.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마음을 정화하
는마음디톡스개념이떠오르고있다.
한 달에 하루는 스마트폰 끄기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스마트폰을 일부러 두고 나가거나,
하루에 문자메시지 전송 횟수를 20회 이하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실행
해보자.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 관계 맺기에 대한 강박증도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이될수있다.일주일에한두번은아예보지도쓰지도말자.무엇보다잠자리에
누워서만큼은스마트폰을손에안닿는거리에두고눈을감고하루를정리한다.
마음의 긴장을 덜어내는 명상 명상은마음의긴장을풀고내면의세계로몰입하게되면
서 정신적인 안정을 가져다준다. 명상을 매일 꾸준히 하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스트
레스도 경감된다. 명상은 안방, 사무실은 물론이고 버스 안에서도 할 수 있다. 거실
에 편히 앉아 책을 보면서도 할 수 있다. 여러 방법 중 시각을 활용한 명상법은 다음
과 같다. 우선 눈을 지그시 감고 본인이 편안함을 느꼈던 장소를 떠올린 후 그 장소
로 천천히 걸어가는 상상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눈을 뜨면 몸과 마음과 영혼이
맑고상쾌하게바뀌어있을것’이라고소리내어말하며눈을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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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치유밥상 _ 신영옥 소프라노와 백상준 셰프
소프라노신영옥과백상준셰프의
맛있는하모니
글 최수정 디자인 최연희 사진 김동오
소프라노와셰프가만나건강한요리를노래합니다
세계적인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신영옥과 프렌치 레스토랑 컬리나리아 12538의 백상준 셰프가 만나 건강한 홍삼 요리를 만들고
맛보며 유쾌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 두 사람은 하는 일은 다르지만 노래로, 요리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일은 같습니다. 감동은
또다시 건강과 연결되지요. 감동처럼 충만한 기쁨은 분명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즐거운 노랫소리와 건강한 요리 냄새가
공간을가득채웁니다.인생이건강해지는순간입니다.
백상준	외국생활을오래하시죠.한국에오
시면어떤요리가제일생각나세요?
신영옥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찾는 요리는
비빔밥이에요. 나물도 많이 들어가고 건강
에도 좋잖아요. 요새는 외국 사람들도 즐겨
먹더라고요. 그리고 도토리 묵밥도 좋아해
요. 한국에 와서 정말 먹고 싶을 땐 호텔 주
방에특별히주문하기도하죠.
백상준	예전에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본 적
이 있는데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목소리 잘
나오라고 돼지고기 요리를 자주 해주셨다고
요. 지금도 목소리를 위해서 특별히 챙겨 먹
는요리가있나요?
신영옥	 특별한 요리를 챙겨 먹기보다는 간
을 거의 안 한 요리를 즐겨 먹는 편이에요. 되
도록이면 자극적인 요리는 피하고요. 음식을
조금만 기름지게 먹어도 목소리가 달라져요.
술도 알레르기가 있어서 못 마셔요. 와인을
조금만 마셔도 다음 날 연습할 때 목소리가
좋지않아요.
백상준	해외 콘서트 일정도 많으실 텐데 체
력관리는어떻게하세요?
신영옥	 지금도 여전히 보이스 레슨, 발음 레
슨을 매일 꾸준히 받고 있어요. 그리고 재즈
댄스, 발레, 요가 같은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다져요. 바쁘게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서 예
전엔 건강을 제대로 못 챙겼는데 몇 해 전부
터일정이바빠도운동부터식단까지꼼꼼하
게 신경 쓰고 있어요. 몸이 건강해야 좋은 모
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겠죠.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오로지 음악만 생각해요. 가급적
이면사람들을만나지않고연습에집중합니
다. 하지만 평소에는 저도 친구들과 맛있는
요리를 먹으러 다니고 쇼핑하는 것을 즐긴답
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일 중
요한 것은 스트레스 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것이에요.
백상준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다양한 요리
를많이드시니미식가가다되셨겠어요.
신영옥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은 정말 행복
한 일이에요. 뉴욕에 아파트가 있어 주로 그
곳에서 지내는데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 노
부Nobu
, 펄 세Per se
에요. 이곳에서 편한 사람
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저에겐 힐링하
건강을위해선
마음의평화가가장중요합니다.
저는노래하는그순간에마음의평화를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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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는시간인셈이죠.
백상준	저도 뉴욕에서 학교 익스턴십 기간
에 노부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펄 세에서도
잠깐 일했었고요. 그때 당시 요리 학교 과정
이 녹록지 않아서 지쳐 있을 때였는데 다시
요리가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활력소
가됐던시기였어요.
신영옥	 아, 그랬군요. 오늘 만남이 더욱 반
가운데요.(웃음)
백상준	미식가라면직접요리하는것도즐길
텐데선생님도요리하는것을좋아하시나요?
신영옥	 뉴욕에서는 종종 직접 만들어 먹곤
해요. 특히 파스타를 잘 만드는데 올리브 오
일로 심플하게 만든 파스타를 즐겨 먹는 편
이에요.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보다 제가 만
든게더입맛에맞더라고요.
백상준	오늘 제가 준비한 요리는 홍삼을 넣
어 만든 한우 버섯 파스타와 브라우니예요.
평소 홍삼 제품을 챙겨 먹는 편이지만 이렇
게 요리에 넣어 만들어보기는 처음이에요.
홍삼이향도강하고쓴맛이있어서레시피를
구상할때쉽진않았지만만들어보니의외로
맛있어서저도놀랐답니다.
신영옥	 저는 홍삼 마니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종류의 홍삼
을 먹고 있어요. 뉴욕 아파트 냉장고에는 홍
삼 제품이 가득 있다니까요. 일반적으로 홍
삼농축액뿐만아니라뿌리삼을직접달여먹
기도 했죠. 뿌리삼 달인 물은 아버지께도 꼭
챙겨드린다니까요. 오랫동안 복용하다 보니
확실히 그 효과는 제 몸으로 느껴요. 홍삼을
좋아해서 그런지 홍삼으로 만든 요리도 어서
맛보고싶네요.
백상준	먼저 홍삼농축액과 홍삼절편을 넣
은 한우 버섯 파스타는 베이스가 크림이에
요. 그래서 홍삼의 쌉싸래한 맛과 더 잘 어울
립니다.쓴맛을중화시켜주면서홍삼향은크
림의고소한향과만나더깊어진느낌이거든
요. 그리고 디저트로 만든 브라우니는 파스
타보다더홍삼과본래의맛을크게변화시키
지않고맛을풍부하게만들었다고할까요?
신영옥	 오케스트라지휘자처럼셰프도주방
백상준 셰프는 평소 홍삼농축액을 우유에 타
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홍삼을 먹는 방
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호에 맞게 섭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홍삼 요리를 구상할 때도 좋아하는 요리를 먼
저 떠올리면서 시작했다. 소프라노 신영옥과
백상준 셰프는 맛있는 식재료, 요리, 뉴욕의 레
스토랑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다. 건강은 요리
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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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휘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이 접
시에 담긴 요리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
니다. 여러 가지 식재료들 가운데 어떤 것들
이 서로 잘 어울리면서 맛이 어우러질지 셰
프는 모두 알고 있어야 하고 완성된 맛의 감
동을 그대로 손님에게 전달해야 하잖아요.
셰프도아티스트예요!
백상준	역시 예술적으로 잘 이해하고 계시
네요.(웃음) 저도 선생님처럼 한길을 오랫동
안걷고싶습니다.
신영옥	 제가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이에요.
다들 성공하고 싶어 하죠. 꼭 좋은 대학에 가
서 학위를 따지 않아도 한 우물을 파면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어떤 우물을 파야 할지 그것
을 시간을 들여 결정해야 하죠. 파기 시작하
면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는 그 일을 생각하기 싫을 때까지 한번 끝까
지 가보세요. 성공하겠다는 마음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거죠. 정말 노력했는지, 좋
은 결과를 얻을 만한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아
는법이니까요.
백상준	음악다음으로소중한것이있나요?
신영옥	 가족이죠.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에요. 하늘나라에 계
시는 어머니도 가장 든든한 서포터이셨고 아
버지, 큰언니, 둘째 언니 모두 제가 하는 일이
라면 모두 나서서 서로 도와주려고 해요. 제
가지금까지음악을할수있는힘이죠.
백상준	올봄에벌써두차례나한국에서공
연을하셨지요.올해도역시바쁘시죠?
신영옥	 일단 계획한 오페라와 콘서트가 있
어요. 그리고 음반도 준비하고 있고요. 처음
부터그랬던것처럼좋은음악으로많은분들
을 찾아뵐 생각이에요. 한국뿐만 아니라 미
국과유럽에서도새로운작품으로만날수있
을 것 같아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상준
셰프님의요리도앞으로더욱기대되네요.
백상준	네, 감사합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
럼 기본이 되는 프랑스식 요리법에 저만의 새
로운 해석을 계속 시도할 거예요. 오늘 만든
홍삼 요리처럼요.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 결
국사람을잘살게하는요리가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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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홍삼브라우니
디저트로 준비한 홍삼 브라우니는 홍삼분과 홍삼절편을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쫀득한 홍삼절편으로 식감을 살리고 홍삼분을 넣어 초콜릿의 달콤 쌉사래한 맛에
은은한홍삼의향을더했습니다.진한초콜릿맛이매력적인브라우니가홍삼을만
나 그 매력을 한층 높인 것이죠. 백상준 셰프는 처음 시도해본 홍삼 브라우니를 맛
보고 의외의 절묘한 조합에 즐거웠다고 합니다. 이런 맛의 발견, 재해석이야말로 그
의 요리 철학과 딱 들어맞는 대목입니다. 홍삼 브라우니는 디저트로도 손색없지만
와인이나싱글몰트위스키를마실때곁들인다면훌륭한마리아주가될것입니다.
재료 : 홍삼절편·홍삼분 50g씩, 버터·무설탕 코코아 파우더 1컵씩, 설탕
3컵, 바닐라 에센스·소금 1작은술씩, 달걀 4개, 다용도 밀가루 1과 1/2컵,
초콜릿 칩 약간
만드는 방법 : ① 오븐을 175℃로 예열하고 베이킹 접시에 기름을 살짝
묻힌다. ② 버터와 설탕, 바닐라 에센스, 홍삼절편 채 썬 것, 초콜릿 칩을
큰 볼에 넣어 중탕으로 녹인 후 달걀을 하나씩 넣으면서 완전히 결합되
도록 젓는다. ③ 2에 무설탕 코코아 파우더, 홍삼분과 소금을 체에 친 다
음 잘 섞는다. ④ 준비된 접시에 잘 펼친 다음 예열된 오븐에서 35~40
분 굽는다. 이쑤시개로 찔러서 묻어나는 것이 없으면 완성이다. ⑤ 초콜
릿을 묻혀 굳힌 다음 아몬드를 두른 딸기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곁들인다.
백상준셰프가만든
홍삼요리
홍삼한우버섯파스타
홍삼 한우 버섯 파스타는 표고버섯의 향과 홍삼 향, 그리고 크림소스의 고소한
향이 한데 어우러진 근사한 요리입니다. 백상준 셰프는 전국 산지에서 나는 맛 좋
은 식재료를 찾아 나서기를 좋아하고 좋은 재료를 쓰려는 욕심도 많아 산지와 직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한우는 계룡산 한우로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것
이 특징입니다. 고기와 표고버섯이 잘 어울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요. 크림
소스도 고기의 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평소 건강을 챙겨드리고 싶었던 부모님이
나주위어른께근사한요리를선물해보세요.
재료 : 홍삼절편 20g, 홍삼분 2큰술, 한우 200g, 파스타 250g, 크림 500ml,
표고버섯 100g, 샬롯 다진 것 2작은술, 치킨 스톡 1컵, 소금·후추·파마산
치즈 약간씩, 홍삼농축액 약간
만드는 방법 : ① 먼저 한우 겉면을 바삭하게 5분 정도 구운 후 휴지시킨다.
② 파스타는 7분 정도 삶은 뒤 올리브 오일에 버무려 놓는다. ③ 프라이팬
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표고버섯, 샬롯을 같이 볶은 다음 버섯이 익었을
때 홍삼분과 크림, 치킨 스톡을 넣고 살짝 끓여준다. ④ 3에 파스타를 넣고
면을 계속 저으면서 4~5분가량 익힌다. ⑤ 휴지시킨 고기를 185℃의 오
븐에 5분 정도 익힌 다음 얇게 저며서 파스타 위에 올린다. ⑥ 파스타 위
에 홍삼농축액을 살짝 뿌리고 홍삼절편과 새싹 등으로 완성한다.
글 윤연숙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경옥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제품 협조 김코디네(031-439-3639), 나무수작(031-8017-9237), 리모드(02-2051-9888), 삼성화문석(032-934-3305),
엘비스 크래프트(02-2234-7475), 플랜룩스(031-976-6883)
마음마저가벼워지는왕골의촉감
서글서글한집안풍경이고와라
꾸밈 _ 왕골로 꾸미는 집 단장
여름철쾌적지수높여주는왕골의멋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베란다에 화분을 키우거나 실내 정원을 가꾸고, 집 안에 나무,
돌, 숯 등 자연 소재 인테리어 소품들을 들이는 이유도 자연에 대한 향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하는 것 외에도 자연 소재를 활용한 소품은 내추럴한 분위기를 만들어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더불어 여름
철더위를식혀주는역할도톡톡히해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철 자연 소재로 왕골이 있다. 시원하고 수분을 잘 흡수하는 왕골은 한여름 시원한 인테리
어를완성해주는전통자연소재이다.완초莞草
라고도하며,정확한역사를알기는어려우나오래전부터재배해오던일
년초 공예 작물이다. 줄기를 쪼개 말려 자리, 방석, 모자 등을 만들고 속은 건조해 신발, 바구니, 노끈 등을 만든다. 특
히 강화도의 화문석(꽃무늬를 놓은 자리)이 유명한데, 질 좋은 왕골로 숙련된 장인이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집을
꾸미는 데도 한몫 한다. 왕골 소품은 시각적으로 시원하고 촉감이 부드러우며 쓰임새도 다양해 현대 공간에 두어도
부족함이 없다. 왕골 그대로의 빛깔을 간직한 소품은 담백한 자연스러움이 보기 좋고, 색을 덧입히면 밋밋한 공간에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원색의 소품들과 같이 두어도 잘 어우러진다. 선조들의 여름 나는 지혜가 담긴 왕골은 집 안에
자연을가까이들이는동시에집안을한결시원하고편안한휴식처로만들어준다.
시원한 청량감을 더하는 왕골로 여름 침실을 꾸며보자.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이라면 과감하게 침대에서 벗어나 화문석에 누워 잠을 청해도 좋다. 화문석은 열을 차단
하고 땀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 원목으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왕골 꼭지 단합을 놓아 편안한 침실 분위기를 완성한다.
연한 하늘색 침구는 김코디네, 원목 에그 테이블은 리모드, 테이블 위 왕골 꼭지 단합과 바닥에 깐 화문석 자리, 왕골 슬리퍼 모두 삼성화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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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색감이 선명한 왕골은 여름철 집 안 분위기를 시원하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모던한 디자인의 가구와도 조화롭게 잘 어울려 다양
하게 연출해볼 수 있다. 거실 바닥에 왕골 방석 몇 개를 놓으면 그
대로 멋스러운 여름 풍경이 된다.
연두색 원목 패브릭 소파는 리모드, 새 모티프 노란색 쿠션은 김
코디네, 소파 위에 놓인 왕골 단합 반지 그릇은 삼성화문석 제품
으로 폐백 이바지 음식을 넣거나 바늘 쌈지로도 사용된다, 다양
한 빛깔의 원목을 집성해 만든 스트라이프 원목 탁자는 나무수
작, 그 위에 놓인 인현식 작가의 다기 주전자와 김교범 작가의
잔은 엘비스 크래프트, 바닥에 놓인 무지개 화방석은 삼성화문
석, 뒷마당에 놓은 오크 벤치는 나무수작, 벤치 위 화분을 담은
바구니는 삼성화문석
왕골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냉기를 방지해주며 오래 사용해
도잘부스러지지않은전통천연소재입니다.이런왕골로만드는공예
품은 다년간 기능을 연마한 장인들이 손으로 한 가닥 한 가닥 엮기 때
문에 올이 매우 고우며 정연한 아름다움이 특징입니다. 실용적이면서
멋스럽기까지 한 왕골로 집 안을 단장하면 시원함과 우아한 멋을 동시
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왕골 삼합과 단합 등은 장식용뿐만 아니라
견과류나 과일을 보관하기에도 적당합니다. 자연에서 살림살이를 얻
은옛사람들의지혜와멋이현대공간에서도아름답게피어납니다.
스타일리스트김은희실장이
제안하는왕골소품
3
2
5
6
7
9
1
4
1 전등갓을 왕골로 성글게 엮어 시원한 정취를 더한 펜던트 조명, 플랜룩스 2 과일을 담아 식탁 위에 놓아두면 좋을 왕골 쟁반, 삼성화문석 3 장식용이나 보석함으로 사용하는 각기 모양이 다른 단합
꼭지 항아리, 삼성화문석 4 싱그러운 여름 꽃들을 꽂아 화병으로 사용하면 운치 있는 꿀병 항아리 단합, 삼성화문석 5 예로부터 귀한 혼수품이었던 육각 꽃 삼합은 여러 보관함 용도로 사용하기 좋다,
삼성화문석 6 왕골로 펜던트를 만들어 이색적인 목걸이, 삼성화문석 7 여름철 꽃무늬 원피스와 함께 들어도 잘 어울리는 왕골 가방, 삼성화문석 8 모자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벽에 걸어두어도 멋스러
운 왕골 모자, 삼성화문석 9 발을 시원하게 해주는 왕골 슬리퍼, 삼성화문석
스타일리스트 김은희 실장은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전문으로 하는 ‘세컨드 플로어’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리빙센스> <까사> <메종> <Z:IN 스타일링> 등 다양한 매거진을 통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작업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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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글 손철주 디자인 윤범식
뙤약볕아래사랑오운꽃나비의염원
심사정원추리와벌나비
꽃과 나비는 자연이 베풀어준 짝이다. 둘 사이의 사랑은 중매쟁이가
자연이라서 그 사랑이 자연스럽다. 곰곰 생각해보자. 자연은 사랑스
럽고, 사랑은 자연스럽다. 사랑스럽지 않으면 자연이 아니고, 자연스
럽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부자연스러운 사랑도 사랑이라 우기는
인간세상과달리,꽃과나비의사랑은억지놀음이없다.김삿갓이얼
마나 재기발랄한 시인이던가. 꽃과 나비의 천생연분을 그는 똑소리
나게전한다.
청춘이기생을안고자하면천금이지푸라기와같고
오늘밤술잔을마주하노라니만사가하잘것없네
기러기먼하늘을날때는물을따라가기쉽지만
나비가청산을넘을때는꽃을피하기어렵더라.
꽃 그림이 차고 넘쳐도 현재玄齋
심사정의 솜씨를 따라잡을 그림은 드
물 테다. 꽃과 벌레 그림을 두고 말한다면 심사정은 누가 뭐래도 조선
최고의 화가다. 그는 호에 ‘재’ 자가 들어가는 세 화가, 즉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과 더불어 ‘삼재三齋
’로 일컬어진 대가다. 심사정은 전형
적인 중국풍 그림에 능란했다. 꽃 그림 역시 중국의 화보花譜
를 본뜬
흔적이 있다. 그가 첫손 꼽히는 꽃 화가가 된 것은 우리 식의 멋과 맛
으로 우려내는 요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심사정의 꽃 그림은
매우 감각적이다. 안정감 있는 배치와 부드러운 채색, 시적인 서정은
보는 이를 단박에 사로잡는다. 꽃을 그리는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다
고말할때,맨먼저떠오르는인물이곧심사정이다.
그가 그린 ‘원추리와 벌 나비’를 보자. 치솟거나 늘어뜨린 잎사귀에 청
신한 기운이 묻어 있다. 활짝 핀 꽃송이에는 나른한 색감이 실렸다.
그게 대조를 이루면서 매력적이다. 위쪽의 꽃은 농염한 자태를 뽐낸
다. 허리를 살짝 비틀고 고개를 외로 꼬았다. 얼굴은 날 보란 듯이 들
이민다. 몇 가닥 솟아오른 수술이 가녀리다. 꽃잎에 안착한 벌 한 마
리가 넋을 놓은 채 꿀을 빨고, 공중을 선회하던 나비는 바야흐로 꽃
을 향해 날아든다. 자연의 짝짓기가 사랑옵다 함은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말이겠다.원추리는여름날의꽃이다.꽃이라면단연봄이다.다
른 꽃 놔두고 심사정이 하필 여름의 꽃 원추리를 고른 까닭은 무얼까.
봄날의 꽃을 돌이켜보면 안다. 매화, 살구, 복사, 그리고 벚꽃, 배꽃….
봄꽃은 황홀하기 그지없는데, 덧없는 순간을 스쳐가기에 더욱 아뜩
해진다.가뭇없는사라짐이봄날의꽃이지닌이미지다.
심사정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넘어 보다 오랜 인간의 바람을 숨겨놓
았다. 원추리는 한자로 훤초萱草
다. 이때 ‘훤’은 사람의 근심을 잊게 한
다는 뜻이다. 원추리를 속어로 ‘망우초忘憂草
’라 부르는 이유가 그것이
다. 세상에는 잊지 말라고 부탁하는 ‘물망초勿忘草
’가 있듯이 잊게 해달
라는 망우초도 있다. 여름에 꽃피는 원추리를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
면 실제로 마음이 가라앉는 효과도 있다. 재미있는 건 봉오리 모양이
다. 이 그림에서도 일부러 강조했다. 꽃대에 달려 있는 몇 낱의 봉오리
를 유심히 보라. 꼭 사내아이 고추처럼 생겼다. 중국 옛 그림에 원추
리를 머리에 꽂은 여인의 모습이 심심찮게 나온다. 결혼한 부인이 봉
오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는 풍습도 흔했다. 왜 그랬을까. 당연히 아들
낳기를 기원해서다. 원추리를 또 다른 말로 ‘의남초宜男草
’라 부르는데,
그의미는‘마땅히사내아이를낳는풀’이다.
게다가 나비는 장수와 통한다. 나비 ‘접蝶
’ 자와 팔십 노인 ‘질耋
’ 자가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다. 화가의 바람이 참으로 간곡하다. 봄꽃은 짧
아서 황홀한데, 뙤약볕 아래 피는 심사정의 여름 꽃은 절실한 염원을
드러낸다. 근심 없이 살면서 대를 이을 자손과 함께 오래 살고픈 희
망—.자연에서찾아낸욕심이라추하지않다.
그림 에세이 _ 심사정의 원추리와 벌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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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글을 쓴 손철주는 서울경제, 국민일보, 동아닷컴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며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다. 신문사 문화부장과 취재
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도서출판 학고재 주간과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다 그림이다》(공저)가 있다.
원추리와 벌 나비, 심사정, 비단에 채색, 22.0×16.1cm, 18세기, 간송미술관 소장
글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작품 서기환 사진 김규한
뭐화끈한일,뭐신나는일없을까
서기환작가의일탈을꿈꾸는
사람풍경
정관장&예술 _ 서기환 작가의 사람풍경
사람풍경-Vacation, 서기환, 장지에 채색, 130.3×193.9cm, 2011
여름엔 바다로, 홍삼톤 골드와 함께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에게 유쾌한 일상을 선물하
는 작가 서기환의 <사람풍경-Vacation>입니다. 푸
른 바다와 모래사장, 파라솔과 음악이 있는 풍경
을 보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집니다. 여름 하면
역시 바다잖아요. 그런데 모래사장에 놓인 욕조와
머리에 묻은 비누 거품이 어쩐지 바다와는 어울리
지 않아 보여요. 도리어 바쁜 일과를 마치고 반신
욕을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이 보이네요. 지친 하루
를 보낸 이가 욕실에 앉아 일탈을 꿈꾸는 장면인가
봐요. 여름휴가는 바다로 떠나야겠어요. 타일로 꽉
막힌 욕실을 벗어나 탁 트인 바닷가에서 즐기는 일
광욕. 떠나기 전 홍삼톤 골드 챙기는 것도 잊지 말
아야죠. 홍삼톤 골드가 피로 없이 건강하게 휴가를
보내게 해줄 테니까요.
홍삼톤 골드 6년근 홍삼농축액에 대추, 당귀 등 식물성
원료를 조화시킨 홍삼톤 골드. 홍삼농축액 함량을 높여
하루 한 번 섭취로도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입니다.
용량 40ml×30포 가격 160,000원
입맛 없는 여름엔 시원한 홍삼차 한 잔
무더위에 입맛 잃기 쉬운 때예요. 작품 <사람풍
경-Dinner> 속 두 사람도 식사가 즐겁지 않은 모
양입니다. 더위 때문일까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
루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생각하죠.
지금 앉아 있는 이곳이 바람 부는 경치 좋은 곳이
라면 얼마나 좋을까. 매 순간 일탈을 꿈꾸는 우리
의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어요. 주말에는
가까운 교외로 나가 가족과 함께 외식하는 건 어때
요? 자연에서 즐겁게 식사한 후 시원하게 홍삼차
한 잔 마신다면, 입맛 도는 여름이 되지 않겠어요?
맑게 우려 마시는 홍삼 온 가족이 매일 마시는 건강한
한 잔의 습관, 맑게 우려 마시는 홍삼. 국내산 6년근 홍삼
100%를 그대로 맑고 순수하게 우려내어 누구나 부담 없
이 즐길 수 있는 맛이 부드러운 제품입니다. 온 가족이 매
일 물 대신 음용수로 즐기세요.
용량 30g(2g×15포) 가격 33,000원
사람풍경-Dinner, 서기환, 장지에 채색, 145×100cm, 2011
열정적인 당신에겐, 홍삼정 에브리타임
“신도림역 앞에서 스트립쇼를 아파트 옥상에서 번
지점프를” 하고 외쳐대던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요.
서기환 작가의 작품 <사람풍경-Bungee Jumping>
을 보고 있으니 말이죠.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가슴 뻥 뚫리는 그림입니다. 사소한 일상 속 매력
적인 상상은 우리 삶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줍
니다. 네모난 틀 안에서 벗어나 신나는 여름을 향
해 번지점프하는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유쾌한가
요. 일탈을 꿈꾼다는 것은 열정이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그 뜨거운 열정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휴대
가 간편한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양손에 들고 우리
모두 시원한 여름으로 번지점프!
홍삼정 에브리타임 홍삼농축액 100%를 정제수와 혼합
해 스틱형 파우치에 담은 ‘휴대용 홍삼정’ 홍삼정 에브
리타임. 하루 1포로도 홍삼의 1일 권장섭취량인 3g을 섭
취할 수 있습니다. 여행이나 출장, 야외 활동 때에도 편
리하게 즐기세요.
용량 10ml×30포 가격 96,000원
사람풍경-Bungee Jumping, 서기환, 장지에 채색, 68.6×60.6cm, 2012
에너지 넘치는 아내의 비밀, 화애락퀸
서기환 작가의 <사람풍경-Sunday>는 흔한 일요
일 풍경을 담고 있어요. 전쟁처럼 살아온 한 주를
뒤로하고 맞는 일요일. 지친 몸을 누이고 늘어질
대로 늘어진 남편의 모습이 보여요. 하지만 아내는
동상이몽인 것 같죠? “요즘처럼 좋은 날씨에 집이
웬 말이냐, 가까운 곳에 나들이 나가자” 남편을 채
근해봤지만 남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아요. 뿔이 난
아내는 남편이 깔고 누운 푹신한 잔디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어요. 타의에 의해 휴식을 끝낸 남편
은 궁금해요. ‘이 더운 여름 아내의 에너지는 어디
서 나오는 거지?’ 무한 에너지, 아내의 무기는 다름
아닌 정관장 화애락퀸이었어요.
화애락퀸 화애락퀸은 6년근 홍삼을 기본으로, 갱년기 건
강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백수오, 속단, 당귀 등 다양한 부
원료들을 KGC인삼공사 연구소에서 과학적으로 설계한
복합건강기능식품입니다.
용량 70ml×30포 가격 150,000원
사람풍경-Sunday, 서기환, 장지에 채색, 130.3×162.2cm, 2012
홍삼을 알다 _ 더위에 좋은 홍삼
폭염에지친몸에활력을주는홍삼
여름에도홍삼이좋다
모두에게좋다
글 최광태 박사(경희대학교 한방재료가공학과 교수) 디자인 최연희 일러스트 최익견
더위스트레스해소에탁월한홍삼
어느 계절이든 그 계절다울 때 가장 가치가 있습니다. 겨
울에는 추워야 하고, 여름에는 더워야 하지요. 따스한 햇
볕과 시원한 계곡에 감사하고 행복해할 수 있으니 말입
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계절다워야 하는 이
유는 또 있습니다. 겨울이 춥지 않고, 여름이 덥지 않으
면 그해 농사는 흉년이 들고 맙니다. 그러니 여름은 즐기
기위해서가아니라나라의경제를위해서라도더워야합
니다.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더운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나
라는 기후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이
1.5℃ 상승했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무더위 기간도 길어
졌습니다. 무더위는 심각할 경우 생명을 앗아갈 만큼 우
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또 쉽게 노출되는 스트레
스 요건 가운데 하나이니, 이젠 무더위를 슬기롭게 이겨
낼수있는묘안을찾아야할것같습니다.
우리 몸은 극심한 더위나 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체온, 맥박, 혈류 등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온
도 스트레스에 홍삼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
니까? ‘추위와 더위 스트레스 노출에 대한 홍삼의 방어
작용’이란 연구를 보면 홍삼과 온도 스트레스의 관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의 동물에게
홍삼을 투여할 때 비타민 C 양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
러나 정상 상태 동물이 추위나 더위에 노출될 경우 비타
민 C 양이 급격히 저하되고, 이때 홍삼을 투여하면 비타
민 C 함량이 신속하게 정상화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온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홍삼이 회복을
촉진하는것을나타내고있습니다.
기력이쇠하는여름최고의보양식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 외에도 여름철엔 각별히 몸을 보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 몸은
덥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몸 바깥으로 양기를 배출해 정
작 몸속은 차고 기력이 쇠하게 됩니다. 더위로 인해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것도 기력 고갈의 원인이지요. 또
한 가지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 차이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여름 보양식을 즐겨 먹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삼
계탕입니다. 삼계탕 안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인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더위 먹고 피로
할 때 인삼을 처방합니다. 바깥으로 양기를 배출하고 나
면 몸이 냉해지는데 이럴 때 병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보하고 원기를 보충해주는 데 인
삼만 한 것이 없습니다. 인삼을 쪄서 말려 가공한 홍삼
역시 여름에 섭취하면 더위를 이기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여름철 땀을 비 오듯 쏟는 사람들
이 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체질이 허약해 땀을 흘리는 경우 몸에 기를 보충해주는
것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다
한증을 치료하는 식물 원료로 인삼, 작약, 황기 등을 써
몸의 기운을 북돋움으로써 땀이 줄어들도록 조절했습니
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홍삼 역시 원기 회복을 도와 허약
체질로 인한 땀 배출을 억제해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습
니다. 다만 홍삼을 다한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생각해서
는안됩니다.
부작용없는상약중의상약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인 홍삼은 체질에 관계없이 모두
에게 좋은 상약입니다. 체질과 상황에 따라 효과 시기
와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은 개개인의 타고난 특성
에 따른 것입니다. 홍삼은 예로부터 상약 중의 상약으로
여겨왔습니다. 몸 안에서 항상성을 갖도록 하는 적응소
adaptogen
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홍삼이 적응소로 작
용하는 증거로는 앞서 말한 추위와 더위에 대한 항 스트
레스와 항 피로 효과 면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의료
계에서는 최근 예방과 부작용이 없는 치료를 위해 인삼
과 홍삼을 효과적인 치료 보조제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효능이 다양하기에
서양에서도 인삼과 홍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무
더운 여름, 안전한 상약으로 통하는 홍삼의 적응소 작용
으로건강하게보내시길바랍니다.
본 지면에 게재된 내용의 일부는 KGC인삼공사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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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정관장 홍삼의 특성
엄격히 선별한 6년근 수삼을 깨끗이 세척한 후 증삼, 건조하고 철저한 검사 과정을
거친 우수한 홍삼입니다.
정관장 홍삼 섭취 방법
홍삼의 성분 함량은 추출 온도와 시간에 크게 좌우됩니다. 높은 온도에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달이면 일부 홍삼 성분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85℃에서 24시간 내외로 달
이는 것이 적정합니다. 물의 양은 600 g 기준 10 L 정도가 적당합니다. 정관장 매장
에서는 최적의 조건으로 정성껏 달여 홍삼의 깊은 효능을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여름
철에는 냉장고에 보관해놓고 시원하게 드십시오.
정관장 홍삼 보관상 주의사항
개봉하지 않은 제품은 실온에서 10년간 보관 가능합니다. 개봉된 제품을 고온·다습
한 곳에 두시면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밀봉해 냉장이나 냉동 보관하십시오.
114년전통으로만들고30년홍삼명장이선별한
최고의희소가치를지닌정관장홍삼
국가와시대의인정을받고민족문화를대표하는것이국보의자격이라면정관장홍삼은또하나의국보가될자
격이 충분합니다. 100년 넘는 전통과 최고를 향한 장인 정신이 만든 하늘이 내린 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
랜 시간 정관장이 대한민국 대표 홍삼으로 인정받아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고의 홍삼을 향한 정관장의 신념
은 100% 계약 재배와 6년의 정성으로 귀하게 길러내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인삼을 찌고 익히는 홍삼 가공 과정
은 1℃의 온도, 1분의 시간까지 섬세하고 엄격하게 통제해 그 효능·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관장 홍삼
은 114년 동안 끊임없는 혁신으로 얻어낸 수많은 비법을 통해 사포닌 외 60여 가지가 넘는 유효 성분을 최적화
시킨 결정체입니다. 제대로 키우고 가공된 6년근 홍삼은 다시 한 번 정관장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등급 선별 과
정을 거칩니다.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가진 홍삼 전문가 “홍삼 명장”이 한 뿌리 한 뿌리 직접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만져신중히판단합니다.정관장홍삼은천삼天蔘
,지삼地蔘
,양삼良蔘
등급으로나뉘며,천삼은홍삼전체생산량의
0.5%2012년기준
에불과할정도로희귀한홍삼입니다.
홍삼명장이선별한소수의최고급원물그대로
급이다르고격이다른또하나의국보
정관장홍삼
정리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경옥, 김규한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제품 협조 엘비스 크래프트(02-2234-7475), 이민수 작가, 유세림 작가, 김보경 작가, 김성철 작가, 문평 작가, 김덕호 작가
정관장을 만나다 _ 또 하나의 국보 정관장 홍삼
정관장 홍삼 문의 080.041.0303 / www.kg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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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글 최수정 디자인 오신혜 사진 이명수
정관장아이패스봉사단
봉사활동을위한‘마음’을먼저배우는곳
행복 나눔 _ 아이패스 봉사단
KGC인삼공사 ’심’ 2013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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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심’ 2013 Summer

  • 2. 행복 나눔 _ 아이패스 봉사단 <심>은 자연, 전통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건강한 문화를 담아 미래로 잇는 KGC인삼공사의 매거진입니다. ‘심’은 인삼의 우리 고유어입니다. 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심> 2013년 여름호 (통권74호) 발행인 방형봉 편집인 박정환 발행처 KGC인삼공사 홍보실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416 KT&G타워 15층 1588-2304, www.kgc.co.kr 제작처 (주)디자인하우스 www.design.co.kr DES사업본부 02-2262-7492 본부·편집장 이상윤 책임편집 박혜림 에디터 박동수, 윤연숙, 장선애, 최수정 아트디렉터 계희경 디자이너 윤범식, 최연희, 오신혜 사진 이우경, 김동오, 이경옥, 이명수, 김규한, 이호영 교정·교열 박영혜 제작 이성훈, 민나영 출력 ing Process 인쇄 (주)대한프린테크 02-2635-5991 Contents 02 1208 육감만족 ▶ 오브제 _ 여름, 시원한 풍경을 듣다 사람 _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장소 _ 안나 리사 유리공방 44 26 자연 ▶ 전통 ▶ 깊이 머물다 _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전통예찬 _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명인 _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 정관채 문화 ▶ 건강지킴 _ 뺄셈의 건강학, 디톡스 32 50 정관장&예술 _ 서기환 작가의 사람풍경 48 치유밥상 _ 신영옥 소프라노와 백상준 셰프 그림에세이 _ 심사정의 원추리와 벌 나비꾸밈 _ 왕골로 꾸미는 집 단장 홍삼을 알다 _ 더위에 좋은 홍삼 정관장을 만나다 _ 또 하나의 국보 정관장 홍삼 KGC ▶ 58 6056 16 36 22
  • 4. 六感滿足 한국인의 시각과 청각을 깨우고 살린다聽覺視覺 2오 브 제 _ 여 름 , 시 원 한 풍 경 을 듣 다 글 박혜림 디자인 계희경 사진 이호영
  • 5. 여 름 , 울 울 창 창 청 빛 창 연 한 풍 경 을 듣 다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로 시작되는 하루. 무엇을 보고 들으십니까? 솨솨 욕실에 흐르는 물소리, 위잉 머리카 락 말리는 드라이어 소리, 빵빵 성질 급한 자동차 경적 소리, 덜컹 덜컹 지하철 굉음, “나는 젠틀맨” 상점마 다 틀어놓은 요란한 최신 가요,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각종 안내 방송과 인위적인 기계음. 그리고 잠이 드 는 순간까지 보게 되는 회색빛 도시. 익숙함에 자각하지 못할 뿐 어쩌면 눈과 귀는 괴로워하고 있을지 모르 겠습니다. 이젠 너무 흔해빠진 말이지만, 이 순간 꼭 필요한 단어가 있습니다. ‘힐링’, 새와 벌레 울음소리, 졸 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바람에 스쳐 귓가를 간질이는 나뭇잎 소리, 간간이 들리는 정겨운 워낭 소리. 오색창 연한 자연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은 지친 우리에게 치유를 선물합니다. 우리의 생명에너지가 자연의 파동 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자, 보이시나요? 대나무 잎이 살랑살랑 춤추는 모습이. 들리시나요? 대숲 사이로 노니는 바람의 노래가. 잠자고 있던 감각을 깨워줄 생동하는 자연이 쉬어가라 손짓하는 여름입니다.
  • 6. 풍 경 을 흔 드 는 바 람 의 속 삭 임 댕그르릉, 바람에 풍경이 흔들립니다. 고즈넉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 인적 뜸한 틈을 타 낭랑 하게 울리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요동치던 내 마음이 하릴없이 잔잔해집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봅 니다. 한순간도 같은 소리를 내지 않은 풍경입니다. “댕” 하다가도 “댕그르르” 합니다. 비슷하게 들리지 만, 자세히 들어보면 조금씩 다른 풍경 소리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듣고자 하는 마음과 정성에 따 라 소리 깊이도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오색빛 단청 처마 끝에 매달려 소리의 파장을 일으키는 풍 경은 바람의 흔적입니다. 우물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가 물에 파장을 일으키듯 바람이 흔든 풍경 소리가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킵니다. 살랑살랑 몰래 다녀간 바람의 흔적이 오랜 여운으로 남아 지쳐 있던 마음 을 맑게 해줍니다. 만물이 새 하루를 맞이하기 전 가만히 산사에 올라봅니다. 고요하고도 어슴푸레한 새 벽 풍경을 바라보며 바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니, 나는 바람과 노니는 풍경이 된 듯합니다. 마음이 산만해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바람 부 는 야외로 나가 바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바람 소리가 마음에 안정감과 집중력 을 줄 것입니다. 실제로 바람 소리는 주파수 와 음역대가 넓고, 언어처럼 그 의미가 인식되 지 않아 주의 집중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바 람 소리를 들으며 평소 보고 싶었던 책 한 권 을 골라 읽는다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이 새 겨질 겁니다.
  • 7. 저 기 푸 른 바 다 의 노 랫 소 리 울적한 마음이 들자, 홀연히 바다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끝 모르고 펼쳐진 드넓은 바다에 답답 함을 내려놓으면 시원한 파도가 그 마음을 쓸어가 줄 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 습니다. 무작정 달려간 바다에 가까이 다가서자 파도는 한순간에 나의 근심을 훔쳐가버렸습니다. 솨, 솨. 파도가 쓸어가는 나의 번민들을 보며 문득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에 집중하면, 세상 모든 자질구 레한 일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모래 위에 머무르고 있으면 마음의 질도 좋아진다”는, 야마다 에이미 의 《타이니 스토리》 ‘블랑제리’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에메랄드빛 바다, 찰싹찰싹 부서지는 하얀 파 도, 스쳐가는 파도에 부대끼는 모래. 그 모습과 소리에 집중하고 있자니 일상에 쫓겨 어느새 시들어간 희 망이나 기대, 꿈과 같은 긍정적이 것들이 되살아나 가슴을 부풀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가 나 고 거칠었던 모래가 파도의 노래에 위로 받아 매끈하게 반짝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람들은 바다로 떠난 여행에서 만족감을 얻 는다고 합니다. 시야가 확 트인 데다, 파도 소 리가 알파파를 만들어내 긴장을 풀어주기 때 문이랍니다. 파도 소리의 초음파가 사람의 두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 습니다. 파도 초음파가 환자들의 병 치유에 도 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는데, 바닷가야말로 자 연의 치유력이 최대한 살아 있는 최고의 휴양 지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8. 빛 깔 고 운 새 들 의 아 리 아 언젠가 숲 속에서 며칠 묵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와 난생처음 보는 각양각색 벌레의 존재가 몹시도 괴로웠던 나는 밤마다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그날도 늦은 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낯선 새소리가 나의 온 감각을 번쩍 깨웠습니다. 도시에서 듣던 참새 소리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청량하고 상 큼한 그 음색이 폐부를 찌르는 듯했습니다. 새소리를 찾아 밖으로 나갔지만 아쉽게도 새는 볼 수 없었습 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환청일 거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새소리를 다시 들었습니다. 충북 제 천에 있는 여우숲에서였습니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그곳에는 새집이 걸려 있습니다. 새들의 쉼터입니다. 새집 지붕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저 앙증맞은 파랑새가 그 주인공입니다. 파란 숲 속에서 듣는 새 소리는 영혼의 울림처럼 다가옵니다. 건너편 새에게 안부를 묻는 듯 주거니 받거니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들의 아 리아. 하늘을 날며 여기저기 본 것 많아 할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이 사진을 다시 보고 있자니 아직도 새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여러분은 저 작은 새의 노래가 상상이 되시나요? 새들의 지저귐은 마음을 평화롭게 해줄 뿐 만 아니라 언어 청취 능력까지 향상시킵니 다. 우리의 귀는 일정한 주파수에 익숙해져 있 어 점점 다른 소리를 듣기 힘들어진다고 합 니다. 주로 말할 때 음역은 250~3,000Hz라 고 하는데, 말을 이해하는 핵심 음의 주파수는 500~2,000Hz 사이입니다. 새소리는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다양해 청각을 예민하게 깨워 긍정적 효과를 줍니다.
  • 9. 말 간 빗 님 이 들 려 주 는 자 장 가 빗소리를 좋아하게 된 건 이태준의 《파초》 덕분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다른 화초들은 입을 다문 듯 우 울할 때 파초만은 은은히 빗방울을 퉁기어 주렴 안에 누웠으되 듣는 이의 마음 위에까지 비는 뿌리고도 남는다. 가슴에 비가 뿌리되 옷은 젖지 않는 그 서늘함, 파초를 가꾸는 이 비를 기다림이 여기 있을 것이 다.” 비 내리는 날 파초 잎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을 행복으로 삼던 이태준의 글귀 가 나를 빗소리에 집중하게 한 것입니다. 옛 문인들은 마당에 파초를 심어 여름날 파초 잎에 빗방울 떨어 지는 소리를 즐겼습니다. 불현 듯 나도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파초는 없지만, 빗소리가 주는 정서는 매한가지이니 말입니다. 기우제를 지낸 것도 아닌데 얼마 후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습 니다. 작렬하는 태양을 잠시 쉬게 한 빗님 덕에 몸과 마음에 청량함이 밀려듭니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청아한 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며 만든 빛나는 거품. 가만히 눈을 감고 귀 기울이니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태준의 그것에 닿은 것 같습니다. 자장가 같은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까무룩 잠에 듭니다. 우루루 쾅쾅 천둥 번개가 치지 않는 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난히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훅 가라앉은 습한 기운 탓도 있지만 실제로 빗소리가 숙면에 도움을 준다 고 합니다. 많이 쏟아지든 조금씩 내리든 모든 옥타브에서 동일한 에너지를 내는 빗소리. 이 런 소리를 ‘핑크 노이즈’라고 하는데, 이는 뇌 파를 느리고 안정적으로 유도해 마음을 안정 시키고 걱정을 잊게 도와준다고 합니다.
  • 10. 8六感滿足 한국인의 시각과 청각을 깨우고 살린다聽覺視覺 사 람 _ 자 라 섬 재 즈 페 스 티 벌 총 감 독 인 재 진 글 장선애 디자인 최연희 사진 이우경
  • 11. 초 록 신 사 의 쉼 표 자 라 섬 재 즈 페 스 티 벌 총 감 독 인 재 진 인구 6만이 채 되지 않는 도시 경기도 가평에 23만 4,000여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버려진 섬이었던 가평 자라섬, 여기에서 재즈 페스티벌을 연 지 아홉 번째가 되던 2012년의 일이었다. 야옹이 한 마리 기웃거리지 않던 이곳에서 소박한 지역 축제로 시작한 페스티벌. 날씨 덕을 오죽이나 못 봤으면 ‘비를 먹고 자란 페스티벌’이라고까지 했는데, 그 숱한 사연들이야 자라섬의 여름밤을 총총 수놓는 별만큼 많 았을 것임을, 삼척동자도 짐작하고 남을 일이다. 그 사연들 속에서 소년처럼 웃고 있는 이 사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초록을 닮은 그를 초여름의 태양 아래서 만났다. 자라섬은 텅 비어 있었 지만 자연, 휴식, 가족, 그리고 음악을 필두로 하는 그 축제의 잔상을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 12. 1
  • 13. 여 름 밤 을 총 총 수 놓 는 자 라 섬 의 재 즈 선 율 을 따 라 “헝클어진 삶이 이제야 정리되는 것 같아요.” 어눌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였다. 말에 진심을 담을 줄 아는 사람 같았고, 좋은 사람이 라고 믿고 싶어지는 목소리였다. 초록색 바지를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사람은 그런 목소리로 소년처럼 웃었다. 농부처럼 그을린 얼굴로, 아무렇게나 머리칼을 흩뜨리면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총감독 인재진. 그를 대표하는 이 수식에 꽤 잘 어울리는 생김새 요, 어조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비만 오면 물바다가 되는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 그 촌에서 이유도 없이 웬 재즈 축제를 벌 여보겠다고 뛰어다닌 사람이니 생활이고 인생이고 어찌 헝클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살던 집도 팔고, 사무국 직원들 월급을 무려 18개월이나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으니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엉킨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막막 한 상태의 연속이었다. 모든 일은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었던 게 유일한 삶의 신조였던 청년 인재진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평범한 직장생활은 죽기보다 싫었던 그가 막연히 음악과 관계된 일을 찾아 하기 시작했는데 가요도 클래식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 많길래 재즈를 택했다는, 다소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대면서 스스로 실소를 금치 못하는 사람이었다. “재즈는 그 자체로 훌륭하고, 뛰어난 음악성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지만 여전히 변방, 또는 마이너리티의 음악이기도 해요. 그래도 나는 희소성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고, 나 혼자 블루오션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어요.” 버려진 섬에 무모한 용기를 양분 삼아 재즈 축제를 연 지 올해로 10년. 예산도 방문객도 딱 10배씩 성장하며 안정세를 타는 동안 그 는 서울 생활을 접고 아예 가평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은 더 많은 여가를 원해요. 하지만 여가에 대한 계획이나 경험은 충분치 못하 죠. 우리 삶이 변화하는 것과 맞물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 휴식, 가족, 그리고 음악’ 의 향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가족과 함께 자라섬으로 소풍을 오면 음악이나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꽤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피곤하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아요. 태생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 아니기 도 하고 가끔 내가 일을 하는지 노는지 분간이 안 될 때도 많거든요. 비즈니스와 예술의 그 사이에서 즐기는 감흥들이 늘 감사하죠. 그리고 저는 타고난 성격 자체가 일희일비하지 않아요.” 초여름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그의 말은 낯설지 않은 음률을 타고 묘하게 초 록으로 뒤섞이는 것 같았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이 그의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거부할 수 없었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도 그 는 여전히 소년 같기도 하고 농부 같기도 했는데, 그가 초록색과 잘 어울리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았다. 1 자라섬은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버려진 섬 이었지만 페스티벌이 열린 뒤로는 지역주민 이 즐겨 찾고, 캠핑장은 늘 북적이는 곳으로 화 려하게 변신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이 사람 인재진이다. 2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2013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올 해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평년보다 하루 늘 어난 나흘 동안 자라섬 일대에서 열린다. 3 자 라섬 재즈센터 연습실. 페스티벌 사무국이 있 는 자라섬 재즈센터는 가평군민을 위한 강습 등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 3
  • 14. 언젠가 TV를 통해 유리공예하는 모습을 보곤, 유리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1,000℃가 넘는 열기를 몇 번이고 견디고 견딘 후 조물주가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듯 공예가가 숨길을 불어넣어 완 성되는 유리. 그 뜨거운 열정의 순간들을 지나온 유리가 품어내는 영롱한 빛은 바라보는 이의 마음까지 맑 고 투명하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화려한 색감과 문양이 들어간 작품에만 해당되는 마음이었다. 흔하게 쓰 는 유리 식기나 화병이 특별하다거나 아름답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남양주에 위치한 안나 리사 유리공방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예술처럼 앉아 있는 케이크 스탠드와 양초 홀더, 컵과 와인잔, 화병이 공간을 가득 채운 안나 리사 유리공방은 영롱하고 찬란하지만 단아한 아름다움까지 머금고 있었다. 자연 과 함께 어우러져 생명체처럼 숨 쉬고 있는 유리들이 탄생하는 안나 리사 유리공방을 찾았다. 뜨 거 운 숨 결 로 얻 은 영 롱 한 생 명 안 나 리 사 유 리 공 방 12六感滿足 한국인의 시각과 청각을 깨우고 살린다聽覺視覺 장 소 _ 안 나 리 사 유 리 공 방 글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우경
  • 15.
  • 16. 은 아닐 것이다. 뜨거운 유리를 묻힌 긴 봉을 들고 마치 행위예술을 하듯 작업하는 안나 리사의 몸짓 덕 분인지 공방 중심에 놓인 원목 덱이 그녀를 위한 무대 같아 보인다. 나무 위로 뜨거운 유리 찌꺼기가 떨 어지며 내는 하얀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도 안나 리사가 펼치는 공연의 한 요소 같다. “유리는 정말 매력 적인 소재예요. 모래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되었다가 다시 단단한 고체가 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무엇 보다 함부로 다루면 쉽게 깨진다는 속성이 정말 매력적이죠. 용해할 때 약간의 불순물이나 기포가 혼입 되면 그 투명성을 잃고 마는 고귀한 성질 또한 좋아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유리공예에 빠지게 된 것 같아 요.” 유리공방에 있는 모든 생활 도구는 당연히 모두 유리다. 손님을 대접하는 찻잔부터, 곳곳에 자리한 화병까지. 누군가에게 보여줘야겠다거나 수익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든 적은 없다고 했다. 단지 정원에 심어놓은 꽃이 만발하면 그 꽃을 꽂아둘 화병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담아줄 케이크 접시가 필요하면 그때그때 만들어서 사용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들이 공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정원에 숨 쉬고 있는 작은 꽃들처럼. 자연을 담은 오색찬란한 색감과 챙챙 유리 부딪히는 소리, 살아 있 는 아름다운 식물과 행복한 가족이 만들어내는 오라 때문인지 그녀의 유리공방을 찾는 발길이 점점 늘어 나고 있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그것 또한 삶의 일부라 생각하며 작품을 소개하고, 때로는 판매하기도 한 다. 안나 리사 유리공방 작품들은 아주 화려하거나 섬세하지 않다. 다만 단아하고 정갈할 뿐이다. 그녀 와 그녀의 공방처럼. 꼭 한번 이곳을 방문하고 싶지만, 남양주까지 가는 길이 멀어 고민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한 번쯤 자랑하고 사람들과 작품으로 소통해봐야겠다는 마음에 내년쯤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를 닮은 안나 리사 유리숍도 연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겠다. 자연 속에서 조바심 없이 살아가는 안나 리사 가족 과 꼭 닮은 안나 리사 유리공방. 2층짜리 컨테이너 하우스는 남편 홍성환 씨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 다. 공방과 생활 공간의 구분이 특별히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곳에는 그들만의 규칙과 질서가 있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더 아름답다.
  • 17. 그 맑고 상쾌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뜨거운 용광 로의 열기를 견뎌내야 하는 유리에 조물주처럼 생명 을 불어넣는 안나 리사. 1,000℃가 넘는 용광로라도 안나 리사의 열정의 온도만은 못할 것 같다. 나란히 줄을 잇고 앉아 있는 안나 리사의 작품들은 그녀로 부터 생기를 받아 숨을 쉬고 있다. 냉동실에서 막 꺼 낸 얼음과자처럼 투명한 질감의 유리 화기가 습하고 무더운 여름 공기에 청량감을 불어넣는다. 안 나 리 사 유 리 공 방 의 모 든 것 은 살 아 숨 쉬 고 있 다 얼음처럼 차갑고,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솔직하고, 지나치게 반짝여도 그 모든 속성이 기분 좋게 다가오 는 계절이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여름이 되면 유리는 더욱 사랑받는 것이겠지. 자연의 색감을 모두 담 아 영롱하게 빛나는 유리의 매력을 만나기 위해 안나 리사 유리공방으로 향한 날, 날씨는 종잡을 수 없었 다.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다가도 이내 먹구름이 몰려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수선한 날이었다. 이런 궂은 날 이방인의 방문이 반가울 리 만무했다. 실내에 들어 앉아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작업에 열중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을 일이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안고 공방으로 향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듯 빗속을 뚫고 당도한 이방인을 어린아이처럼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안나 리사. 안나 리사 유리공방의 첫 인상은 그녀의 밝은 미소만큼이나 단아하고 친절한 곳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안나 리사 유리공방은 영국과 프랑스, 체코와 핀란드 등을 넘나들며 실력을 인 정받은 유리 작가 홍성환과 그의 아내 안나 리사의 작업실이자 전시 공간이다.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이 사와 인사동에 자리 잡았지만, 이내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남양주 끝자락 시골 마을에 새 롭게 둥지를 튼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 그 짧은 시간 동안 안나 리사 유리공방은 그림엽서 속 한 장면처 럼 아름답게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한바탕 내리던 빗방울이 잦아들고 더욱 강렬해진 풀 향기와 촉촉하 게 물기를 머금은 나무가 늘어선 울타리를 따라 대문을 들어서면 소박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마당 가득 펼쳐진다. 울타리 속 살아 있는 모든 식물은 그녀의 작품이라 했다. 핀란드 여성인 그녀에게 정원을 가꾸 는 일은 일부러 노력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다. 삶이고, 생활이다. 안나 리사 유리공방이 다른 유리공방 과 다르다 느낀 것은 살아 생동하는 것들과 함께한다는 것. 꽃밭 옆으로 하얀 컨테이너 건물이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안나 리사 유리공방이다. 2층짜리 건물 한쪽은 안나 리사 부부와 두 딸 사가와 사라가 알콩 달콩 살아가는 생활 공간이고, 또 한쪽은 두 사람이 매일 땀을 흘리며 각자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 는 공방이다.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방으로 들어서자 마침 안나 리사가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한낮의 열기가 30℃를 육박하는 후덥지근한 날, 1,000℃가 넘는 용광로 앞에서 작업하는 일은 쉬운 일 이 아닐 터였다. 그럼에도 작품을 대하는 그녀의 눈빛이 용광로 속보다 뜨겁다고 느낀 것은 나만의 착각
  • 18. 깊이 머물다 _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그길을걸었네,느릿느릿 다랭이논소처럼 글 강은미 디자인 오신혜 사진 이호영,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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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남해 죽방렴 다랭이마을과 가까운 남해 볼거리 중 하나인 죽방렴.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길목에 참나무 말뚝을 박고 대 나무발로 V자 형태의 그물을 쳐 놓으면 밀물 때 고기 들이 들어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한다. 통 안 에 갇힌 고기를 뜰채로 건져내는 단순한 원시어업형 태로, 남해안 창선면 일대에 아직 남아 있다. 자연과사람이어우러져만든절경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아름답다 말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만, 이 표현은 언제나 충분 하지 않은 것만 같다. ‘아름답다’는 한 마디만으론 못내 아쉬운 풍경이 있는 것이다. 어떤 풍경 은 마냥 유쾌함을 선사하고, 어떤 풍경은 경이로워 말을 잊게 하며, 어떤 풍경은 들숨보다 날 숨을 깊게 한다. 굽이굽이 비탈을 돌아 다랭이마을에 당도한 순간의 내 표정은 뭔가 좀 기묘 했을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어여쁜 풍경이 속살을 드러낸 순간 거침없이 ‘와!’ 하고 탄성을 질 렀으나 이내 마음은 이상하게 일렁거렸다. 왜일까? 다랭이마을의 풍경은 한눈에 봐도 아름답 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앞에 우뚝 솟은 듯한 마을. 파도가 남실대는 해안가 위로 층층이 자리 한, 부드럽게 물결치는 곡선 형태의 논들. 올망졸망 작은 집들은 한눈에 쏙 들어오게 조밀하 고 어여뻤지만, 그게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다랭이마을은 경 상남도 남해군 가천면 바닷가에 면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남해에서도 가장 남쪽에 자리 잡 은 이 마을을 처음 본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 없이 이렇게 중얼거리기 마련이다. ”어떻게 여기 다 농사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해안가로 눈을 돌리자 이유를 알 것 같다. 바다가 바로 앞이 지만 배를 댈 만한 곳이 없다. 파도와 바람도 거세다. 그러니 어업보다는 그나마 농업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여기에라도 머물 수밖에 없던 사람들. 한 뼘이라도 더 농토를 넓히려고 억척스럽게 땅을 일군 이 땅의 오랜 사람들. 앞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 팠던 이유는 이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는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들의 억센 손 길과가쁜숨결이자릿자릿배어있기때문이리라. 골목을돌때마다걸음이느려졌다 가천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마을은 차를 타려 야탈수없는작은길들로이루어져있다.그래도마을입구까지는잘포장된해안도로를편안 하게 달려왔다. 이곳은 사실 오랫동안 오지(奧地)였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차가 드나 들기힘든외진마을이어서주민들조차도생활하기편치않았다.그러다여행자들로부터마을 의 빼어난 풍경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고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지금은 마을을 찾는 사람 이부쩍늘었다.마을은갈림길곳곳에표지판을세우고민박집을조성하는등안내를잘해놓 고있지만길자체에손을대지는않았다.아직도마을에하나뿐인‘가천상회’미닫이문을열었 더니“어서오시다”라며반기는소리가들린다.처음들어본남해방언이귀에착감긴다. 구불구불한 길을 두서없이 걷기 시작했다. 옛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땔감과 곡식을 나르던 ‘다 랭이 지겟길’은 마을의 숨은 비경을 감상하기 좋은 코스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길로 들 어서면 야트막한 돌담길이 정겹다. 어느 골목에선 수령이 족히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울울창 창한 나무를 만나는가 하면, 어느 골목에선 바닥에 넙죽 붙어 죽은 척하고 있는 개구리를 만 나기도 했다. 다랭이마을엔 아직도 개울에 참게가 살고 얼레지나 용담, 가마우지가 서식한다. 아직도 밥무덤을 만들어 놓고 풍농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를 올리는 풍습이 남아있다. 아 직도 농사를 짓는 데 소와 쟁기가 필수이다. 이제 우리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아직도’라고 말 하게 된, 우리의 전통 문화와 풍속 그리고 자연이 오롯이 남은 곳, 다랭이마을. ‘아직도’를 곳곳 에서맞닥뜨리느라골목을돌때마다걸음이자꾸만늦어졌다. 18
  • 21. 1 다랭이마을에는 60여 가구가 산다. 지붕마다 지역 특산물인 유자와 마늘이 알록달록 그려져 있다. 2 경사가 가파르고 논두렁이 좁은 다랭이논에는 농기계보다는 지게가 수월하다. 3 남해 마늘종은 따뜻 한 기온과 해풍 덕에 다른 지역의 마늘종보다 향이 뛰어나고 맛이 좋아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다. 1 2 3 19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22. 1 마을 골목마다 정교하고 멋스러운 벽화가 눈길을 끈다. 다랭이마을에서 소는 고맙고 귀한 일꾼이자 한 식구이다. 2 호구산 중턱에 자리 잡은 용문사는 남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사찰이다. 숲이 울창하 고 계곡이 시원해 여름에 찾으면 더없이 좋다. 3 남해의 색은 초록. 특히 여름이면 눈길 닿는 모든 것이 초록으로 물든다. 1 2 3 20
  • 23. 뒷걸음질치다소가구른다는그다랭이논 마을을 온통 물들이고 있는 연두와 초록 무더기 틈에 진분홍색 점 하나가 아련하게 움직인 다. 진달래가 터져 바람에 흔들거리나? 가까이 가보니 진분홍 블라우스를 입은 할머니가 마 늘종 무더기를 들고 천천히 걷고 있다. 한 줄기 얻어서 오득, 씹어본다. 알싸하고 맵고 달다. 그 러고 보니 골목 어귀마다 마늘종이 쌓여 있었다. 그렇다. 다랭이마을은 지금 마늘종 수확이 한창이다. 논으로 나가보았다. 나가본대 봤자 걷고 있던 마을 길에서 몇 걸음만 내려가면 곧바 로 농지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 보았던 계단식 논은 물결치듯 아름다웠고 절벽이라 위 풍당당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국가 명승지로 꼽히기도 한 다랭이논. 하나하나 참으로 작고 소박해서 ‘귀엽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작은 건 10㎡에 불과하고 커 봤자 100㎡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직접 내려가 보니 논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설흘산(481.7m)이 바다로 내리지르는 45도 절벽에 석축을 쌓아 일군 다랭이논. 이 계단식 논 은 무려 108층에 이른다. 그러니 보기에만 앙증맞지 아슬아슬한 절벽인 것이다. 쟁기질하던 소가 뒷걸음질치다 굴러떨어지기도 한다는 옛말이 새삼 떠올랐다. 논두렁 아닌 논두렁을 게 걸음으로 조심조심 걷자, 잠깐 허리를 펴고 바다를 바라보고 섰던 한 할머니가 조심하라는 듯 손바닥을허공에대고다독거렸다. 우리가지켜야할토박이오지마을의정취 “논이꽤넓은데왜작업을혼자하고계세요?” “사람이업신께내혼자해야쟤.” 마늘종 삼킨 것처럼 가슴이 알싸해진다. 과연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 농부는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를나누는중에도나이든농부의손은쉬지않고마늘종을뽑고있다.마늘수확을마 치면 다음 차례는 벼다. 논을 갈아엎고 모를 심는 것이다. 모내기 직후, 촉촉하게 물을 머금은 다랭이논 풍경은 일 년 중 가장 사랑받는 풍경이기도 하다. 현재 다랭이마을에는 60여 가구 가 벼와 마늘 농사를 짓고 사는데, 마을 인구의 90% 이상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들이 다. 그러다 보니 밥때가 되면 앉은 자리에서 밥을 차려 같이 먹는 게 당연할 정도로 인정이 살 아있는 마을이다. 발돋움만 하면 세간까지 보일 작은 마당을 여행자들이 빤히 들여다보아도 싫은내색이없고,카메라앞에서도그저순박하고자연스럽다.마을로올라와명물이라는한 식당에 들어섰다. 남해 특산물인 유자잎을 빚어 만든 막걸리와 두툼한 부추전을 앞에 두고 마을과 그 아래 다랭이논을 내려다보았다. 일몰이 가까워졌는데도 마늘종을 뽑는 둥근 뒷모 습들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 마을 한쪽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시뻘건 흙 색깔 이 어쩐지 아찔했다. 오랜 시간 자연과 어우러져 묵묵히 그리고 강인하게 살아냈듯, 다랭이마 을 사람들은 새로 유입되는 문화나 환경의 변화와도 잘 어우러질 것이다. 다만 이 오지마을이 ‘아직도’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과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오랜 전통이 쉬이 파괴되지 않기만 을, 그것들을 계속 지켜내길 간절히 바라며,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마늘잎들을 오래오래 내려다보았다. 독일마을 다랭이마을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독일 마을. 1960~70년대 간호사와 광부로서 독일로 건너 갔던 교포들이 고국에서 조용히 노년을 보낼 수 있 도록 마련한 터전. 붉은 지붕과 하얀 벽이 아름다운 서른네 채의 집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 남해 여 행의 한 코스로 자리 잡았다. 21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24. 명인 _ 중요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정관채 구술 정리 윤연숙 디자인 최연희 사진 김동오 천에물들인하늘의색 짙푸른쪽빛무명천을사랑합니다 서양에서 푸른색은 그 차갑고 고요한 느낌 때문에 슬픔과 우울함을 대변하지만, 동양에서 푸 른색은 희망과 발전을 상징합니다. 만물이 푸른 봄철, 인생의 꽃 같은 시절을 ‘청춘靑春 ’이라 하 고, 이 청춘들은 ‘청운靑雲 ’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요. 제가 그러했던 시절, 푸른빛 품은 작디작은 씨앗 하나가 저에게 왔습니다. 그건 바로 목포대학교 미대 1학년 때, 염색을 가 르치시던 박복규 교수님께서 건네주신 쪽 씨입니다. 시절인연時節因緣 이라 했나요? 사람과의 인 연뿐만 아니라 물건, 심지어 깨달음과 만남에도 제때가 있기 마련인 것인데, 그렇게 제 손에 들어온 쪽 씨 하나가 시나브로 저를 쪽 염색장의 길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쪽빛은 자연에서 바로 가져올 수 없는 귀한 색이에요. 녹색 풀에서 쪽빛을 깨워내는 일은 긴 시간과 큰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 숙련된 경험이 보태져야 온전한 결과를 낼 수 있으니 여간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 아니죠. 이런 연유가 있는 데다 근대화 이후 쉽게 색을 표현해내는 화학 염색이 도입되기 까지 했으니, 쪽빛을 내는 전통 염색은 그 맥을 잇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름답고 고귀한 색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제가 지켜야 겠다고생각했죠.때로강한의지는곧숙명이되는것도같습니다. 쪽빛하면어렸을적쪼그려앉아아궁이에불을때던어머니의청색치마가아련합니다.매일 밤 포근한 잠자리가 되어주던 목화솜 이불 홑청도 쪽빛이었고요. 예로부터 나주 영산강변에 는 비단처럼 고운 무명천이 많이 생산되었다는데 그게 바로 오늘까지 유명한 샛골나이입니다. 좋은옷감이만들어지니그천에물들이는천연염색문화가발달할수밖에없었겠지요.쪽빛 처럼 진한 추억은 저를 쪽 염색의 길로 인도한 마중물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처음 부터순탄하기만하진않았지요.쪽염색의기본인쪽농사에성공한것이대학을졸업할무렵 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이것도 젊은 시절 쪽 농사를 짓고 쪽물 들이며 살아온 부모님 경험이 없 었다면 더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처음 쪽 농사에 성공한 후 쪽빛으로 물들인 무명천을 들고 박복규 교수님과 그 은사이자 최초로 쪽 씨를 건넨 민속학자 故 예용해 선생을 만나뵈러 서울로 달려간 일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예용해 선생의 찬사는 오늘 일처럼 잊히 지않습니다.“쪽빛이바로이런색이로구나!” 1 연한 옥색부터 하늘색, 파란색, 암청색, 짙푸른 현색 까지 쪽물로 표현할 수 있는 색은 다양하다. 2 염료 를 얻는 일련의 과정은 한여름에만 가능하고 때를 맞 추는 게 관건이다. 수많은 과정 중 한 과정이라도 때 를 놓치면 제대로 쪽빛을 낼 수 없음은 물론이다. 1 22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2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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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 푸른빛깔은삼복더위속에서더곱게핀답니다 염색장의 여름은 녹록지 않습니다. 삼복더위에 염료를 추출해야 가장 질 좋은 염료를 얻을 수 있으니 남들 그늘에 누워 쉴 때 더 공들여 일해야 하거든요. 쪽 염료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 다. 먼저 꽃이 피기 전 쪽을 수확해 항아리에 넣고 미지근한 물에 이틀 정도 담가 쪽물을 우려 냅니다. 여기에 굴이나 조개껍데기를 구워 만든 석회가루를 넣고 오랫동안 고무래질을 해주 면 처음에는 쑥색을 내다가 점차 노랑, 회색, 보라, 청록, 파랑을 거쳐 마침내 쪽빛 특유의 남 색 거품이 일며 쪽물이 완성됩니다. 쪽물과 석회, 공기가 만나 오묘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죠. 이 쪽물을 침전시켜 윗물을 따라내고 가라앉은 침전물의 물기를 빼 색소 ‘니람泥藍 ’을 얻 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콩대나 쪽대를 태워 만든 잿물을 넣어 한 달 동안 가끔씩 저어주 며 발효시키면 비로소 쪽물 염료가 완성되는데, 이게 끝은 아닙니다. 천을 물들이는 일은 아 직 시작도 안 했으니까요. 무명천이랑 모시, 마 등 천연 원단을 쪽물에 넣었다 꺼내 맑은 물 에 헹궈 햇볕에 말리고, 말렸다가 다시 쪽물에 넣는 과정을 반복하면 쪽빛의 농담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줄에 널려 펄럭이는 천들을 넋 놓고 바라보노라면 쪽빛이 어디서 왔는지 저절로 생각이 납니다. 바로 햇빛과 바람에 묻어 내려온 하늘의 색일 터. 인간의 시신경을 자극하는 합성색이나화학색은절대품을수없는서정적인아름다움이깊이밴색이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손을 씻어도 손톱에 든 검은 물이 빠지지 않게 되었을 무렵, 저는 중요무형문화재 115 호 염색장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민망한 자랑 같지만 당시 나이 43세, 최연소라 는 타이틀도 함께였어요. 처음 쪽 씨를 받았을 때 쪽 염색을 잇는 것이 내가 태어난 고장에 살 면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을 뿐, 여기까지 이렇게 오게 될 줄은 정 말 몰랐습니다. 오로지 뜻이 있었기에 발걸음을 뗄 수 있었고,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 다. 제가 옛일을 하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저는 엄연히 현재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일로 현재 문화와 소통하고 있고, 그렇게 35년 경험을 숨김없이 아낌없이 전수하는 일을 무엇 보다 기쁘게 여깁니다. 평소 흔히 들을 수 있는 사자성어 청출어람은 본래 ‘푸른색은 쪽藍 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라는 의미인 걸 다들 아시지요? 저의 소명은 그 쪽빛의 가치를 더 너른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알도록 꾸준히 일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쪽빛의 아름다움 과 그 안에 깊이 밴 고운 정서가 사람들 사이에 문화로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쪽물 들이는사람,정관채입니다. 저는짙푸른쪽빛무명천을사랑합니다. 1 정관채 선생의 전수관에 전시되어 있는 쪽염색 작 품들. 부인 인 이희자 선생의 규방공예가 더해져 아 름다운 조각보 액자와 은은한 정취의 매화꽃으로 태 어났다. 2 목화솜에서 실을 뽑아 무명천을 만든다. 정관채 선생의 고향이자 터전인 나주는 천연 염색과 무명천(샛골나이)이 유명한 고장이다. 3 전수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편에 자리한 수많은 항아리들 속 에는 고운 쪽빛 염료가 발효되며 세월을 삭히고 있다. 정성으로 쪽빛의 아름다움을 이으며 정착이 아닌 늘 새로움과 소통하는 정관채 선생. 우리의 아름답 고 건강한 문화를 짓는 장인의 숨결이 앞으로도 계 속되길, 정관채 선생님이 항상 건강하시길 KGC인 삼공사가 간절히 응원합니다. KGC인삼공사에서 염색장 정관채 선생님께 정관장 홍천웅을 드립니다 1 2 3 25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28. 전통예찬 _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
  • 30. The “experiment” of life in Korea Asthelastdropsofthemorningdewvanishunderthesun,Simone Carena stretches out under the warm light, enjoying a coffee with his wife on the wooden porch of their house. Their two lovely sons, Forte and Felice, play joyfully in the courtyard. There is a deepsenseofcalmandpeacehereinthisHanok,framed,asifina picture,bythebeautifullandscapeofSamcheong-dong. Carena moved to Korea in 2001, settling in Samcheong-dong after his marriage to fashion designer Shin Ji-hye. He is the founderandpresidentofthearchitecturalfirmMotoelasticointhe Gwangjang Market in Jongno, and a lecturer at Hongik University’ s International Design School for Advanced Studies. When he arrived in Korea in 2001, the country was a mystery to him, and he approached his life here as a kind of experiment. Everything fascinated him and out of this fascination sprang the idea to level a lot on a hill in Samcheong-dong and build a Hanok(traditional Koreanhouse)onit. “The first time I dropped by Korea was on my way back home after a visit to Japan on business. It was a refreshing experience. WesternersarequitefamiliarwithJapaneseculture,butnotKorean culture.ItwaslikeanexperimenttometocometoKoreaandstart mylifeinmyHanok,”hesaid. 한국적인삶을모험하는이탤리언 나란히 누운 기와들이 아침 햇빛에 몸을 내어 말리고 있다. 처마 위 로 햇살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 시모네 교수가 기지개를 켠다. 귀여운 두 아들 포르테와 페리체에게는 너른 마당이, 부부에게는 로맨틱한 테라스가 되어주는 나무 마루에 앉아 삼청동 풍경에 기대어 커피 한 잔마시고나면,가슴팍으로따끈한행복이차오른다.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시모네 교수는 2001년 한국으로 건너온 후 의 상디자이너인 아내 신지혜 씨를 만나 이곳 삼청동에 예쁜 가정을 꾸 렸다. 한국에서의 삶을 결심한 후 종로 광장시장에 건축스튜디오 ‘모 토엘라스티코’를 차렸고,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2001년, 한국은 그에게 신비의 공간이었고, 한국에서의 생활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개척되지 않은 원시림을 탐험하듯 한국 을 알아가는 일은 색다른 쾌감을 안겨주었다. 현대적인 세련됨을 벗 어나 낡고 뭉툭한 삼청동 언덕에 터를 닦는 일도, 그 터를 새롭게 다 지고변화시키는일도모두짜릿한기쁨이었다. “업무 차 일본에 갔다가 한국에 들렀는데, 신선했습니다. 일본 문화 는 서구에 많이 알려졌지만, 한국은 자세히 알 길이 없었죠. 그렇게 모험하는기분으로한국,그리고한옥에서삶을꾸리게됐습니다.” 1 28
  • 31. Blending tradition with modernity Many aspects of traditional Korean culture captured Carena’s attention, like the dynamic energy and myriad colors of hanbok (traditional Korean clothing), and the straight, yet supple lines of pillars and eaves. But perhaps most striking to him, and regrettable,washowtraditioninKoreaseemedsoseparatefrom the modern lives of Koreans; it was considered something for tourism,decorationandmemory,butnotfordaily,modernlife. “I can definitely feel that Korea is now making an effort to keep tradition alive, but tradition and modernity still remain separated. It seems to me that Korea focuses on keeping tradition intact by drawing a rigid line between tradition and modernity. As a result, tradition is viewed as something inconvenient and unfamiliar. From my point of view, Hanok should incorporate modern lifestyles. Tradition can blend with modernity seamlessly when tradition becomes a respectable, everydayexperience,”Carenasays. For Carena, an understanding of the value of tradition is an essentialprerequisiteforthemergingoftraditionandmodernity. And such an understanding should include both the external and internal value tradition carries. Carena singles out Korea’s “extended family system” as one of the most important values 현대와동행하는전통이되길 다이내믹. 그의 시선에 사로잡힌 한국의 전통은 다이내믹한 에너지 를 지닌 피사체였다. 한복을 장식하는 무수한 색, 기둥과 처마를 넘 나드는 직설적이면서도 유연한 선의 흐름. 하지만 이 다이내믹하고 아 름다운 전통의 멋은 현대의 공간에 어우러지지 못한 채 한 걸음 떨어 져있었다.전통은생활이아닌,관광이고장식이며추억일뿐이었다. “최근 전통을 가까이하려는 노력은 분명하지만, 전통과 현대는 여전 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전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너무 옛 모습 그대로 만 고수하려는 듯해요. 현대적인 것과 전통을 너무 구분하려는 의지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전통은 불편한 것이 되고, 거리감이 생기죠. 건축가 입장에서 볼 때 한옥 역시 현대의 생활 방식에 맞춰 변화돼야 합니다. 전통 자체는 존중하되 삶의 변화에 조금씩 맞춰갈 때,전통이현대속에온전히스며들수있습니다.” 또 전통과 현대가 완전하게 융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통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전통의 예스러운 모양새만을 따오는 것이 아니라, 그 예스러운 모양새 안에 담긴 정서도 함께 이해해야 하는 것. 특히 시모 네 교수는 전통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에너지로 기와지 붕처럼첩첩이마음을기댄‘대가족’의정서를손꼽는다. 1 지하 작업 공간. 직접 그린 미술 작품이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 처마 사이를 잇는 배수통에 ‘빗물을 마시는 악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3 시모네 교수의 아버지가 직접 그려준 담벼락의 박새. 4 페리체와 포르테를 위한 공간. 5 작업실로 이어지는 연둣빛 통로. 숲 속으로 들어서는 듯하다. 1 The basement studio. Carena’s paintings create an elegant atmosphere. 2 Carena calls the gutter that connects the eaves “a rainwater- drinking alligator.” 3 Chickadees painted on the wall by Carena’s father. 4 A unique space for his sons, Felice and Forte. 5 The green pathway to his studio reminds one of a trail in the woods. 2 54 3 29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32. thatmakeupitstraditions. “We now make every effort to keep ourselves healthy through exercise and diet, but a healthy body comes from within. Traditions, such as the emotional bonding that members of an extended family have toward one another, can promote emotional health. People now are obsessed with materials, such as, say, expensive watches and cars, rather than family as a source of one’s happiness. People who grew up with care in a traditional family atmosphere learn to develop a more expansive viewoftheworld.” Carena believes that an understanding of the emotional value of tradition combined with efforts to incorporate it with modernity will help to turn traditional Korean culture into a global phenomenon. He adds, “The Korean language, Korean foodandK-Poparespreadingrapidlythroughouttheworldover the Internet. To keep traditional Korean culture alive we need to learntorespectit,first.” The wooden floor of Hanok, mulgimchi(Korean water gimchi) anddoenjangjjigae(traditionalKoreanstewmadewithfermented soybean paste and vegetables) are just a few of Korea’s many traditions Carena says he loves and wants the world to love right alongwithhim. “현대인은 건강을 위해 운동, 다이어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 만, 신체의 건강은 정서의 건강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알아야 해요. 전통을 통해 정서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 대가족 안에 서 누렸던 그 따뜻한 유대감처럼 말이죠. 지금은 가족이라는 본질적 인 행복보다 자동차, 시계 등 물질적인 것만을 계획하고 집착합니다. 서로 생각하고 의지하던 전통의 가족적 분위기 속에서는 크게 널리 보는안목이생기죠.현대인에게필요한정서입니다.” 전통의 정서를 이해하고 현대의 변화에 이를 접목하는 것, 그러한 연 구와 노력이 마침내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 음을시모네교수는또한확신한다. “한국어, 한식, 그리고 K-POP까지 한국은 이미 인터넷이라는 급류 를 따라 세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문화의 품위를 지키고 장 기적으로 관리할 때 꾸준히 인정받게 될 겁니다. 한국적인 것은 세계 적으로사랑받고인정받을만한충분한가치를지니고있으니까요” 그가 한국을 만난 후, 한옥 마루에 몸을 뉘고 물김치와 된장찌개에 마음을 빼앗겼듯, 오늘 세상도 한국에 그리 반해가고 있을 터. 첫사 랑을마주하듯기와언덕을가만히바라보던시모네교수가처마처럼 빙그레미소를짓는다. 1 작은 숲에서 달팽이를 찾는 페리체. 2 아빠의 빨간 듀카티 오토바이에 앉은 귀염둥이 포르테. 3, 4 페리체와 포르테에게 나무 침실은 쉼터인가 하면, 장난감과 어우러질 수 있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5 잿빛 처마 풍경에 기대어 하루의 시작과 끝을 속삭인다. 부부의 사랑은 나란히 뻗은 나뭇결처럼 한결같다. 1 Felice looking for a snail in the courtyard. 2 Forte sitting on his father’s red Ducati. 3, 4 Felice and Forte’s wood-based bedroom serves as a relaxing space for the boys as well as the ultimate playground full of toys. 5 Carena and his wife admiring the eaves of the house. 1 2 3 4 30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33. 5
  • 34. 뺄셈의건강학 비울수록건강해진다,디톡스 글 이금숙 기자(헬스조선) 도움말 윤지연 교수(차움 디톡스슬리밍센터)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우경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건강지킴 _ 뺄셈의 건강학, 디톡스
  • 35. 디톡스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디톡스란 ‘해독detoxification ’이란 단어를 줄인 것으로 몸에 쌓인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건강법을 말한다. 디톡스는 단식을 통해 장기의 휴 식을 취하는 방법, 독소를 배출시키는 식품을 섭취하는 방법, 땀을 내 운동이나 목욕을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최근에는 ‘마음 디톡스’의 개념도 등장했다. 마음의 여유 없이 바 쁜현대인에게명상등을통해마음의독소인스트레스를없애는것이다. 디톡스란무엇인가? 독소는 의학적으로 ‘내독소’ ‘활성산소’의 개념이다. 내독소는 장 속의 죽은 균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헐거워진 장 점막을 뚫고 들어가 알레르기·만성피로·자가면역질환 등을 유발한다. 활성산소는 세포가 에너지 대사를 하는데 만들어지는 노폐물로 세포와 조직 을 파괴하고 체내 염증을 만들어낸다. 내독소와 활성산소 등은 온몸을 돌아다니며 온 갖 질병을 유발한다. 또 오염된 공기나 식품을 통해 들어온 중금속, 방부제 등은 간·신 장 등 인체 곳곳에 축적된다. 이들이 쌓이면 피로·소화불량·불면증 등 각종 신체 증상 이 나타난다. 독소를 줄이거나 없애는 디톡스를 하면 이런 증상 해결과 함께 각종 질병 예방효과도기대할수있다. 디톡스가필요할까? 디톡스는 주로 중장년층에게 권장한다. 나이가 들면서 체내 독소량은 점점 많아지지만, 해독능력은떨어지기때문이다.독소가있으면다음과같은증상이나타난다. 피로를 잘 느낀다,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감기에 잘 걸린다, 휴일엔 집에서 잠만 잔 다, 다이어트 효과가 적다, 술을 자주 마신다, 머리카락이 거칠다, 두통이 심하다, 집중 이 어렵다, 신경질적이다, 피부가 매우 건조하다, 피부에 기름이 많이 낀다, 가래가 많다, 입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찬다, 변비가 심하다, 변에 소화되지 않 은 물질이 섞여 있다, 소변색이 짙고 냄새가 난다, 어깨가 결린다, 손발이 차다, 손톱이 갈라진다, 허리가 시리고 아프다, 관절 통증이 있다, 성생활이 어렵다, 생리통이 심하다. 이같은증상이5개보다많으면디톡스가필요한시점! 몸에좋은디톡스 신체에 쌓인 독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식과 독소를 배출시키는 식 품을먹는것이다.운동과목욕을통해독소를줄이는방법도좋다. 세포를 쉬게 하는 단식 디톡스를 위해서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한 달에 한두 번 단식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식을 하면 소화·분해·흡수 기능을 담당한 장기도 휴 식을 취할 수 있다. 쉬는 동안 장기의 손상된 점막이 재생되고 떨어진 기능도 되살아난 디톡스에 좋은 레몬의 효능 서양의 디톡스 프로그램에서는 레몬즙 넣은 물과 장을 자극해 배설을 돕는 각종 허브티를 권한다. 이처럼 디톡스에 레몬이 빠 지지 않는 이유는 레몬에는 효소가 풍부하기 때문. 효소는 우 리 몸의 세포, 혈액 속에서 생체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단백 질 조각을 말한다. 크기는 1억분의 1m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소 화·흡수, 노폐물 배출, 해독, 살균 작용 등 우리 몸 안에서 일어 나는 생화학 반응에 촉매작용을 한다. 또 레몬에는 유기산이 풍 부한데, 유기산은 피로할 때 몸에 쌓이는 젖산을 분해하고 쉽게 에너지원으로 전환돼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 밖에 레몬에 는 세포의 노화를 막는 비타민 C, 플라보노이드 등이 풍부하다. 33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36. 다.특히위,대장,췌장등소화기관이건강해진다.세포역시대사가줄어활성산소 가 감소하고, 일을 안 하면서 기능이 좋아진다. 음식이 안 들어오면 ‘세포 공장’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 활동을 하지 않아 대사 과정의 부산물인 활성산소도 만들어 내지않는다.혈액속에활성산소,내독소가줄면서혈액이깨끗해지는해독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체가 전반적으로 모두 좋아지지만, 환경오염 등 외부로부터 공격을 가장많이받는피부,코·눈·입점막등이눈에띄게좋아진다. 독소 배출에 도움이 되는 식품 참깨 참깨 속 세사민 성분은 체내의 활성산소 증가를 막아주고, 세사미놀 배당체는 혈중의 콜레스테롤 축적을 억제한다. 하루에 밥숟가 락 하나만큼의 깨를 볶아서 먹으면 좋다. 깨는 조리한 상태에서 공기에 노출되면 산 화물로 변하기 때문에 볶자마자 밀폐 용기에 담아야 한다. 미역국·두부 밥과 국은 비타민·미네랄이 많은 잡곡밥, 미역국에 김을 곁들이고, 반찬은 아미노산·글루타 치온이 많이 든 두부, 삶은 계란, 닭가슴살 위주로 상을 차리면 활성산소 생성을 억 제하는 ‘디톡스 식단’이 된다. 식후, 항산화 물질인 카로티노이드가 들어 있는 토마 토, 당근, 파프리카, 레몬을 먹어주면 좋다. 마늘·양파 마늘에 들어 있는 유황과 알 리신은 체내 독소 해독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덜 생기게 해준다. 마늘은 구워 먹으면 유황과 알리신이 사라지므로, 날것으로 먹거나 마늘장아찌를 담가 먹자. 양파의 케 르세틴 성분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체내에서 중금속이나 니코틴 등을 흡착해 밖으로배출시킨다. 운동은 피곤하지 않을 만큼만 운동을 하면 땀을 통해 체내 노폐물과 유해물질이 배출 되며, 활성산소 처리 능력도 높아진다. 주 3~5회씩 한 번에 30~60분 운동이 적당 하다. 그러나 운동을 한 뒤 피곤함을 느끼면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오히려 활성산 소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평소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은 한 달간 요가나 스트레칭 같은 정적인 운동부터 한다. 자기 전에는 누워서 복식호흡을 10분간 하면 몸 안에 들어오는 산소량이 많아져 디톡스에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지개를 크 게 켜고,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양손으로 배를 주무르고 손을 갈고리처럼 만들 어 배를 시계 방향으로 쓸어 올리고 주먹으로 옆구리와 등을 두드리면 변비 예방과 혈액순환에도움이된다. 아로마 오일 푼 물에 10분 목욕 목욕은 독소 배출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목욕하 기전마른수건이나솔로온몸전체를빗질하듯문질러혈액순환을촉진한다.아로 마 오일을 푼 물에 목욕을 하고 목욕 후에는 겨드랑이, 서혜부, 쇄골뼈 안쪽 등에 마 사지를 해주면 독소배출 효과가 있다. 방법은 발가락부터 다리 위쪽으로, 손끝에서 팔 위로, 어깨에서 심장으로, 목 뒤는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야 한다. 아로마 오일 은 일반적으로 라벤더나 캐머마일, 레몬 등을 3~4가지 섞어 10방울가량 넣어 목욕 한다. 숙면을 원하면 라벤더, 캐머마일, 혈액순환을 위해서는 블랙페퍼, 진저, 면역 력 증대를 위해서는 로즈메리, 페퍼민트, 염증 완화를 위해서는 주니퍼, 레몬, 그레 이프프루트가좋다. 만성피로에 좋은 버섯,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아욱 만성피로는 간 기능이 떨어져서 독소를 체내에서 제거하지 못 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간 기능을 높여주는 버섯, 아스파라거 스, 아욱, 시금치 등을 주스로 갈아서 마셔보자. 3개월에 한 번씩 2~3일 밥 대신 먹으면 단식을 통한 디톡스 효과와 더불어 이들 식품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쉽게 흡수할 수 있다. 먼저 버섯, 아 스파라거스에는 간의 해독 기능을 돕는 비타민 B, 마그네슘, 아 미노산 등이 풍부하다. 버섯에 함유된 베타 글루칸은 간 기능을 좋게 할 뿐 아니라 정장작용과 면역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시 금치와 아욱은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라 독 소로 산성화된 몸에 좋다. 여기에 루테인, 베타카로틴 등의 항산 화 영양소는 세포의 노화와 체내 염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34
  • 37. 몸에 좋지 않은 디톡스 디톡스 요법이라고 흔히 알려진 것 중에서 오히려 몸에 좋지 않 은 것들이 있다. 관장, 킬레이션 요법이 대표적이다. 이들 치료법 은 디톡스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잘못하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우선, 관장은 장 천공 위험이 있다. 또 만성질환 이 있는 사람이 관장으로 몸에 필요한 전해질을 억지로 과다하 게 빼내면 치명적인 급성 신부전이 생길 수도 있다. 킬레이션요 법은 중금속과 결합하는 화학물질(EDTA)을 혈관으로 주사해서 체내 중금속을 빼내는 방법이다. 중금속 중독을 치료할 때 쓰며, 신장 손상, 부정맥, 정맥염, 저칼슘혈증, 뼈 손상 등의 부작용 위 험이 있어 일상적인 디톡스 요법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마음에좋은디톡스 우울한 뉴스가 넘치고, 적敵 이 많은 경쟁적인 사회에서 현대인은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3,000만 명 시대가 되면서 LTE급 빠르기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뇌는 너무도 피곤하다.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마음을 정화하 는마음디톡스개념이떠오르고있다. 한 달에 하루는 스마트폰 끄기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스마트폰을 일부러 두고 나가거나, 하루에 문자메시지 전송 횟수를 20회 이하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실행 해보자.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 관계 맺기에 대한 강박증도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이될수있다.일주일에한두번은아예보지도쓰지도말자.무엇보다잠자리에 누워서만큼은스마트폰을손에안닿는거리에두고눈을감고하루를정리한다. 마음의 긴장을 덜어내는 명상 명상은마음의긴장을풀고내면의세계로몰입하게되면 서 정신적인 안정을 가져다준다. 명상을 매일 꾸준히 하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스트 레스도 경감된다. 명상은 안방, 사무실은 물론이고 버스 안에서도 할 수 있다. 거실 에 편히 앉아 책을 보면서도 할 수 있다. 여러 방법 중 시각을 활용한 명상법은 다음 과 같다. 우선 눈을 지그시 감고 본인이 편안함을 느꼈던 장소를 떠올린 후 그 장소 로 천천히 걸어가는 상상을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눈을 뜨면 몸과 마음과 영혼이 맑고상쾌하게바뀌어있을것’이라고소리내어말하며눈을뜬다. 35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38. 치유밥상 _ 신영옥 소프라노와 백상준 셰프 소프라노신영옥과백상준셰프의 맛있는하모니 글 최수정 디자인 최연희 사진 김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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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
  • 41. 소프라노와셰프가만나건강한요리를노래합니다 세계적인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신영옥과 프렌치 레스토랑 컬리나리아 12538의 백상준 셰프가 만나 건강한 홍삼 요리를 만들고 맛보며 유쾌한 시간을 보냅니다. 이 두 사람은 하는 일은 다르지만 노래로, 요리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일은 같습니다. 감동은 또다시 건강과 연결되지요. 감동처럼 충만한 기쁨은 분명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즐거운 노랫소리와 건강한 요리 냄새가 공간을가득채웁니다.인생이건강해지는순간입니다. 백상준 외국생활을오래하시죠.한국에오 시면어떤요리가제일생각나세요? 신영옥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찾는 요리는 비빔밥이에요. 나물도 많이 들어가고 건강 에도 좋잖아요. 요새는 외국 사람들도 즐겨 먹더라고요. 그리고 도토리 묵밥도 좋아해 요. 한국에 와서 정말 먹고 싶을 땐 호텔 주 방에특별히주문하기도하죠. 백상준 예전에 선생님 인터뷰 기사를 본 적 이 있는데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목소리 잘 나오라고 돼지고기 요리를 자주 해주셨다고 요. 지금도 목소리를 위해서 특별히 챙겨 먹 는요리가있나요? 신영옥 특별한 요리를 챙겨 먹기보다는 간 을 거의 안 한 요리를 즐겨 먹는 편이에요. 되 도록이면 자극적인 요리는 피하고요. 음식을 조금만 기름지게 먹어도 목소리가 달라져요. 술도 알레르기가 있어서 못 마셔요. 와인을 조금만 마셔도 다음 날 연습할 때 목소리가 좋지않아요. 백상준 해외 콘서트 일정도 많으실 텐데 체 력관리는어떻게하세요? 신영옥 지금도 여전히 보이스 레슨, 발음 레 슨을 매일 꾸준히 받고 있어요. 그리고 재즈 댄스, 발레, 요가 같은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다져요. 바쁘게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서 예 전엔 건강을 제대로 못 챙겼는데 몇 해 전부 터일정이바빠도운동부터식단까지꼼꼼하 게 신경 쓰고 있어요. 몸이 건강해야 좋은 모 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겠죠.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오로지 음악만 생각해요. 가급적 이면사람들을만나지않고연습에집중합니 다. 하지만 평소에는 저도 친구들과 맛있는 요리를 먹으러 다니고 쇼핑하는 것을 즐긴답 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제일 중 요한 것은 스트레스 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하는것이에요. 백상준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다양한 요리 를많이드시니미식가가다되셨겠어요. 신영옥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은 정말 행복 한 일이에요. 뉴욕에 아파트가 있어 주로 그 곳에서 지내는데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 노 부Nobu , 펄 세Per se 에요. 이곳에서 편한 사람 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저에겐 힐링하 건강을위해선 마음의평화가가장중요합니다. 저는노래하는그순간에마음의평화를얻습니다. 39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42. 는시간인셈이죠. 백상준 저도 뉴욕에서 학교 익스턴십 기간 에 노부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펄 세에서도 잠깐 일했었고요. 그때 당시 요리 학교 과정 이 녹록지 않아서 지쳐 있을 때였는데 다시 요리가 즐겁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활력소 가됐던시기였어요. 신영옥 아, 그랬군요. 오늘 만남이 더욱 반 가운데요.(웃음) 백상준 미식가라면직접요리하는것도즐길 텐데선생님도요리하는것을좋아하시나요? 신영옥 뉴욕에서는 종종 직접 만들어 먹곤 해요. 특히 파스타를 잘 만드는데 올리브 오 일로 심플하게 만든 파스타를 즐겨 먹는 편 이에요.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보다 제가 만 든게더입맛에맞더라고요. 백상준 오늘 제가 준비한 요리는 홍삼을 넣 어 만든 한우 버섯 파스타와 브라우니예요. 평소 홍삼 제품을 챙겨 먹는 편이지만 이렇 게 요리에 넣어 만들어보기는 처음이에요. 홍삼이향도강하고쓴맛이있어서레시피를 구상할때쉽진않았지만만들어보니의외로 맛있어서저도놀랐답니다. 신영옥 저는 홍삼 마니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 종류의 홍삼 을 먹고 있어요. 뉴욕 아파트 냉장고에는 홍 삼 제품이 가득 있다니까요. 일반적으로 홍 삼농축액뿐만아니라뿌리삼을직접달여먹 기도 했죠. 뿌리삼 달인 물은 아버지께도 꼭 챙겨드린다니까요. 오랫동안 복용하다 보니 확실히 그 효과는 제 몸으로 느껴요. 홍삼을 좋아해서 그런지 홍삼으로 만든 요리도 어서 맛보고싶네요. 백상준 먼저 홍삼농축액과 홍삼절편을 넣 은 한우 버섯 파스타는 베이스가 크림이에 요. 그래서 홍삼의 쌉싸래한 맛과 더 잘 어울 립니다.쓴맛을중화시켜주면서홍삼향은크 림의고소한향과만나더깊어진느낌이거든 요. 그리고 디저트로 만든 브라우니는 파스 타보다더홍삼과본래의맛을크게변화시키 지않고맛을풍부하게만들었다고할까요? 신영옥 오케스트라지휘자처럼셰프도주방 백상준 셰프는 평소 홍삼농축액을 우유에 타 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홍삼을 먹는 방 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호에 맞게 섭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홍삼 요리를 구상할 때도 좋아하는 요리를 먼 저 떠올리면서 시작했다. 소프라노 신영옥과 백상준 셰프는 맛있는 식재료, 요리, 뉴욕의 레 스토랑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다. 건강은 요리 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었다. 40
  • 43. 을 지휘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이 접 시에 담긴 요리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 니다. 여러 가지 식재료들 가운데 어떤 것들 이 서로 잘 어울리면서 맛이 어우러질지 셰 프는 모두 알고 있어야 하고 완성된 맛의 감 동을 그대로 손님에게 전달해야 하잖아요. 셰프도아티스트예요! 백상준 역시 예술적으로 잘 이해하고 계시 네요.(웃음) 저도 선생님처럼 한길을 오랫동 안걷고싶습니다. 신영옥 제가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이에요. 다들 성공하고 싶어 하죠. 꼭 좋은 대학에 가 서 학위를 따지 않아도 한 우물을 파면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어떤 우물을 파야 할지 그것 을 시간을 들여 결정해야 하죠. 파기 시작하 면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는 그 일을 생각하기 싫을 때까지 한번 끝까 지 가보세요. 성공하겠다는 마음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거죠. 정말 노력했는지, 좋 은 결과를 얻을 만한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아 는법이니까요. 백상준 음악다음으로소중한것이있나요? 신영옥 가족이죠.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에요. 하늘나라에 계 시는 어머니도 가장 든든한 서포터이셨고 아 버지, 큰언니, 둘째 언니 모두 제가 하는 일이 라면 모두 나서서 서로 도와주려고 해요. 제 가지금까지음악을할수있는힘이죠. 백상준 올봄에벌써두차례나한국에서공 연을하셨지요.올해도역시바쁘시죠? 신영옥 일단 계획한 오페라와 콘서트가 있 어요. 그리고 음반도 준비하고 있고요. 처음 부터그랬던것처럼좋은음악으로많은분들 을 찾아뵐 생각이에요. 한국뿐만 아니라 미 국과유럽에서도새로운작품으로만날수있 을 것 같아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백상준 셰프님의요리도앞으로더욱기대되네요. 백상준 네, 감사합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 럼 기본이 되는 프랑스식 요리법에 저만의 새 로운 해석을 계속 시도할 거예요. 오늘 만든 홍삼 요리처럼요.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 결 국사람을잘살게하는요리가되겠지요. 41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44. 홍삼브라우니 디저트로 준비한 홍삼 브라우니는 홍삼분과 홍삼절편을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쫀득한 홍삼절편으로 식감을 살리고 홍삼분을 넣어 초콜릿의 달콤 쌉사래한 맛에 은은한홍삼의향을더했습니다.진한초콜릿맛이매력적인브라우니가홍삼을만 나 그 매력을 한층 높인 것이죠. 백상준 셰프는 처음 시도해본 홍삼 브라우니를 맛 보고 의외의 절묘한 조합에 즐거웠다고 합니다. 이런 맛의 발견, 재해석이야말로 그 의 요리 철학과 딱 들어맞는 대목입니다. 홍삼 브라우니는 디저트로도 손색없지만 와인이나싱글몰트위스키를마실때곁들인다면훌륭한마리아주가될것입니다. 재료 : 홍삼절편·홍삼분 50g씩, 버터·무설탕 코코아 파우더 1컵씩, 설탕 3컵, 바닐라 에센스·소금 1작은술씩, 달걀 4개, 다용도 밀가루 1과 1/2컵, 초콜릿 칩 약간 만드는 방법 : ① 오븐을 175℃로 예열하고 베이킹 접시에 기름을 살짝 묻힌다. ② 버터와 설탕, 바닐라 에센스, 홍삼절편 채 썬 것, 초콜릿 칩을 큰 볼에 넣어 중탕으로 녹인 후 달걀을 하나씩 넣으면서 완전히 결합되 도록 젓는다. ③ 2에 무설탕 코코아 파우더, 홍삼분과 소금을 체에 친 다 음 잘 섞는다. ④ 준비된 접시에 잘 펼친 다음 예열된 오븐에서 35~40 분 굽는다. 이쑤시개로 찔러서 묻어나는 것이 없으면 완성이다. ⑤ 초콜 릿을 묻혀 굳힌 다음 아몬드를 두른 딸기와 딸기 아이스크림을 곁들인다. 백상준셰프가만든 홍삼요리
  • 45. 홍삼한우버섯파스타 홍삼 한우 버섯 파스타는 표고버섯의 향과 홍삼 향, 그리고 크림소스의 고소한 향이 한데 어우러진 근사한 요리입니다. 백상준 셰프는 전국 산지에서 나는 맛 좋 은 식재료를 찾아 나서기를 좋아하고 좋은 재료를 쓰려는 욕심도 많아 산지와 직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한우는 계룡산 한우로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것 이 특징입니다. 고기와 표고버섯이 잘 어울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요. 크림 소스도 고기의 맛을 더욱 살려줍니다. 평소 건강을 챙겨드리고 싶었던 부모님이 나주위어른께근사한요리를선물해보세요. 재료 : 홍삼절편 20g, 홍삼분 2큰술, 한우 200g, 파스타 250g, 크림 500ml, 표고버섯 100g, 샬롯 다진 것 2작은술, 치킨 스톡 1컵, 소금·후추·파마산 치즈 약간씩, 홍삼농축액 약간 만드는 방법 : ① 먼저 한우 겉면을 바삭하게 5분 정도 구운 후 휴지시킨다. ② 파스타는 7분 정도 삶은 뒤 올리브 오일에 버무려 놓는다. ③ 프라이팬 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표고버섯, 샬롯을 같이 볶은 다음 버섯이 익었을 때 홍삼분과 크림, 치킨 스톡을 넣고 살짝 끓여준다. ④ 3에 파스타를 넣고 면을 계속 저으면서 4~5분가량 익힌다. ⑤ 휴지시킨 고기를 185℃의 오 븐에 5분 정도 익힌 다음 얇게 저며서 파스타 위에 올린다. ⑥ 파스타 위 에 홍삼농축액을 살짝 뿌리고 홍삼절편과 새싹 등으로 완성한다.
  • 46. 글 윤연숙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경옥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제품 협조 김코디네(031-439-3639), 나무수작(031-8017-9237), 리모드(02-2051-9888), 삼성화문석(032-934-3305), 엘비스 크래프트(02-2234-7475), 플랜룩스(031-976-6883) 마음마저가벼워지는왕골의촉감 서글서글한집안풍경이고와라 꾸밈 _ 왕골로 꾸미는 집 단장
  • 47. 여름철쾌적지수높여주는왕골의멋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베란다에 화분을 키우거나 실내 정원을 가꾸고, 집 안에 나무, 돌, 숯 등 자연 소재 인테리어 소품들을 들이는 이유도 자연에 대한 향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충족하는 것 외에도 자연 소재를 활용한 소품은 내추럴한 분위기를 만들어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더불어 여름 철더위를식혀주는역할도톡톡히해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철 자연 소재로 왕골이 있다. 시원하고 수분을 잘 흡수하는 왕골은 한여름 시원한 인테리 어를완성해주는전통자연소재이다.완초莞草 라고도하며,정확한역사를알기는어려우나오래전부터재배해오던일 년초 공예 작물이다. 줄기를 쪼개 말려 자리, 방석, 모자 등을 만들고 속은 건조해 신발, 바구니, 노끈 등을 만든다. 특 히 강화도의 화문석(꽃무늬를 놓은 자리)이 유명한데, 질 좋은 왕골로 숙련된 장인이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집을 꾸미는 데도 한몫 한다. 왕골 소품은 시각적으로 시원하고 촉감이 부드러우며 쓰임새도 다양해 현대 공간에 두어도 부족함이 없다. 왕골 그대로의 빛깔을 간직한 소품은 담백한 자연스러움이 보기 좋고, 색을 덧입히면 밋밋한 공간에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원색의 소품들과 같이 두어도 잘 어우러진다. 선조들의 여름 나는 지혜가 담긴 왕골은 집 안에 자연을가까이들이는동시에집안을한결시원하고편안한휴식처로만들어준다. 시원한 청량감을 더하는 왕골로 여름 침실을 꾸며보자.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이라면 과감하게 침대에서 벗어나 화문석에 누워 잠을 청해도 좋다. 화문석은 열을 차단 하고 땀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 원목으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왕골 꼭지 단합을 놓아 편안한 침실 분위기를 완성한다. 연한 하늘색 침구는 김코디네, 원목 에그 테이블은 리모드, 테이블 위 왕골 꼭지 단합과 바닥에 깐 화문석 자리, 왕골 슬리퍼 모두 삼성화문석 45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48. 색감이 선명한 왕골은 여름철 집 안 분위기를 시원하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모던한 디자인의 가구와도 조화롭게 잘 어울려 다양 하게 연출해볼 수 있다. 거실 바닥에 왕골 방석 몇 개를 놓으면 그 대로 멋스러운 여름 풍경이 된다. 연두색 원목 패브릭 소파는 리모드, 새 모티프 노란색 쿠션은 김 코디네, 소파 위에 놓인 왕골 단합 반지 그릇은 삼성화문석 제품 으로 폐백 이바지 음식을 넣거나 바늘 쌈지로도 사용된다, 다양 한 빛깔의 원목을 집성해 만든 스트라이프 원목 탁자는 나무수 작, 그 위에 놓인 인현식 작가의 다기 주전자와 김교범 작가의 잔은 엘비스 크래프트, 바닥에 놓인 무지개 화방석은 삼성화문 석, 뒷마당에 놓은 오크 벤치는 나무수작, 벤치 위 화분을 담은 바구니는 삼성화문석
  • 49. 왕골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냉기를 방지해주며 오래 사용해 도잘부스러지지않은전통천연소재입니다.이런왕골로만드는공예 품은 다년간 기능을 연마한 장인들이 손으로 한 가닥 한 가닥 엮기 때 문에 올이 매우 고우며 정연한 아름다움이 특징입니다. 실용적이면서 멋스럽기까지 한 왕골로 집 안을 단장하면 시원함과 우아한 멋을 동시 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왕골 삼합과 단합 등은 장식용뿐만 아니라 견과류나 과일을 보관하기에도 적당합니다. 자연에서 살림살이를 얻 은옛사람들의지혜와멋이현대공간에서도아름답게피어납니다. 스타일리스트김은희실장이 제안하는왕골소품 3 2 5 6 7 9 1 4 1 전등갓을 왕골로 성글게 엮어 시원한 정취를 더한 펜던트 조명, 플랜룩스 2 과일을 담아 식탁 위에 놓아두면 좋을 왕골 쟁반, 삼성화문석 3 장식용이나 보석함으로 사용하는 각기 모양이 다른 단합 꼭지 항아리, 삼성화문석 4 싱그러운 여름 꽃들을 꽂아 화병으로 사용하면 운치 있는 꿀병 항아리 단합, 삼성화문석 5 예로부터 귀한 혼수품이었던 육각 꽃 삼합은 여러 보관함 용도로 사용하기 좋다, 삼성화문석 6 왕골로 펜던트를 만들어 이색적인 목걸이, 삼성화문석 7 여름철 꽃무늬 원피스와 함께 들어도 잘 어울리는 왕골 가방, 삼성화문석 8 모자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벽에 걸어두어도 멋스러 운 왕골 모자, 삼성화문석 9 발을 시원하게 해주는 왕골 슬리퍼, 삼성화문석 스타일리스트 김은희 실장은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전문으로 하는 ‘세컨드 플로어’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리빙센스> <까사> <메종> <Z:IN 스타일링> 등 다양한 매거진을 통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작업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8 47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50. 글 손철주 디자인 윤범식 뙤약볕아래사랑오운꽃나비의염원 심사정원추리와벌나비 꽃과 나비는 자연이 베풀어준 짝이다. 둘 사이의 사랑은 중매쟁이가 자연이라서 그 사랑이 자연스럽다. 곰곰 생각해보자. 자연은 사랑스 럽고, 사랑은 자연스럽다. 사랑스럽지 않으면 자연이 아니고, 자연스 럽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부자연스러운 사랑도 사랑이라 우기는 인간세상과달리,꽃과나비의사랑은억지놀음이없다.김삿갓이얼 마나 재기발랄한 시인이던가. 꽃과 나비의 천생연분을 그는 똑소리 나게전한다. 청춘이기생을안고자하면천금이지푸라기와같고 오늘밤술잔을마주하노라니만사가하잘것없네 기러기먼하늘을날때는물을따라가기쉽지만 나비가청산을넘을때는꽃을피하기어렵더라. 꽃 그림이 차고 넘쳐도 현재玄齋 심사정의 솜씨를 따라잡을 그림은 드 물 테다. 꽃과 벌레 그림을 두고 말한다면 심사정은 누가 뭐래도 조선 최고의 화가다. 그는 호에 ‘재’ 자가 들어가는 세 화가, 즉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과 더불어 ‘삼재三齋 ’로 일컬어진 대가다. 심사정은 전형 적인 중국풍 그림에 능란했다. 꽃 그림 역시 중국의 화보花譜 를 본뜬 흔적이 있다. 그가 첫손 꼽히는 꽃 화가가 된 것은 우리 식의 멋과 맛 으로 우려내는 요리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심사정의 꽃 그림은 매우 감각적이다. 안정감 있는 배치와 부드러운 채색, 시적인 서정은 보는 이를 단박에 사로잡는다. 꽃을 그리는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다 고말할때,맨먼저떠오르는인물이곧심사정이다. 그가 그린 ‘원추리와 벌 나비’를 보자. 치솟거나 늘어뜨린 잎사귀에 청 신한 기운이 묻어 있다. 활짝 핀 꽃송이에는 나른한 색감이 실렸다. 그게 대조를 이루면서 매력적이다. 위쪽의 꽃은 농염한 자태를 뽐낸 다. 허리를 살짝 비틀고 고개를 외로 꼬았다. 얼굴은 날 보란 듯이 들 이민다. 몇 가닥 솟아오른 수술이 가녀리다. 꽃잎에 안착한 벌 한 마 리가 넋을 놓은 채 꿀을 빨고, 공중을 선회하던 나비는 바야흐로 꽃 을 향해 날아든다. 자연의 짝짓기가 사랑옵다 함은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말이겠다.원추리는여름날의꽃이다.꽃이라면단연봄이다.다 른 꽃 놔두고 심사정이 하필 여름의 꽃 원추리를 고른 까닭은 무얼까. 봄날의 꽃을 돌이켜보면 안다. 매화, 살구, 복사, 그리고 벚꽃, 배꽃…. 봄꽃은 황홀하기 그지없는데, 덧없는 순간을 스쳐가기에 더욱 아뜩 해진다.가뭇없는사라짐이봄날의꽃이지닌이미지다. 심사정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넘어 보다 오랜 인간의 바람을 숨겨놓 았다. 원추리는 한자로 훤초萱草 다. 이때 ‘훤’은 사람의 근심을 잊게 한 다는 뜻이다. 원추리를 속어로 ‘망우초忘憂草 ’라 부르는 이유가 그것이 다. 세상에는 잊지 말라고 부탁하는 ‘물망초勿忘草 ’가 있듯이 잊게 해달 라는 망우초도 있다. 여름에 꽃피는 원추리를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 면 실제로 마음이 가라앉는 효과도 있다. 재미있는 건 봉오리 모양이 다. 이 그림에서도 일부러 강조했다. 꽃대에 달려 있는 몇 낱의 봉오리 를 유심히 보라. 꼭 사내아이 고추처럼 생겼다. 중국 옛 그림에 원추 리를 머리에 꽂은 여인의 모습이 심심찮게 나온다. 결혼한 부인이 봉 오리를 허리에 차고 다니는 풍습도 흔했다. 왜 그랬을까. 당연히 아들 낳기를 기원해서다. 원추리를 또 다른 말로 ‘의남초宜男草 ’라 부르는데, 그의미는‘마땅히사내아이를낳는풀’이다. 게다가 나비는 장수와 통한다. 나비 ‘접蝶 ’ 자와 팔십 노인 ‘질耋 ’ 자가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다. 화가의 바람이 참으로 간곡하다. 봄꽃은 짧 아서 황홀한데, 뙤약볕 아래 피는 심사정의 여름 꽃은 절실한 염원을 드러낸다. 근심 없이 살면서 대를 이을 자손과 함께 오래 살고픈 희 망—.자연에서찾아낸욕심이라추하지않다. 그림 에세이 _ 심사정의 원추리와 벌 나비 48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51. 글을 쓴 손철주는 서울경제, 국민일보, 동아닷컴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며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다. 신문사 문화부장과 취재 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도서출판 학고재 주간과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다 그림이다》(공저)가 있다. 원추리와 벌 나비, 심사정, 비단에 채색, 22.0×16.1cm, 18세기, 간송미술관 소장
  • 52. 글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작품 서기환 사진 김규한 뭐화끈한일,뭐신나는일없을까 서기환작가의일탈을꿈꾸는 사람풍경 정관장&예술 _ 서기환 작가의 사람풍경
  • 53. 사람풍경-Vacation, 서기환, 장지에 채색, 130.3×193.9cm, 2011 여름엔 바다로, 홍삼톤 골드와 함께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에게 유쾌한 일상을 선물하 는 작가 서기환의 <사람풍경-Vacation>입니다. 푸 른 바다와 모래사장, 파라솔과 음악이 있는 풍경 을 보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집니다. 여름 하면 역시 바다잖아요. 그런데 모래사장에 놓인 욕조와 머리에 묻은 비누 거품이 어쩐지 바다와는 어울리 지 않아 보여요. 도리어 바쁜 일과를 마치고 반신 욕을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이 보이네요. 지친 하루 를 보낸 이가 욕실에 앉아 일탈을 꿈꾸는 장면인가 봐요. 여름휴가는 바다로 떠나야겠어요. 타일로 꽉 막힌 욕실을 벗어나 탁 트인 바닷가에서 즐기는 일 광욕. 떠나기 전 홍삼톤 골드 챙기는 것도 잊지 말 아야죠. 홍삼톤 골드가 피로 없이 건강하게 휴가를 보내게 해줄 테니까요. 홍삼톤 골드 6년근 홍삼농축액에 대추, 당귀 등 식물성 원료를 조화시킨 홍삼톤 골드. 홍삼농축액 함량을 높여 하루 한 번 섭취로도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혈액 흐름,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입니다. 용량 40ml×30포 가격 160,000원
  • 54. 입맛 없는 여름엔 시원한 홍삼차 한 잔 무더위에 입맛 잃기 쉬운 때예요. 작품 <사람풍 경-Dinner> 속 두 사람도 식사가 즐겁지 않은 모 양입니다. 더위 때문일까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 루함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생각하죠. 지금 앉아 있는 이곳이 바람 부는 경치 좋은 곳이 라면 얼마나 좋을까. 매 순간 일탈을 꿈꾸는 우리 의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어요. 주말에는 가까운 교외로 나가 가족과 함께 외식하는 건 어때 요? 자연에서 즐겁게 식사한 후 시원하게 홍삼차 한 잔 마신다면, 입맛 도는 여름이 되지 않겠어요? 맑게 우려 마시는 홍삼 온 가족이 매일 마시는 건강한 한 잔의 습관, 맑게 우려 마시는 홍삼. 국내산 6년근 홍삼 100%를 그대로 맑고 순수하게 우려내어 누구나 부담 없 이 즐길 수 있는 맛이 부드러운 제품입니다. 온 가족이 매 일 물 대신 음용수로 즐기세요. 용량 30g(2g×15포) 가격 33,000원 사람풍경-Dinner, 서기환, 장지에 채색, 145×100cm, 2011
  • 55. 열정적인 당신에겐, 홍삼정 에브리타임 “신도림역 앞에서 스트립쇼를 아파트 옥상에서 번 지점프를” 하고 외쳐대던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요. 서기환 작가의 작품 <사람풍경-Bungee Jumping> 을 보고 있으니 말이죠.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가슴 뻥 뚫리는 그림입니다. 사소한 일상 속 매력 적인 상상은 우리 삶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줍 니다. 네모난 틀 안에서 벗어나 신나는 여름을 향 해 번지점프하는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유쾌한가 요. 일탈을 꿈꾼다는 것은 열정이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그 뜨거운 열정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휴대 가 간편한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양손에 들고 우리 모두 시원한 여름으로 번지점프! 홍삼정 에브리타임 홍삼농축액 100%를 정제수와 혼합 해 스틱형 파우치에 담은 ‘휴대용 홍삼정’ 홍삼정 에브 리타임. 하루 1포로도 홍삼의 1일 권장섭취량인 3g을 섭 취할 수 있습니다. 여행이나 출장, 야외 활동 때에도 편 리하게 즐기세요. 용량 10ml×30포 가격 96,000원 사람풍경-Bungee Jumping, 서기환, 장지에 채색, 68.6×60.6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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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7. 에너지 넘치는 아내의 비밀, 화애락퀸 서기환 작가의 <사람풍경-Sunday>는 흔한 일요 일 풍경을 담고 있어요. 전쟁처럼 살아온 한 주를 뒤로하고 맞는 일요일. 지친 몸을 누이고 늘어질 대로 늘어진 남편의 모습이 보여요. 하지만 아내는 동상이몽인 것 같죠? “요즘처럼 좋은 날씨에 집이 웬 말이냐, 가까운 곳에 나들이 나가자” 남편을 채 근해봤지만 남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아요. 뿔이 난 아내는 남편이 깔고 누운 푹신한 잔디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어요. 타의에 의해 휴식을 끝낸 남편 은 궁금해요. ‘이 더운 여름 아내의 에너지는 어디 서 나오는 거지?’ 무한 에너지, 아내의 무기는 다름 아닌 정관장 화애락퀸이었어요. 화애락퀸 화애락퀸은 6년근 홍삼을 기본으로, 갱년기 건 강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백수오, 속단, 당귀 등 다양한 부 원료들을 KGC인삼공사 연구소에서 과학적으로 설계한 복합건강기능식품입니다. 용량 70ml×30포 가격 150,000원 사람풍경-Sunday, 서기환, 장지에 채색, 130.3×162.2cm, 2012
  • 58. 홍삼을 알다 _ 더위에 좋은 홍삼 폭염에지친몸에활력을주는홍삼 여름에도홍삼이좋다 모두에게좋다 글 최광태 박사(경희대학교 한방재료가공학과 교수) 디자인 최연희 일러스트 최익견
  • 59. 더위스트레스해소에탁월한홍삼 어느 계절이든 그 계절다울 때 가장 가치가 있습니다. 겨 울에는 추워야 하고, 여름에는 더워야 하지요. 따스한 햇 볕과 시원한 계곡에 감사하고 행복해할 수 있으니 말입 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계절이 계절다워야 하는 이 유는 또 있습니다. 겨울이 춥지 않고, 여름이 덥지 않으 면 그해 농사는 흉년이 들고 맙니다. 그러니 여름은 즐기 기위해서가아니라나라의경제를위해서라도더워야합 니다.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더운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나 라는 기후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100년간 평균 기온이 1.5℃ 상승했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무더위 기간도 길어 졌습니다. 무더위는 심각할 경우 생명을 앗아갈 만큼 우 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또 쉽게 노출되는 스트레 스 요건 가운데 하나이니, 이젠 무더위를 슬기롭게 이겨 낼수있는묘안을찾아야할것같습니다. 우리 몸은 극심한 더위나 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체온, 맥박, 혈류 등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온 도 스트레스에 홍삼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 니까? ‘추위와 더위 스트레스 노출에 대한 홍삼의 방어 작용’이란 연구를 보면 홍삼과 온도 스트레스의 관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의 동물에게 홍삼을 투여할 때 비타민 C 양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 러나 정상 상태 동물이 추위나 더위에 노출될 경우 비타 민 C 양이 급격히 저하되고, 이때 홍삼을 투여하면 비타 민 C 함량이 신속하게 정상화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온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홍삼이 회복을 촉진하는것을나타내고있습니다. 기력이쇠하는여름최고의보양식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 외에도 여름철엔 각별히 몸을 보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 몸은 덥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몸 바깥으로 양기를 배출해 정 작 몸속은 차고 기력이 쇠하게 됩니다. 더위로 인해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는 것도 기력 고갈의 원인이지요. 또 한 가지 과도한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 차이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여름 보양식을 즐겨 먹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삼 계탕입니다. 삼계탕 안에 빠지지 않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인삼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더위 먹고 피로 할 때 인삼을 처방합니다. 바깥으로 양기를 배출하고 나 면 몸이 냉해지는데 이럴 때 병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보하고 원기를 보충해주는 데 인 삼만 한 것이 없습니다. 인삼을 쪄서 말려 가공한 홍삼 역시 여름에 섭취하면 더위를 이기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여름철 땀을 비 오듯 쏟는 사람들 이 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체질이 허약해 땀을 흘리는 경우 몸에 기를 보충해주는 것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다 한증을 치료하는 식물 원료로 인삼, 작약, 황기 등을 써 몸의 기운을 북돋움으로써 땀이 줄어들도록 조절했습니 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홍삼 역시 원기 회복을 도와 허약 체질로 인한 땀 배출을 억제해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습 니다. 다만 홍삼을 다한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생각해서 는안됩니다. 부작용없는상약중의상약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인 홍삼은 체질에 관계없이 모두 에게 좋은 상약입니다. 체질과 상황에 따라 효과 시기 와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이것은 개개인의 타고난 특성 에 따른 것입니다. 홍삼은 예로부터 상약 중의 상약으로 여겨왔습니다. 몸 안에서 항상성을 갖도록 하는 적응소 adaptogen 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홍삼이 적응소로 작 용하는 증거로는 앞서 말한 추위와 더위에 대한 항 스트 레스와 항 피로 효과 면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의료 계에서는 최근 예방과 부작용이 없는 치료를 위해 인삼 과 홍삼을 효과적인 치료 보조제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효능이 다양하기에 서양에서도 인삼과 홍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무 더운 여름, 안전한 상약으로 통하는 홍삼의 적응소 작용 으로건강하게보내시길바랍니다. 본 지면에 게재된 내용의 일부는 KGC인삼공사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57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 60. 정관장 홍삼의 특성 엄격히 선별한 6년근 수삼을 깨끗이 세척한 후 증삼, 건조하고 철저한 검사 과정을 거친 우수한 홍삼입니다. 정관장 홍삼 섭취 방법 홍삼의 성분 함량은 추출 온도와 시간에 크게 좌우됩니다. 높은 온도에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달이면 일부 홍삼 성분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85℃에서 24시간 내외로 달 이는 것이 적정합니다. 물의 양은 600 g 기준 10 L 정도가 적당합니다. 정관장 매장 에서는 최적의 조건으로 정성껏 달여 홍삼의 깊은 효능을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여름 철에는 냉장고에 보관해놓고 시원하게 드십시오. 정관장 홍삼 보관상 주의사항 개봉하지 않은 제품은 실온에서 10년간 보관 가능합니다. 개봉된 제품을 고온·다습 한 곳에 두시면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밀봉해 냉장이나 냉동 보관하십시오. 114년전통으로만들고30년홍삼명장이선별한 최고의희소가치를지닌정관장홍삼 국가와시대의인정을받고민족문화를대표하는것이국보의자격이라면정관장홍삼은또하나의국보가될자 격이 충분합니다. 100년 넘는 전통과 최고를 향한 장인 정신이 만든 하늘이 내린 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 랜 시간 정관장이 대한민국 대표 홍삼으로 인정받아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고의 홍삼을 향한 정관장의 신념 은 100% 계약 재배와 6년의 정성으로 귀하게 길러내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인삼을 찌고 익히는 홍삼 가공 과정 은 1℃의 온도, 1분의 시간까지 섬세하고 엄격하게 통제해 그 효능·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관장 홍삼 은 114년 동안 끊임없는 혁신으로 얻어낸 수많은 비법을 통해 사포닌 외 60여 가지가 넘는 유효 성분을 최적화 시킨 결정체입니다. 제대로 키우고 가공된 6년근 홍삼은 다시 한 번 정관장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등급 선별 과 정을 거칩니다.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가진 홍삼 전문가 “홍삼 명장”이 한 뿌리 한 뿌리 직접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만져신중히판단합니다.정관장홍삼은천삼天蔘 ,지삼地蔘 ,양삼良蔘 등급으로나뉘며,천삼은홍삼전체생산량의 0.5%2012년기준 에불과할정도로희귀한홍삼입니다. 홍삼명장이선별한소수의최고급원물그대로 급이다르고격이다른또하나의국보 정관장홍삼 정리 박혜림 디자인 윤범식 사진 이경옥, 김규한 스타일링 김은희(세컨드 플로어) 어시스트 김현숙 제품 협조 엘비스 크래프트(02-2234-7475), 이민수 작가, 유세림 작가, 김보경 작가, 김성철 작가, 문평 작가, 김덕호 작가 정관장을 만나다 _ 또 하나의 국보 정관장 홍삼
  • 61. 정관장 홍삼 문의 080.041.0303 / www.kgc.co.kr
  • 62. 60 2013SUMMER자연·전통·문화와사람을잇는가교<심> 글 최수정 디자인 오신혜 사진 이명수 정관장아이패스봉사단 봉사활동을위한‘마음’을먼저배우는곳 행복 나눔 _ 아이패스 봉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