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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VOL.8
한미유치원 신문 제 0008호 2013년 9월 17일자
경기도 고양시 고양대로 686-8
발행인 박소미 / 디자인 이경진
www.hanmiu.cc Tel 031.975.6567
올해는 한미신문을 예년에 비해 조금은 색다르게 구성해 보았습니다.
교사들은 2담임으로 한 교실에서 생활할 뿐만 아니라, 연령별 공유모임, 팀별 연구모임 등의 원내 동아리
모임을 운영하며 자율적인 원내장학을 하고 있습니다.
한미신문에는 해마다 각 반의 교실이야기를 실어왔는데, 이번 Vol.8에서는 관심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
성된 팀별 연구모임에서 다루어졌던 이야기와 교사 인터뷰를 싣기로 했습니다. 신문 자료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각 반 담임선생님들과 원감 선생님, 자녀 이야기를 보내주신 학부모님들 그리고 편집해주신
이경진 선생님,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 박소미 드림
02
사회가 성장해 갈수록 감정을 기본으로 한 감정조절문제, 이해관계부족, 사회부적응 등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늘어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지만 인간은 그에 맞춰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지 못하는 듯 하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미래에서 바람직한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도록, 감정 세분화 -슬픔, 혐오, 분노,
두려움, 놀라움, 경멸- 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이 시기에 어린이들의 감정을 다루어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 또래들과
올바른 상호작용을 하면서 단체생활에 적응을 잘 해 나가길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만 3세, 만 4세 반에 다른 상황을 제시하면서 진행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도깨비가 아니야!
어린이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감정이 가장 잘 드
러나는 것은 표정이다. 감정에 따라 변화되는 표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
며 자신 또는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알 수 있다.
학기 초 만 3세 어린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갖는다.
적응이 되기까지 어린이들은 다양한 감정 -엄마를 그리워하고, 유치원을
무서워하는 등- 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보였다.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들 -큰 소리로 울기,친구 몸 만지기 등- 이 많이 보여지면서 이
야기를 함께 나누며 또래의 기분을 알게 되고 공감하는 경험을 하기 시작
했다.
어린이들은 제3의 인물(엄마, 아빠,친구 등)과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 경험을 통해 감정을 생각해본다. 이처럼 상대방의 표정을 기억해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생
각해보는 방법으로 나의 감정과 더불어 상대방의 감정 또한 되돌아보고 있다.
아침 기분을 표현하는 시간을 통해 친구들과 감정을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있지만, 감정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마
음이란 무엇이고, 어린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 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진달래 반(만3세) 김나연 / 민들레 반(만3세) 권은숙 / 대나무 반(만4세) 임준석
마음은
천개가
있어요!
오빠가 카드 놀이 할 때 자꾸 때릴 때…
속상한 표정이에요.
예쁜 마음이야. 엄마랑 너~무 놀고 싶어서 그랬어요!.
이건 화난 얼굴이에요
엄마가 아침에 매니큐어 안 발라 줬어요..
미운 표정이야. 집에서 또봇 장난감 부수면서 떼쓸 때
이런 표정이야.
어제 색칠 공부 하기 싫었는데... 했어요. 짜증난 표정이에요
나 오늘 엄마가 매니큐어 발라줘서 기분 좋았어!
유치원에 오고 싶어요
2013VOL.8
우리 가슴에 있어요.
하트 모양이에요 하트 마음은 좋을 때 생기는 거야.
선생님한테 뽀뽀하는 건 기쁜 마음이야.
코에서 빨간 바람 나오는 건 화난 마음이야.
무서울 때는 괴물 같아.
아빠 회사 갈 때 나 울었어.
마음은 천 개가 있어요.
뼈에 있어요.
아니에요. 사람이 한 개 있으니까 마음도 하나에요.
우리 눈은 두 개니까 마음은 두 개에요 / 콧구멍도 두 개에요 / 귀도 두 개니까 마음은 두 개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도깨비가 아니잖아요.
친구들이 말 자꾸 자꾸 안 들어서 자꾸 나타나요.
마음 속에 하트가 뜨거워서 얼굴이 변하는 거예요.
괴물은 마음이 없어요.
우리는 괴물이 아니니까 나타나는 거예요 / 우리한테만 마음이 있어요.
마음이 없으면 쓰러져요. 화난 마음이랑 착한 마음이 싸워서 그런 거에요.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검은 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못 살아요.
하늘 나라로 가야 돼요.
목마른 표정 그냥 목 마른 표정이에요 정말 목 말라~~
지금 엄마 슬퍼요…
말 잘 안 들어서요.
자꾸 울고 오빠 때려서
슬픈 거에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예요. 착한 애였는데 나쁜 애로 변했어요!
누구가 때려서.
성난 얼굴은… 화난 얼굴이야.
웃는 얼굴. 기뻐서 웃어요
엄마가 웃고 있어 언니가 예뻐서.
안 웃고 있어! TV껐어!
마음이 어떻게 표정으로 나타나?
마음이 없으면?
마음에 대해 나눔을 가진 후, 우연
하게 찰흙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얼
굴을 구성하는 어린이를 볼 수 있
었다. 어린이들은 표정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눈썹, 입 모양을 위아래로
변화시키며, 착한 이미지와 나쁜 이
미지의 차이를 알아가고 있었다. 어
린이들이 얼굴을 만들고 그것이 어
떤 표정인지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
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
인의 감정을 되돌아봄으로써 표정
의 변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차이를 알아가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나가고 있
다. 지속적으로 감정에 대해 알아보
며, 올바른 감정을 인식하고, 자신
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보기를
기대해본다.
짜증난 마음
울고 있어요
마음이란?
싸우는 마음
화가 나면
마음에 번개가 쳐요.
웃음 마음이에요.
하트가 생겨요!
화난 마음
예쁜 마음.
토끼 키우는 게 좋아서
03
04
만 4세 어린이들의 가장 큰 감정적 이슈는 ‘갈등’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혼자 하는 놀이’에서 ‘함께하는
놀이’로 전환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든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난다. 갈등해소 방법은 언어적 표현도 있지만, 대부분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해소 된다. 이는 정서 상태의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상대방을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갈등해소가 되지 않을 때다. 갈등의 언어적 해소 및 조망수용능력*이 비교적 부족하여 교사의 중재에도 화
난 마음을 해소하기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에 차이가 있음을 알고, 인정 ’할 수 있
도록 갈등상황들을 보여주며, 타인을 이해 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및 인형을 보며 상황을 나누어 보는 방법
1. 어떠한 상황인지 설명해주고, 입장에 따른 생각을 나누어본다.
2. 교사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정리 해 줄 뿐, 하나의 결론을 내지 않는다.
실제로 이야기 나눌 때는 갈등 상황의 어린이들 모습이 담긴 사진을 사용 함.
친구에게 있었던 상황을 사진만 보며 이야기 나눈 다는 것은 그리 흥미롭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또한, 주의집중도가 낮아 교사도 나눔을 이끌어가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결국, 흥미가 있어야 집중을 하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흥미롭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안에서 갈등 상황을 나눌 수 있을지 대해 고민해 보았다.
그 결과, 두 교사가 인형을 통한Skit(단막극)을 통해 몰입도를 높이기로 했다.
갈등상황
유아1: 선생님 유아2가 이거 미사일(블록) 가질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손들었는데, 나 안주고 유아3 줬어요.
유아2: 유아3도 손들었어요~
유아1: 그래도 내가 먼저 들었잖아!!
유아2: 근데 내꺼니까 내가 주고 싶은 사람 줘야 하잖아요!
갈등상황
유아1이 유아2의 뒤에 앉아있고, 유아2가 유아1에게 그
만하라 해도 등을 계속해서 만진다.
유아2가 교사에게 다가가자 유아1이 다급히 미안하다고
하는 상황.
유아2: 선생님! 유아1이 나 자꾸 만져요.
유아1: 모르고 만진 거예요! 내가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했는데 유아2가 안 받아줘요.
갈등상황 나눔
교사: 유아2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니?
모두: 그러면 안돼요.
유아2: 난 유아3이랑 되게 친한 친구란 말이에요~~
가위바위보를 해야 해요. / 가위바위보로 해서 진 사람이랑 이긴
사람을 유아2가 정해줬으면 싸울 일이 없었어요. / 가위바위보
해서 한 명이 이기게 되면 블록 차지하고 놀면 돼요.
그런데 가위바위보 하면 진 사람이 슬프잖아요. / 가위바위보 해
서 내가 져도 미사일 블록을 갖고 싶잖아요. 그런데 왜 가위바위
보를 해요? / 이긴 사람이 가지기로 했으니까 가져야지~
줄 거면 둘 다 줘야 해요. / 둘 다 안 주면 되잖아요. 그러면 안 싸
울텐데..
갈등상황 나눔
교사: 유아1이 유아2를 계속해서 만질 때, 유아2의 기분은 어
땠을까?
유아1이 계속 만져서 유아2는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을 것 같아요.
/ 불편했을 것 같아요
기분 나빴겠죠. /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해서 짜증 났을 것
같아요.
교사: 그럼 유아2가 선생님에게 이르러 나왔을 때 유아1의 기
분은 어땠을까?
일러서 안 좋았을 것 같아요. /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아요.
유아2가 너무 빨리 일러서.
근데요~ 유아1이 유아2를 처음부터 안 만졌으면 괜찮았어요.
/ 사과를 진심으로 빨리 하고 마음이 풀어지도록 하면 되요.
야! 때린거 아니라고~
미사일블록
빨강이
어린이들이 지어 준 이름
초록이 줄무늬 분홍이
1
2
1
2
*조망수용능력 : 타인의 입장에 놓인 자신을 상상하는 것에 의해 타인의 의도나 태도 또는 감정, 욕구를 추론하는 능력
2013VOL.8
05
교실에서 갈등상황을 나눔으로써 친구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친구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불편
해’, 속상해’, ‘미안해’라는 감정의 표현이 많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나눔을 통해 “내 생각과 다르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을 스스로 느
낄 수 있도록 만 4세의 교실에서는 계속해서 인형을 통한 Skit(단막극)을 이어갈 예정이다.
“감정은 왜 존재할까?
바로 표현하라고 존재한다.
감정을 표현할 때에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서 수용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감정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만, 어우러지는 삶에 있어서 우리는 그것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
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어른조차 어려운 것이므로 어린이에게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성인들은 어린이의 감정 표현이 부족하고 느리더라도, 경청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느긋한 여유를 가져야 한
다. 행동과 감정을 연결해주고, 더 많은 표현 방법을 알려주며, 더불어 타인의 감정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어린이들과 지속적인 감정을 나누면서 올바른 상호작용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 적응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갈등상황
유아1: 선생님 유아2가 제 팔 이렇게
(자기를 툭 때리며) 했어요.
유아2: 야 때린 거 아니라고~
유아1: 네가 내 팔 세게 이렇게 했잖아!!
교사: 유아2야 어떻게 했는지 말해줄 수 있니?
유아2: (유아1의 팔을 아주 살살)저는 이렇게 유아1 부르기
만 했어요. 이렇게.
유아1: 아니야! 네가 세게 쳤잖아!
갈등상황
어린이들이 등원차량에서 내려 한 줄 서는 상황에서 유아1
이 첫 번째가 되었다. 하지만, 유아1이 등원차량 교사의 부름
에 왔다 간 사이 두 번째에 서 있던 유아2가 유아1의 첫 번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주장한다. 결국 유아1이 울음을 터
뜨린다.
갈등상황 나눔
인형을 통한 교사의 설명 및 재연을 한 후, 이야기 나누기.
교사: 빨강이(유아1)의 마음은 어땠을까?
속상해요. / 그냥 가만히 있는데 세게 치니까 놀랐을 것 같아요.
교사: 그럼 줄무늬(유아2)의 마음은 어땠을까?
친구를 부른 건데 때린 거라고 의심하는 것 같아서 속상할 것 같아요. / 같이 놀고 싶어서
부른건데 때렸다고 하니까 속상할 것 같아요. / 그럼 치지 말고 이름 부르면 되잖아요.
교사: 빨강이(유아1)와 줄무늬(유아2) 둘 다 속상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사과하면 돼요. / 빨강이가 먼저 화냈으니까 먼저 사과하고, 그 다음에 줄무늬가 사과해
야 해요.
눈을 보고 사과하면 되요. 계속 계속 미안하다고 해야 돼요. / 세게 치지 말고 살살 부르
면 돼요.
갈등상황 나눔
인형을 통한 교사의 설명 및 재연을 한 후, 이야기 나누기.
교사: 분홍이(유아1)의 마음은 어땠을까?
분홍이가 먼저였는데 기분 나빴을 것 같아요. / 선생님이 불러서 잠깐 갔는데 줄무늬가
앞질러서 속상할 것 같아요.
교사: 분홍이(유아1)가 첫 번째 자리에서 나갔는데, 줄무늬(유아2)가 앞으로 가면 안 되
는 걸까?
안돼요. 그러면 자리 빼앗은 거잖아요. 자기 자리라고 하면 거짓말 하는 거예요.
거기가 원래 분홍이 자리였기 때문에 안돼요. 가면은 분홍이가 화나요.
분홍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분홍이가 왔을 때 줄무늬가 앞에 있으면 화날 거예요.
분홍이가 잠깐 갔을 때, 줄무늬가 앞에 오더라도 분홍이가 비켜달라고 하면 비켜줘야 돼요.
교사: 둘 다 속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홍이가 착하게 뒤로 가달라고 말하고, 줄무늬는 비켜주면 돼요.
분홍이가 갔을 때, 줄무늬가 첫 번째로 서 있다가 분홍이가 오면 다시 비켜주면 될 것
같아요.
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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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게 무슨 냄새야?
모든 생물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그 중에서도 인간은 오감을 협응하며 세상과 호
흡해 나간다. 인간이 다른 생물에 비해 오감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며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오감을 적절히 사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일 것이다. 오감 중 후각은 인간에게 직접적이고 원초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삶 안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무의식의 작용을 통해 깊은 내면을 형성하기도 한다. 반면 다른 감각에 비해서 무뎌지기 쉽기에
그 중요성과 소중함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냄새가 없다는 것을 생각 해보자. 화려한 음식 속의 냄
새가 없을 때, 아름다운 꽃의 향기가 없을 때, 여름 날의 향수로 떠오르는 바다 냄새가 없을때 등 냄새가 부재
했을 때의 단조로움이란 삭막한 세상을 연상하게 한다.
이렇듯 중요한 감각이지만 삶 안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 있는 감각인 후각에 있어서 익숙함보다 새로움
이 더 많은 어린이들에겐 어떻게 다가올까? 어린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인 유치원 안에서 신기함과 호기
심으로 다가왔던 ‘후각’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후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고니 반(만5세) 이미영 / 느티나무 반(만4세) 명한나 / 소나무 반(만4세) 서정연 / 종달새 반(만5세) 이혜진 / 참나무 반(만4세) 은선미
어린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유치원이라는 장소에도 수많은 냄새가 스며있다. 어린이들이 마주
하는 냄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알아채고 있을까? 교사는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냄새를 발견하게 하고자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었고, 어린이들은 마치 탐험가가
된 듯 유치원 곳곳의 냄새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우리 만의 언어 - 다른 감각과의 연계와 표현
후각은 다른 감각과는 달리 후각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 없다. 색은 빨강, 노랑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소리는 주파수나 데시벨로 그 특징을 객관화 할 수 있다. 미
묘한 미각도 쓴맛이나 단맛 등으로 일반화된 표현 수단이 있지만 후각은 그것이 유래하는 사물에서 나는 냄새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표현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후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환경, 문화, 지식, 정서 등을 바탕으로 표현하는데 이에 따
라 같은 대상의 냄새를 맡더라도 개개인마다 독특한 정의를 내린다. 또한 냄새란 시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언어(이야기,
그림, 색, 매체 등)로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감각과의 연계
오늘 뭐 나와요? 된장국이에요?
유치원에서는 커피 냄새가 나요
친구 냄새도 있어 잠바 냄새가 나.
여기서도 향기가 나요! 빨간 꽃이 냄새가 나! 음~
모래에서도 냄새가 나! 나뭇잎 냄새랑 똑같아
(비닐 향을 맡으면서) 아 ~ 똥 냄새나. 지독한 냄새 같아.
뾰족뾰족 냄새!! 솔 잎 소나무는 뾰족뾰족 냄새
이 나뭇잎은 메론 냄새가 나요. 초록색이라서~
진한 빨간색에는 냄새가 더 나고, 흰색에는 냄새가 조금 나요.
보들보들한 냄새가 나요~
06
“무슨 냄새가 나!” 후각, 일상 속의 발견
2013VOL.8
상상 속에서 움직이는 냄새 - 냄새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이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냄새에 대한 생각들(냄새에 대한 모양 / 색깔 / 언어적 표현 등)이 모여 또래와의 크고 작은 논쟁 속에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도 하고 기존의 이
론을 굳혀 나가거나 수정하기도 한다. 가시화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냄새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냄새가 나는 원리 / 과정)에 자연스레 맞닿게 되며 어린이들의 삶과 연
관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냄새가 좀 향기로웠어요. 수박 냄새 같았거든요.
친구들이랑 같이 수박 먹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매운 사탕이 뭐지? 아! 박하 사탕 냄새가
났어.
냄새가 좋았어요.내가 꽃밭에서 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풀밭에 걸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방귀냄새야, 지독해 빨간색은 딸기 냄새,
보라색은 방귀냄새
향긋한 냄새에요 향수 냄새. 엄마가 좋은 냄새 나라고 하는 거요
냄새가 모아져 있다가 밖에 나가면 퍼져서 냄새가 나요. 오렌지 사탕 냄새요
07
매체를 통한 표현
기억과의 연계
3 4 5
1 2
향기는 점처럼 돼서 (우리 코로) 와요.
공기를 따라서 (냄새가)코로 들어가서 뇌로
들어가서 냄새를 맡게 되는 거에요.
냄새가 이렇게 들어오는 거에요. 꽃 냄새는 이렇게 나요.
코에서 냄새가 배꼽으로 가요. 그 다음에 똥으로 나와요.
그럼 냄새가 없어지고 그럼 다른 냄새를 또 맡을 수 있어요.
나뭇잎에 꿀 창고랑 냄새 창고가 있는데 냄새 구멍이 뚫려 있
어서 거기로 냄새가 나와서 코로 들어와서 맡을 수 있어요.
1
2
3
4
5
08
“이 냄새를 집에 가져가고 싶어요” - 냄새 담기와 향수 만들기
내가 살짝 만졌는데 손에서 냄새가 나요!
잘은 모르겠는데 이게(꽃가루) 묻어서 향기가 묻는 것 같아요!
이거 통에 가져갈래요~ 가서 실험해볼래요!
테이프나 풀은 끈적끈적해서 냄새가 다 잘 붙을 수 있어요.
풀이 끈적끈적하니까 냄새가 풀에 달라붙으면 풀을 썼을 때도 냄새가 나요.
풀이랑 꽃가루가 있으면 꽃가루가
거기 안에 다 뭉쳐져서 꽃 향기가 날 것 같아요.
향기는 바람 같으니까 비닐 봉지에서 빠져나갈 것 같아요.
안 빠져 나가 !! 비닐 봉지에 틈새가 없으니까.
아니에요! 바람 때문에 향기가 빠져 나갈 수 있잖아요.
풍선도 똑같이 다 빠져 버리잖아요 공기들이 좁아서 슝~하고 나오는 거에요.
풀에 넣어 보자!
비닐에 넣어 보자!
여기가 물 안이면 향기가
이렇게 갈 수도 있고
저렇게 갈 수도 있고…
냄새에 대해서 다양한 탐색을 하던 도중 냄새가 자신의 생활 뿐 아니라 신체에 직접적으로 묻어 나
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냄새와 자신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지자 어린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
의 생각, 가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의 신체에 담아진 냄새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
자 냄새를 지속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어 놓는다. 냄새 자
체의 특성과 담고자 하는 물체의 특성을 고려하며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시작한다.
비닐, 풀, 물에 냄새를 담아보려고 했던 시도들은 손에 묻어 났던
냄새를 보다 오래 머무르게 하고 싶었던 마음이며 냄새를 붙잡기
위한 어린이들만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고안한 방법
중 풀과 비닐은 냄새를 그대로 담아낼 수 없었고 어린이들의 시각
에서 보여지는 매체만의 고유한 특성(풀의 접착성, 무언가를 담
을 수 있는 비닐의 용도)을 그대로 접목하였기에 냄새를 담기 위
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향수를 떠올렸다. 일상에서 경험했던 냄새를 나게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주로 액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물을 연상했고 향기를 담기 위한 재도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본격적으로 어린이들은 물을 주 매체로 사용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냄새가 계속 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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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VOL.8
09
차가운 물에 넣기! 먼저 물을 넣고, 꽃을 넣으면 될 거 같아요 꽃을 다져서 넣어야 할 거 같은데요~
어린이들이 시도한 향수 만드는 방법
냄새가 안나는데…..?
너무 오래되서 썪은 거 같은데
이상한 냄새야 우엑! 할 거 같아~
그럼 뜨거운 물로 다시 해볼까?
또 실패 했어….
우리가 똑같은 방법으로 하고
계속 오래 나둬서 안되는 거 같아
(냄새가 있어야) 그래야지 음식이 맛있어요
그럼 우리는 없죠 그럼 우리한테도 냄새가 나잖아요 우리 몸에서도 냄새가 나잖아요
엄마가 멀리 있어서 안보이면 엄마가 목소리는 안 들리니까
냄새가 중요한 거에요
냄새를 못 맡으면 숨을 못 쉬어
우리 인터넷으로 찾아봐요!!
꽃 향수 만들려면
수 백 송이가 필요하대!!!
레몬으로 향수 만들 수 있대!!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에 꽃잎을 넣어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한 경험으로 인해 어린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완점을 찾고자 인터넷을 통해 향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향기를 담기 위한 방법으로 꽃 향수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꽃의 추출물을 얻기 위해 수 백송이의 꽃잎이 필요함을 알게 되자, 일상에서 손쉽게 구
할 수 있는 음식을 매체로 선정한다. 어린이들은 향수를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레몬향수를 선택하면서 진짜 향수를 제조하는 과정 중에 있다.
실험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냄새라는 경험을 확장시켰고, 놀이를 통해 만난 성공과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탐구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아간다 냄새를 보
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로 시작된 도전이었으며 향수를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연의 향기 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향기를 경험하게 되고 우리도 향기
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흥미롭게 표출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후각’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냄새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면서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사물이라도 그 자리에 머물러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린이들의 이러한 모습은 후각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고자 하는 시도로 여겨진다. 시각적으로는 동일하게 보였던 것들도 후각을
통해 마주하면서 “냄새가 다르게 맡아지잖아요 사람도 다르게 생기고 다 다르잖아요”라고 했던 어린이들의 이야기. 이렇듯 어린이들은 개개인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냄새를 통해 경험한 세상도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기대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가치를 스스로 발현해 나간 것이다. 단순히 냄새를 느끼고 알아가는 것에
서 그치는 것이 아닌 후각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의 길을 넓혀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시장은없는것이
없는 곳이야
‘빠름’과 ‘편리함’이 주요가치로 떠오르고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손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오늘날이지만,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정겹고 따뜻한 마음은 오히려 찾아보
기 힘들다. 이러한 현대사회에서 ‘불편함을 넘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어린이들과 함께 찾아보기로 했다. 바로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
간인 ‘재래시장’이다.
한미유치원 근처에는 오랜 역사의 흔적이 묻어나는 일산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매 3일과 8일이 되면 마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재래시장이 크게 들어서는데, 이 때
평소 한산하던 거리와 도로는 다양한 물건과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다. 우리 어린이들도 늘 유치원을 오고 가며 시장의 풍경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등-하원을 위해 이
동하는 버스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시장의 단편적인 경험은 어린이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주지 못하는 듯 했다. 이에 교사는 일산시장이 유치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하여 어린이들과 시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 안에서 번져나가게 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보고자 했다.
진달래 반(만3세) 박은혜 / 참나무 반(만4세) 이유진 / 느티나무 반(만4세) 황보선 / 고니 반(만5세) 김유미 / 까치 반(만5세) 김지은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시장
만3세
시장에서 뱀 보고 싶어요~~~
시장에는 다 있어요 마트에 있는 거는 시장에 없어요.
황금 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장에서 삔 사려구요.
시장하면 스파이더맨이 생각나요 .
스파이더맨이 있을 것 같아요 .
시장에서 먹고 싶다고 말해야 돼요.
돈 내고 먹어야 돼요~~
아니에요 그냥 먹어도 돼요.
시장은 다 꽁짜에요.
엄마가 산책 갈 때 시장에서 떡볶이 사줬어요.
떡볶이는 비싸지 않았어요 일만원이었어요 .
시장에 신기한 걸 보러 가고 싶어요.
장난감이 있을까 없을까 궁금해요 .
시장 가는 게 여름은 너무 더워요 .
010
2013VOL.8
011
사람들이 말하는 게 재미있어. 웃겨. 뭐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물고기 또 있어! 생선이 백천개도 넘게 있나 봐!
갑자기 멋있는 느낌이 들어. 음식이랑 옷이랑 구두가 많으니까.
여러가지도 많고, 볼 것도 많이 있어서 좋은 느낌이 들어.
시장에 가니까 뭐가 먹고 싶어졌어.
시장에는 먹는 게 많으니까. 맛있는 느낌 나.
시장에 많이 가볼수록 재미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좋아.
많은 사람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
신나서 뛰고 싶었는데 잃어버릴 것 같아서 안 뛰었어.
사람들이 이야기 많이 해서 시끄러운 느낌 들었어.
사람이 많아서 벅적하고, 서로 말을 하니까 시끌해.
시장과의 첫 만남
사람이 많아서 벅적하고, 서로 말을 하니까 시끌해!
드디어 시장을 처음으로 찾아가던 날! 교사와 어린이 모두 설레이는 마음으로 향한
시장에서는 과일, 과자, 음식, 옷과 신발 등 다양한 종류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판
매되고 있었다. 성인들도 그렇듯이 어린이들 또한 시장에서 팔고 있는 ‘물건’ 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그 외에도 건물 안이 아닌 야외 풍경, 천막 아래의 가판대, 손
글씨로 적힌 가격표, 시장 안에서 풍기는 냄새 등 시장의 이색적인 환경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물건도 다른 느낌을 안겨주는 듯 유심히 살펴보는 어린이들의 모
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시장
만4세
시장은 사람들이 먹을 거를 사는 거고 먹을 거가 있어요.
시장이 없으면 먹을 것이 없잖아요.
배가 고파서 시장이 있는 거에요.
시장은 물건을 파는 데에요.
시장에서는 아줌마,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고
막 마트에서 처럼 조용하게 안해요.
시장은 여러 가지 동네에 다 있어요.
우리 아파트에도 시장이 생길 때가 있어요.
마트가 없어지면 시장이 대신 팔려고 그러는 거에요.
012
그냥 이거 살까? 이거?
물어봐야지~ 물어봐야 알지!
이거 얼마에요?
십이천원?? 맞아요?
상인: 삼천원~~
어? 그럼 우리 살 수 있다! 이거 살께요.
상인: 맛있게 먹어요~~
이거 우리가 산 거에요!
이거 집에 가져가서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다!
또 살거에요 ~~
호떡 먹고 싶다...
살래, 호떡?
안돼...
시장 가기 전 계획하기
우리 시장 가서 뭐 살까??
장난감 자동차!
거기에 그게 있을까??
없으면 다른 거.
음.. 뭘 사지?... 텔레파시 되는 걸로 정하자.
사과?
그래! 나도 사과 좋아.
시장에서
사과다!
악! 근데 너무 비싸. 12만원이야.
참외를 살까...
근데 참외가 너무 작네...
뭐 살까?...7000원?
시장을 둘러보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어린이들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에 대해 함께 나누며 장날과 장날이 아닌 날의 차이점, 장의 위치, 장이 열리는 날의 숨겨진 규칙
을 찾아가면서 시장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해 나간다.
손님이 되어
몇 만원이에요?
시장의 형태와 기능은 사고 파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질 때 온전히 유지-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시장 안의 이치를 어린이들도 이해하며 받아들
이게 된 것일까? 시장과의 관계 맺음이 계속 될수록 어린이들의 관심은 파는 물건에서 ‘사고 싶은 마음’으로 옮겨갔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고 싶은
욕구를 마음껏 드러냄으로써 어린이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장날
원래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시장으로 변했어
원래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시장으로 변했어.
막 다 변해. 숫자로도 변하고, 차로도 변하고, 동물로도 변해.
시장이 안 열면 찻길이 넓은데, 시장이 열면 찻길이 좁아져.
장은 아무데나 서는 게 아니야. 항상 똑같은 데 서!
장은 맨날 열리지 않고, 열리는 날이 있어.
그냥 열리는 날이라서 열리는 거야.
3하고 8이 있는 날만 장이 열린다고 했어.
30일이랑 31일에도 장이 열려.
아니, 그럼 너무 많이 열리잖아!
2013VOL.8
013
어린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였던 시장은 어느새 사람
사이의 소통과 따뜻한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간다. 그러면서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시장을 함께 들여
다보고 우리만의 시장을 열겠다는 목표 설정까지의 이 모든
과정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하는 어린이들
의 모습에서 ‘시장’이라는 문화에 충분히 녹아 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현재도 어린이들은 시장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며 목표 달성
을 위해 판매할 물건, 화폐, 시장의 형태 등 적극적인 협의를
거치고 있다. 판매할 물건은 교실에서 진행되는 놀이와 연결
지어 준비해 볼 예정이다.
우리만의 시장을 열었을 때 단순히 이익 창출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시장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교실 속 놀이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 어우러지면서 어린이들은 조금씩 물건을 파는 ‘상인’의 역할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인 한미 유치원에도 시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한미유치원 시장’을 열기 위해 필요한 요소와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새로운 목표
한미유치원에도 시장이 열리면 좋겠어!
신기한 게 많은 곳이야
마트 대신 음식을 파는 곳이야
마트에 사람이 꽉 차면 시장에 오기도 하고, 마트에 없는 거를 사는 거야
시장에 물건이 없으면 장사가 망한 거야
살 거 다 사니까 좋은 곳, 즐거운 곳이야
시장은 서로 말을 주고 받는 곳이야
‘사세요’ 라고 하면 사러 온 사람이 사겠다고 하고, 파는 사람이 주겠다고 하는 거야
시장은 없는 것이 없는 곳이야
한미유치원에 시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오 좋다! 그럼 무엇을 팔지?
우리가 메시지 센터에서 만드는 거! 입체 같은 거 팔면 좋겠어.
집에서 안 쓰는 장난감이나 물건 같은 것 있잖아.
그런 거 팔면 어때?
우리가 만드는 건 멋있으니까 잘 팔릴 거야.
우리가 종이로 만든 거 팔면 좋겠다.
우리가 가면 만들어서 팔면 돼~
아니면 우리가 집에서 과일 같은 거 가져와서 팔아도 되겠다.
집에서 우리가 쓰기 싫은 물건들이 있으면 가져와서 팔면 될 것 같아.
그건 벼룩 시장이네!
시장을 만들려면 돗자리를 가져오고 그 위에 물건을 올려 놓아야 해.
천막! 천막은 무조건 꼭 있어야 해.
그럼 나무 막대도 있어야겠다. 시장은 천막 세우는 막대가 다 있었어.
가격! 가격 쓰는 거. 근데 시장은 꼭! 종이에 써야 할 것 같아.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시장
만5세
014
한미유치원 선생님과의 인터뷰
Q.1 한미유치원 교육의 문화는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특징 중 하나가 발현적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하는데, 발현적 교육과정이란 무엇입니까?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기위해 우리 선생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미유치원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경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발현적 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 (이 팀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다고 하는데 그 주제에 대한 사례) 를 이야기해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김리나: 발현적 교육과정이란 결과 위주의 미리 짜여진 교육과정이 아닌, 어린이들로부터 발현되는 과정중심의 교육과정입니다. 즉, 교사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린이들이 중심
이 되어 함께 교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다양한 매체지원을 하면서 어린이들이 이 매체를 이용하여 어떻게 놀이를 시작하고 만들어가는지, 그
안에서의 가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린이들과 교사가 함께 찾아가고 만들어 갑니다. 어린이들이 교육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관심과 흥미가 높아지고, 즐거움을 많이 느
껴 오랫동안 놀이가 이어지는 것 같아요.
박은정: 이때 교사는 어린이들이 어떻게 놀이하는지 그대로 맡겨 두는 것이 아니고 교실의 이야기가 활성화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죠. 교사가 어떤 목표를 세
우고 어린이들의 놀이를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놀이의 깊이가 달라지고 그래야만 잠재된 어린이들의 능력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미영: 놀이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어린이들이 어떻게 놀이하는지 그대로 맡겨 두는 것만이 결코 발현적 교육 과정은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
한 놀이와 이야기 중 교육적으로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어떻게 지원해야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지하면서 교육적 가치와 의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나누고 연구를 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최은호: 교육과정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관찰과 기록작업이 중요하다고 봐요. 교육과정의 목표를 설정하고 매체를 지원하며 놀이의 방향을 살피고 지원이 필요할 때를 알기
위해서는 교사가 관찰을 통해 적절한 시기를 찾아야 하는 거죠. 관찰과 기록을 하다 보면 어린이들의 발달 수준과 호기심의 정도를 알게 되어서 지원의 방향이 구체화 되기 때문입니다.
오혜선 : 팀원들과 그동안 어린이들과 했던 이야기 주제, 함께 나누고 싶은 교육적 가치 등을 협의하다가 이번 주제를 숲으로 정했어요. 숲은 분명 호기심 넘치는 공간이지만 교육의 과
정으로 풀어가기엔 쉽지 않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장기간 정발산과 황룡산을 다녀오니 숲에 대한 인식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교사 또한 변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 정
하였죠. 또 한미유치원만의 숲 공간(산속 놀이터)이 생겨 어린이들의 흔적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러한 주제 설정은 기존의 짜여진 교육과정에서 찾
아볼 수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어린이와 교사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발현되어 가는 것이니까요.
박미영 : 대나무반의 ‘부화기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미유치원에서는 올해 매주 화요일마다 방송조회로 각 반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일이 생겼는데, 어느 날 ‘부화기에 넣어진 유정란’이 소개되었습니다. 우리 대나무반에서 부화기를 교
실로 가지고 오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부화기의 표시창에서 줄어드는 숫자를 발견했고 이것은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한 기간으로 날짜가 지남에 따라 수가 줄어든다는
것(수와 시간, 수의 역)에 대한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과 예측을 해보기도 하면서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 한 날~ 아이들은 모두 먼저 태어난 한
마리의 병아리가 심심하지 않도록 친구 병아리 그림을 그려 보여주기도 하고 축하한다는 편지를 쓰기도 하면서 생명의 탄생에 대해 기뻐했습니다. 그것과 함께 부화하지 못하는 나머지
알을 걱정하는 마음들이 생겨나고 알 속의 병아리들이 힘이 들어서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리가 도와주기로 하고 알을 살살 깨어 봅니다. 안타깝게도 깨어 본 알은 부화가 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은 그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왜? 우리 부화기에서는 병아리가 모두 태어나지 못했을까? 라는 것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의 결과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부화기는 병아리가 모두 잘 태어날 수 있는 곳에 두기로 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Q.2
민들레 반(만3세) 오혜선 / 대나무 반(만4세) 박미영 / 소나무 반(만4세) 박은정 /
종달새 반(만5세) 김리나 / 까치 반(만5세) 최은호
2013VOL.8
015
지금까지 발현적 교육과정에 대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잘 들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금년 들어 유아교육과정이 누리과정으로 통일이 되었다는데, 한미유
치원의 발현적 교육과정과 누리과정은 어떠한 관계가 있나요? 혹자는 모든 원이 누리과정을 해야 하니, 이제는 한미유치원이나 어느 원이나 교육과정이 똑
같을 거라고 하더군요.
오혜선 : 과연 그럴까요? 제가 이해하기에는 ‘누리과정’은 취학 전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생애 초기의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라는
시스템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 문제와 영.유아기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기본생활습관, 바른 인성, 창의성, 놀이를 통한 교육을 중시하는 점이 고무적이죠. 국가수준
의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은 만 3~5세의 발달 수준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교사가 숙지하는 것이 당연하죠.
그러나 타 기관의 실정을 들어보면 누리과정을 교사가 숙지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과정 해설서를 그대로 가져가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놀이를 통해 배우고 어린이
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유선택활동(소그룹) 시간이 교사 주도의 대그룹 활동 시간에 비해 짧다고 합니다. 자유선택활동시간에도 어린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진정한 놀이가 아닌 활동
지 위주의 수업이 많고요.
최은호: 그렇습니다. 현재 국가 정책으로 누리 과정이 운영되면서 모든 어린이에게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죠. 그렇지만 누리과정이 교과서는 아닙니다. 누리과정의 원론에
서 제시하는 유아교육이론 또한 구성주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리과정을 개별 유치원의 실정에 맞도록 연구하여 적용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리과정 지도서에 좋은 교
육내용이 담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의 내용은 선택적으로 교사가 교육과정을 계획할 때 반영하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것이 되면 안될 일입니다. 또한 우리 유치원과 같이 사립이면서
개별성을 갖고 운영하고 있는 곳을 틀에 맞추어 운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려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누리 과정의 기본 철학과 이념들이 현
장에서 바르게 적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린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생각이 모여 하나의 작은 생명체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들이 없이 교사 주도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나열하는 방식이나 일회성의 이야기 나누기였다면 어린이들이 느끼는 환경에 대한 앎의 깊이는 어떠했을까요? 물론 환경이 중요하다는 내용은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
은 환경의 중요성이 결국 어린이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자연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대나무반에서 부화한 삐약이는 잘 맞는 환경인 연천 목장
에서 살아가고 있고 아이들은 가끔 삐약이의 소식을 원장님께 들으면서 다음에 부화시킬 병아리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모두가 태어날 수 있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은호 : 까치반에서 진행된 향순이(꽃모종) 이야기는 매일 관찰하고 살피는 과정에서 식물이 살아있고 식물도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 경험으
로는 어린이들과 식물에 대하여 관찰을 하면서 이렇게 깊이 있게 진행한 적은 처음인 듯합니다. 교사의 발견이 아닌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발견된 식물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흥미와 호
기심이 깊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 아침, 바깥놀이 시간,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 시간별로 다르게 보이는 향순이의 모습에서 어린이들은 시간에 따른 꽃의 움직임이 다르
다는 것을 구체적인 관찰을 통해 알아차리게 되었죠. 그러면서 꽃잎의 모습이 날씨의 영향으로 인해 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우주와 연관 지어 풀
어내기도 하는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꽃의 작은 움직임을 발견한 어린이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주변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에 대해 함께 나눌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이야기 흐름은 기존의 짜여진 교육과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입니다.
Q.3
어린이와 나누며 어린이 혼자 만의 놀이가 아닌
교사-어린이, 어린이-어린이가 함께 놀이를 구성해가기 위해서는
기록작업이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해결하고
즐기면서 하는 놀이로 변하게 되죠.
016
한미유치원에서는 한 반에 담임교사가 2명씩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 2교사제를 선택했으며, 두 교사가 한 교실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통해 어린이들은 어제의 놀이를 이어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놀이를 회고하면서 자
기 평가를 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어린이들뿐 아니라 교사도 놀이의 전체적인 흐름
을 바라보고, 지원해야 할 매체들이나 방법들을 의논할 때 저널을 보면 한눈에 들어와 많
은 도움이 됩니다.
김리나 : 교실에서 담임 2명이 함께 지내다 보니, 한 교사는 담임이고, 또 다른 한 교사는
부담임이 아니냐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가 간혹 들려옵니다. 아마도 유치원에 상담하러
오시는 학부모님들의 대표적인 궁금증인 것 같아요.
박은정 : 주변 유치원에서 2교사제를 운영한다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정담임 부담임교
사로 나누어져 있거나, 한 반의 정원을 1/2씩 나누어 수업하거나, 1주일씩 나누어 각자 수
업을 진행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유치원은 그렇게 운영되지 않고 두 교
사가 평등하게 담임으로 일합니다. 어린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적기에 도와주기 위해
서 그리고 지금까지 이야기 했던 (기록작업과) 발현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2
교사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오혜선 : 2교사제는 정말 어린이들에게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최은호: (그런 이유도 있지만) 2교사제가 좋은 것은 care이외에 한 교사가 가지는 편견을
다른 한 교사의 새로운 시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도 그렇고,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도 그렇고요. 하나가 아닌 둘이어서 좀 더 폭넓게 보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오혜선: 그리고 2교사가 함께 일하는 것은 학급을 위해서 2배의 효과가 아닌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로, 공유와 협의를 들 수 있는데요. 협의 과정에서 혼자의 생각이
아닌 둘의 생각이 부딪치면서 제3의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 있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상대
방의 생각을 경청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적인 학급운영을 하게 되고 또한
어린이들의 소집단 구성을 이해하고 잘 지원하게도 됩니다.
박미영 : 사실 두 교사가 살아온 환경과 생각 태도 등 모두가 다르기에 서로의 의견을 조
율하는 부분에서는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교사 모두 반 어린이들의 생각 태
도 놀이 등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같기에 서로의 생각이 달라 의견 충돌
이 있지만 분명 합의점을 찾아 나갑니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서
로에게 모두 어떤 면에서는 발전적인 영향을 주는 듯 합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하나의 이
치와 같이 하나의 생각이 어떤 도전을 받지 않는다면 그 생각은 발전 없이 그 자리에 머무
를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발전을 할 수 있는 충
분한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며 때론 나의 의견이 선택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김리나: 두 교사가 다른 시각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놀이평가를 하고 전체적인 놀이
흐름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놀이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지원할지 서로의 의견을
내다 보면 어떨 때는 두 교사 모두 가장 바람직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 할 때가 있습니
다. 그 과정에서 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짝 교사가 의견을 낼 때도 있고 내
가 무릎을 탁 치는 의견을 내게도 되는데 이때 좌절에서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박은정: 좌절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는 것이 참 의미 있게 들리는데 이 부분에서 사실 경
력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은 듯 합니다. 모든 반의 두 교사가 경력이 다르다 보니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도움을 주고 받는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 고경력 교사의 경우 한미 유치원
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저경력 교사의 경우 어린이들의 놀이에
더욱 궁금증을 갖고 또 지원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도전을 갖기도 합니다. 때문에 두 교사
의 다름이 함께 하기에 더 큰 힘을 가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Q.5
Q.4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발현적 교육 과정에서 관찰과 기록이 중요하
다는 것을 이야기 하셨는데 관찰과 기록작업이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
영되고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나요?
박미영: 관찰과 기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구성주의 이론에 근거를 둔 발현
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미유치원과 같은 유아교육기관에서는 교육과정운영의 기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관찰과 기록을 통해서 어린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
는 놀이를 교사가 이해하게 되므로 기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혜선 : “선생님 저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요. 다른 반도 마찬가
지일 거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관찰과 기록작업은 발현적 교육과정의 기초가 되고 또한
교사와 아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한 기초가 되며, 교사가 어린이에게 관심, 경청, 함께 하
고 있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고 무엇인지, 왜 만들었는지를 어
린이와 나누며 어린이 혼자 만의 놀이가 아닌 교사-어린이, 어린이-어린이가 함께 놀이
를 구성해가기 위해서는 기록작업이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해결하고 즐기
면서 하는 놀이로 변하게 되죠.
김리나: 어린이들의 놀이 사진을 정리하고 대화기록을 옮기고 해석/분석하는 기록작업
을 우리는 저널이라고 부르죠. 그날그날 놀이를 저널(daily journal)로 남기는데, 저널을
쓰면서 기록했을 당시 들리지 않았던 대화들이 정리하면 어린이들이 한 말이 다시 들리
고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 이해되는 부
분도 생기더라고요.
박미영: 이해를 돕기 위해 저널에 항상 함께 들어가는 사진은 때로는 훌륭한 독립적인 기
록이 되며 어린이들의 놀이를 좀 더 확실하게 살펴 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예
를 든다면 사진을 통해서 좀 더 어린이들의 놀이를 이해했던 경험을 들 수 있겠는데 몇
년 전 찰흙 놀이 중의 하나입니다. 놀이가 끝나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살펴보니, 놀이 상
황에서는 각각의 어린이들이 찰흙으로 구성물을 만들면서 서로 다른 놀이를 하는 것으
로 보였는데 만들어 가는 찰흙 구조물들이 서로서로 도움을 받고 주기도 하면서 구성되
어 가고 있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교사가 그때 느꼈
던 것은 찰흙이라는 하나의 영역에서 있었던 어린이들이 어떤 어린이는 주변 어린이들과
잘 섞이는 듯 이야기를 즐겁게 하면서 놀이 속에 있기도 하고, 또 친구들과 소통하기 보
다는 혼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면서 있는 듯 한 어린이도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언어
만이 아닌 눈으로 생각으로 손으로 친구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사진을 분
석해 보면서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언어로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의 생각들이 어떻게 언어 이외의 다른 부분으로도 왔다 갔다 하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하
게 살펴 보게 되었습니다.
최은호: 놀이상황에서 기록을 하다 보면 어린이들이 어떤 의미로 이야기 했는지 놓칠 때
가 있죠. 상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순간적으로 어린이의 의도를 놓칠 때가 있어
요. 이럴 경우 기록작업을 하면서 앞뒤의 맥락을 살펴보다 보면 의미가 있던 이야기였음
을 알 수 있게 된답니다.
박은정 : 교사가 관찰을 하고 기록할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어 대그룹시간에 어린이들에
게 되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소집단 안에서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
하게 하고 어린이들 스스로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 어린이
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죠.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오혜선 : 한미유치원에서 하는 기록작업은 형태, 쓰임새, 목적 등이 다양합니다.
하루의 일과 전체를 담은 경영록, 놀이 상황을 전사하는 저널, 놀이 흐름을 정리하는 패
널, 교실 전체 놀이의 대략적인 흐름 및 교사의 예상을 담은 흐름도 등이 있습니다. 또한
포트폴리오 형식의 ‘나의 유치원 생활’, 소책자, 한미신문, 달력, 동시책도 있네요.
각반의 포트폴리오만 봐도 알 수 있듯, 한미유치원에는 표준화된 기록 형식은 없어요. 매
해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
때로는 어려움도 있으나 이 또한 진정한 교육을 위한, 어린이들을 경청하기 위한, 기록을
효율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데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죠.
김리나 : 어린이들의 소그룹 놀이를 기록한 저널을 교실에 비치합니다. 만 5세라 자신만
의 놀이를 잘 알고 있어서 저널을 스스로 읽고 계획을 세우는 모습도 보입니다. 저널을
2013VOL.8
017
한미유치원에서의 교사 생활을 되돌아 보며
한미유치원에서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입식 교육
이 주였던 상황에서 학교 생활을 마치고 한미에 들어와서 구성주의를 접하면서 교육이
란 것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계속 깨우쳐 나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어린이들의 놀이
를 들여다 보면서 ‘왜 그럴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무엇을 지
원해 주어야 하는가?’를 항상 판단하고 결정하고 지원하고 또 다시 그 과정을 되돌아 보
면서 어떠한 것이 바람직할지를 항상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살아오면서 때로는 어쩌면
더 빠르고 쉬운 방법도 있는데 라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미 유치
원과 다른 유치원의 근무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한미에서 했었던 일
들이 ‘연구하는 교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한미유치원에서 살아가는 교사
로서 매우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
이 있습니다. 연구하는 교사라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
하면서 그 안에서 어린이들이 좀 더 좋은 교육 안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
이 될 수 있는 교사이길 바랍니다.
한미유치원은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지원
하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주도적인 교육이 아닌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어린이들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큰 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
는 것 같아서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였다면, 지금
은 어린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어떤 것을 지원해 줄까? 라고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어린이들과 그리고 동료 교사와 함께 풀어가는 그 자체가 진정한
교육의 발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내일도 어떤 일들이 생길지 기대하
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한미유치원에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과 현재 저의 마음가짐에는 큰 차이
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한미유치원을 선택해서 근무하게 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오랫동안 한미유치원이라는 독
특한 교육현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유치원은 교사 스
스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도전하고, 연구하는 배움의 길에 설 수 있
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중심인,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저에게 가장 큰 변화는 교사관인 듯 해요. 일반적으로 교사는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
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자라온 교육환경이 늘 주입식 교육이었기에 고정관
념처럼 그렇게 생각한 듯 해요. 한미의 교육철학을 알아가고, 이곳의 교육문화를 몸으로
익히면서 교사가 알려주기보다는 어린이들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상황과 환경을 열어
주고, 돕는 것에 있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교사의 역할이 더욱 다양해지더라고요. 어린
이들에게 새로운 매체를 제공하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
도 하고, 새로운 매체를 발견하기도 하고, 같은 물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하는 기회를
어린이들을 통해 얻기도 한답니다. 교사로서의 성장과 함께 한 인간으로서 삶에서 알아
가는 지혜가 더해져 가는 듯해요.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늘 응원
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학부모님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한미유치원 조직문화의 독특성이 저를 많이 변하게 했어요. 나눔, 협력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죠. 학문적 지식을 전달 받는 주입식 교육 세대인 제가 한미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
았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린이의 표정, 말, 놀이 등에 귀 기울이며
오히려 어린이들로부터 협력하는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교사가 어린이들만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인정하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짝 교사의 소통 방식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전에 느티나무반에서 한 어린이가 협동은 친구와 손뼉을 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둘이
손뼉을 치기 위해서는 손뼉을 치자는 생각도, 손뼉을 치는 순간도, 손을 놓는 위치도 맞춰
야 합니다. 한 교실에서 두 교사 가 맞춰나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포기
하지 않고 어린이들 곁에서 함께 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박미영선생님
박은정선생님
최은호선생님
오혜선선생님
김리나선생님
018
난 할핀으로 잴래.
난 이렇게 해야지. (할핀의 양쪽을 벌린다.)
그렇게 하면 네가 더 크잖아.
5번(식물)은 키가 너무 작아. 이걸(풀통)로는 잴 수가 없어.
이걸로(부러져 짧아진 파스타면) 하면 밤샐지도 몰라. 하하하
‘이만큼’이 얼마만큼이야?
어린이들은 성인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문화적 도구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배워나간다. 그 중 ‘측정’이라는 문화적 방법은 어린
이들의 유치원 생활 이곳 저곳에서 드러난다. 종이 크기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쌓은 블록의 높이를 자신의 신체와 견주어 보며, 친구와 자신의 키를 비교하는 등 알게 모르게 하
루에도 몇 번씩 측정하곤 한다. 이처럼 측정은 타 수학영역에 비해 실제 생활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실용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스쳐갔던 수학적 상황들 중 ‘측
정’은 다육식물을 재배하고 협동게임 마시멜로 챌린지 를 하면서 종달새반 어린이들의 놀이거리이자 도전거리로 구체화되었다.
2학기에 들어 아뜰리에 창가에 있는 다육식물 중 5종을 종달새반 교실로 들여왔다. 어린이들은 새 친구인 식물 중 1개를 선택하고 스스로 기르며 변화과정을 관찰하였다. 식물
성장 징후 중 어린이들의 주된 관심은 길이(어린이들은 ‘식물의 키’로 명명함, 이하 키로 기술)의 변화였다. 식물이 자랐음을 기뻐하고 쑥쑥 자랄 수 있도록 정성을 쏟으며, 식물
간의 키를 비교하며 종달새반 어린이들의 공통 관심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교사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 물음표를 던졌다. 주입식 교수가 아닌 어린이의 일
상을 귀 기울이며 순간적인 일상을 가치있는 배움의 장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다시 말
해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만큼’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보고자 한 것이다. 교사의 질문에 난
색을 표한 어린이도 있었고 나름의 방법으로 답을 찾아가기도 하였다.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물이나 신체 활용하기-비표준 측정, 자 만들기-표준 측정도구 활용하기, 두 가
지 방법으로 접근해나갔다.
모든 사물이 측정 도구로 채택된 것은 아니었다. 측정 대상에 따라 재는 도구로 사용될 ‘무엇’을 신중하게 골랐다.
고정된 형태를 지닌 것 중 측정 대상의 길이, 사물의 수량, 접근성을 고려하여 목적에 적합한지 실험하였다. 그러
나 같은 사물로 같은 대상을 쟀음에도 측정 결과가 다를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할핀을 놓는 방법-세워서 재기, 눕
혀서 재기, 할핀 양쪽을 펼친 후 재기, 할핀을 겹쳐서 재기 등-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적합한 비표
준 측정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표현처럼 정정당당하게 재는 ‘측정 기술’ 역시 중요한 과정
이 된 것이다.
다육식물의 키재기로 시작된 ‘측정’은 교실에서 이곳 저곳으로 번져가면서, 마시멜로 챌린지 놀이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키가 큰 것 같아요. 지난 주 보다 이만큼 컸어요.”
“얼만큼?”
놀이 속 측정이야기
너 손이 더 작으니까 크게 나오지!
길이를 비교할 때 정확하고 공평한 측정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측정 도구’가 같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높이 세울 수 있어? 내 손 5개야.
(자신의 손으로 측정한 결과) 나 7개 나왔어.
손 대봐. 네가 더 짧잖아.
그럼 너 손 줘. 하하하
야! 내가 놀이해야 하는데 어떻게 손을 빌려주냐! 그럼 난 놀이 어떻게 해?”
마시멜로 챌린지* 영역에서 놀이하던 어린이들은 한 어린이의 손을 종이에 그린 후 형태대로 잘라 측정 도구로 활용한다.
2012학년도 종달새반 (만5세) 오혜선 / 황보선
*4인 1조 협동학습으로 제한 시간 동안 스파게티면 20개, 1미터의 테이프 그리고 1개의 마시멜로를 활용하여 마시멜로가 제일 꼭대기에 위치해야 한다는 조건에 맞게 탑을 쌓는다. 가장 높이 쌓는 팀이 이긴다.
측정 기술과 관련된 에피소드 1
해결방안1 00으로 잴 수 있어. - 비표준 단위를 이용한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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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는 똑같다 달라도 된다
겹쳐서 재면 안돼!
같은 비표준 측정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활용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아 1, 2는 마시멜로 챌린지 결과를 측정한다.(에피소드 1의 손 그림 활용)
육안으로 판단하여도 유아1보다 유아2의 바닥에서 마쉬멜로우까지의 수직거리가 짧아 보인다.
그러나 각자 측정한 결과는 반대였다.
유아 1: 난 4.
유아 2: 난 6
유아 1: 진짜?
(유아 1은 자신이 세운 구조물에 꽂힌 마시멜로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댄 후 선을 긋는다.)
유아 1 : 해봐.
유아 2: 1, 2, 3, 4, 5, 6, 7. 7이네?
유아 1 : 그렇게 하면 안돼. 이렇게~
측정 결과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또 다른 책략은 자 만들기이다. 길이 측정과 자의 불가분 관계를 어린이들도 인식하는 듯 보
였으나 놀이 초반 만들어진 자는 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자유로운 수 배열 , 불규칙적인 수 사이의 간격 , 무분별하게 표시된 눈
금선 등에서 엿볼 수 있듯, 자처럼 생긴 모습을 모방하여 그린 것이지 자의 기능을 알고 그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모방은 어린
이들에게 있어 단순한 베끼기가 아닌 세상을 느끼고 탐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자를 만들고 식물의 키, 둘레를 재는 모방의 과정
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자’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었다. 병원에서 키를 쟀던 경험이 ‘다육식물 건강검진’이라는 가상놀이로,
집에서 손위형제가 사용하던 자를 본 경험이 자신만의 자를 만들어 보는 놀이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사람의 키는 자라잖아. 그러니까 달라질 수 있어.
우리 집에 있는 컵 다 안 똑같아.
컵이 다르면 키가 달라.
자 대신 손으로도 잴 수 있잖아.
근데 손도 어른이랑 아이랑 다르고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 그러니까 자도 달라.
자 만드는 공장이 일본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는데 어떻게 다 똑같이 만들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자 - 논쟁하기
어린이들은 측정 도구 고안, 변형, 활용하는 과정을 즐겼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만든 자에는 오류가 있었다. 비표준 측정 시 중요시 여긴 공평함에 어긋나 동일
한 식물 혹은 물체를 쟀을 때 서로 다른 수가 부여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나누는 과정에서 수 많은 물음과 논쟁이 일어났다.
자가 다르면 내 키가 작아지고 커지잖아.
어떤 게 내 키인지 모르잖아.
미국에서는 내 컵이 20이나 100이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1m나 3m가 되면 황당하잖아.
컵은 다 다를 수 있지만 하나를 재면 숫자
(측정 결과)가 달라지면 안될 것 같아.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해서 약속을 정하는 거야.
측정 기술과 관련된 에피소드 2
해결방안2
‘자’ 만들기
1
2
3
1
2
VS
3
020
다수결, 대그룹 토의 대신 실제 자를 비교하기로 하였다. 줄자, 삼각자 등 다양한 형태의 자와 국내외 자를 몇 개 모은 후 시작점, 수의 간격을 확인하였다. 몇 개의 자
에 cm와 inch가 함께 표시되어 있어 ‘자는 다를 수도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듯 하였다. 교사는 어린이들이 측정결과를 이야기할 때 수 뒤에 –개, -미터, -센치 등
의 언어를 덧붙이듯 다양한 측정 단위가 존재함을 알려주었다. 하나의 자로 봤을 때는 서로 간격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단위끼리 비교하였을 때는 일정한 간
격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자 어린이들은 마치 마술쇼를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기뻐하였다. 이로서 ‘자에 기입된 수의 규칙성’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되
었다.
위의 탐색과정은 국가수준의 누리과정 만5세 수학적 탐구하기 세부내용 범주 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기회가 되었음은 물론, 사회의 문화적 도구인 수와 수학적 사고
를 깊이 있게 통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어린이들이 측정을 하면서 수많은 실수를 통해 ‘자’에 대해 알아낸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는 하나씩 더해지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존재하며, 간격이 같아야 한다.
자가 달라도 숫자의 키는 똑같아야 해요.
0부터 시작하면 숫자가 많아지고 1부터 시작하면 적어져서 똑같이 0부터 시작해야 해요.
둘째, 자의 시작점은 ‘0’이다.
0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나 1은 하나 있다는 거에요.
1부터 재면 숫자가 커져서 불공평해요.
작은 걸 쟀는데 1보다 작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0이 필요해요.
셋째, 수가 놓인 위치에 따라 수가 갖고 있는 크기 혹은 양이 달라질 수 있다.
놀이 초반에는 십을 숫자로 쓸 때 1과 0의 위치를 혼동하여 쓰던 어린이들이 ‘01’은 ‘1’과 같은 것임을 알아갔다.
넷째, 수와 수 사이에는 작은 수가 존재한다. 소수점의 의미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으나 정수와 정수 사이에 있는 눈금
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수와 수 사이에 측정하고자 하는 사물이 놓일 경우 대강의 수로 읽어 낸다.
5 조금 넘어. 5 반이야 그런데 6은 안돼.
그랬더라면 측정에 관한 의미 있는 배움이 아닌 무수히 흘러가는 무의미한 일상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이 반복적인 일상을 새롭고 의미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잘 짜여진 교육과정, 관습적 지식에 국한하여 어린이를 가르치기 보다는 어린이들의 흥미, 관심, 생각
에 초점을 맞춘다면 깊이 있는 배움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어린이들의 가설이 불완전할
지라도 왜 그렇게 생각했을지 어린이들의 생각에 발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인들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능동성과 창
의력을 발휘할 것이다.
만약 다육식물 길이 변화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교사가 그냥 지나쳤다면?
만약 어린이, 교사가 실제 자를 가져와 다육식물의 길이를 쟀다면?
만약 어린이들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기 보다는 정확한 답을 요구했다면?
만약 국내외의 다양한 자를 보내준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공평함이 중요하지만 ‘세계의 모든 자는 똑같다’는 가설은 어린이들에게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똑같아야 한다’, ‘다를 수도 있다’는 두 의견차가 좁혀지지 앉자,
어린이들은 다른 문제상황에서 사용했던 다수결의 원칙으로 논쟁을 끝맺는 것을 제안하였다. 교사는 다수결이 성립될 수 있는 상황과 그 반대 경우에 대해 설명한 후
현재 논쟁은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물었다.
다수결로 하면 빨리 정할 수 있는데..
대통령 같이 뽑는 게 아니니까 안될 것 같아.
자는 돈으로 사잖아요. 그냥 만든 게 아니라 사람들이 힘들게 만들고 약속을 지켜서 사용해야 하니까 똑같이 만들어야 해요.
사람들이 자를 만들었는데 다른 걸로 재면 자가 맞다, 다르다 하면 안되니까 다수결로 정할 수 없어요.
숫자는 순서가 있잖아요. 숫자가 써있는 순서가 바뀌면 안되잖아요.
그러니까 (다수결로) 하면 안돼요.
아~ 머리 아파. 그냥 다수결로 정하면 안돼요?
선생님께 전화를 받고, 일단 글을 써보겠노라고 하긴 했는데 도통 주제를 못잡고 고민
하기를 며칠...
어렵게 생각 말고 한미유치원 4년차 학부모로서 한미와 어떻게 인연을 갖게 되었는지,
그동안 두 아이를 보내면서 한미유치원에 대해 느껴지는 점, 지나왔던 과정등을 회상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치원 교사생활을 하면서 한미유치원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사들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듣고 있었다. 대부분의 유아교육 기관에서 2주 내지는 한달의 기간동안 프로젝트
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유아교육 기관의 여러 가지 문제(교사의 차량지도, 수업중의 특
기수업진행, 행사등)들로 인해 프로젝트 수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때가 많은데, 동
일한 주제로 한 교실에서 1년이라는 기간동안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된다는 레지오 에
밀리아 수업이 참 흥미로웠다. 재학중이던 대학원 수업중 세계 여러나라의 유아교육
을 그룹으로 연구하여 발표하는 시간, 레지오 에밀리아 수업을 하는 유치원에 근무중
이던 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레지오 수업에 대한 내용과 자료들, 특별히 한국의 레지
오는 한미유치원이 전통 레지오를 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꼭 한번 근무하고 싶다는
설명을 들으며, 일산에 있는 한미유치원이 그렇게 유명하고 제대로 된 곳인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좀 더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문도 뒤적여 보고 유치원도
구경가고, 레지오 수업하는 선생님들 얘기도 들으며,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꼭 한미
유치원 보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건이가 태어나고 4살 겨울, ‘차량이 지
원 안된다면 날마다 데리고 와야지’라는 맘으로 들어선 한미 차량코스에도 있고, 한미
유치원을 내 아이가 다니고 직접 체험하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흥분이 되었다. 그렇
게 다니게 된 한미, 5세부터 7세를 마치고 이제 초등 1학년이 된 건이, 5세부터 6세 재
원중인 율이를 보내면서 감동되고, 흥분되고, 의아하고, 안타깝고, 감사하고 참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한미유치원을 보내고 있다.
특별히 한미유치원의 가장 큰 자산은 선생님들이 잘 바뀌시지 않는다는 점이라 생각
한다. 언젠가 어떤 선생님께서 “졸업생들이 왔을때 제가 없으면 속상할까봐 한미를
못 떠나요”라고 말하시며 웃으시는 걸 봤다. 건이는 지금도 학교에서 좋은일이 있거
나 힘든일이 있을때면 한미유치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알려드리고 싶다는 얘기를 하
고, 졸업한 친구들이 맘이 힘들때면 한미유치원에 들러서 예전 선생님을 찾아가서 앉
아서 놀기도 하고 속마음 얘기도 하며 놀다간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아마도 아
이들에게는 마음공부를 했던 곳이기에 그 어느 곳보다도 편하고, 익숙한 곳이기에 자
연스럽게 찾는 거 같다.
또 부모인 우리에게도 한미는 익숙하고 편한곳이다. 아이에 관한 그 어떤것도 상담할
수 있고 재원중인 아이의 얘기도, 졸업한 아이의 얘기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고, 아이
에게나 부족한 부모인 우리에게나 따뜻하게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주신다.
한미를 다니다 보면 학습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학습공동체 안에서 학부
모의 위치를 생각하여 본다면 아주 중요한 위치다. 교육자-피교육자-학부모가 공동
체로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학부모 교육이나 교사와의 만남, 교
실 프로그램 소개하는 시간에 학부모로서의 내 자리를 지킬때 더 많이 만족하고 성장
하게 됨을 매번 느낀다. 또한 교육에 대한 좋은 생각이나 교실이 성장하도록 하는 에너
지, 안건을 학부로서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고 또 유치원은 학부모의 얘기에 경청하고
소통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때 더 믿음이 가고 감사하다.
한미유치원을 보내면서 늘 하는 얘기가 있다. 한미유치원 이라는 참 좋은 선물을 건이,
율이에게 해준거 같다. 그 선물이 건이, 율이 인생에 참 좋은 거름이 될 것이다.
2010년 남편이 밀라노 상사 주재원으로 파견이 되어 온 가족이 이탈리아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언어를 비롯한 모든 일상생활이 낯설고 불편했다. 또한 외모가 다
르다 보니 어디를 가도 타인의 시선을 느낄 수 밖 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
이들 둘을 학교에 보내면서 만나는 사람들, 동네 이웃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며 살
아가는지 궁금한 것도 참 많다. 언어도 부족하다 보니, 별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bueon journo ”하고 항상 인
사를 건넨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사가 편하게 느껴지질 않았다. 인사
를 받았으니 나도 어쭙잖게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이며 답례를 보낸다. 이러한 일상
의 모습들이 익숙치 않아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가 학교에서 나오는 아
이들의 모습이 보이면 재빨리 데리고 그 장소를 벗어나곤 했다. 그러다가 그들이 건
네는 인사나 행동들이 편해지고 자연스러울 때쯤 그들의 모습, 언어, 움직임 등도 함
께 나의 시야에 담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인사예절이다. per favour, grazie, scusa,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
합니다” 그들은 아주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냥 무심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기의사표현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문화 속에 자
연스럽게 배여 있어 어색하지가 않다. 특히 아동을 존중해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일단 아이를 만나면 그들은 무릎을 끓고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춘다.
천천히 아이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잘 한 것에 대하여는 충분히 칭찬
해 주고 허용되지 않은 행동에 대하여는 굉장히 엄격하지만 자세히 아이가 납득할
때까지 설명하며 기다려준다.
두 번째는 식사예절이다. 그 곳에서 살 때 유명한 레스토랑을 많이 가 보았지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아이들이 레스토랑에서 뛰어다니
거나 소리 지르는 행동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극도로
피하는 그들의 문화 때문인 것 같았다.
세 번째는 자연환경이다. 옛 건물들로 촘촘히 메워져 주차하기도 어려운 밀라노 시
내라 하더라도 축구장 크기 보다 더 크게 천연 잔디가 깔린 동네 놀이터가 즐비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오후 시간을 마음껏 뛰어 논다. 학교가 끝난 후에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신들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시킨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나도 내 아이들
에게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귀 기울여주고 선택권도 주고 격려도 해 주어야지 마음
먹지만 아이들이 나의 인내심을 시험해 보기라도 하듯 청개구리 행동만 한다. 예의
바르고 감정 조절도 잘 하는 사교적인 아이는 우연히 길러진 것이 아닌 것 같다. 적
절한 시기에 애착과 신뢰감이 정착되면서 여러 기관들이 조화를 이루며 발달되어야
이러한 품성이 길러지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우리 아이를 보며 나는 어떤 부모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느끼면서 새삼 아이
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때가 많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고 들어주기보다는 사사
건건 부모가 선택을 해 주고 지배하려 한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인데, 내 아이를 통해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부끄러워 어디에 숨고 싶은 심정
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 아이의 관심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더 많이 귀 기울이리라 다짐한다. 또한 자연에서 더 많이 뛰어 놀게 하리라. 또한, 이
탈리아인들처럼 인사예절에 신경을 쓰리라 마음 먹는다. 일상의 매너나 타인에 대
한 배려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마땅히 가르치고 몸에 익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쉽지 않다. 이탈리아인들처럼,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 미안합니다.”를 유아시
기에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익힐 수 있다면 인생을 살아 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
는 가장 중요한 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유아기에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두 아이에게 주는 선물같은 유치원
2013 소나무반 최현석 어머니 이인희
2012 종달새반 김건이, 2013 참나무반 김율이 어머니 이문숙
2013VOL.8
021
022
어린이들의 표상과 이야기
한글도장_앉아있는 사람, 서있는 사람, 달리는 사람 / 만4세
진달래 / 만3세
아이언맨 / 만5세
감자가 흙을 덮고 있었어요.
침낭처럼.. 그래서 감자가 흙침낭에서 자고 있었던 거에요.
(팔각정을 보며) 여긴 궁전 같아요.
저기 올라가면 꼭 공주가 될 것 같아.
마음은 우리 몸 속에 있어서 볼 수가 없어요.
첨벙 첨벙 하니까 좋아요. 물놀이 하는 거요.
우리는 지금 태양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대왕 햇님이 있어서 그래요. 지금 왔나봐요.
여름에 비가 안오면 목이 말라서 투덜투덜하고 식물들도 목이 마르니까 장마가 오는 거에요.
구름 위에 수도꼭지가 있는데 수도꼭지가 뻑뻑할 때는 천둥이 치고
부드러울 때는 수도꼭지를 돌릴 때 조용히 그쳐요. 수도꼭지가 저절로 돌아갈때 비가와요.
빨리 가면 아무것도 못보고 걸어가면 뒤에 뭐가 있는지 다 볼 수 있고 빨리 가면
빨리 가느라 주변을 잘 못 볼 수 있어요.
우리 엄마는 걸어다니면서 옆을 안봐요. 내가 옆에 있는데도 안 봐요.
내가 좋아하는 장화를 신으니까 좋아요.
장화에는 물 들어가도 괜찮으니까요.
마음이 없으면 죽는거에요.
색깔별로 마음이 있어요.
화난 마음은 검은색 이에요.
- 호수공원 산책
- 감자 수확
- 마음이 뭘까?
- 비가 오면...
- 더운 날
- 비가 많이 오는 이유
- 거북이 마라톤
수염이 엄청 긴 할아버지 나무 같다.
2013VOL.8
023
알 속 병아리 / 만4세
병아리 / 만3세
봉주 / 만5세
거북선 / 만5세
꽃 / 만5세
고니 / 만5세
거미 / 만3세
느티나뭇 잎 / 만4세
솔잎과 솔방울 / 만4세
자화상 / 만4세
로봇 / 만4세
여름 / 만4세
스페셜데이 한 번 밖에 없어요?
2009년부터 시작한 특별한(Special) 하루(Day)에는 좋은 날씨를 매년 선물 받고 있다.
곧 맞이할 2학기를 앞두고 어린이들과 함께 “일의 시작과 끝”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 되어 시작된 Special Day!
평소의 일상과 다르게 하루를 길게 그리고 여유 있게 생활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 하고 있다.
특별한 하루 생활을 계획하는 담임 교사들, 어린이들에게는 8월의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는 것은 무덥고 습한 여름 날씨를 즐겁게 견뎌보기 위한 지혜이기도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어린이들과 새로운 마음으로 2학기를 즐겁게 맞이하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부모님들도 어린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특별한 하루를 계획하고 저녁때(꽃반,나무반) 혹은 다음날 아침(새반) 어린들과의 만남을 계획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유치원 안에서는 어린이들의 설레임의 소리와 분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원감 허윤희
(영화를 보았을때) 아빠랑만 갔을 때보다 느낌이 달랐어요.
친구들이랑 가니까 힘이 났어요 .
(몰놀이) 다른반이랑 같이 물 뿌리면서 얘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
(간식시간)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니까 더 즐겁고 맛있었어요.
유치원 안에서 불 다 끄고 노는 게 재미있었어요.
(노래하는 분수) 분수가 나를 덮치는 것 같았어요.
일찍 일어났잖아요 그때 친구들이 자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엄마가 왔을 때 기분이 별로 안 좋았어요 하룻밤 더 자고 싶어서요.
스폐셜 한 번 밖에 없어요?
잘 때 좀 무서웠는데 아침이 되니까 괜찮았어. 난 원래 밤을 싫어해~~~
스페셜데이를 하니까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우정도 만드니까 재미있었어.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씻고, 영화관도 가고 이게 너무 재미있었어 또 하고 싶어.
- 만5세반 이야기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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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유치원 신문 8호

  • 1. 2013 VOL.8 한미유치원 신문 제 0008호 2013년 9월 17일자 경기도 고양시 고양대로 686-8 발행인 박소미 / 디자인 이경진 www.hanmiu.cc Tel 031.975.6567 올해는 한미신문을 예년에 비해 조금은 색다르게 구성해 보았습니다. 교사들은 2담임으로 한 교실에서 생활할 뿐만 아니라, 연령별 공유모임, 팀별 연구모임 등의 원내 동아리 모임을 운영하며 자율적인 원내장학을 하고 있습니다. 한미신문에는 해마다 각 반의 교실이야기를 실어왔는데, 이번 Vol.8에서는 관심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 성된 팀별 연구모임에서 다루어졌던 이야기와 교사 인터뷰를 싣기로 했습니다. 신문 자료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각 반 담임선생님들과 원감 선생님, 자녀 이야기를 보내주신 학부모님들 그리고 편집해주신 이경진 선생님,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 박소미 드림
  • 2. 02 사회가 성장해 갈수록 감정을 기본으로 한 감정조절문제, 이해관계부족, 사회부적응 등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늘어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지만 인간은 그에 맞춰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지 못하는 듯 하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미래에서 바람직한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도록, 감정 세분화 -슬픔, 혐오, 분노, 두려움, 놀라움, 경멸- 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이 시기에 어린이들의 감정을 다루어보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 또래들과 올바른 상호작용을 하면서 단체생활에 적응을 잘 해 나가길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만 3세, 만 4세 반에 다른 상황을 제시하면서 진행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도깨비가 아니야! 어린이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감정이 가장 잘 드 러나는 것은 표정이다. 감정에 따라 변화되는 표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 며 자신 또는 상대방의 감정 변화를 알 수 있다. 학기 초 만 3세 어린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갖는다. 적응이 되기까지 어린이들은 다양한 감정 -엄마를 그리워하고, 유치원을 무서워하는 등- 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이 보였다.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들 -큰 소리로 울기,친구 몸 만지기 등- 이 많이 보여지면서 이 야기를 함께 나누며 또래의 기분을 알게 되고 공감하는 경험을 하기 시작 했다. 어린이들은 제3의 인물(엄마, 아빠,친구 등)과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 경험을 통해 감정을 생각해본다. 이처럼 상대방의 표정을 기억해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 생 각해보는 방법으로 나의 감정과 더불어 상대방의 감정 또한 되돌아보고 있다. 아침 기분을 표현하는 시간을 통해 친구들과 감정을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있지만, 감정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마 음이란 무엇이고, 어린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 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진달래 반(만3세) 김나연 / 민들레 반(만3세) 권은숙 / 대나무 반(만4세) 임준석 마음은 천개가 있어요! 오빠가 카드 놀이 할 때 자꾸 때릴 때… 속상한 표정이에요. 예쁜 마음이야. 엄마랑 너~무 놀고 싶어서 그랬어요!. 이건 화난 얼굴이에요 엄마가 아침에 매니큐어 안 발라 줬어요.. 미운 표정이야. 집에서 또봇 장난감 부수면서 떼쓸 때 이런 표정이야. 어제 색칠 공부 하기 싫었는데... 했어요. 짜증난 표정이에요 나 오늘 엄마가 매니큐어 발라줘서 기분 좋았어! 유치원에 오고 싶어요
  • 3. 2013VOL.8 우리 가슴에 있어요. 하트 모양이에요 하트 마음은 좋을 때 생기는 거야. 선생님한테 뽀뽀하는 건 기쁜 마음이야. 코에서 빨간 바람 나오는 건 화난 마음이야. 무서울 때는 괴물 같아. 아빠 회사 갈 때 나 울었어. 마음은 천 개가 있어요. 뼈에 있어요. 아니에요. 사람이 한 개 있으니까 마음도 하나에요. 우리 눈은 두 개니까 마음은 두 개에요 / 콧구멍도 두 개에요 / 귀도 두 개니까 마음은 두 개 사람이니까요. 우리는 도깨비가 아니잖아요. 친구들이 말 자꾸 자꾸 안 들어서 자꾸 나타나요. 마음 속에 하트가 뜨거워서 얼굴이 변하는 거예요. 괴물은 마음이 없어요. 우리는 괴물이 아니니까 나타나는 거예요 / 우리한테만 마음이 있어요. 마음이 없으면 쓰러져요. 화난 마음이랑 착한 마음이 싸워서 그런 거에요.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검은 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못 살아요. 하늘 나라로 가야 돼요. 목마른 표정 그냥 목 마른 표정이에요 정말 목 말라~~ 지금 엄마 슬퍼요… 말 잘 안 들어서요. 자꾸 울고 오빠 때려서 슬픈 거에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예요. 착한 애였는데 나쁜 애로 변했어요! 누구가 때려서. 성난 얼굴은… 화난 얼굴이야. 웃는 얼굴. 기뻐서 웃어요 엄마가 웃고 있어 언니가 예뻐서. 안 웃고 있어! TV껐어! 마음이 어떻게 표정으로 나타나? 마음이 없으면? 마음에 대해 나눔을 가진 후, 우연 하게 찰흙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얼 굴을 구성하는 어린이를 볼 수 있 었다. 어린이들은 표정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눈썹, 입 모양을 위아래로 변화시키며, 착한 이미지와 나쁜 이 미지의 차이를 알아가고 있었다. 어 린이들이 얼굴을 만들고 그것이 어 떤 표정인지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 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 인의 감정을 되돌아봄으로써 표정 의 변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차이를 알아가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나가고 있 다. 지속적으로 감정에 대해 알아보 며, 올바른 감정을 인식하고, 자신 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보기를 기대해본다. 짜증난 마음 울고 있어요 마음이란? 싸우는 마음 화가 나면 마음에 번개가 쳐요. 웃음 마음이에요. 하트가 생겨요! 화난 마음 예쁜 마음. 토끼 키우는 게 좋아서 03
  • 4. 04 만 4세 어린이들의 가장 큰 감정적 이슈는 ‘갈등’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혼자 하는 놀이’에서 ‘함께하는 놀이’로 전환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든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난다. 갈등해소 방법은 언어적 표현도 있지만, 대부분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해소 된다. 이는 정서 상태의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상대방을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갈등해소가 되지 않을 때다. 갈등의 언어적 해소 및 조망수용능력*이 비교적 부족하여 교사의 중재에도 화 난 마음을 해소하기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에 차이가 있음을 알고, 인정 ’할 수 있 도록 갈등상황들을 보여주며, 타인을 이해 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 및 인형을 보며 상황을 나누어 보는 방법 1. 어떠한 상황인지 설명해주고, 입장에 따른 생각을 나누어본다. 2. 교사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정리 해 줄 뿐, 하나의 결론을 내지 않는다. 실제로 이야기 나눌 때는 갈등 상황의 어린이들 모습이 담긴 사진을 사용 함. 친구에게 있었던 상황을 사진만 보며 이야기 나눈 다는 것은 그리 흥미롭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또한, 주의집중도가 낮아 교사도 나눔을 이끌어가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결국, 흥미가 있어야 집중을 하고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흥미롭고 자연스러운 분위기’ 안에서 갈등 상황을 나눌 수 있을지 대해 고민해 보았다. 그 결과, 두 교사가 인형을 통한Skit(단막극)을 통해 몰입도를 높이기로 했다. 갈등상황 유아1: 선생님 유아2가 이거 미사일(블록) 가질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손들었는데, 나 안주고 유아3 줬어요. 유아2: 유아3도 손들었어요~ 유아1: 그래도 내가 먼저 들었잖아!! 유아2: 근데 내꺼니까 내가 주고 싶은 사람 줘야 하잖아요! 갈등상황 유아1이 유아2의 뒤에 앉아있고, 유아2가 유아1에게 그 만하라 해도 등을 계속해서 만진다. 유아2가 교사에게 다가가자 유아1이 다급히 미안하다고 하는 상황. 유아2: 선생님! 유아1이 나 자꾸 만져요. 유아1: 모르고 만진 거예요! 내가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했는데 유아2가 안 받아줘요. 갈등상황 나눔 교사: 유아2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니? 모두: 그러면 안돼요. 유아2: 난 유아3이랑 되게 친한 친구란 말이에요~~ 가위바위보를 해야 해요. / 가위바위보로 해서 진 사람이랑 이긴 사람을 유아2가 정해줬으면 싸울 일이 없었어요. / 가위바위보 해서 한 명이 이기게 되면 블록 차지하고 놀면 돼요. 그런데 가위바위보 하면 진 사람이 슬프잖아요. / 가위바위보 해 서 내가 져도 미사일 블록을 갖고 싶잖아요. 그런데 왜 가위바위 보를 해요? / 이긴 사람이 가지기로 했으니까 가져야지~ 줄 거면 둘 다 줘야 해요. / 둘 다 안 주면 되잖아요. 그러면 안 싸 울텐데.. 갈등상황 나눔 교사: 유아1이 유아2를 계속해서 만질 때, 유아2의 기분은 어 땠을까? 유아1이 계속 만져서 유아2는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을 것 같아요. / 불편했을 것 같아요 기분 나빴겠죠. /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해서 짜증 났을 것 같아요. 교사: 그럼 유아2가 선생님에게 이르러 나왔을 때 유아1의 기 분은 어땠을까? 일러서 안 좋았을 것 같아요. /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아요. 유아2가 너무 빨리 일러서. 근데요~ 유아1이 유아2를 처음부터 안 만졌으면 괜찮았어요. / 사과를 진심으로 빨리 하고 마음이 풀어지도록 하면 되요. 야! 때린거 아니라고~ 미사일블록 빨강이 어린이들이 지어 준 이름 초록이 줄무늬 분홍이 1 2 1 2 *조망수용능력 : 타인의 입장에 놓인 자신을 상상하는 것에 의해 타인의 의도나 태도 또는 감정, 욕구를 추론하는 능력
  • 5. 2013VOL.8 05 교실에서 갈등상황을 나눔으로써 친구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친구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불편 해’, 속상해’, ‘미안해’라는 감정의 표현이 많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다. 앞으로도 나눔을 통해 “내 생각과 다르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을 스스로 느 낄 수 있도록 만 4세의 교실에서는 계속해서 인형을 통한 Skit(단막극)을 이어갈 예정이다. “감정은 왜 존재할까? 바로 표현하라고 존재한다. 감정을 표현할 때에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서 수용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감정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만, 어우러지는 삶에 있어서 우리는 그것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 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어른조차 어려운 것이므로 어린이에게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성인들은 어린이의 감정 표현이 부족하고 느리더라도, 경청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느긋한 여유를 가져야 한 다. 행동과 감정을 연결해주고, 더 많은 표현 방법을 알려주며, 더불어 타인의 감정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어린이들과 지속적인 감정을 나누면서 올바른 상호작용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 적응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갈등상황 유아1: 선생님 유아2가 제 팔 이렇게 (자기를 툭 때리며) 했어요. 유아2: 야 때린 거 아니라고~ 유아1: 네가 내 팔 세게 이렇게 했잖아!! 교사: 유아2야 어떻게 했는지 말해줄 수 있니? 유아2: (유아1의 팔을 아주 살살)저는 이렇게 유아1 부르기 만 했어요. 이렇게. 유아1: 아니야! 네가 세게 쳤잖아! 갈등상황 어린이들이 등원차량에서 내려 한 줄 서는 상황에서 유아1 이 첫 번째가 되었다. 하지만, 유아1이 등원차량 교사의 부름 에 왔다 간 사이 두 번째에 서 있던 유아2가 유아1의 첫 번째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주장한다. 결국 유아1이 울음을 터 뜨린다. 갈등상황 나눔 인형을 통한 교사의 설명 및 재연을 한 후, 이야기 나누기. 교사: 빨강이(유아1)의 마음은 어땠을까? 속상해요. / 그냥 가만히 있는데 세게 치니까 놀랐을 것 같아요. 교사: 그럼 줄무늬(유아2)의 마음은 어땠을까? 친구를 부른 건데 때린 거라고 의심하는 것 같아서 속상할 것 같아요. / 같이 놀고 싶어서 부른건데 때렸다고 하니까 속상할 것 같아요. / 그럼 치지 말고 이름 부르면 되잖아요. 교사: 빨강이(유아1)와 줄무늬(유아2) 둘 다 속상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사과하면 돼요. / 빨강이가 먼저 화냈으니까 먼저 사과하고, 그 다음에 줄무늬가 사과해 야 해요. 눈을 보고 사과하면 되요. 계속 계속 미안하다고 해야 돼요. / 세게 치지 말고 살살 부르 면 돼요. 갈등상황 나눔 인형을 통한 교사의 설명 및 재연을 한 후, 이야기 나누기. 교사: 분홍이(유아1)의 마음은 어땠을까? 분홍이가 먼저였는데 기분 나빴을 것 같아요. / 선생님이 불러서 잠깐 갔는데 줄무늬가 앞질러서 속상할 것 같아요. 교사: 분홍이(유아1)가 첫 번째 자리에서 나갔는데, 줄무늬(유아2)가 앞으로 가면 안 되 는 걸까? 안돼요. 그러면 자리 빼앗은 거잖아요. 자기 자리라고 하면 거짓말 하는 거예요. 거기가 원래 분홍이 자리였기 때문에 안돼요. 가면은 분홍이가 화나요. 분홍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분홍이가 왔을 때 줄무늬가 앞에 있으면 화날 거예요. 분홍이가 잠깐 갔을 때, 줄무늬가 앞에 오더라도 분홍이가 비켜달라고 하면 비켜줘야 돼요. 교사: 둘 다 속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홍이가 착하게 뒤로 가달라고 말하고, 줄무늬는 비켜주면 돼요. 분홍이가 갔을 때, 줄무늬가 첫 번째로 서 있다가 분홍이가 오면 다시 비켜주면 될 것 같아요. 4 3 3 4
  • 6. 우와~ 이게 무슨 냄새야? 모든 생물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감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그 중에서도 인간은 오감을 협응하며 세상과 호 흡해 나간다. 인간이 다른 생물에 비해 오감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며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오감을 적절히 사용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일 것이다. 오감 중 후각은 인간에게 직접적이고 원초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삶 안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무의식의 작용을 통해 깊은 내면을 형성하기도 한다. 반면 다른 감각에 비해서 무뎌지기 쉽기에 그 중요성과 소중함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냄새가 없다는 것을 생각 해보자. 화려한 음식 속의 냄 새가 없을 때, 아름다운 꽃의 향기가 없을 때, 여름 날의 향수로 떠오르는 바다 냄새가 없을때 등 냄새가 부재 했을 때의 단조로움이란 삭막한 세상을 연상하게 한다. 이렇듯 중요한 감각이지만 삶 안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 있는 감각인 후각에 있어서 익숙함보다 새로움 이 더 많은 어린이들에겐 어떻게 다가올까? 어린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인 유치원 안에서 신기함과 호기 심으로 다가왔던 ‘후각’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후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고니 반(만5세) 이미영 / 느티나무 반(만4세) 명한나 / 소나무 반(만4세) 서정연 / 종달새 반(만5세) 이혜진 / 참나무 반(만4세) 은선미 어린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유치원이라는 장소에도 수많은 냄새가 스며있다. 어린이들이 마주 하는 냄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이를 어떻게 알아채고 있을까? 교사는 어린이들이 일상 속에서 냄새를 발견하게 하고자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었고, 어린이들은 마치 탐험가가 된 듯 유치원 곳곳의 냄새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우리 만의 언어 - 다른 감각과의 연계와 표현 후각은 다른 감각과는 달리 후각 자체를 표현하는 말이 없다. 색은 빨강, 노랑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소리는 주파수나 데시벨로 그 특징을 객관화 할 수 있다. 미 묘한 미각도 쓴맛이나 단맛 등으로 일반화된 표현 수단이 있지만 후각은 그것이 유래하는 사물에서 나는 냄새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표현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후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환경, 문화, 지식, 정서 등을 바탕으로 표현하는데 이에 따 라 같은 대상의 냄새를 맡더라도 개개인마다 독특한 정의를 내린다. 또한 냄새란 시각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언어(이야기, 그림, 색, 매체 등)로 표현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감각과의 연계 오늘 뭐 나와요? 된장국이에요? 유치원에서는 커피 냄새가 나요 친구 냄새도 있어 잠바 냄새가 나. 여기서도 향기가 나요! 빨간 꽃이 냄새가 나! 음~ 모래에서도 냄새가 나! 나뭇잎 냄새랑 똑같아 (비닐 향을 맡으면서) 아 ~ 똥 냄새나. 지독한 냄새 같아. 뾰족뾰족 냄새!! 솔 잎 소나무는 뾰족뾰족 냄새 이 나뭇잎은 메론 냄새가 나요. 초록색이라서~ 진한 빨간색에는 냄새가 더 나고, 흰색에는 냄새가 조금 나요. 보들보들한 냄새가 나요~ 06 “무슨 냄새가 나!” 후각, 일상 속의 발견
  • 7. 2013VOL.8 상상 속에서 움직이는 냄새 - 냄새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이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냄새에 대한 생각들(냄새에 대한 모양 / 색깔 / 언어적 표현 등)이 모여 또래와의 크고 작은 논쟁 속에서 새로운 이론을 만들기도 하고 기존의 이 론을 굳혀 나가거나 수정하기도 한다. 가시화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냄새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냄새가 나는 원리 / 과정)에 자연스레 맞닿게 되며 어린이들의 삶과 연 관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냄새가 좀 향기로웠어요. 수박 냄새 같았거든요. 친구들이랑 같이 수박 먹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매운 사탕이 뭐지? 아! 박하 사탕 냄새가 났어. 냄새가 좋았어요.내가 꽃밭에서 놀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풀밭에 걸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방귀냄새야, 지독해 빨간색은 딸기 냄새, 보라색은 방귀냄새 향긋한 냄새에요 향수 냄새. 엄마가 좋은 냄새 나라고 하는 거요 냄새가 모아져 있다가 밖에 나가면 퍼져서 냄새가 나요. 오렌지 사탕 냄새요 07 매체를 통한 표현 기억과의 연계 3 4 5 1 2 향기는 점처럼 돼서 (우리 코로) 와요. 공기를 따라서 (냄새가)코로 들어가서 뇌로 들어가서 냄새를 맡게 되는 거에요. 냄새가 이렇게 들어오는 거에요. 꽃 냄새는 이렇게 나요. 코에서 냄새가 배꼽으로 가요. 그 다음에 똥으로 나와요. 그럼 냄새가 없어지고 그럼 다른 냄새를 또 맡을 수 있어요. 나뭇잎에 꿀 창고랑 냄새 창고가 있는데 냄새 구멍이 뚫려 있 어서 거기로 냄새가 나와서 코로 들어와서 맡을 수 있어요. 1 2 3 4 5
  • 8. 08 “이 냄새를 집에 가져가고 싶어요” - 냄새 담기와 향수 만들기 내가 살짝 만졌는데 손에서 냄새가 나요! 잘은 모르겠는데 이게(꽃가루) 묻어서 향기가 묻는 것 같아요! 이거 통에 가져갈래요~ 가서 실험해볼래요! 테이프나 풀은 끈적끈적해서 냄새가 다 잘 붙을 수 있어요. 풀이 끈적끈적하니까 냄새가 풀에 달라붙으면 풀을 썼을 때도 냄새가 나요. 풀이랑 꽃가루가 있으면 꽃가루가 거기 안에 다 뭉쳐져서 꽃 향기가 날 것 같아요. 향기는 바람 같으니까 비닐 봉지에서 빠져나갈 것 같아요. 안 빠져 나가 !! 비닐 봉지에 틈새가 없으니까. 아니에요! 바람 때문에 향기가 빠져 나갈 수 있잖아요. 풍선도 똑같이 다 빠져 버리잖아요 공기들이 좁아서 슝~하고 나오는 거에요. 풀에 넣어 보자! 비닐에 넣어 보자! 여기가 물 안이면 향기가 이렇게 갈 수도 있고 저렇게 갈 수도 있고… 냄새에 대해서 다양한 탐색을 하던 도중 냄새가 자신의 생활 뿐 아니라 신체에 직접적으로 묻어 나 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냄새와 자신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지자 어린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 의 생각, 가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또한 자신의 신체에 담아진 냄새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 자 냄새를 지속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어 놓는다. 냄새 자 체의 특성과 담고자 하는 물체의 특성을 고려하며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시작한다. 비닐, 풀, 물에 냄새를 담아보려고 했던 시도들은 손에 묻어 났던 냄새를 보다 오래 머무르게 하고 싶었던 마음이며 냄새를 붙잡기 위한 어린이들만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고안한 방법 중 풀과 비닐은 냄새를 그대로 담아낼 수 없었고 어린이들의 시각 에서 보여지는 매체만의 고유한 특성(풀의 접착성, 무언가를 담 을 수 있는 비닐의 용도)을 그대로 접목하였기에 냄새를 담기 위 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향수를 떠올렸다. 일상에서 경험했던 냄새를 나게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주로 액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물을 연상했고 향기를 담기 위한 재도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본격적으로 어린이들은 물을 주 매체로 사용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 나간다. 냄새가 계속 나게 하려면? 1 2
  • 9. 2013VOL.8 09 차가운 물에 넣기! 먼저 물을 넣고, 꽃을 넣으면 될 거 같아요 꽃을 다져서 넣어야 할 거 같은데요~ 어린이들이 시도한 향수 만드는 방법 냄새가 안나는데…..? 너무 오래되서 썪은 거 같은데 이상한 냄새야 우엑! 할 거 같아~ 그럼 뜨거운 물로 다시 해볼까? 또 실패 했어…. 우리가 똑같은 방법으로 하고 계속 오래 나둬서 안되는 거 같아 (냄새가 있어야) 그래야지 음식이 맛있어요 그럼 우리는 없죠 그럼 우리한테도 냄새가 나잖아요 우리 몸에서도 냄새가 나잖아요 엄마가 멀리 있어서 안보이면 엄마가 목소리는 안 들리니까 냄새가 중요한 거에요 냄새를 못 맡으면 숨을 못 쉬어 우리 인터넷으로 찾아봐요!! 꽃 향수 만들려면 수 백 송이가 필요하대!!! 레몬으로 향수 만들 수 있대!!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에 꽃잎을 넣어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한 경험으로 인해 어린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완점을 찾고자 인터넷을 통해 향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향기를 담기 위한 방법으로 꽃 향수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꽃의 추출물을 얻기 위해 수 백송이의 꽃잎이 필요함을 알게 되자, 일상에서 손쉽게 구 할 수 있는 음식을 매체로 선정한다. 어린이들은 향수를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레몬향수를 선택하면서 진짜 향수를 제조하는 과정 중에 있다. 실험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냄새라는 경험을 확장시켰고, 놀이를 통해 만난 성공과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탐구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아간다 냄새를 보 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로 시작된 도전이었으며 향수를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연의 향기 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향기를 경험하게 되고 우리도 향기 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흥미롭게 표출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후각’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냄새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면서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사물이라도 그 자리에 머물러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린이들의 이러한 모습은 후각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고자 하는 시도로 여겨진다. 시각적으로는 동일하게 보였던 것들도 후각을 통해 마주하면서 “냄새가 다르게 맡아지잖아요 사람도 다르게 생기고 다 다르잖아요”라고 했던 어린이들의 이야기. 이렇듯 어린이들은 개개인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냄새를 통해 경험한 세상도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기대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가치를 스스로 발현해 나간 것이다. 단순히 냄새를 느끼고 알아가는 것에 서 그치는 것이 아닌 후각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의 길을 넓혀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10. 시장은없는것이 없는 곳이야 ‘빠름’과 ‘편리함’이 주요가치로 떠오르고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손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오늘날이지만,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정겹고 따뜻한 마음은 오히려 찾아보 기 힘들다. 이러한 현대사회에서 ‘불편함을 넘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어린이들과 함께 찾아보기로 했다. 바로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 간인 ‘재래시장’이다. 한미유치원 근처에는 오랜 역사의 흔적이 묻어나는 일산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매 3일과 8일이 되면 마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재래시장이 크게 들어서는데, 이 때 평소 한산하던 거리와 도로는 다양한 물건과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다. 우리 어린이들도 늘 유치원을 오고 가며 시장의 풍경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등-하원을 위해 이 동하는 버스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시장의 단편적인 경험은 어린이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주지 못하는 듯 했다. 이에 교사는 일산시장이 유치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하여 어린이들과 시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 안에서 번져나가게 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보고자 했다. 진달래 반(만3세) 박은혜 / 참나무 반(만4세) 이유진 / 느티나무 반(만4세) 황보선 / 고니 반(만5세) 김유미 / 까치 반(만5세) 김지은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시장 만3세 시장에서 뱀 보고 싶어요~~~ 시장에는 다 있어요 마트에 있는 거는 시장에 없어요. 황금 돈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장에서 삔 사려구요. 시장하면 스파이더맨이 생각나요 . 스파이더맨이 있을 것 같아요 . 시장에서 먹고 싶다고 말해야 돼요. 돈 내고 먹어야 돼요~~ 아니에요 그냥 먹어도 돼요. 시장은 다 꽁짜에요. 엄마가 산책 갈 때 시장에서 떡볶이 사줬어요. 떡볶이는 비싸지 않았어요 일만원이었어요 . 시장에 신기한 걸 보러 가고 싶어요. 장난감이 있을까 없을까 궁금해요 . 시장 가는 게 여름은 너무 더워요 . 010
  • 11. 2013VOL.8 011 사람들이 말하는 게 재미있어. 웃겨. 뭐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물고기 또 있어! 생선이 백천개도 넘게 있나 봐! 갑자기 멋있는 느낌이 들어. 음식이랑 옷이랑 구두가 많으니까. 여러가지도 많고, 볼 것도 많이 있어서 좋은 느낌이 들어. 시장에 가니까 뭐가 먹고 싶어졌어. 시장에는 먹는 게 많으니까. 맛있는 느낌 나. 시장에 많이 가볼수록 재미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좋아. 많은 사람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 신나서 뛰고 싶었는데 잃어버릴 것 같아서 안 뛰었어. 사람들이 이야기 많이 해서 시끄러운 느낌 들었어. 사람이 많아서 벅적하고, 서로 말을 하니까 시끌해. 시장과의 첫 만남 사람이 많아서 벅적하고, 서로 말을 하니까 시끌해! 드디어 시장을 처음으로 찾아가던 날! 교사와 어린이 모두 설레이는 마음으로 향한 시장에서는 과일, 과자, 음식, 옷과 신발 등 다양한 종류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판 매되고 있었다. 성인들도 그렇듯이 어린이들 또한 시장에서 팔고 있는 ‘물건’ 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그 외에도 건물 안이 아닌 야외 풍경, 천막 아래의 가판대, 손 글씨로 적힌 가격표, 시장 안에서 풍기는 냄새 등 시장의 이색적인 환경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물건도 다른 느낌을 안겨주는 듯 유심히 살펴보는 어린이들의 모 습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시장 만4세 시장은 사람들이 먹을 거를 사는 거고 먹을 거가 있어요. 시장이 없으면 먹을 것이 없잖아요. 배가 고파서 시장이 있는 거에요. 시장은 물건을 파는 데에요. 시장에서는 아줌마,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고 막 마트에서 처럼 조용하게 안해요. 시장은 여러 가지 동네에 다 있어요. 우리 아파트에도 시장이 생길 때가 있어요. 마트가 없어지면 시장이 대신 팔려고 그러는 거에요.
  • 12. 012 그냥 이거 살까? 이거? 물어봐야지~ 물어봐야 알지! 이거 얼마에요? 십이천원?? 맞아요? 상인: 삼천원~~ 어? 그럼 우리 살 수 있다! 이거 살께요. 상인: 맛있게 먹어요~~ 이거 우리가 산 거에요! 이거 집에 가져가서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다! 또 살거에요 ~~ 호떡 먹고 싶다... 살래, 호떡? 안돼... 시장 가기 전 계획하기 우리 시장 가서 뭐 살까?? 장난감 자동차! 거기에 그게 있을까?? 없으면 다른 거. 음.. 뭘 사지?... 텔레파시 되는 걸로 정하자. 사과? 그래! 나도 사과 좋아. 시장에서 사과다! 악! 근데 너무 비싸. 12만원이야. 참외를 살까... 근데 참외가 너무 작네... 뭐 살까?...7000원? 시장을 둘러보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어린이들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에 대해 함께 나누며 장날과 장날이 아닌 날의 차이점, 장의 위치, 장이 열리는 날의 숨겨진 규칙 을 찾아가면서 시장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해 나간다. 손님이 되어 몇 만원이에요? 시장의 형태와 기능은 사고 파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질 때 온전히 유지-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시장 안의 이치를 어린이들도 이해하며 받아들 이게 된 것일까? 시장과의 관계 맺음이 계속 될수록 어린이들의 관심은 파는 물건에서 ‘사고 싶은 마음’으로 옮겨갔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고 싶은 욕구를 마음껏 드러냄으로써 어린이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장날 원래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시장으로 변했어 원래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시장으로 변했어. 막 다 변해. 숫자로도 변하고, 차로도 변하고, 동물로도 변해. 시장이 안 열면 찻길이 넓은데, 시장이 열면 찻길이 좁아져. 장은 아무데나 서는 게 아니야. 항상 똑같은 데 서! 장은 맨날 열리지 않고, 열리는 날이 있어. 그냥 열리는 날이라서 열리는 거야. 3하고 8이 있는 날만 장이 열린다고 했어. 30일이랑 31일에도 장이 열려. 아니, 그럼 너무 많이 열리잖아!
  • 13. 2013VOL.8 013 어린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였던 시장은 어느새 사람 사이의 소통과 따뜻한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간다. 그러면서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시장을 함께 들여 다보고 우리만의 시장을 열겠다는 목표 설정까지의 이 모든 과정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하는 어린이들 의 모습에서 ‘시장’이라는 문화에 충분히 녹아 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현재도 어린이들은 시장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며 목표 달성 을 위해 판매할 물건, 화폐, 시장의 형태 등 적극적인 협의를 거치고 있다. 판매할 물건은 교실에서 진행되는 놀이와 연결 지어 준비해 볼 예정이다. 우리만의 시장을 열었을 때 단순히 이익 창출을 위한 시장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시장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교실 속 놀이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 어우러지면서 어린이들은 조금씩 물건을 파는 ‘상인’의 역할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인 한미 유치원에도 시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한미유치원 시장’을 열기 위해 필요한 요소와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새로운 목표 한미유치원에도 시장이 열리면 좋겠어! 신기한 게 많은 곳이야 마트 대신 음식을 파는 곳이야 마트에 사람이 꽉 차면 시장에 오기도 하고, 마트에 없는 거를 사는 거야 시장에 물건이 없으면 장사가 망한 거야 살 거 다 사니까 좋은 곳, 즐거운 곳이야 시장은 서로 말을 주고 받는 곳이야 ‘사세요’ 라고 하면 사러 온 사람이 사겠다고 하고, 파는 사람이 주겠다고 하는 거야 시장은 없는 것이 없는 곳이야 한미유치원에 시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오 좋다! 그럼 무엇을 팔지? 우리가 메시지 센터에서 만드는 거! 입체 같은 거 팔면 좋겠어. 집에서 안 쓰는 장난감이나 물건 같은 것 있잖아. 그런 거 팔면 어때? 우리가 만드는 건 멋있으니까 잘 팔릴 거야. 우리가 종이로 만든 거 팔면 좋겠다. 우리가 가면 만들어서 팔면 돼~ 아니면 우리가 집에서 과일 같은 거 가져와서 팔아도 되겠다. 집에서 우리가 쓰기 싫은 물건들이 있으면 가져와서 팔면 될 것 같아. 그건 벼룩 시장이네! 시장을 만들려면 돗자리를 가져오고 그 위에 물건을 올려 놓아야 해. 천막! 천막은 무조건 꼭 있어야 해. 그럼 나무 막대도 있어야겠다. 시장은 천막 세우는 막대가 다 있었어. 가격! 가격 쓰는 거. 근데 시장은 꼭! 종이에 써야 할 것 같아.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시장 만5세
  • 14. 014 한미유치원 선생님과의 인터뷰 Q.1 한미유치원 교육의 문화는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특징 중 하나가 발현적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하는데, 발현적 교육과정이란 무엇입니까?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기위해 우리 선생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미유치원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경력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발현적 교육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 (이 팀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다고 하는데 그 주제에 대한 사례) 를 이야기해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김리나: 발현적 교육과정이란 결과 위주의 미리 짜여진 교육과정이 아닌, 어린이들로부터 발현되는 과정중심의 교육과정입니다. 즉, 교사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린이들이 중심 이 되어 함께 교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때로는 다양한 매체지원을 하면서 어린이들이 이 매체를 이용하여 어떻게 놀이를 시작하고 만들어가는지, 그 안에서의 가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어린이들과 교사가 함께 찾아가고 만들어 갑니다. 어린이들이 교육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관심과 흥미가 높아지고, 즐거움을 많이 느 껴 오랫동안 놀이가 이어지는 것 같아요. 박은정: 이때 교사는 어린이들이 어떻게 놀이하는지 그대로 맡겨 두는 것이 아니고 교실의 이야기가 활성화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죠. 교사가 어떤 목표를 세 우고 어린이들의 놀이를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놀이의 깊이가 달라지고 그래야만 잠재된 어린이들의 능력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미영: 놀이의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어린이들이 어떻게 놀이하는지 그대로 맡겨 두는 것만이 결코 발현적 교육 과정은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 한 놀이와 이야기 중 교육적으로 어떠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어떻게 지원해야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지하면서 교육적 가치와 의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나누고 연구를 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최은호: 교육과정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관찰과 기록작업이 중요하다고 봐요. 교육과정의 목표를 설정하고 매체를 지원하며 놀이의 방향을 살피고 지원이 필요할 때를 알기 위해서는 교사가 관찰을 통해 적절한 시기를 찾아야 하는 거죠. 관찰과 기록을 하다 보면 어린이들의 발달 수준과 호기심의 정도를 알게 되어서 지원의 방향이 구체화 되기 때문입니다. 오혜선 : 팀원들과 그동안 어린이들과 했던 이야기 주제, 함께 나누고 싶은 교육적 가치 등을 협의하다가 이번 주제를 숲으로 정했어요. 숲은 분명 호기심 넘치는 공간이지만 교육의 과 정으로 풀어가기엔 쉽지 않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장기간 정발산과 황룡산을 다녀오니 숲에 대한 인식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교사 또한 변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 정 하였죠. 또 한미유치원만의 숲 공간(산속 놀이터)이 생겨 어린이들의 흔적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러한 주제 설정은 기존의 짜여진 교육과정에서 찾 아볼 수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어린이와 교사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발현되어 가는 것이니까요. 박미영 : 대나무반의 ‘부화기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미유치원에서는 올해 매주 화요일마다 방송조회로 각 반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일이 생겼는데, 어느 날 ‘부화기에 넣어진 유정란’이 소개되었습니다. 우리 대나무반에서 부화기를 교 실로 가지고 오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부화기의 표시창에서 줄어드는 숫자를 발견했고 이것은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한 기간으로 날짜가 지남에 따라 수가 줄어든다는 것(수와 시간, 수의 역)에 대한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과 예측을 해보기도 하면서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 한 날~ 아이들은 모두 먼저 태어난 한 마리의 병아리가 심심하지 않도록 친구 병아리 그림을 그려 보여주기도 하고 축하한다는 편지를 쓰기도 하면서 생명의 탄생에 대해 기뻐했습니다. 그것과 함께 부화하지 못하는 나머지 알을 걱정하는 마음들이 생겨나고 알 속의 병아리들이 힘이 들어서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리가 도와주기로 하고 알을 살살 깨어 봅니다. 안타깝게도 깨어 본 알은 부화가 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은 그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왜? 우리 부화기에서는 병아리가 모두 태어나지 못했을까? 라는 것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의 결과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 부화기는 병아리가 모두 잘 태어날 수 있는 곳에 두기로 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Q.2 민들레 반(만3세) 오혜선 / 대나무 반(만4세) 박미영 / 소나무 반(만4세) 박은정 / 종달새 반(만5세) 김리나 / 까치 반(만5세) 최은호
  • 15. 2013VOL.8 015 지금까지 발현적 교육과정에 대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잘 들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금년 들어 유아교육과정이 누리과정으로 통일이 되었다는데, 한미유 치원의 발현적 교육과정과 누리과정은 어떠한 관계가 있나요? 혹자는 모든 원이 누리과정을 해야 하니, 이제는 한미유치원이나 어느 원이나 교육과정이 똑 같을 거라고 하더군요. 오혜선 : 과연 그럴까요? 제가 이해하기에는 ‘누리과정’은 취학 전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생애 초기의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라는 시스템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 문제와 영.유아기의 중요성을 반영하여 기본생활습관, 바른 인성, 창의성, 놀이를 통한 교육을 중시하는 점이 고무적이죠. 국가수준 의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은 만 3~5세의 발달 수준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교사가 숙지하는 것이 당연하죠. 그러나 타 기관의 실정을 들어보면 누리과정을 교사가 숙지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과정 해설서를 그대로 가져가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놀이를 통해 배우고 어린이 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유선택활동(소그룹) 시간이 교사 주도의 대그룹 활동 시간에 비해 짧다고 합니다. 자유선택활동시간에도 어린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진정한 놀이가 아닌 활동 지 위주의 수업이 많고요. 최은호: 그렇습니다. 현재 국가 정책으로 누리 과정이 운영되면서 모든 어린이에게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죠. 그렇지만 누리과정이 교과서는 아닙니다. 누리과정의 원론에 서 제시하는 유아교육이론 또한 구성주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리과정을 개별 유치원의 실정에 맞도록 연구하여 적용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리과정 지도서에 좋은 교 육내용이 담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의 내용은 선택적으로 교사가 교육과정을 계획할 때 반영하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것이 되면 안될 일입니다. 또한 우리 유치원과 같이 사립이면서 개별성을 갖고 운영하고 있는 곳을 틀에 맞추어 운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살려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누리 과정의 기본 철학과 이념들이 현 장에서 바르게 적용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린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생각이 모여 하나의 작은 생명체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들이 없이 교사 주도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나열하는 방식이나 일회성의 이야기 나누기였다면 어린이들이 느끼는 환경에 대한 앎의 깊이는 어떠했을까요? 물론 환경이 중요하다는 내용은 알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 은 환경의 중요성이 결국 어린이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자연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대나무반에서 부화한 삐약이는 잘 맞는 환경인 연천 목장 에서 살아가고 있고 아이들은 가끔 삐약이의 소식을 원장님께 들으면서 다음에 부화시킬 병아리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모두가 태어날 수 있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은호 : 까치반에서 진행된 향순이(꽃모종) 이야기는 매일 관찰하고 살피는 과정에서 식물이 살아있고 식물도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 경험으 로는 어린이들과 식물에 대하여 관찰을 하면서 이렇게 깊이 있게 진행한 적은 처음인 듯합니다. 교사의 발견이 아닌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발견된 식물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흥미와 호 기심이 깊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 아침, 바깥놀이 시간,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 시간별로 다르게 보이는 향순이의 모습에서 어린이들은 시간에 따른 꽃의 움직임이 다르 다는 것을 구체적인 관찰을 통해 알아차리게 되었죠. 그러면서 꽃잎의 모습이 날씨의 영향으로 인해 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우주와 연관 지어 풀 어내기도 하는 모습을 드러냈답니다. 꽃의 작은 움직임을 발견한 어린이들의 뛰어난 관찰력과 주변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의 이치에 대해 함께 나눌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이야기 흐름은 기존의 짜여진 교육과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입니다. Q.3 어린이와 나누며 어린이 혼자 만의 놀이가 아닌 교사-어린이, 어린이-어린이가 함께 놀이를 구성해가기 위해서는 기록작업이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해결하고 즐기면서 하는 놀이로 변하게 되죠.
  • 16. 016 한미유치원에서는 한 반에 담임교사가 2명씩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 2교사제를 선택했으며, 두 교사가 한 교실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통해 어린이들은 어제의 놀이를 이어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고, 놀이를 회고하면서 자 기 평가를 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어린이들뿐 아니라 교사도 놀이의 전체적인 흐름 을 바라보고, 지원해야 할 매체들이나 방법들을 의논할 때 저널을 보면 한눈에 들어와 많 은 도움이 됩니다. 김리나 : 교실에서 담임 2명이 함께 지내다 보니, 한 교사는 담임이고, 또 다른 한 교사는 부담임이 아니냐는 학부모님들의 이야기가 간혹 들려옵니다. 아마도 유치원에 상담하러 오시는 학부모님들의 대표적인 궁금증인 것 같아요. 박은정 : 주변 유치원에서 2교사제를 운영한다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정담임 부담임교 사로 나누어져 있거나, 한 반의 정원을 1/2씩 나누어 수업하거나, 1주일씩 나누어 각자 수 업을 진행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유치원은 그렇게 운영되지 않고 두 교 사가 평등하게 담임으로 일합니다. 어린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적기에 도와주기 위해 서 그리고 지금까지 이야기 했던 (기록작업과) 발현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2 교사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오혜선 : 2교사제는 정말 어린이들에게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최은호: (그런 이유도 있지만) 2교사제가 좋은 것은 care이외에 한 교사가 가지는 편견을 다른 한 교사의 새로운 시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도 그렇고,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도 그렇고요. 하나가 아닌 둘이어서 좀 더 폭넓게 보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오혜선: 그리고 2교사가 함께 일하는 것은 학급을 위해서 2배의 효과가 아닌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로, 공유와 협의를 들 수 있는데요. 협의 과정에서 혼자의 생각이 아닌 둘의 생각이 부딪치면서 제3의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 있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상대 방의 생각을 경청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적인 학급운영을 하게 되고 또한 어린이들의 소집단 구성을 이해하고 잘 지원하게도 됩니다. 박미영 : 사실 두 교사가 살아온 환경과 생각 태도 등 모두가 다르기에 서로의 의견을 조 율하는 부분에서는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교사 모두 반 어린이들의 생각 태 도 놀이 등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같기에 서로의 생각이 달라 의견 충돌 이 있지만 분명 합의점을 찾아 나갑니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서 로에게 모두 어떤 면에서는 발전적인 영향을 주는 듯 합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하나의 이 치와 같이 하나의 생각이 어떤 도전을 받지 않는다면 그 생각은 발전 없이 그 자리에 머무 를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발전을 할 수 있는 충 분한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며 때론 나의 의견이 선택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김리나: 두 교사가 다른 시각으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놀이평가를 하고 전체적인 놀이 흐름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놀이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지원할지 서로의 의견을 내다 보면 어떨 때는 두 교사 모두 가장 바람직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 할 때가 있습니 다. 그 과정에서 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짝 교사가 의견을 낼 때도 있고 내 가 무릎을 탁 치는 의견을 내게도 되는데 이때 좌절에서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박은정: 좌절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는 것이 참 의미 있게 들리는데 이 부분에서 사실 경 력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은 듯 합니다. 모든 반의 두 교사가 경력이 다르다 보니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도움을 주고 받는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 고경력 교사의 경우 한미 유치원 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저경력 교사의 경우 어린이들의 놀이에 더욱 궁금증을 갖고 또 지원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도전을 갖기도 합니다. 때문에 두 교사 의 다름이 함께 하기에 더 큰 힘을 가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Q.5 Q.4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발현적 교육 과정에서 관찰과 기록이 중요하 다는 것을 이야기 하셨는데 관찰과 기록작업이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 영되고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나요? 박미영: 관찰과 기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구성주의 이론에 근거를 둔 발현 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미유치원과 같은 유아교육기관에서는 교육과정운영의 기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관찰과 기록을 통해서 어린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 는 놀이를 교사가 이해하게 되므로 기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혜선 : “선생님 저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요. 다른 반도 마찬가 지일 거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관찰과 기록작업은 발현적 교육과정의 기초가 되고 또한 교사와 아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한 기초가 되며, 교사가 어린이에게 관심, 경청, 함께 하 고 있다는 사인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고 무엇인지, 왜 만들었는지를 어 린이와 나누며 어린이 혼자 만의 놀이가 아닌 교사-어린이, 어린이-어린이가 함께 놀이 를 구성해가기 위해서는 기록작업이 근거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해결하고 즐기 면서 하는 놀이로 변하게 되죠. 김리나: 어린이들의 놀이 사진을 정리하고 대화기록을 옮기고 해석/분석하는 기록작업 을 우리는 저널이라고 부르죠. 그날그날 놀이를 저널(daily journal)로 남기는데, 저널을 쓰면서 기록했을 당시 들리지 않았던 대화들이 정리하면 어린이들이 한 말이 다시 들리 고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 이해되는 부 분도 생기더라고요. 박미영: 이해를 돕기 위해 저널에 항상 함께 들어가는 사진은 때로는 훌륭한 독립적인 기 록이 되며 어린이들의 놀이를 좀 더 확실하게 살펴 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예 를 든다면 사진을 통해서 좀 더 어린이들의 놀이를 이해했던 경험을 들 수 있겠는데 몇 년 전 찰흙 놀이 중의 하나입니다. 놀이가 끝나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살펴보니, 놀이 상 황에서는 각각의 어린이들이 찰흙으로 구성물을 만들면서 서로 다른 놀이를 하는 것으 로 보였는데 만들어 가는 찰흙 구조물들이 서로서로 도움을 받고 주기도 하면서 구성되 어 가고 있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교사가 그때 느꼈 던 것은 찰흙이라는 하나의 영역에서 있었던 어린이들이 어떤 어린이는 주변 어린이들과 잘 섞이는 듯 이야기를 즐겁게 하면서 놀이 속에 있기도 하고, 또 친구들과 소통하기 보 다는 혼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면서 있는 듯 한 어린이도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언어 만이 아닌 눈으로 생각으로 손으로 친구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구나 라는 것을 사진을 분 석해 보면서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언어로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의 생각들이 어떻게 언어 이외의 다른 부분으로도 왔다 갔다 하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하 게 살펴 보게 되었습니다. 최은호: 놀이상황에서 기록을 하다 보면 어린이들이 어떤 의미로 이야기 했는지 놓칠 때 가 있죠. 상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순간적으로 어린이의 의도를 놓칠 때가 있어 요. 이럴 경우 기록작업을 하면서 앞뒤의 맥락을 살펴보다 보면 의미가 있던 이야기였음 을 알 수 있게 된답니다. 박은정 : 교사가 관찰을 하고 기록할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어 대그룹시간에 어린이들에 게 되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소집단 안에서의 이야기를 더욱 풍부 하게 하고 어린이들 스스로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놀이에 참여하지 않는 어린이 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죠.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오혜선 : 한미유치원에서 하는 기록작업은 형태, 쓰임새, 목적 등이 다양합니다. 하루의 일과 전체를 담은 경영록, 놀이 상황을 전사하는 저널, 놀이 흐름을 정리하는 패 널, 교실 전체 놀이의 대략적인 흐름 및 교사의 예상을 담은 흐름도 등이 있습니다. 또한 포트폴리오 형식의 ‘나의 유치원 생활’, 소책자, 한미신문, 달력, 동시책도 있네요. 각반의 포트폴리오만 봐도 알 수 있듯, 한미유치원에는 표준화된 기록 형식은 없어요. 매 해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 때로는 어려움도 있으나 이 또한 진정한 교육을 위한, 어린이들을 경청하기 위한, 기록을 효율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데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죠. 김리나 : 어린이들의 소그룹 놀이를 기록한 저널을 교실에 비치합니다. 만 5세라 자신만 의 놀이를 잘 알고 있어서 저널을 스스로 읽고 계획을 세우는 모습도 보입니다. 저널을
  • 17. 2013VOL.8 017 한미유치원에서의 교사 생활을 되돌아 보며 한미유치원에서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입식 교육 이 주였던 상황에서 학교 생활을 마치고 한미에 들어와서 구성주의를 접하면서 교육이 란 것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계속 깨우쳐 나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어린이들의 놀이 를 들여다 보면서 ‘왜 그럴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무엇을 지 원해 주어야 하는가?’를 항상 판단하고 결정하고 지원하고 또 다시 그 과정을 되돌아 보 면서 어떠한 것이 바람직할지를 항상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살아오면서 때로는 어쩌면 더 빠르고 쉬운 방법도 있는데 라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미 유치 원과 다른 유치원의 근무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한미에서 했었던 일 들이 ‘연구하는 교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한미유치원에서 살아가는 교사 로서 매우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 이 있습니다. 연구하는 교사라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 하면서 그 안에서 어린이들이 좀 더 좋은 교육 안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움 이 될 수 있는 교사이길 바랍니다. 한미유치원은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지원 하게 되었습니다. 교사의 주도적인 교육이 아닌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어린이들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큰 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 는 것 같아서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였다면, 지금 은 어린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어떤 것을 지원해 줄까? 라고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어린이들과 그리고 동료 교사와 함께 풀어가는 그 자체가 진정한 교육의 발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내일도 어떤 일들이 생길지 기대하 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한미유치원에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의 마음가짐과 현재 저의 마음가짐에는 큰 차이 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한미유치원을 선택해서 근무하게 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오랫동안 한미유치원이라는 독 특한 교육현장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유치원은 교사 스 스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도전하고, 연구하는 배움의 길에 설 수 있 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중심인,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계속해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저에게 가장 큰 변화는 교사관인 듯 해요. 일반적으로 교사는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 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자라온 교육환경이 늘 주입식 교육이었기에 고정관 념처럼 그렇게 생각한 듯 해요. 한미의 교육철학을 알아가고, 이곳의 교육문화를 몸으로 익히면서 교사가 알려주기보다는 어린이들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상황과 환경을 열어 주고, 돕는 것에 있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교사의 역할이 더욱 다양해지더라고요. 어린 이들에게 새로운 매체를 제공하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 도 하고, 새로운 매체를 발견하기도 하고, 같은 물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하는 기회를 어린이들을 통해 얻기도 한답니다. 교사로서의 성장과 함께 한 인간으로서 삶에서 알아 가는 지혜가 더해져 가는 듯해요. 함께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늘 응원 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학부모님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한미유치원 조직문화의 독특성이 저를 많이 변하게 했어요. 나눔, 협력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죠. 학문적 지식을 전달 받는 주입식 교육 세대인 제가 한미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 았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린이의 표정, 말, 놀이 등에 귀 기울이며 오히려 어린이들로부터 협력하는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교사가 어린이들만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인정하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짝 교사의 소통 방식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전에 느티나무반에서 한 어린이가 협동은 친구와 손뼉을 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둘이 손뼉을 치기 위해서는 손뼉을 치자는 생각도, 손뼉을 치는 순간도, 손을 놓는 위치도 맞춰 야 합니다. 한 교실에서 두 교사 가 맞춰나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포기 하지 않고 어린이들 곁에서 함께 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박미영선생님 박은정선생님 최은호선생님 오혜선선생님 김리나선생님
  • 18. 018 난 할핀으로 잴래. 난 이렇게 해야지. (할핀의 양쪽을 벌린다.) 그렇게 하면 네가 더 크잖아. 5번(식물)은 키가 너무 작아. 이걸(풀통)로는 잴 수가 없어. 이걸로(부러져 짧아진 파스타면) 하면 밤샐지도 몰라. 하하하 ‘이만큼’이 얼마만큼이야? 어린이들은 성인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문화적 도구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면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배워나간다. 그 중 ‘측정’이라는 문화적 방법은 어린 이들의 유치원 생활 이곳 저곳에서 드러난다. 종이 크기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쌓은 블록의 높이를 자신의 신체와 견주어 보며, 친구와 자신의 키를 비교하는 등 알게 모르게 하 루에도 몇 번씩 측정하곤 한다. 이처럼 측정은 타 수학영역에 비해 실제 생활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실용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스쳐갔던 수학적 상황들 중 ‘측 정’은 다육식물을 재배하고 협동게임 마시멜로 챌린지 를 하면서 종달새반 어린이들의 놀이거리이자 도전거리로 구체화되었다. 2학기에 들어 아뜰리에 창가에 있는 다육식물 중 5종을 종달새반 교실로 들여왔다. 어린이들은 새 친구인 식물 중 1개를 선택하고 스스로 기르며 변화과정을 관찰하였다. 식물 성장 징후 중 어린이들의 주된 관심은 길이(어린이들은 ‘식물의 키’로 명명함, 이하 키로 기술)의 변화였다. 식물이 자랐음을 기뻐하고 쑥쑥 자랄 수 있도록 정성을 쏟으며, 식물 간의 키를 비교하며 종달새반 어린이들의 공통 관심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교사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 물음표를 던졌다. 주입식 교수가 아닌 어린이의 일 상을 귀 기울이며 순간적인 일상을 가치있는 배움의 장으로 전환하고자 하였다. 다시 말 해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만큼’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보고자 한 것이다. 교사의 질문에 난 색을 표한 어린이도 있었고 나름의 방법으로 답을 찾아가기도 하였다.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물이나 신체 활용하기-비표준 측정, 자 만들기-표준 측정도구 활용하기, 두 가 지 방법으로 접근해나갔다. 모든 사물이 측정 도구로 채택된 것은 아니었다. 측정 대상에 따라 재는 도구로 사용될 ‘무엇’을 신중하게 골랐다. 고정된 형태를 지닌 것 중 측정 대상의 길이, 사물의 수량, 접근성을 고려하여 목적에 적합한지 실험하였다. 그러 나 같은 사물로 같은 대상을 쟀음에도 측정 결과가 다를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할핀을 놓는 방법-세워서 재기, 눕 혀서 재기, 할핀 양쪽을 펼친 후 재기, 할핀을 겹쳐서 재기 등-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적합한 비표 준 측정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표현처럼 정정당당하게 재는 ‘측정 기술’ 역시 중요한 과정 이 된 것이다. 다육식물의 키재기로 시작된 ‘측정’은 교실에서 이곳 저곳으로 번져가면서, 마시멜로 챌린지 놀이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키가 큰 것 같아요. 지난 주 보다 이만큼 컸어요.” “얼만큼?” 놀이 속 측정이야기 너 손이 더 작으니까 크게 나오지! 길이를 비교할 때 정확하고 공평한 측정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측정 도구’가 같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높이 세울 수 있어? 내 손 5개야. (자신의 손으로 측정한 결과) 나 7개 나왔어. 손 대봐. 네가 더 짧잖아. 그럼 너 손 줘. 하하하 야! 내가 놀이해야 하는데 어떻게 손을 빌려주냐! 그럼 난 놀이 어떻게 해?” 마시멜로 챌린지* 영역에서 놀이하던 어린이들은 한 어린이의 손을 종이에 그린 후 형태대로 잘라 측정 도구로 활용한다. 2012학년도 종달새반 (만5세) 오혜선 / 황보선 *4인 1조 협동학습으로 제한 시간 동안 스파게티면 20개, 1미터의 테이프 그리고 1개의 마시멜로를 활용하여 마시멜로가 제일 꼭대기에 위치해야 한다는 조건에 맞게 탑을 쌓는다. 가장 높이 쌓는 팀이 이긴다. 측정 기술과 관련된 에피소드 1 해결방안1 00으로 잴 수 있어. - 비표준 단위를 이용한 측정
  • 19. 2013VOL.8 019 모든 자는 똑같다 달라도 된다 겹쳐서 재면 안돼! 같은 비표준 측정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활용 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아 1, 2는 마시멜로 챌린지 결과를 측정한다.(에피소드 1의 손 그림 활용) 육안으로 판단하여도 유아1보다 유아2의 바닥에서 마쉬멜로우까지의 수직거리가 짧아 보인다. 그러나 각자 측정한 결과는 반대였다. 유아 1: 난 4. 유아 2: 난 6 유아 1: 진짜? (유아 1은 자신이 세운 구조물에 꽂힌 마시멜로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댄 후 선을 긋는다.) 유아 1 : 해봐. 유아 2: 1, 2, 3, 4, 5, 6, 7. 7이네? 유아 1 : 그렇게 하면 안돼. 이렇게~ 측정 결과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또 다른 책략은 자 만들기이다. 길이 측정과 자의 불가분 관계를 어린이들도 인식하는 듯 보 였으나 놀이 초반 만들어진 자는 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자유로운 수 배열 , 불규칙적인 수 사이의 간격 , 무분별하게 표시된 눈 금선 등에서 엿볼 수 있듯, 자처럼 생긴 모습을 모방하여 그린 것이지 자의 기능을 알고 그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모방은 어린 이들에게 있어 단순한 베끼기가 아닌 세상을 느끼고 탐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자를 만들고 식물의 키, 둘레를 재는 모방의 과정 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자’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었다. 병원에서 키를 쟀던 경험이 ‘다육식물 건강검진’이라는 가상놀이로, 집에서 손위형제가 사용하던 자를 본 경험이 자신만의 자를 만들어 보는 놀이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사람의 키는 자라잖아. 그러니까 달라질 수 있어. 우리 집에 있는 컵 다 안 똑같아. 컵이 다르면 키가 달라. 자 대신 손으로도 잴 수 있잖아. 근데 손도 어른이랑 아이랑 다르고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 그러니까 자도 달라. 자 만드는 공장이 일본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는데 어떻게 다 똑같이 만들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자 - 논쟁하기 어린이들은 측정 도구 고안, 변형, 활용하는 과정을 즐겼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만든 자에는 오류가 있었다. 비표준 측정 시 중요시 여긴 공평함에 어긋나 동일 한 식물 혹은 물체를 쟀을 때 서로 다른 수가 부여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나누는 과정에서 수 많은 물음과 논쟁이 일어났다. 자가 다르면 내 키가 작아지고 커지잖아. 어떤 게 내 키인지 모르잖아. 미국에서는 내 컵이 20이나 100이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1m나 3m가 되면 황당하잖아. 컵은 다 다를 수 있지만 하나를 재면 숫자 (측정 결과)가 달라지면 안될 것 같아.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해서 약속을 정하는 거야. 측정 기술과 관련된 에피소드 2 해결방안2 ‘자’ 만들기 1 2 3 1 2 VS 3
  • 20. 020 다수결, 대그룹 토의 대신 실제 자를 비교하기로 하였다. 줄자, 삼각자 등 다양한 형태의 자와 국내외 자를 몇 개 모은 후 시작점, 수의 간격을 확인하였다. 몇 개의 자 에 cm와 inch가 함께 표시되어 있어 ‘자는 다를 수도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듯 하였다. 교사는 어린이들이 측정결과를 이야기할 때 수 뒤에 –개, -미터, -센치 등 의 언어를 덧붙이듯 다양한 측정 단위가 존재함을 알려주었다. 하나의 자로 봤을 때는 서로 간격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단위끼리 비교하였을 때는 일정한 간 격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자 어린이들은 마치 마술쇼를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기뻐하였다. 이로서 ‘자에 기입된 수의 규칙성’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되 었다. 위의 탐색과정은 국가수준의 누리과정 만5세 수학적 탐구하기 세부내용 범주 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기회가 되었음은 물론, 사회의 문화적 도구인 수와 수학적 사고 를 깊이 있게 통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어린이들이 측정을 하면서 수많은 실수를 통해 ‘자’에 대해 알아낸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는 하나씩 더해지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존재하며, 간격이 같아야 한다. 자가 달라도 숫자의 키는 똑같아야 해요. 0부터 시작하면 숫자가 많아지고 1부터 시작하면 적어져서 똑같이 0부터 시작해야 해요. 둘째, 자의 시작점은 ‘0’이다. 0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나 1은 하나 있다는 거에요. 1부터 재면 숫자가 커져서 불공평해요. 작은 걸 쟀는데 1보다 작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0이 필요해요. 셋째, 수가 놓인 위치에 따라 수가 갖고 있는 크기 혹은 양이 달라질 수 있다. 놀이 초반에는 십을 숫자로 쓸 때 1과 0의 위치를 혼동하여 쓰던 어린이들이 ‘01’은 ‘1’과 같은 것임을 알아갔다. 넷째, 수와 수 사이에는 작은 수가 존재한다. 소수점의 의미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으나 정수와 정수 사이에 있는 눈금 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수와 수 사이에 측정하고자 하는 사물이 놓일 경우 대강의 수로 읽어 낸다. 5 조금 넘어. 5 반이야 그런데 6은 안돼. 그랬더라면 측정에 관한 의미 있는 배움이 아닌 무수히 흘러가는 무의미한 일상 중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린이들이 반복적인 일상을 새롭고 의미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잘 짜여진 교육과정, 관습적 지식에 국한하여 어린이를 가르치기 보다는 어린이들의 흥미, 관심, 생각 에 초점을 맞춘다면 깊이 있는 배움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우리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어린이들의 가설이 불완전할 지라도 왜 그렇게 생각했을지 어린이들의 생각에 발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인들의 문화를 재생산하는 능동성과 창 의력을 발휘할 것이다. 만약 다육식물 길이 변화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교사가 그냥 지나쳤다면? 만약 어린이, 교사가 실제 자를 가져와 다육식물의 길이를 쟀다면? 만약 어린이들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기 보다는 정확한 답을 요구했다면? 만약 국내외의 다양한 자를 보내준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공평함이 중요하지만 ‘세계의 모든 자는 똑같다’는 가설은 어린이들에게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똑같아야 한다’, ‘다를 수도 있다’는 두 의견차가 좁혀지지 앉자, 어린이들은 다른 문제상황에서 사용했던 다수결의 원칙으로 논쟁을 끝맺는 것을 제안하였다. 교사는 다수결이 성립될 수 있는 상황과 그 반대 경우에 대해 설명한 후 현재 논쟁은 다수결로 정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물었다. 다수결로 하면 빨리 정할 수 있는데.. 대통령 같이 뽑는 게 아니니까 안될 것 같아. 자는 돈으로 사잖아요. 그냥 만든 게 아니라 사람들이 힘들게 만들고 약속을 지켜서 사용해야 하니까 똑같이 만들어야 해요. 사람들이 자를 만들었는데 다른 걸로 재면 자가 맞다, 다르다 하면 안되니까 다수결로 정할 수 없어요. 숫자는 순서가 있잖아요. 숫자가 써있는 순서가 바뀌면 안되잖아요. 그러니까 (다수결로) 하면 안돼요. 아~ 머리 아파. 그냥 다수결로 정하면 안돼요?
  • 21. 선생님께 전화를 받고, 일단 글을 써보겠노라고 하긴 했는데 도통 주제를 못잡고 고민 하기를 며칠... 어렵게 생각 말고 한미유치원 4년차 학부모로서 한미와 어떻게 인연을 갖게 되었는지, 그동안 두 아이를 보내면서 한미유치원에 대해 느껴지는 점, 지나왔던 과정등을 회상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치원 교사생활을 하면서 한미유치원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사들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듣고 있었다. 대부분의 유아교육 기관에서 2주 내지는 한달의 기간동안 프로젝트 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유아교육 기관의 여러 가지 문제(교사의 차량지도, 수업중의 특 기수업진행, 행사등)들로 인해 프로젝트 수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때가 많은데, 동 일한 주제로 한 교실에서 1년이라는 기간동안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된다는 레지오 에 밀리아 수업이 참 흥미로웠다. 재학중이던 대학원 수업중 세계 여러나라의 유아교육 을 그룹으로 연구하여 발표하는 시간, 레지오 에밀리아 수업을 하는 유치원에 근무중 이던 선생님께서 준비해오신 레지오 수업에 대한 내용과 자료들, 특별히 한국의 레지 오는 한미유치원이 전통 레지오를 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꼭 한번 근무하고 싶다는 설명을 들으며, 일산에 있는 한미유치원이 그렇게 유명하고 제대로 된 곳인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좀 더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문도 뒤적여 보고 유치원도 구경가고, 레지오 수업하는 선생님들 얘기도 들으며,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꼭 한미 유치원 보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건이가 태어나고 4살 겨울, ‘차량이 지 원 안된다면 날마다 데리고 와야지’라는 맘으로 들어선 한미 차량코스에도 있고, 한미 유치원을 내 아이가 다니고 직접 체험하는 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흥분이 되었다. 그렇 게 다니게 된 한미, 5세부터 7세를 마치고 이제 초등 1학년이 된 건이, 5세부터 6세 재 원중인 율이를 보내면서 감동되고, 흥분되고, 의아하고, 안타깝고, 감사하고 참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한미유치원을 보내고 있다. 특별히 한미유치원의 가장 큰 자산은 선생님들이 잘 바뀌시지 않는다는 점이라 생각 한다. 언젠가 어떤 선생님께서 “졸업생들이 왔을때 제가 없으면 속상할까봐 한미를 못 떠나요”라고 말하시며 웃으시는 걸 봤다. 건이는 지금도 학교에서 좋은일이 있거 나 힘든일이 있을때면 한미유치원 선생님께 전화해서 알려드리고 싶다는 얘기를 하 고, 졸업한 친구들이 맘이 힘들때면 한미유치원에 들러서 예전 선생님을 찾아가서 앉 아서 놀기도 하고 속마음 얘기도 하며 놀다간다는 얘기를 종종 듣기도 한다. 아마도 아 이들에게는 마음공부를 했던 곳이기에 그 어느 곳보다도 편하고, 익숙한 곳이기에 자 연스럽게 찾는 거 같다. 또 부모인 우리에게도 한미는 익숙하고 편한곳이다. 아이에 관한 그 어떤것도 상담할 수 있고 재원중인 아이의 얘기도, 졸업한 아이의 얘기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고, 아이 에게나 부족한 부모인 우리에게나 따뜻하게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주신다. 한미를 다니다 보면 학습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된다. 학습공동체 안에서 학부 모의 위치를 생각하여 본다면 아주 중요한 위치다. 교육자-피교육자-학부모가 공동 체로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학부모 교육이나 교사와의 만남, 교 실 프로그램 소개하는 시간에 학부모로서의 내 자리를 지킬때 더 많이 만족하고 성장 하게 됨을 매번 느낀다. 또한 교육에 대한 좋은 생각이나 교실이 성장하도록 하는 에너 지, 안건을 학부로서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고 또 유치원은 학부모의 얘기에 경청하고 소통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때 더 믿음이 가고 감사하다. 한미유치원을 보내면서 늘 하는 얘기가 있다. 한미유치원 이라는 참 좋은 선물을 건이, 율이에게 해준거 같다. 그 선물이 건이, 율이 인생에 참 좋은 거름이 될 것이다. 2010년 남편이 밀라노 상사 주재원으로 파견이 되어 온 가족이 이탈리아에서 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언어를 비롯한 모든 일상생활이 낯설고 불편했다. 또한 외모가 다 르다 보니 어디를 가도 타인의 시선을 느낄 수 밖 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 이들 둘을 학교에 보내면서 만나는 사람들, 동네 이웃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없는 그들이었지만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무엇을 하며 살 아가는지 궁금한 것도 참 많다. 언어도 부족하다 보니, 별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bueon journo ”하고 항상 인 사를 건넨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받는 인사가 편하게 느껴지질 않았다. 인사 를 받았으니 나도 어쭙잖게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이며 답례를 보낸다. 이러한 일상 의 모습들이 익숙치 않아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가 학교에서 나오는 아 이들의 모습이 보이면 재빨리 데리고 그 장소를 벗어나곤 했다. 그러다가 그들이 건 네는 인사나 행동들이 편해지고 자연스러울 때쯤 그들의 모습, 언어, 움직임 등도 함 께 나의 시야에 담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인사예절이다. per favour, grazie, scusa,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 합니다” 그들은 아주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냥 무심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기의사표현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문화 속에 자 연스럽게 배여 있어 어색하지가 않다. 특히 아동을 존중해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일단 아이를 만나면 그들은 무릎을 끓고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춘다. 천천히 아이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잘 한 것에 대하여는 충분히 칭찬 해 주고 허용되지 않은 행동에 대하여는 굉장히 엄격하지만 자세히 아이가 납득할 때까지 설명하며 기다려준다. 두 번째는 식사예절이다. 그 곳에서 살 때 유명한 레스토랑을 많이 가 보았지만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아이들이 레스토랑에서 뛰어다니 거나 소리 지르는 행동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극도로 피하는 그들의 문화 때문인 것 같았다. 세 번째는 자연환경이다. 옛 건물들로 촘촘히 메워져 주차하기도 어려운 밀라노 시 내라 하더라도 축구장 크기 보다 더 크게 천연 잔디가 깔린 동네 놀이터가 즐비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오후 시간을 마음껏 뛰어 논다. 학교가 끝난 후에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자신들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시킨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나도 내 아이들 에게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귀 기울여주고 선택권도 주고 격려도 해 주어야지 마음 먹지만 아이들이 나의 인내심을 시험해 보기라도 하듯 청개구리 행동만 한다. 예의 바르고 감정 조절도 잘 하는 사교적인 아이는 우연히 길러진 것이 아닌 것 같다. 적 절한 시기에 애착과 신뢰감이 정착되면서 여러 기관들이 조화를 이루며 발달되어야 이러한 품성이 길러지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우리 아이를 보며 나는 어떤 부모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느끼면서 새삼 아이 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때가 많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고 들어주기보다는 사사 건건 부모가 선택을 해 주고 지배하려 한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인데, 내 아이를 통해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부끄러워 어디에 숨고 싶은 심정 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 아이의 관심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더 많이 귀 기울이리라 다짐한다. 또한 자연에서 더 많이 뛰어 놀게 하리라. 또한, 이 탈리아인들처럼 인사예절에 신경을 쓰리라 마음 먹는다. 일상의 매너나 타인에 대 한 배려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마땅히 가르치고 몸에 익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쉽지 않다. 이탈리아인들처럼,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 미안합니다.”를 유아시 기에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익힐 수 있다면 인생을 살아 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 는 가장 중요한 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유아기에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두 아이에게 주는 선물같은 유치원 2013 소나무반 최현석 어머니 이인희 2012 종달새반 김건이, 2013 참나무반 김율이 어머니 이문숙 2013VOL.8 021
  • 22. 022 어린이들의 표상과 이야기 한글도장_앉아있는 사람, 서있는 사람, 달리는 사람 / 만4세 진달래 / 만3세 아이언맨 / 만5세 감자가 흙을 덮고 있었어요. 침낭처럼.. 그래서 감자가 흙침낭에서 자고 있었던 거에요. (팔각정을 보며) 여긴 궁전 같아요. 저기 올라가면 꼭 공주가 될 것 같아. 마음은 우리 몸 속에 있어서 볼 수가 없어요. 첨벙 첨벙 하니까 좋아요. 물놀이 하는 거요. 우리는 지금 태양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대왕 햇님이 있어서 그래요. 지금 왔나봐요. 여름에 비가 안오면 목이 말라서 투덜투덜하고 식물들도 목이 마르니까 장마가 오는 거에요. 구름 위에 수도꼭지가 있는데 수도꼭지가 뻑뻑할 때는 천둥이 치고 부드러울 때는 수도꼭지를 돌릴 때 조용히 그쳐요. 수도꼭지가 저절로 돌아갈때 비가와요. 빨리 가면 아무것도 못보고 걸어가면 뒤에 뭐가 있는지 다 볼 수 있고 빨리 가면 빨리 가느라 주변을 잘 못 볼 수 있어요. 우리 엄마는 걸어다니면서 옆을 안봐요. 내가 옆에 있는데도 안 봐요. 내가 좋아하는 장화를 신으니까 좋아요. 장화에는 물 들어가도 괜찮으니까요. 마음이 없으면 죽는거에요. 색깔별로 마음이 있어요. 화난 마음은 검은색 이에요. - 호수공원 산책 - 감자 수확 - 마음이 뭘까? - 비가 오면... - 더운 날 - 비가 많이 오는 이유 - 거북이 마라톤 수염이 엄청 긴 할아버지 나무 같다.
  • 23. 2013VOL.8 023 알 속 병아리 / 만4세 병아리 / 만3세 봉주 / 만5세 거북선 / 만5세 꽃 / 만5세 고니 / 만5세 거미 / 만3세 느티나뭇 잎 / 만4세 솔잎과 솔방울 / 만4세 자화상 / 만4세 로봇 / 만4세 여름 / 만4세
  • 24. 스페셜데이 한 번 밖에 없어요? 2009년부터 시작한 특별한(Special) 하루(Day)에는 좋은 날씨를 매년 선물 받고 있다. 곧 맞이할 2학기를 앞두고 어린이들과 함께 “일의 시작과 끝”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 되어 시작된 Special Day! 평소의 일상과 다르게 하루를 길게 그리고 여유 있게 생활하는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 하고 있다. 특별한 하루 생활을 계획하는 담임 교사들, 어린이들에게는 8월의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는 것은 무덥고 습한 여름 날씨를 즐겁게 견뎌보기 위한 지혜이기도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어린이들과 새로운 마음으로 2학기를 즐겁게 맞이하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부모님들도 어린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특별한 하루를 계획하고 저녁때(꽃반,나무반) 혹은 다음날 아침(새반) 어린들과의 만남을 계획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유치원 안에서는 어린이들의 설레임의 소리와 분주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원감 허윤희 (영화를 보았을때) 아빠랑만 갔을 때보다 느낌이 달랐어요. 친구들이랑 가니까 힘이 났어요 . (몰놀이) 다른반이랑 같이 물 뿌리면서 얘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 (간식시간)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니까 더 즐겁고 맛있었어요. 유치원 안에서 불 다 끄고 노는 게 재미있었어요. (노래하는 분수) 분수가 나를 덮치는 것 같았어요. 일찍 일어났잖아요 그때 친구들이 자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엄마가 왔을 때 기분이 별로 안 좋았어요 하룻밤 더 자고 싶어서요. 스폐셜 한 번 밖에 없어요? 잘 때 좀 무서웠는데 아침이 되니까 괜찮았어. 난 원래 밤을 싫어해~~~ 스페셜데이를 하니까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우정도 만드니까 재미있었어.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씻고, 영화관도 가고 이게 너무 재미있었어 또 하고 싶어. - 만5세반 이야기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