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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천상에서 발송한 전자우편을 받아들고)
단비 강장묵 作
2005.11.3.토요일 첫눈 오는 날 작성
2005.12.10.토요일 오후3:49분 수정
2005.12.11.일요일 0:26AM 재수정

천상에서 온
광속의 전자우편이
동짓날 쏟아지는 눈이고
아이들이 썰매 타는 광경은
어른들에게 주는
산타의 선물이다
나는 오늘도
함박눈 속에 숨어있는
첨부파일을
아이들이 깰세라
소곤소곤 열어 본다
성냥팔이 소녀가 켠 희망이 보이고
백설 공주가 먹은 사과도 열린다
발송인을 알 수 없는
논두렁처럼 겸손해진 하늘에
순록의 사슴이 배달부일지 모르는
첨부파일
사람들은 저마다 첨부파일을 가지고 있다
천상이 내려다준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못하고
눈이 올 때마다
파일을 기억하는 바쁜 회색 사람들은
저마다 열지 않은 첨부파일을 가지고 있다
앞뜰에 쌓인 눈은
어떤 첨부파일을 간직하고 있기에
붉은 단풍 가지를 난처럼 휘게 하고
단풍은
가을을 품은 겨울나무가 되는 것일까
붉게 물든 내 가슴에
잠못드는 설렘과
넓은 설원을 펼쳐 보이는 것일까
천상에서 온
광속의 전자우편이
내리고 있다
80 포트
단비 강장묵 作
2005.12.2. 11:44pm-2005.12.3. 0:49 am

163.152.135.11번지 팔공 포트에
그녀가 살고 있다
나는 그녀를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낙엽 쌓인 자리를 예약해둔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공기방울같은 낙엽이
놀란 새처럼 오르고
65535개의 포트마다
그녀 파일, 메일, 프린터, 화상캠, 마이크, 스피커, 마우스가
연결되어진다
포트가 연결될 때마다
그녀의 메일이 프린터가 얼굴이 목소리가 손동작이
느끼어진다
막 삶아 올린 계란을
탁 빠트린 찬물 위로
손을 넣을까 말을까 고민하고 있다
163.152.135.11번지 팔공 포트에
그녀가 살고 있다
나는 그녀를 만나러 팔공포트를 열고
그녀와 자주 갔던 자리를 예약해둔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찬물 위로 손을 넣어본다
팔공포트 위에 그녀는 살고 있다
만날 수 없어도
만질 수 없어도
인터넷 속에 그녀는 살고 있다
마음속에 사는 사람처럼 때론 사물처럼
오늘도 등을 켜는 낡은 성곽 위에 파수꾼처럼
포트마다 파란색 불을 켜고
팔공 포트 아래도 지나는 모든 이들을 검문하고 있다
p.s.
윈도우에서 사용하는 포트
HTTP:80포트
흔히 인터넷 포트라고 한다.
컴퓨터 네트워크에는 65535개의 포트가 있으며
데이터들이 이동하는 통로로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항구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하기 위
해서는 꼭 80번 포트를 경유하도록 윈도우에서 기본포트 80번을 예약해 두었다. 2000번
이하는 이렇게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로 포트가 예약되었으며, 통상 그 이상번호로 자신만의
포트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림 출처
: Donna Haraway, "A Cyborg Manifesto: Science, Technology, and Socialist-Feminism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 in Simians, Cyborgs and Women: The Reinvention of
Nature (New York; Routledge, 1991), pp.149-181. 에 대한 그림 인용
마우스
단비 강장묵 作
2005.11.30.수.12:24

따악 따악
숲 속 이름 모를 새가 우는 것도 아닌데
딱딱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모이 쪼는 병아리처럼
따악
15.1인치 화면 가득
그림과 단어 속에
하나의 하이퍼링크를 선택하기 위해
뿔을 달련하는 숯 사슴처럼
딱딱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면
뿔사슴 소리도 나고 이름 모를 새소리도 난다
어제는 급한 마음에
마음처럼 화면이 빨리 바뀌지 않아
따다닥
오늘은 괜스레 그리움에
갈팡질팡 망설이다
왼쪽버튼을 누리고 떼지 못하다
따~~아~~~~~~~~~~~~~~닥
혜어진 그 사람 싸이를 훔쳐본다
내일은 어떤 마음을 담아
마우스에 소리를 담아볼까
따딱
따따닥
따~~~~아~~~~~닥
마우스 속에
내 마음을 엿본다
말들
단비 강장묵 作
2005년10월08일 14:05

1.
세상을 굽어진 모퉁이에서 노려보다가 깊고 날카로운 예각의 빛으로 시작해서 넓게 퍼져나
가는 말들...말들....말들.....
1초에 1천만번의 상태변화를 하는 중앙처리장치가

곧 온다해도 예각의 말들은 예리하게

아픈 곳곳에 꽃히고......
PC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두꺼비상자를 헌병처럼 기립해놓는다

2.
날 선 말을 둔각으로 깎아두지 않고서는 한 뼘도 건넬 수 없는 악수
묻혀있는 모든 시신들의 예각이었던 말들 그 말들을 던진 강심장과 맞고 견딘 강심장이 존
경스러워
산 나도 산 자리에서 기립, 두 번 절하고 돌아선다

3.
너 기립 차렷 한숨 바람인 것을 가뿐하게 알아차린 지금 누구에게나 던질 수 없는 것이 말
이었고 누구에게나 받을 수 없는 것도 말이었다 예각의 말들…….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들
을 품고 그대 삶의 음영만큼 강한 말들 그대 삶의 질곡만큼 굽어진 말들이 지나는 각도를
벗어나고 싶다

4.
PC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두꺼비 상자를 헌병처럼 기립해둔다 조몰락거리던 이동전화 맥
풀린 손목처럼 풀썩 내려놓는다 한 숨 바람 속에 일몰의 한 점 태양이 된다
휠 마우스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10월 5일 수요일 오전 1:42분
바퀴를 돌리면
그 사람 얼굴이
아래로 쓸려 내려가고
바퀴를 누르면
그 사람 기억도
따라 내려가다가
문득 사라지고
다시 빠르게 따라가면
멈춰 선다
바퀴는 앞으로 돌려지고
뒤로도 돌려지고
한번 아래로 돌리면
두 줄 아래로
두 번 위로 돌리면
네 줄 위로
몇 번을 위로 돌리면
올라올라
그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컴퓨터 속에도
기억을 훑어 온
바람이 있고
그 사람 향이 묻어와
나는 온라인을 떠나지 못한다
Font
단비 강장묵 作
2005.09.23.Fri.01:34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수첩 위에
촉촉이
그대 마음을
곱게 접어
헤어질 때
체온 묻은 손으로
건네주며
달아나는 모습 뒤로
어찌하지 못하고
다가서는 마음이
빼곡히도 담겨
그날 별 하나하나에
추억을 누에고치처럼 걸어둘 수 있었다
오늘은 Active X 실행파일을 설치하거나
Flash로 가볍고도 반짝이는
광속의 E-Mail이
그날 걸쳐 둔 별 아래 누에고치 집에서
날아왔다
"사랑" 한 글자 고백하기가 힘들어
Pen에 눌린 종이 모습 역력했던 그날처럼
빨간색 Bold효과 예쁜 흘림체로 뉘어진 Font
용건은 굴림체
흔들리는 마음은 기울임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양제 샤넬체
지루할까 이모티콘 하나
광속의 E-Mail을 받은 날
누에고치 집마다 100와트 전등이 켜지고
아날로그 시절 그때처럼
별마다 누에고치가 실을 풀어
노트북 위로
전자메일함 위로
눈이 쌓이고 있다
Enter
단비 강장묵 作
2005.01.16.09.22

Enter Key를 누를 때마다
그대와 멀어진다
한줄 한줄 마다
그대와 나
서 있는 빈 공간만큼의
침묵이
아래로 아래로
쓸려 내려가고
한줄 마다 사랑이 멀어지고
한줄 마다 그리움이 밀리더니
넘기 싫은 경계선
Page마저 넘어가면
그리움도 사랑도
모니터 위에 여백이 된다
Enter를 누를 때마다
가슴이 철렁 철렁
포기한 듯 Enter를 누른 채
KeyBoard 위에 엎드린 내 그림자
그림자 위로 be-pi 따스한 경고음
Computer를 죽였다 살린다
재부팅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마음
Enter
길게 눌러본다
FAN
단비 강장묵 作
2005.9.15 AM8:25

모두가 떠난
빈 강의실에는
마지막 잎사귀인양
그 사람 이름이
걸려있다
빈 방에
허락 없이 들어온 바람이
그 사람 이름
그 사람 기억을
훔쳐내고 있다
Notebook에도
바람이 있다
Fan이 있는
모든 기계마다
바람이 부는 것은
지울 수 있다면
지워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Computer도
그 사람 기억을
쉬~닦아 내지 못해
CPU에 바람하나
VGA에 바람하나
전기선 줄 끝에 바람하나
풍차로
그리움을
식히고 있다
바람이 멎으면
Computer도
Down된다
p.s.
컴퓨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세 개의 Fan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컴퓨터는 1초에 상태가 수 십 만번 이상의 연산을 하는 중앙처리장치의 열을 식히기
위하여 강력한 선풍기(Fan)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방법과 물로 열을 식히
는 수냉식이 있으나 주로 바람으로 열을 식히고 있습니다.
둘째, 최근 컴퓨터는 그래픽 연산 기능이 강화되어 그래픽 카드 칩셋 위에도 바람으로 열을
식히는 팬을 두었습니다.
셋째, 전류가 들어오는 곳에도 바람으로 열을 식히는 선풍기를 두었습니다.
소리에 민감한 분은 이 선풍기가 일으키는 소음이 귀에 거슬리기도 하여 무소음 장치를 붙
은 고급 컴퓨터를 사기고 한답니다.
똑똑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9월 12일 월요일 오후 9시 6분 그리워져서
2005년 9월 13일 화요일 오후 4시 10분 재편집

똑똑 다시 로그온해서
"똑똑"불러주면 좋겠다
비활성화된
그대이름
그대 아이디
회색 마냥 슬프다
똑똑 할 때마다
노트북위에
하얀 잔상이 일고
LCD 액정이 톡톡
앞으로 나온다
출렁이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싶어
그만보고 싶어진다
온라인메신저
오프라인표현
똑똑
그대센스매력기억
똑똑
할 때마다 설레어
그대통화너머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우울걱정염려
공교롭게도
똑똑할 때 자리 비움
연결되고픈 애절함
똑똑
로그오프된
그대 표정을
빨간 로그온으로
바꾸고 싶다
똑똑
10개의 문자를 보낸 후
똑똑
모두 turn off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9월 9일 금요일 오후 11시55분 6호선 지하철에서

그대 마음 따라
동구르르..흐르는
눈동자
쓸어안고
침묵하는 입술
그대 모습 담던
휴대폰 렌즈
위로 떨어지는
지난 가을
마른 꽃잎 한 장
전기끊긴
notebook
명랑 웃음
보라 봄
그대 볼에 kiss
사진까지
잠가버린
모니터
헤어짐은
코드 뽑은 monitor처럼
무상한 기계
이젠 그 앞에서
더 이상 미소지울 수 없음
눈감음
전기 없이 줄 것 없는 PC끔
그대 마음 따라
동구르르...흐르는
눈동자
쓸어안는
내 마음
마음 없는 PC
PC같은 그대
모두 끔
RAM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8월 24일 수요일 오후 7:52분
2005년 9월 12일 월요일 오후 10:10분 재수정
2005년 9월 13일 화요일 오후 3:24분 재수정
2005년 9월 19일 월요일 오전 2:07분 재수정

추억 하나 담아내지 못하는 RAM
주기억장치는
버리기 위해 기억을 담고
잊기 위해 새로운 기억을 덧칠한다
랜덤 액세스 메모리
전원만 꺼지면
달 표면 같은 메모리 위로
하얀 이슬을 맺는다
실핏줄같은 여러 다리로
"잘 살고 있습니다."
Random access memory
오늘은
휘발성 기억이
원망스럽게 미워져
RAM을
64메가에서 128메가로
128메가에서 256메가로
512메가로 1기가 24메가로 올려본다
사랑이 끝나면
헤어져야 하기에
RAM은
Computer의 어떤 기기보다도
뜨겁게 사랑한다
사랑이 끝나면
전원 꺼진 RAM에 다시 불이 들어와도
잠시만의 사랑도
추억으로 담아내지 못할 운명을 알기에
RAM은 가장 빠르게 기억하기 위해
많은 연산을 하고 많은 사랑을 주고
뜨겁고 빠르게 살다가
가장 빨리 식고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오늘도 새로운 사랑을 덧칠한다
콘크리트 바닥에 서서 바다를 생각하듯
기억을 날려버리고
새 사랑을 만났을
그대를 잊지 못해
RAM을 늘려본다
p.s.
램은 휘발성 기억장치로 전기가 들어오면 메모리에 쓸 수 있으나
전원이 나가면 메모리에 저장된 모든 자료를 잃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램은 주기억장치로 빠르게 읽고 쓸 수 있으나 가격이 고가여서 한정된 자원만 활용해야합니
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세계를 제패한 것이 바로 이 램입니다.
도스(DOS)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8월 20일 토요일 정오 12:01

AT컴퓨터에 때 묻은 버튼을 누르면
먼지 쌓인 고전
DOS가 부팅된다
RAM에 가벼운 부담을 주었던 시대
문자가 그려내는 모습 그대로 믿어주었던 시대
낭만의 시대가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20년도 지나지 않은
운영체제가
석기 시대처럼 퇴색해버릴 수 있는 세상에
DOS는
금방 피고 떨어지는 배꽃
아니..그대와 나의 사랑 같다
GUI의 화려한 모양새가 아닌
커맨드 라인의 쿨함
깜빡이는 라인 위로 dir를 치면
바람처럼 훝어 내려가는
기억들
난 dir명령어 속에
오랜 기억을 찾아내
del명령을 내려 본다
먼지하나 없이 고스란히 살아남아
그대 모습 하나
아날로그식의 빛바램도 없이
살아있는 기억을 보니
DOS
그대도 비트의 자식이었구나

오늘은 영원히 변질되지 않고
되살아나는 디지털이 싫다
DOS시절
외부로의 연결은
오직 뚜뚜띠..날카로운 신호음에
전화선뿐이었던 시절에
하이텔 천리안 동호회를 건너
만났던
20대의 철쭉 같던 그대 모습이
몹시 그리워진다
GUI의
화살코같은 마우스도
디바이스 드라이브의 충돌탓인지
아래로 미끄러 내려온다
마우스를 잡고
DOS에는 없는 더블클릭을 하려해도
디바이스 드라이브의 충돌탓인지
아래로 미끄러 내려온다
노트북을 열면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8월 17일 수요일 오후 5:25

노트북을 열면
파란 바탕화면에
피카소의 그림을 덧칠한 나비 한 마리
사뿐히 나와
자판 위
대기 모드로 기립한다
바람 한 점 없는 노트북 위에
나비는
안티얼라이싱을 준
그림처럼 부드럽고 고요하다
나는 손때 묻은 자판위로
아무 생각 없이
검지와 중지로 "사랑"이라는 비바람을 불러보면
바람에 놀란
피카소 얼룩 나비는
그대 이름 석 자를 종종종 누르고
비를 맞은 노트북은
다운된다
이 삭막한 팬 돌아가는 소리
이 정확한 수치계산 위로
나비와 노트북도
그리움이란 바이러스에 걸린 것일까
모니터에서는
화선지에 옅게 퍼진
얼룩 같은 먹처럼
여리게 그대 모습이 보였다가
밝은 기운이 모니터 한가운데
블랙홀 같은 미세한 점으로 될 때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사라진다
그 사라진 구멍 속으로
내 머리
내 가슴
내 몸통
내 다리
내 마지막 발가락마저 들어가고
검지와 중지만 나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치면
바람에 놀란 나비
그대이름 석자 촘촘촘 쓰고는
다시 대기모드가 된다
절반의 도시
 
강장묵 作
 
2006.05.12.금.12:55am
 
그 사람이 떠난 후
절반의 도시는 장례식을 치루고
절반의 도시는 울음 위에 미소를 덧칠하고 살아가고 있다
 
훌쩍 커버린 녀석
처음에는 문디 소녀였는데
지금은 단단하게 여물어진 마담같다
 
처음에는 하얀 피부 속 붉은 실핏줄도 곧잘 보였는데
지금은 손목 위 굵은 정맥도 찾기 어려워졌다
 
후질구레하게 구름 내려앉은 하늘
아래로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
흐린날에 유독 예쁜 노오란 수선화를 꺽고 있다
 
나의 기억은
그녀를 처음만난 날
실핏줄이 훤이 보이던
순했던 시절에 고여있다
 
비가오려나
 
허름한 여인숙이 딸린 허름한 선술집에 앉는다
주루룩 내 사랑같이 내리려다 찔끔 멈춘 비가 내린다
후덥한 날은 전혀 개운하지않다
 
허름한 선술집 허름한 마담이 나와
말을 건넨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어
후질근한 마담의 빤스를 열어본다
 
독한 가짜 양주를 건네고
서툰 계산을 한다
 
너무 많이 줬나
 
절반의 도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고 거사를 치루는 마담이 있고
절반의 도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사랑한다 말하고 떠난 그녀가 있다
 
왜 이리 붉어
 
선홍빛이 아니잖아
 
검고 붉어
 
잠이들기전 멈춰진 기억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품에 고인 마담을 흔들어 깨운다
 
손바닥을 뒤집어
뒤집어찬 시계를 보고
이 시대의 시간과 떠난 그녀의 시간을 본다
 
지금 몇시에요
 
대답이 없다
지금 몇시에요
그녀도 대답이 없다
 
내 손목을 뒤집어 본다
아직 하얀 피부 속으로
실핏줄이보인다
 
한 참 뒤
자고 일어 난 뒤
 
거미가
전기줄과 코드로
나를 감아
 
제대로된 계산
계산
결과값
예정된 모든 것만이
사랑이라 믿고 떠난 그녀처럼
 
꽁꽁 코드로 나를 묶어놓았다
 
절반뿐인 도시
묶여있는 나
 
2006.05.12.금.15:47pm완성
도시
 
강장묵 作
 
2006.05.11.목.15:39
 
도시는
잠들 곳이 아니다
 
광케이블 속에는
계산된 결과값 외에
그 무엇도 깃들어있지 않다
 
벌판으로 가자했지
 
느슨한 나무 조각들이
보도블럭처럼 가지런히 놓여있지 않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할지 모르는 곳으로
 
북쪽으로부터 전기가 들어온 후
보도블럭 위와 아래는 별천지가 되었었지
 
도시는 노숙자의 고향이다
노숙자는 거리에 차단된 메신저친구이다
노숙자는 나의 친구였고
 
5월은 화창함에 차단된 이들을
두번 죽인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곳으로 돌아서면 벌판이 보일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아뒤의 친구가 로그인한다
로그인 친구에게 물어보아도
이 도시에는
간절히 바랄것이 없다
 
도시에는 광케이블이 숨쉬고 있다
그 속에는 계산된 결과값만이
빛의 속도로 달린다는
양탄자를 얻어탈 수 있다
 
나에게는 양탄자를 탈 계산된 값도
각 도시를 빛의 속도로 지나칠 수 있는 토큰도 없다
 
정렬된 보도블럭 위로
차단된 노숙자가 잠든다
 
벌판이 잠시 보이고
부처님의 자비로운 동전도 앞에 떨어진다
 사랑할 때와 혜어질 때
 
강장묵 作
1006.05.11.목 08:53am
 
필경 모든 인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겠지.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악착같이 그 반대일 것이다..
- 사랑할 때와 죽을 때(상), E. 레마르크, 글방문고041,
   1986년, p.154.  
그 사람은 나에게 사랑도 주었지만 필경 가슴아픈 이별도 주었다.
사랑도 사람도 동시에 상반된다.
 
 
 
사랑하는 가족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세상과의 마지막 연결
가쁘고 힘겨운 숨을 멎게하는
산소호흡기를 거두어들 일을 하듯
 
나는 그 힘겨운 선택을 한다
 
싸이 1촌 끊기
핑크커플요금제 해제
전자메일 삭제
단축번호 1번 지우기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혜어져야하고
혜어져주어야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 뿐이다
 
사랑은 사람을 절망하게 한다
 
사랑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때
사랑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세상을 살며
안델센의 이야기도
산타의 이야기도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배운 것들이
 
너와 나 두 사랑하는 사람
사이로 좁아들고 구체화되고 뼈져리게 간직하게 된다
 
사랑하는 감정이 지하철 열차처럼 정지선에 서고
사랑하는 행위가 이젠 그만하면 잘 익은 수박처럼 쫙~ 소리내며 조개질 수 있다면
 
산소호흡기를 떼는 가족의 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전자적 단절을 시도하는 1촌 끊기가
수월할 것이다
 
1촌을 끊으며
From Mook.
 싸이
 
강장묵 作
 
2006.05.02.13:44
 
그대 싸이
나 밖에 들어가는 사람 없는 것 같고
내 싸이
그대 밖에 들어오는 사람 없는 것 같은데
 
우린 왜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대와 나
수목처럼 사랑이 자라
사랑 밖에 보이지 않아
사랑 탓에 멀어지고
싸이 접은지 오래건만
 
그대 싸이
나 밖에 들어가는 사람 없고
내 싸이
그대 밖에 들어오는 사람 없는데
 
우린 왜 그 흔한 쪽지 하나
방명록 비밀글 하나 남기지 못하는 걸까
 
싸이 속에
침묵의 강이 흐르고
그 수면 위에
그림움의 안개 모락 모락 자라나도
바람만 불면 쉬 사라지는
여린 사랑아
 
소리질러 부르기 보다
침묵의 강 속에
수몰되는 마을이 되고 있다
셀레임 강요받은 이별 마음의 봄
 
 
강장묵 作
 
2006.5.1.월. 18:59 수정 후 완성
 
 
1. 셀레임
 
나 왜 설레이지
천상의 그대 목소리 들어본 것 뿐인데
 
그대 생각이 떠나가질 않는다
 
가슴 안에
온갖 모양의 고무풍선이
가득차서
금방이라도
내 몸을 하늘 위로 비행하게 할 것 같다
 
그대를 만날 수 있을까?
 
멀리 있는 것은
그대 마음만이 아니다
 
이국 땅에 있는 그대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인다
 
 
2. 강요받은 이별 그후
 
혜어질 수 있다면 누구든 혜어질 수 있고
떠나려 한다면
누구도 멀어질 수 있다
 
눈물이 눈 앞을 가리고
미련에 고개마져 들지 못해도
그렇게 떠나 살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떠남과 혜어짐도
계절처럼 오는 것이다
 
떠나야 새로운 만남도 온다
 
강요받은 이별 그후
 
 
 
 
3. 내 마음의 봄
 
나는 이 계절이 싫다
 
이 계절은 이별하기에는 너무 싱그럽지 않은가?
 
먼산 가까운 언덕
지천에 새싹이 피고
거리에 노란 병아리를 살 수 있는 계절인데
이별이라니
 
이별은 낙엽지는 가을이 낮이 않는가
 
가을까지만
아니
해질녁 까지만 멈추어 다오
 
붙잡은 소매에
휑하니 바람만 일었다
 
나는 이 계절이 싫다
그리고 환한 대낮이 싫어진다
 
마음의 봄도 잃어버린 봄 끔찍하게 화창한 대낮
 
다시 봄을 기다린다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강장묵 作
 
2006.4.30.일.20:21쓰기 시작
 
봄날 꽃이 예쁘게 필때
연등놀이 한다고 할때
맛있는 음식을 소개받아 먹을때
몸이 부서지도록 아파올때
순간 알길없는 서러움이 치닫을때
바람이 시원하고도 기분좋게 불때
자랑하고싶은 기쁜일이 생겼을때
안마해주고 안마받고싶어질때
한강고수부지에서 컵라면 먹고싶어질때
영화예매해놓고 보고싶어질때
옷사달라고 선물사달라고 졸라보고 싶을때
시계가 멈추었다고 고쳐달라 할때
중매들어올 때
책 읽다가 멋진 구절 들려주고 싶을때
갑자기 그리워질때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질때
DVD방에 가고 싶어질때
편히 누워 잔디밭에서 낮잠자고 싶어질때
드라이브하고 싶을 때
술한잔 마시고 싶을 때
걱정없이 막 아무말이나 내뱉고싶어질때
안아달라 하고 싶을 때
갓 구운 빵이 나올 때
커미메이커에 4잔짜리 커피 내릴 때
얼큰한 스파게띠 먹고 싶을 때
바다에 갔을 때
일하다 지칠 때
노래방에가서 지칠때까지 노래부르고 싶어질 때
화이트데이일때
크리스마스일때
예쁜 연인들을 볼때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들때
번데기 하나 사서 나눠먹고 싶을 때
비내리는 모습을 듣고 싶을 때
MP3 같이 듣고 느끼고 싶을 때
일 좀 도와달라고 떠밀고 싶을 때
잠자기 전일때
감기걸렸을 때
배고플때
여유로와 한적해졌을 때
바빠 숨찰 때 문득
....................................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길

강장묵 作

2006.4.30.주일 17:58 쓰기 시작

가능성이 낮더라도
서울대를 가기 위한 길을 걷고

가능성이 낮더라도
대기업이나 고시합격을 위한 길을 걷고

가능성이 낮더라도
사랑하여 변치않는 사랑으로
살다 죽는 연인을 만나기 위한 길을 걷고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모두가 가는 길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사는 길
모나지 않은 그 나이때에 가야할 길을
서야한다고 믿는다
누가 그런 길을 처음 열었을까?
이상주의자이거나
아주 뛰어나거나
세속에 물들지 않은 고결한 사람일 것이다

길은 늘 앞에 놓여있지만
나는 새길을 걷지 못하고
늘상 남들이 갔던 길만 따라간다

낮은 확율일지라도
그 길에 유토피아가 있다가 믿고

함께 묻혀갈 수 있는 길만 간다

나머지 길은 이단이라 부르고
사단이라 부르고

다시 돌아올지라도
낯선 길에 몸을 담가보고 싶다
비우려다 차버린 마음

강장묵 作

2006.4.29.14:25

미워해야 혜어질 수 있다
미워해야지
싫었던 기억 떠올려야지
자기전에 백번천번 미워미워 외쳐야지
못난 모습 싸운 기억 싫은 행동
상상하다가도
그 사람이 준 작은 목걸이 하나
이 물건에는 어떤 트집을 잡지

바빠야 잊혀질 수 있다
없던 약속 잡기 그냥 편한 친구에게 안부 전화 걸기
어디 건수없나 넘겨보기
전에는 바빠서 안하겠다했던 일감 다시 받기
불안하고 허전하지 않게 손에 호두라도 두개 쥐어주기
수영장 끊기 영어학원 등록하기 책 사기 인터넷 쇼핑하기
일 늘어뜨려놓기
책장에 책들 일부러 흐트러놓고 다시 정리하기
그러다 문든 책 속에 그 사람이 준 편지 떨어지면
이것까지 차마 정리못하고 멈추어서면
바쁘다 잠시 숨돌릴 겨를 생길 그 순간에
그 사람이 생각나면

잊어보기 버려보기 혜어지기 다 망상같아
가만있어도 늙어가고 잊혀지고 약해지고 죽어가는 것 같아
그 사람 생각
모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머리 속 가득 그이 생각뿐이다
꽉 꽉..채워 걷지도 일어나지도 다른 생각도
말도 음식도
모두 귀찮아졌다
Background

강장묵 作

2006.4.6 10:40

연속된 작업을
진행할 때
컴퓨터는 병렬로 처리하며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무수한 백그라운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침 해가 중천

눈을 뜨자
노란 노을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좁은 방 하늘
목까지 올리지못한 이불
겹겹이 말린 차돌백이
꽁한 피곤을
빳빳이 펴내지 못한 아침

하루를 시작한다

늘상 바쁘고 허기진 시간에서
백그라운드 작업으로
그대에게 편지를 뛰운다

짧은 단문자
따스한 말한마디
던질 힘없는 정오까지

백그라운드 작업으로
그대 안부를 묻는다

바쁠수록
어려운 일에 봉착할 수록
그대를 바라보는
백그라운드 작업이
잦아진다

숨거두는 순간에
곱절로 그리울 사람

그대에 대한
백그라운드 작업은

바쁘수록 허기질수록
어려운 일에 마주할 수록
잦아지고 간절해진다
그 사람

강장묵 作

그 사람이
살 때
그 사람만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 그 다음 사람이
막연히 올 줄은 알았지만
얼굴 말투 냄새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을 죽일 때
그 사람만 살 것이라 생각했다
죽음은 미루어진 약속임을
그 다음 사람은 볼것이다

그 사람은 늘 그 사람의
시간 장소 그리고 사람만을
본다 냄새맡는다

냄새맡고 보는 것이 전부같다

만나는 모든 것이
세계의 끝같다

그래서 오늘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전부인 듯
살아간다

그 사람

2006.03.31.08:35am 지하철에서
무수히 많은

강장묵 作

저는
http://cyworld.com/mooknc
에 살고 있습니다

제 집에는
그리움을 덧칠하고 변덕을 밥먹듯이하며
사치스러운 생활과 누추한 속내까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종종 집을 불태우고 싶어지기도 하고
종종 집을 떠나 오랜 방랑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http://hompy.msnplus.co.kr/kangjm
에 버리기 아까운 시들을 차곡히 쌓아두고
혼자가서 보곤합니다

어릴적 혼자가는 아집트처럼
아무도 모르는 고독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http://hompy.freechal.com/wseoul
에 잊지못할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모아두었습니다. 틈틈히 쌓아둔 기억들이 혹시나 날라갈
까 똑같은 저를 두번 그려보았습니다

저는
http://blog.chosun.com/wseoul
에 몇몇 소중한 분들을 연결해놓고
그 분들이 그리울때 찾아가곤 합니다 자물쇠와 빗자루를 들고 흔적을 없애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http://blog.ohmynews.com/UCnam
에 낯선 사람들에게
잘난척도 하고 모자란 능력도 드러내며
제 생각을 나누어 보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 아이디의 메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일함에는 그 사람의 기억이 잠시 머물러있기도 하고
기억이 때론 버거워
모두 지워버린 빈 메일함에
스팸메일만 가득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곳에서 유영하듯 살고
여러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늘 혼자인것 같습니다

온라인도 오프라인처럼 외롭기는 마찬가지여서
밤마다 온라인을 떠나지 못하는가 봅니다

지척에는 아침을 알리는 새가 짖는데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개도 있는데
저는 오늘도 온라인을 유영합니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에서는
한 사람은 저를 쪼갤 수도 있고
한 사람인 저를 똑같이 복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매일밤 그 사람에게 달려가는
제가 무수히도 많기만 합니다

2006.2.25.토.2:12 CA local time
묻혀버린 그리움

강장묵 作

- 스타벅 커피와 낯선 이국인들 - LA자바에서

늘 그 사람이 그리운 것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할 때
그 사람이 생각날 뿐입니다

내게 그 사람은
평생 한번뿐인 혜성의 아름다운 꼬릿말도 아닙니다

문득 밤하늘을 보면
볼 수 있는 초생달같습니다

자주 잊어먹게되고
급한 일들로
순서를 미루기도 합니다

늘 그랬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하루 이틀 한달 두달 한해 두해
변함이 없길래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느날 묻득
길을 걷다
그 사람과 가벼운 농담을 하며 길을 걷고 싶어졌습니다

어느날 문득
같은 밤하늘에 같은 별과 달을 바라보거나
달빛이 짙고 검게 그려놓은
그늘진 호수를 함께 바라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떤 약속도 커플링도 혼인서약서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한 없이 깊게 느끼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늘 편안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습관처럼 기대고 싶은 사람
습관처럼 소곤소곤 그날의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재잘거리고 싶은 사람
습관처럼 마음에도 없는 바보소리를 내뱉고도
다시 주워담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 사람이 늘 그립습니다

그 사람이 늘 그리워
그리움을 몰랐던 것입니다

묻혀져버린 그리움 속에는
그 사람만이 있었습니다

2006.2.25. 토 1:23 CA local Time
제발 희망 블루스를 부르지 말아다오

강장묵 作

<Cliff House 와 드넓은 태평양이 보인다>-샌프란 1번도로 연안

우리에게 희망이란 없다
이 세상 희망이란 오늘을 갉아먹는 곰팡이다
희망이란 오늘을 미래로 착각하게만드는 바이러스이다

희망적이지 않다는 말처럼 기쁜말이 또 있을까
이 말은 우리를 도발하게 하고 긴장하게 한다
희망적이다는 말처럼 슬픈말이 또 있을까
우리를 안주하게 하고 환상에 젖게 한다

우리들이 익히 보아온
희망은 오늘을 담보로 자라난다
오늘의 희생을 토양으로 자라나는 잡초일뿐이다
희망만을 바라보고
희망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젊은날에 희망에 짓눌려
더 놀지 못한 것, 더 자신과 주변을 세세히 둘러보지 못한 것
을 후회할 뿐이다

희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려한다
하지만 그 희망은 오늘을 밟고
자리잡은 환상일뿐이다

오늘 더 많이 노래부르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며
공기의 맑음과 새소리의 밝음을 깨닫고 살수만 있다면
희망은 남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난처일뿐이다

우리에게 희망 블루스를 부르지 말아다오

오늘 매일 죽으며 내일로 나아가는 삶에서
희망이란 오늘을 좀먹는 벌레이다

삶이란 매일 매일 죽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매 순간 순간 다시 돌아설 수 없는 지금 이순간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시간이 멈추면 우리는 모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속에
영원히 혼자 멈추어선 죽은 자가되는 것이다

희망이란 결국 죽은 내일로 가는 열차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에 동승하지 마라

매 순간 매일 매년
죽기전에 움켜잡을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신나게 웃고
밝게 대화하고
즐겁게 마시고 춤추자

희망은 오늘의 고통을 견디자는 진통제일뿐이다

희망은 없다
2006.2.17.금요일 오전 6:24
Local Time(SanRaMon City, CA)
LA가기 하루 전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강장묵 作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오늘 안개처럼
누구를 꼭 집어 그려낼 순 없지만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그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도
아직 깨닫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매일 밤
그 사람이 그리워 울고 있습니다
바보처럼
한해한해
혼자우는 밤은 잦아집니다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둥글고 환한 종탑위에 걸친
보름달도
그 사람 쉬 찾으러
더디게 하늘로 오르는 것입니다.

홀로 떠난 여행에서
그 사람이 간절해지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2006 Local Time Narita 2.14. 14:31
길

강장묵 作
2006.1.3.오후10시

그대에 대한 기억이
낯설어 질 때까지
이 길을 걸으리라

부르트는 발
끝없는 신기루
잡히지 않는 능선

그 너머에 그대가 있을것 같은
꼼짝 달싹 못하는 감옥일지라도
이 길을 걸어가리라

기억이 붙들어 놓은
끊지못할 닷줄
풀지못할 고삐
방황일지라도 헛것일지라도
지금 내 앞에 놓인 선택은 단 하나
이 길을 걸어가리라

바람부는 날에도
살갗에는 추위보다
먼저 와닿는
혹시 감기걸리지않았을까란 그대 염려

차가운 잔 속에
짜하고 퍼지는 뜨거운 입김
커피포트를 청량하게 울리는 끓는 물

내 기억은
온종일 끓는 물이고
내 기억은
차가운 잔 속에 짜하고 퍼지는 입김이 되어

이 길을 걷게 한다
나에게 사랑은

강장묵 作

나에게 사랑은 부르기 힘든 높은 음자리표이고
진한 그리움과 혜아릴수없는 어긋남이었다.
2005.11.20.日.15:56.

나에게 사랑은 운명이란 믿음으로
세상 별들 우주 속에서 조우하듯 마주쳤었고

피하고 픈 운명이었다가
머뭇거리는 상황이었다가

돌아설 수 없는 숙명이되곤 했었다

모두 내놓는 사랑
두손 두발 드는 사랑
내가 주연인 사랑은 날강도처럼 무서운 사랑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진한 커피향 처럼 마시고 마셔도
다시 커피잔을 들게 되는 유혹이었고

나에게 사랑은
믿지않는 모든 이들로부터
한번쯤 그대 혜아릴 수 없는 눈빛의 의미를
믿어보는 무지였었고

나에게 사랑은
변화하는 세상 만물에 대적하는
유일무이한 신이었었고

혼자서 품어보는 온전한
환영이었고
환상이었고
몽상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드물게 찾아오는 선물이었고
늘상 꿈꾸어오던 상상이어 낯설지 않은 축복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좋은 영화를 함께 보고 싶다는 구체적인 욕망이었고
편안하게 기대거나 온종일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었고
한없이 나약해진 모습으로 투정부려보는 기대고픈 바램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나누고 싶은 기억을 많이 쌓아가는 즐거움이었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기대였었고
모든 육체의 짜릿함과 설레임이 녹아드는 만끽이었고
호사스런 풍류에서 통속적인 잡지삽화였었다

지금은 사랑을 믿지않는다
사랑이 있어도

사랑은 사랑으로 있고 나는 나로 있고 그대는 그대로 있고

그냥 있는 것이다 각각 떨어진 제자리 그거리만큼 멀어진채로

짝짓지 않고도 살아가는 한몸속 양성을 품은 생명을
상상해본다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같다.

강장묵

2005.10.15. 토 1:00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고 울었던 것 보다
내 곁에 누구도 없는 외로움에 울었던 것이다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같다

사람도 계절처럼 오고가는 것이고
파도처럼 밀려오고 떠나가는 것임을

어느날 문득 지고 뜨는 해 떨어지고 피는 꽃
죽은이 타고 있는화장터 욕정풀고 매는 허리띠를
보았기때문이다

그래서
밤도 혼자왔던 것이고
낙엽도 혼자 떨어졌던 것이고
화장터에도 혼자 들어갔던 것이다

지독하게 외로워도
이젠 혼자가 자유로운 시간이다

아침은 많은 빛과 더불어 와도
밤은 혼자 선 어둠과 오고
꽃은 벌과 나비 함께 펴도
한점 바람에 홀로 지고
여럿 속에 축복받아 태어나도
화장터에는 혼자들어가는 것이다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같다.

이젠그대가없어도외롭지않을것같다
이젠홀로여행을나서도슬퍼하지않을것같다
이젠고독한시간속에홀로걸어가도서글프지않을것같다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
컴퓨터를 켜두기로 했습니다.

강장묵

그대를 만날 때까지
컴퓨터를 켜두기로 했습니다

그대를 만날 때까지
이동전화, 미니홈피, 메일
모두 살려두기로 했습니다

그대를 만날 때까지
노트북은 한시도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리는 순록의 청년이고

그대를 만날 때까지
이동전화 번호, 미니홈피와 메일 주소
모두 썩지 않고 보관하는
급속 냉동 얼음상자입니다
빛의 속도로 달려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습니다

더 늦게 만나면
더 늦게 만나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못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봄에 봄나물을 먹고
여름에 수박을 먹고
가을에 전어를 먹고
겨울에 동치미를 먹어야 하듯

더 늦기 전에
피부가 몸이 빛바래기 전에
배가 나오기 전에
머리가 빠지기 전에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컴퓨터를 종일 켜두기로 했습니다
컴퓨터는 그대를 기다리는
등대입니다

2005.0924.토.16:48
많이 힘드셨죠

강장묵

많이 힘드셨죠
바람이 차길래
태양이 따갑길래
잘 지내나 소식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많이 외로우셨죠
먼동이 혼자 아침을 열길래
달이 홀로 어둠을 뚫길래
그간 외로워 울진 않았나 궁금해지더라고요

많이 보고싶으셨죠
차 마시는 저 연인이 고와보이길래
두 손 꼭 잡고 영화보고 공연보는 모습이 부럽길래
그냥 다 잊고 편하게 만나 따뜻한 차 한잔하며
눈맞추고 싶어지더라고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 삼백육십 오일
금토일월화수목
아침점심저녁을
모두 함께 나누었었는데
문득 아니 많은 시간
그리운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겠지요

조용히 책 읽다
눈이 아파
깜밖이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당신 생각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휴대폰을 조물락거려보다가

그래서
싸이를 열어보다가

그래서

지난 사진과 편지들을 꺼내보다가

그래서

자꾸 힘들어지는구나 싶더라고요

많이 힘드셨죠

오늘도
해가지면

달이 어둠을 주변에 두고
힘겹지만 혼자 뜨고
어렵겠지만 견디어내고 있겠지요

달빛 아래 찬바람이 지나다
조금 온기를 머금고
흩어지내요

2005년 8월 27일 토요일 오후 5: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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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묵 2집시집

  • 1. 첨부파일 (천상에서 발송한 전자우편을 받아들고) 단비 강장묵 作 2005.11.3.토요일 첫눈 오는 날 작성 2005.12.10.토요일 오후3:49분 수정 2005.12.11.일요일 0:26AM 재수정 천상에서 온 광속의 전자우편이 동짓날 쏟아지는 눈이고 아이들이 썰매 타는 광경은 어른들에게 주는 산타의 선물이다 나는 오늘도 함박눈 속에 숨어있는 첨부파일을 아이들이 깰세라 소곤소곤 열어 본다 성냥팔이 소녀가 켠 희망이 보이고 백설 공주가 먹은 사과도 열린다 발송인을 알 수 없는 논두렁처럼 겸손해진 하늘에 순록의 사슴이 배달부일지 모르는
  • 2. 첨부파일 사람들은 저마다 첨부파일을 가지고 있다 천상이 내려다준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못하고 눈이 올 때마다 파일을 기억하는 바쁜 회색 사람들은 저마다 열지 않은 첨부파일을 가지고 있다 앞뜰에 쌓인 눈은 어떤 첨부파일을 간직하고 있기에 붉은 단풍 가지를 난처럼 휘게 하고 단풍은 가을을 품은 겨울나무가 되는 것일까 붉게 물든 내 가슴에 잠못드는 설렘과 넓은 설원을 펼쳐 보이는 것일까 천상에서 온 광속의 전자우편이 내리고 있다
  • 3. 80 포트 단비 강장묵 作 2005.12.2. 11:44pm-2005.12.3. 0:49 am 163.152.135.11번지 팔공 포트에 그녀가 살고 있다 나는 그녀를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낙엽 쌓인 자리를 예약해둔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공기방울같은 낙엽이 놀란 새처럼 오르고 65535개의 포트마다 그녀 파일, 메일, 프린터, 화상캠, 마이크, 스피커, 마우스가 연결되어진다 포트가 연결될 때마다 그녀의 메일이 프린터가 얼굴이 목소리가 손동작이 느끼어진다 막 삶아 올린 계란을 탁 빠트린 찬물 위로 손을 넣을까 말을까 고민하고 있다 163.152.135.11번지 팔공 포트에 그녀가 살고 있다 나는 그녀를 만나러 팔공포트를 열고 그녀와 자주 갔던 자리를 예약해둔다
  • 4. 오늘은 용기를 내어 찬물 위로 손을 넣어본다 팔공포트 위에 그녀는 살고 있다 만날 수 없어도 만질 수 없어도 인터넷 속에 그녀는 살고 있다 마음속에 사는 사람처럼 때론 사물처럼 오늘도 등을 켜는 낡은 성곽 위에 파수꾼처럼 포트마다 파란색 불을 켜고 팔공 포트 아래도 지나는 모든 이들을 검문하고 있다 p.s. 윈도우에서 사용하는 포트 HTTP:80포트 흔히 인터넷 포트라고 한다. 컴퓨터 네트워크에는 65535개의 포트가 있으며 데이터들이 이동하는 통로로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항구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하기 위 해서는 꼭 80번 포트를 경유하도록 윈도우에서 기본포트 80번을 예약해 두었다. 2000번 이하는 이렇게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로 포트가 예약되었으며, 통상 그 이상번호로 자신만의 포트를 만들 수도 있다. 그림 출처 : Donna Haraway, "A Cyborg Manifesto: Science, Technology, and Socialist-Feminism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 in Simians, Cyborgs and Women: The Reinvention of Nature (New York; Routledge, 1991), pp.149-181. 에 대한 그림 인용
  • 5. 마우스 단비 강장묵 作 2005.11.30.수.12:24 따악 따악 숲 속 이름 모를 새가 우는 것도 아닌데 딱딱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모이 쪼는 병아리처럼 따악 15.1인치 화면 가득 그림과 단어 속에 하나의 하이퍼링크를 선택하기 위해 뿔을 달련하는 숯 사슴처럼 딱딱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르면 뿔사슴 소리도 나고 이름 모를 새소리도 난다 어제는 급한 마음에 마음처럼 화면이 빨리 바뀌지 않아 따다닥 오늘은 괜스레 그리움에
  • 6. 갈팡질팡 망설이다 왼쪽버튼을 누리고 떼지 못하다 따~~아~~~~~~~~~~~~~~닥 혜어진 그 사람 싸이를 훔쳐본다 내일은 어떤 마음을 담아 마우스에 소리를 담아볼까 따딱 따따닥 따~~~~아~~~~~닥 마우스 속에 내 마음을 엿본다
  • 7. 말들 단비 강장묵 作 2005년10월08일 14:05 1. 세상을 굽어진 모퉁이에서 노려보다가 깊고 날카로운 예각의 빛으로 시작해서 넓게 퍼져나 가는 말들...말들....말들..... 1초에 1천만번의 상태변화를 하는 중앙처리장치가 곧 온다해도 예각의 말들은 예리하게 아픈 곳곳에 꽃히고...... PC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두꺼비상자를 헌병처럼 기립해놓는다 2. 날 선 말을 둔각으로 깎아두지 않고서는 한 뼘도 건넬 수 없는 악수 묻혀있는 모든 시신들의 예각이었던 말들 그 말들을 던진 강심장과 맞고 견딘 강심장이 존 경스러워 산 나도 산 자리에서 기립, 두 번 절하고 돌아선다 3. 너 기립 차렷 한숨 바람인 것을 가뿐하게 알아차린 지금 누구에게나 던질 수 없는 것이 말 이었고 누구에게나 받을 수 없는 것도 말이었다 예각의 말들…….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들 을 품고 그대 삶의 음영만큼 강한 말들 그대 삶의 질곡만큼 굽어진 말들이 지나는 각도를 벗어나고 싶다 4. PC를 안락사 시키기 위해 두꺼비 상자를 헌병처럼 기립해둔다 조몰락거리던 이동전화 맥 풀린 손목처럼 풀썩 내려놓는다 한 숨 바람 속에 일몰의 한 점 태양이 된다
  • 8. 휠 마우스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10월 5일 수요일 오전 1:42분 바퀴를 돌리면 그 사람 얼굴이 아래로 쓸려 내려가고 바퀴를 누르면 그 사람 기억도 따라 내려가다가 문득 사라지고 다시 빠르게 따라가면 멈춰 선다 바퀴는 앞으로 돌려지고 뒤로도 돌려지고 한번 아래로 돌리면 두 줄 아래로 두 번 위로 돌리면 네 줄 위로 몇 번을 위로 돌리면 올라올라 그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컴퓨터 속에도 기억을 훑어 온 바람이 있고 그 사람 향이 묻어와 나는 온라인을 떠나지 못한다
  • 9. Font 단비 강장묵 作 2005.09.23.Fri.01:34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수첩 위에 촉촉이 그대 마음을 곱게 접어 헤어질 때 체온 묻은 손으로 건네주며 달아나는 모습 뒤로 어찌하지 못하고 다가서는 마음이 빼곡히도 담겨 그날 별 하나하나에 추억을 누에고치처럼 걸어둘 수 있었다 오늘은 Active X 실행파일을 설치하거나 Flash로 가볍고도 반짝이는 광속의 E-Mail이 그날 걸쳐 둔 별 아래 누에고치 집에서 날아왔다 "사랑" 한 글자 고백하기가 힘들어 Pen에 눌린 종이 모습 역력했던 그날처럼
  • 10. 빨간색 Bold효과 예쁜 흘림체로 뉘어진 Font 용건은 굴림체 흔들리는 마음은 기울임꼴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양제 샤넬체 지루할까 이모티콘 하나 광속의 E-Mail을 받은 날 누에고치 집마다 100와트 전등이 켜지고 아날로그 시절 그때처럼 별마다 누에고치가 실을 풀어 노트북 위로 전자메일함 위로 눈이 쌓이고 있다
  • 11. Enter 단비 강장묵 作 2005.01.16.09.22 Enter Key를 누를 때마다 그대와 멀어진다 한줄 한줄 마다 그대와 나 서 있는 빈 공간만큼의 침묵이 아래로 아래로 쓸려 내려가고 한줄 마다 사랑이 멀어지고 한줄 마다 그리움이 밀리더니 넘기 싫은 경계선 Page마저 넘어가면
  • 12. 그리움도 사랑도 모니터 위에 여백이 된다 Enter를 누를 때마다 가슴이 철렁 철렁 포기한 듯 Enter를 누른 채 KeyBoard 위에 엎드린 내 그림자 그림자 위로 be-pi 따스한 경고음 Computer를 죽였다 살린다 재부팅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마음 Enter 길게 눌러본다
  • 13. FAN 단비 강장묵 作 2005.9.15 AM8:25 모두가 떠난 빈 강의실에는 마지막 잎사귀인양 그 사람 이름이 걸려있다 빈 방에 허락 없이 들어온 바람이 그 사람 이름 그 사람 기억을 훔쳐내고 있다 Notebook에도 바람이 있다 Fan이 있는 모든 기계마다
  • 14. 바람이 부는 것은 지울 수 있다면 지워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Computer도 그 사람 기억을 쉬~닦아 내지 못해 CPU에 바람하나 VGA에 바람하나 전기선 줄 끝에 바람하나 풍차로 그리움을 식히고 있다 바람이 멎으면 Computer도 Down된다 p.s. 컴퓨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세 개의 Fan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컴퓨터는 1초에 상태가 수 십 만번 이상의 연산을 하는 중앙처리장치의 열을 식히기 위하여 강력한 선풍기(Fan)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방법과 물로 열을 식히 는 수냉식이 있으나 주로 바람으로 열을 식히고 있습니다. 둘째, 최근 컴퓨터는 그래픽 연산 기능이 강화되어 그래픽 카드 칩셋 위에도 바람으로 열을 식히는 팬을 두었습니다. 셋째, 전류가 들어오는 곳에도 바람으로 열을 식히는 선풍기를 두었습니다. 소리에 민감한 분은 이 선풍기가 일으키는 소음이 귀에 거슬리기도 하여 무소음 장치를 붙 은 고급 컴퓨터를 사기고 한답니다.
  • 15. 똑똑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9월 12일 월요일 오후 9시 6분 그리워져서 2005년 9월 13일 화요일 오후 4시 10분 재편집 똑똑 다시 로그온해서 "똑똑"불러주면 좋겠다 비활성화된 그대이름 그대 아이디 회색 마냥 슬프다 똑똑 할 때마다 노트북위에 하얀 잔상이 일고 LCD 액정이 톡톡 앞으로 나온다 출렁이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싶어 그만보고 싶어진다 온라인메신저 오프라인표현 똑똑
  • 16. 그대센스매력기억 똑똑 할 때마다 설레어 그대통화너머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우울걱정염려 공교롭게도 똑똑할 때 자리 비움 연결되고픈 애절함 똑똑 로그오프된 그대 표정을 빨간 로그온으로 바꾸고 싶다 똑똑 10개의 문자를 보낸 후 똑똑
  • 17. 모두 turn off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9월 9일 금요일 오후 11시55분 6호선 지하철에서 그대 마음 따라 동구르르..흐르는 눈동자 쓸어안고 침묵하는 입술 그대 모습 담던 휴대폰 렌즈 위로 떨어지는 지난 가을 마른 꽃잎 한 장 전기끊긴 notebook 명랑 웃음 보라 봄 그대 볼에 kiss
  • 18. 사진까지 잠가버린 모니터 헤어짐은 코드 뽑은 monitor처럼 무상한 기계 이젠 그 앞에서 더 이상 미소지울 수 없음 눈감음 전기 없이 줄 것 없는 PC끔 그대 마음 따라 동구르르...흐르는 눈동자 쓸어안는 내 마음 마음 없는 PC PC같은 그대 모두 끔
  • 19. RAM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8월 24일 수요일 오후 7:52분 2005년 9월 12일 월요일 오후 10:10분 재수정 2005년 9월 13일 화요일 오후 3:24분 재수정 2005년 9월 19일 월요일 오전 2:07분 재수정 추억 하나 담아내지 못하는 RAM 주기억장치는 버리기 위해 기억을 담고 잊기 위해 새로운 기억을 덧칠한다 랜덤 액세스 메모리 전원만 꺼지면 달 표면 같은 메모리 위로 하얀 이슬을 맺는다 실핏줄같은 여러 다리로 "잘 살고 있습니다." Random access memory 오늘은 휘발성 기억이 원망스럽게 미워져 RAM을 64메가에서 128메가로 128메가에서 256메가로 512메가로 1기가 24메가로 올려본다
  • 20. 사랑이 끝나면 헤어져야 하기에 RAM은 Computer의 어떤 기기보다도 뜨겁게 사랑한다 사랑이 끝나면 전원 꺼진 RAM에 다시 불이 들어와도 잠시만의 사랑도 추억으로 담아내지 못할 운명을 알기에 RAM은 가장 빠르게 기억하기 위해 많은 연산을 하고 많은 사랑을 주고 뜨겁고 빠르게 살다가 가장 빨리 식고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오늘도 새로운 사랑을 덧칠한다 콘크리트 바닥에 서서 바다를 생각하듯 기억을 날려버리고 새 사랑을 만났을 그대를 잊지 못해 RAM을 늘려본다 p.s. 램은 휘발성 기억장치로 전기가 들어오면 메모리에 쓸 수 있으나 전원이 나가면 메모리에 저장된 모든 자료를 잃어버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램은 주기억장치로 빠르게 읽고 쓸 수 있으나 가격이 고가여서 한정된 자원만 활용해야합니 다. 삼성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세계를 제패한 것이 바로 이 램입니다.
  • 21. 도스(DOS)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8월 20일 토요일 정오 12:01 AT컴퓨터에 때 묻은 버튼을 누르면 먼지 쌓인 고전 DOS가 부팅된다 RAM에 가벼운 부담을 주었던 시대 문자가 그려내는 모습 그대로 믿어주었던 시대 낭만의 시대가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20년도 지나지 않은 운영체제가 석기 시대처럼 퇴색해버릴 수 있는 세상에 DOS는 금방 피고 떨어지는 배꽃 아니..그대와 나의 사랑 같다 GUI의 화려한 모양새가 아닌 커맨드 라인의 쿨함 깜빡이는 라인 위로 dir를 치면 바람처럼 훝어 내려가는 기억들 난 dir명령어 속에 오랜 기억을 찾아내 del명령을 내려 본다
  • 22. 먼지하나 없이 고스란히 살아남아 그대 모습 하나 아날로그식의 빛바램도 없이 살아있는 기억을 보니 DOS 그대도 비트의 자식이었구나 오늘은 영원히 변질되지 않고 되살아나는 디지털이 싫다 DOS시절 외부로의 연결은 오직 뚜뚜띠..날카로운 신호음에 전화선뿐이었던 시절에 하이텔 천리안 동호회를 건너 만났던 20대의 철쭉 같던 그대 모습이 몹시 그리워진다 GUI의 화살코같은 마우스도 디바이스 드라이브의 충돌탓인지 아래로 미끄러 내려온다 마우스를 잡고 DOS에는 없는 더블클릭을 하려해도 디바이스 드라이브의 충돌탓인지 아래로 미끄러 내려온다
  • 23. 노트북을 열면 단비 강장묵 作 2005년 8월 17일 수요일 오후 5:25 노트북을 열면 파란 바탕화면에 피카소의 그림을 덧칠한 나비 한 마리 사뿐히 나와 자판 위 대기 모드로 기립한다 바람 한 점 없는 노트북 위에 나비는 안티얼라이싱을 준 그림처럼 부드럽고 고요하다 나는 손때 묻은 자판위로 아무 생각 없이 검지와 중지로 "사랑"이라는 비바람을 불러보면 바람에 놀란 피카소 얼룩 나비는 그대 이름 석 자를 종종종 누르고 비를 맞은 노트북은 다운된다
  • 24. 이 삭막한 팬 돌아가는 소리 이 정확한 수치계산 위로 나비와 노트북도 그리움이란 바이러스에 걸린 것일까 모니터에서는 화선지에 옅게 퍼진 얼룩 같은 먹처럼 여리게 그대 모습이 보였다가 밝은 기운이 모니터 한가운데 블랙홀 같은 미세한 점으로 될 때까지 쪼그라들었다가 사라진다 그 사라진 구멍 속으로 내 머리 내 가슴 내 몸통 내 다리 내 마지막 발가락마저 들어가고 검지와 중지만 나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치면 바람에 놀란 나비 그대이름 석자 촘촘촘 쓰고는 다시 대기모드가 된다
  • 25. 절반의 도시   강장묵 作   2006.05.12.금.12:55am   그 사람이 떠난 후 절반의 도시는 장례식을 치루고 절반의 도시는 울음 위에 미소를 덧칠하고 살아가고 있다   훌쩍 커버린 녀석 처음에는 문디 소녀였는데 지금은 단단하게 여물어진 마담같다   처음에는 하얀 피부 속 붉은 실핏줄도 곧잘 보였는데 지금은 손목 위 굵은 정맥도 찾기 어려워졌다   후질구레하게 구름 내려앉은 하늘 아래로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 흐린날에 유독 예쁜 노오란 수선화를 꺽고 있다   나의 기억은 그녀를 처음만난 날 실핏줄이 훤이 보이던 순했던 시절에 고여있다   비가오려나   허름한 여인숙이 딸린 허름한 선술집에 앉는다 주루룩 내 사랑같이 내리려다 찔끔 멈춘 비가 내린다 후덥한 날은 전혀 개운하지않다   허름한 선술집 허름한 마담이 나와 말을 건넨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어 후질근한 마담의 빤스를 열어본다   독한 가짜 양주를 건네고 서툰 계산을 한다   너무 많이 줬나
  • 26.   절반의 도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고 거사를 치루는 마담이 있고 절반의 도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사랑한다 말하고 떠난 그녀가 있다   왜 이리 붉어   선홍빛이 아니잖아   검고 붉어   잠이들기전 멈춰진 기억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품에 고인 마담을 흔들어 깨운다   손바닥을 뒤집어 뒤집어찬 시계를 보고 이 시대의 시간과 떠난 그녀의 시간을 본다   지금 몇시에요   대답이 없다 지금 몇시에요 그녀도 대답이 없다   내 손목을 뒤집어 본다 아직 하얀 피부 속으로 실핏줄이보인다   한 참 뒤 자고 일어 난 뒤   거미가 전기줄과 코드로 나를 감아   제대로된 계산 계산 결과값 예정된 모든 것만이 사랑이라 믿고 떠난 그녀처럼   꽁꽁 코드로 나를 묶어놓았다
  • 28. 도시   강장묵 作   2006.05.11.목.15:39   도시는 잠들 곳이 아니다   광케이블 속에는 계산된 결과값 외에 그 무엇도 깃들어있지 않다   벌판으로 가자했지   느슨한 나무 조각들이 보도블럭처럼 가지런히 놓여있지 않아 어디서부터 정리해야할지 모르는 곳으로   북쪽으로부터 전기가 들어온 후 보도블럭 위와 아래는 별천지가 되었었지   도시는 노숙자의 고향이다 노숙자는 거리에 차단된 메신저친구이다 노숙자는 나의 친구였고   5월은 화창함에 차단된 이들을 두번 죽인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곳으로 돌아서면 벌판이 보일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아뒤의 친구가 로그인한다 로그인 친구에게 물어보아도 이 도시에는 간절히 바랄것이 없다   도시에는 광케이블이 숨쉬고 있다 그 속에는 계산된 결과값만이 빛의 속도로 달린다는 양탄자를 얻어탈 수 있다   나에게는 양탄자를 탈 계산된 값도
  • 29. 각 도시를 빛의 속도로 지나칠 수 있는 토큰도 없다   정렬된 보도블럭 위로 차단된 노숙자가 잠든다   벌판이 잠시 보이고 부처님의 자비로운 동전도 앞에 떨어진다
  • 30.  사랑할 때와 혜어질 때   강장묵 作 1006.05.11.목 08:53am   필경 모든 인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겠지.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악착같이 그 반대일 것이다.. - 사랑할 때와 죽을 때(상), E. 레마르크, 글방문고041,    1986년, p.154.   그 사람은 나에게 사랑도 주었지만 필경 가슴아픈 이별도 주었다. 사랑도 사람도 동시에 상반된다.       사랑하는 가족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세상과의 마지막 연결 가쁘고 힘겨운 숨을 멎게하는 산소호흡기를 거두어들 일을 하듯   나는 그 힘겨운 선택을 한다   싸이 1촌 끊기 핑크커플요금제 해제 전자메일 삭제 단축번호 1번 지우기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혜어져야하고 혜어져주어야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 뿐이다   사랑은 사람을 절망하게 한다   사랑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때
  • 31. 사랑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세상을 살며 안델센의 이야기도 산타의 이야기도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배운 것들이   너와 나 두 사랑하는 사람 사이로 좁아들고 구체화되고 뼈져리게 간직하게 된다   사랑하는 감정이 지하철 열차처럼 정지선에 서고 사랑하는 행위가 이젠 그만하면 잘 익은 수박처럼 쫙~ 소리내며 조개질 수 있다면   산소호흡기를 떼는 가족의 손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전자적 단절을 시도하는 1촌 끊기가 수월할 것이다   1촌을 끊으며 From Mook.
  • 32.  싸이   강장묵 作   2006.05.02.13:44   그대 싸이 나 밖에 들어가는 사람 없는 것 같고 내 싸이 그대 밖에 들어오는 사람 없는 것 같은데   우린 왜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대와 나 수목처럼 사랑이 자라 사랑 밖에 보이지 않아 사랑 탓에 멀어지고 싸이 접은지 오래건만   그대 싸이 나 밖에 들어가는 사람 없고 내 싸이 그대 밖에 들어오는 사람 없는데   우린 왜 그 흔한 쪽지 하나 방명록 비밀글 하나 남기지 못하는 걸까   싸이 속에 침묵의 강이 흐르고 그 수면 위에 그림움의 안개 모락 모락 자라나도 바람만 불면 쉬 사라지는 여린 사랑아   소리질러 부르기 보다 침묵의 강 속에 수몰되는 마을이 되고 있다
  • 33. 셀레임 강요받은 이별 마음의 봄     강장묵 作   2006.5.1.월. 18:59 수정 후 완성     1. 셀레임   나 왜 설레이지 천상의 그대 목소리 들어본 것 뿐인데   그대 생각이 떠나가질 않는다   가슴 안에 온갖 모양의 고무풍선이 가득차서 금방이라도 내 몸을 하늘 위로 비행하게 할 것 같다   그대를 만날 수 있을까?   멀리 있는 것은 그대 마음만이 아니다   이국 땅에 있는 그대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인다     2. 강요받은 이별 그후   혜어질 수 있다면 누구든 혜어질 수 있고 떠나려 한다면 누구도 멀어질 수 있다   눈물이 눈 앞을 가리고 미련에 고개마져 들지 못해도 그렇게 떠나 살수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 34. 떠남과 혜어짐도 계절처럼 오는 것이다   떠나야 새로운 만남도 온다   강요받은 이별 그후         3. 내 마음의 봄   나는 이 계절이 싫다   이 계절은 이별하기에는 너무 싱그럽지 않은가?   먼산 가까운 언덕 지천에 새싹이 피고 거리에 노란 병아리를 살 수 있는 계절인데 이별이라니   이별은 낙엽지는 가을이 낮이 않는가   가을까지만 아니 해질녁 까지만 멈추어 다오   붙잡은 소매에 휑하니 바람만 일었다   나는 이 계절이 싫다 그리고 환한 대낮이 싫어진다   마음의 봄도 잃어버린 봄 끔찍하게 화창한 대낮   다시 봄을 기다린다
  • 35.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강장묵 作   2006.4.30.일.20:21쓰기 시작   봄날 꽃이 예쁘게 필때 연등놀이 한다고 할때 맛있는 음식을 소개받아 먹을때 몸이 부서지도록 아파올때 순간 알길없는 서러움이 치닫을때 바람이 시원하고도 기분좋게 불때 자랑하고싶은 기쁜일이 생겼을때 안마해주고 안마받고싶어질때 한강고수부지에서 컵라면 먹고싶어질때 영화예매해놓고 보고싶어질때 옷사달라고 선물사달라고 졸라보고 싶을때 시계가 멈추었다고 고쳐달라 할때 중매들어올 때 책 읽다가 멋진 구절 들려주고 싶을때 갑자기 그리워질때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질때 DVD방에 가고 싶어질때 편히 누워 잔디밭에서 낮잠자고 싶어질때 드라이브하고 싶을 때 술한잔 마시고 싶을 때 걱정없이 막 아무말이나 내뱉고싶어질때 안아달라 하고 싶을 때 갓 구운 빵이 나올 때 커미메이커에 4잔짜리 커피 내릴 때 얼큰한 스파게띠 먹고 싶을 때 바다에 갔을 때 일하다 지칠 때 노래방에가서 지칠때까지 노래부르고 싶어질 때 화이트데이일때 크리스마스일때 예쁜 연인들을 볼때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들때 번데기 하나 사서 나눠먹고 싶을 때 비내리는 모습을 듣고 싶을 때 MP3 같이 듣고 느끼고 싶을 때
  • 36. 일 좀 도와달라고 떠밀고 싶을 때 잠자기 전일때 감기걸렸을 때 배고플때 여유로와 한적해졌을 때 바빠 숨찰 때 문득 ....................................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 37. 길 강장묵 作 2006.4.30.주일 17:58 쓰기 시작 가능성이 낮더라도 서울대를 가기 위한 길을 걷고 가능성이 낮더라도 대기업이나 고시합격을 위한 길을 걷고 가능성이 낮더라도 사랑하여 변치않는 사랑으로 살다 죽는 연인을 만나기 위한 길을 걷고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모두가 가는 길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사는 길 모나지 않은 그 나이때에 가야할 길을 서야한다고 믿는다
  • 38. 누가 그런 길을 처음 열었을까? 이상주의자이거나 아주 뛰어나거나 세속에 물들지 않은 고결한 사람일 것이다 길은 늘 앞에 놓여있지만 나는 새길을 걷지 못하고 늘상 남들이 갔던 길만 따라간다 낮은 확율일지라도 그 길에 유토피아가 있다가 믿고 함께 묻혀갈 수 있는 길만 간다 나머지 길은 이단이라 부르고 사단이라 부르고 다시 돌아올지라도 낯선 길에 몸을 담가보고 싶다
  • 39. 비우려다 차버린 마음 강장묵 作 2006.4.29.14:25 미워해야 혜어질 수 있다 미워해야지 싫었던 기억 떠올려야지 자기전에 백번천번 미워미워 외쳐야지 못난 모습 싸운 기억 싫은 행동 상상하다가도 그 사람이 준 작은 목걸이 하나 이 물건에는 어떤 트집을 잡지 바빠야 잊혀질 수 있다 없던 약속 잡기 그냥 편한 친구에게 안부 전화 걸기 어디 건수없나 넘겨보기 전에는 바빠서 안하겠다했던 일감 다시 받기
  • 40. 불안하고 허전하지 않게 손에 호두라도 두개 쥐어주기 수영장 끊기 영어학원 등록하기 책 사기 인터넷 쇼핑하기 일 늘어뜨려놓기 책장에 책들 일부러 흐트러놓고 다시 정리하기 그러다 문든 책 속에 그 사람이 준 편지 떨어지면 이것까지 차마 정리못하고 멈추어서면 바쁘다 잠시 숨돌릴 겨를 생길 그 순간에 그 사람이 생각나면 잊어보기 버려보기 혜어지기 다 망상같아 가만있어도 늙어가고 잊혀지고 약해지고 죽어가는 것 같아 그 사람 생각 모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머리 속 가득 그이 생각뿐이다 꽉 꽉..채워 걷지도 일어나지도 다른 생각도 말도 음식도 모두 귀찮아졌다
  • 41. Background 강장묵 作 2006.4.6 10:40 연속된 작업을 진행할 때 컴퓨터는 병렬로 처리하며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무수한 백그라운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침 해가 중천 눈을 뜨자 노란 노을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좁은 방 하늘
  • 42. 목까지 올리지못한 이불 겹겹이 말린 차돌백이 꽁한 피곤을 빳빳이 펴내지 못한 아침 하루를 시작한다 늘상 바쁘고 허기진 시간에서 백그라운드 작업으로 그대에게 편지를 뛰운다 짧은 단문자 따스한 말한마디 던질 힘없는 정오까지 백그라운드 작업으로 그대 안부를 묻는다 바쁠수록 어려운 일에 봉착할 수록
  • 43. 그대를 바라보는 백그라운드 작업이 잦아진다 숨거두는 순간에 곱절로 그리울 사람 그대에 대한 백그라운드 작업은 바쁘수록 허기질수록 어려운 일에 마주할 수록 잦아지고 간절해진다
  • 44. 그 사람 강장묵 作 그 사람이 살 때 그 사람만 살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 그 다음 사람이 막연히 올 줄은 알았지만 얼굴 말투 냄새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을 죽일 때 그 사람만 살 것이라 생각했다
  • 45. 죽음은 미루어진 약속임을 그 다음 사람은 볼것이다 그 사람은 늘 그 사람의 시간 장소 그리고 사람만을 본다 냄새맡는다 냄새맡고 보는 것이 전부같다 만나는 모든 것이 세계의 끝같다 그래서 오늘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전부인 듯 살아간다 그 사람 2006.03.31.08:35am 지하철에서
  • 46. 무수히 많은 강장묵 作 저는 http://cyworld.com/mooknc 에 살고 있습니다 제 집에는 그리움을 덧칠하고 변덕을 밥먹듯이하며 사치스러운 생활과 누추한 속내까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종종 집을 불태우고 싶어지기도 하고 종종 집을 떠나 오랜 방랑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http://hompy.msnplus.co.kr/kangjm 에 버리기 아까운 시들을 차곡히 쌓아두고
  • 47. 혼자가서 보곤합니다 어릴적 혼자가는 아집트처럼 아무도 모르는 고독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http://hompy.freechal.com/wseoul 에 잊지못할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모아두었습니다. 틈틈히 쌓아둔 기억들이 혹시나 날라갈 까 똑같은 저를 두번 그려보았습니다 저는 http://blog.chosun.com/wseoul 에 몇몇 소중한 분들을 연결해놓고 그 분들이 그리울때 찾아가곤 합니다 자물쇠와 빗자루를 들고 흔적을 없애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http://blog.ohmynews.com/UCnam 에 낯선 사람들에게 잘난척도 하고 모자란 능력도 드러내며 제 생각을 나누어 보기도 합니다.
  • 48. 저는 여러 아이디의 메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메일함에는 그 사람의 기억이 잠시 머물러있기도 하고 기억이 때론 버거워 모두 지워버린 빈 메일함에 스팸메일만 가득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곳에서 유영하듯 살고 여러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늘 혼자인것 같습니다 온라인도 오프라인처럼 외롭기는 마찬가지여서 밤마다 온라인을 떠나지 못하는가 봅니다 지척에는 아침을 알리는 새가 짖는데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개도 있는데 저는 오늘도 온라인을 유영합니다 다행인 것은 온라인에서는 한 사람은 저를 쪼갤 수도 있고
  • 49. 한 사람인 저를 똑같이 복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매일밤 그 사람에게 달려가는 제가 무수히도 많기만 합니다 2006.2.25.토.2:12 CA local time
  • 50. 묻혀버린 그리움 강장묵 作 - 스타벅 커피와 낯선 이국인들 - LA자바에서 늘 그 사람이 그리운 것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할 때 그 사람이 생각날 뿐입니다 내게 그 사람은 평생 한번뿐인 혜성의 아름다운 꼬릿말도 아닙니다 문득 밤하늘을 보면 볼 수 있는 초생달같습니다 자주 잊어먹게되고 급한 일들로
  • 51. 순서를 미루기도 합니다 늘 그랬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하루 이틀 한달 두달 한해 두해 변함이 없길래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느날 묻득 길을 걷다 그 사람과 가벼운 농담을 하며 길을 걷고 싶어졌습니다 어느날 문득 같은 밤하늘에 같은 별과 달을 바라보거나 달빛이 짙고 검게 그려놓은 그늘진 호수를 함께 바라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떤 약속도 커플링도 혼인서약서도 나누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한 없이 깊게 느끼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늘 편안했던 사람이었습니다
  • 52. 습관처럼 기대고 싶은 사람 습관처럼 소곤소곤 그날의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재잘거리고 싶은 사람 습관처럼 마음에도 없는 바보소리를 내뱉고도 다시 주워담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 사람이 늘 그립습니다 그 사람이 늘 그리워 그리움을 몰랐던 것입니다 묻혀져버린 그리움 속에는 그 사람만이 있었습니다 2006.2.25. 토 1:23 CA local Time
  • 53. 제발 희망 블루스를 부르지 말아다오 강장묵 作 <Cliff House 와 드넓은 태평양이 보인다>-샌프란 1번도로 연안 우리에게 희망이란 없다 이 세상 희망이란 오늘을 갉아먹는 곰팡이다 희망이란 오늘을 미래로 착각하게만드는 바이러스이다 희망적이지 않다는 말처럼 기쁜말이 또 있을까 이 말은 우리를 도발하게 하고 긴장하게 한다 희망적이다는 말처럼 슬픈말이 또 있을까 우리를 안주하게 하고 환상에 젖게 한다 우리들이 익히 보아온 희망은 오늘을 담보로 자라난다 오늘의 희생을 토양으로 자라나는 잡초일뿐이다
  • 54. 희망만을 바라보고 희망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젊은날에 희망에 짓눌려 더 놀지 못한 것, 더 자신과 주변을 세세히 둘러보지 못한 것 을 후회할 뿐이다 희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하려한다 하지만 그 희망은 오늘을 밟고 자리잡은 환상일뿐이다 오늘 더 많이 노래부르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며 공기의 맑음과 새소리의 밝음을 깨닫고 살수만 있다면 희망은 남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난처일뿐이다 우리에게 희망 블루스를 부르지 말아다오 오늘 매일 죽으며 내일로 나아가는 삶에서 희망이란 오늘을 좀먹는 벌레이다 삶이란 매일 매일 죽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 55. 매 순간 순간 다시 돌아설 수 없는 지금 이순간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시간이 멈추면 우리는 모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속에 영원히 혼자 멈추어선 죽은 자가되는 것이다 희망이란 결국 죽은 내일로 가는 열차에 지나지 않는다 희망에 동승하지 마라 매 순간 매일 매년 죽기전에 움켜잡을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신나게 웃고 밝게 대화하고 즐겁게 마시고 춤추자 희망은 오늘의 고통을 견디자는 진통제일뿐이다 희망은 없다
  • 56. 2006.2.17.금요일 오전 6:24 Local Time(SanRaMon City, CA) LA가기 하루 전
  • 57.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강장묵 作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오늘 안개처럼 누구를 꼭 집어 그려낼 순 없지만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그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도 아직 깨닫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 58. 매일 밤 그 사람이 그리워 울고 있습니다 바보처럼 한해한해 혼자우는 밤은 잦아집니다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둥글고 환한 종탑위에 걸친 보름달도 그 사람 쉬 찾으러 더디게 하늘로 오르는 것입니다. 홀로 떠난 여행에서 그 사람이 간절해지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2006 Local Time Narita 2.14. 14:31
  • 59. 길 강장묵 作 2006.1.3.오후10시 그대에 대한 기억이 낯설어 질 때까지 이 길을 걸으리라 부르트는 발 끝없는 신기루 잡히지 않는 능선 그 너머에 그대가 있을것 같은 꼼짝 달싹 못하는 감옥일지라도 이 길을 걸어가리라 기억이 붙들어 놓은 끊지못할 닷줄 풀지못할 고삐
  • 60. 방황일지라도 헛것일지라도 지금 내 앞에 놓인 선택은 단 하나 이 길을 걸어가리라 바람부는 날에도 살갗에는 추위보다 먼저 와닿는 혹시 감기걸리지않았을까란 그대 염려 차가운 잔 속에 짜하고 퍼지는 뜨거운 입김 커피포트를 청량하게 울리는 끓는 물 내 기억은 온종일 끓는 물이고 내 기억은 차가운 잔 속에 짜하고 퍼지는 입김이 되어 이 길을 걷게 한다
  • 61. 나에게 사랑은 강장묵 作 나에게 사랑은 부르기 힘든 높은 음자리표이고 진한 그리움과 혜아릴수없는 어긋남이었다. 2005.11.20.日.15:56. 나에게 사랑은 운명이란 믿음으로 세상 별들 우주 속에서 조우하듯 마주쳤었고 피하고 픈 운명이었다가 머뭇거리는 상황이었다가 돌아설 수 없는 숙명이되곤 했었다 모두 내놓는 사랑 두손 두발 드는 사랑 내가 주연인 사랑은 날강도처럼 무서운 사랑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진한 커피향 처럼 마시고 마셔도
  • 62. 다시 커피잔을 들게 되는 유혹이었고 나에게 사랑은 믿지않는 모든 이들로부터 한번쯤 그대 혜아릴 수 없는 눈빛의 의미를 믿어보는 무지였었고 나에게 사랑은 변화하는 세상 만물에 대적하는 유일무이한 신이었었고 혼자서 품어보는 온전한 환영이었고 환상이었고 몽상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드물게 찾아오는 선물이었고 늘상 꿈꾸어오던 상상이어 낯설지 않은 축복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 63. 좋은 영화를 함께 보고 싶다는 구체적인 욕망이었고 편안하게 기대거나 온종일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었고 한없이 나약해진 모습으로 투정부려보는 기대고픈 바램이었다 나에게 사랑은 나누고 싶은 기억을 많이 쌓아가는 즐거움이었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기대였었고 모든 육체의 짜릿함과 설레임이 녹아드는 만끽이었고 호사스런 풍류에서 통속적인 잡지삽화였었다 지금은 사랑을 믿지않는다 사랑이 있어도 사랑은 사랑으로 있고 나는 나로 있고 그대는 그대로 있고 그냥 있는 것이다 각각 떨어진 제자리 그거리만큼 멀어진채로 짝짓지 않고도 살아가는 한몸속 양성을 품은 생명을 상상해본다
  • 64.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같다. 강장묵 2005.10.15. 토 1:00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고 울었던 것 보다 내 곁에 누구도 없는 외로움에 울었던 것이다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같다 사람도 계절처럼 오고가는 것이고 파도처럼 밀려오고 떠나가는 것임을 어느날 문득 지고 뜨는 해 떨어지고 피는 꽃 죽은이 타고 있는화장터 욕정풀고 매는 허리띠를 보았기때문이다 그래서 밤도 혼자왔던 것이고
  • 65. 낙엽도 혼자 떨어졌던 것이고 화장터에도 혼자 들어갔던 것이다 지독하게 외로워도 이젠 혼자가 자유로운 시간이다 아침은 많은 빛과 더불어 와도 밤은 혼자 선 어둠과 오고 꽃은 벌과 나비 함께 펴도 한점 바람에 홀로 지고 여럿 속에 축복받아 태어나도 화장터에는 혼자들어가는 것이다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같다. 이젠그대가없어도외롭지않을것같다 이젠홀로여행을나서도슬퍼하지않을것같다 이젠고독한시간속에홀로걸어가도서글프지않을것같다 이젠혼자여도울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
  • 66. 컴퓨터를 켜두기로 했습니다. 강장묵 그대를 만날 때까지 컴퓨터를 켜두기로 했습니다 그대를 만날 때까지 이동전화, 미니홈피, 메일 모두 살려두기로 했습니다 그대를 만날 때까지 노트북은 한시도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리는 순록의 청년이고 그대를 만날 때까지 이동전화 번호, 미니홈피와 메일 주소 모두 썩지 않고 보관하는 급속 냉동 얼음상자입니다
  • 67. 빛의 속도로 달려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습니다 더 늦게 만나면 더 늦게 만나면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못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봄에 봄나물을 먹고 여름에 수박을 먹고 가을에 전어를 먹고 겨울에 동치미를 먹어야 하듯 더 늦기 전에 피부가 몸이 빛바래기 전에 배가 나오기 전에 머리가 빠지기 전에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컴퓨터를 종일 켜두기로 했습니다
  • 69. 많이 힘드셨죠 강장묵 많이 힘드셨죠 바람이 차길래 태양이 따갑길래 잘 지내나 소식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많이 외로우셨죠 먼동이 혼자 아침을 열길래 달이 홀로 어둠을 뚫길래 그간 외로워 울진 않았나 궁금해지더라고요 많이 보고싶으셨죠 차 마시는 저 연인이 고와보이길래 두 손 꼭 잡고 영화보고 공연보는 모습이 부럽길래 그냥 다 잊고 편하게 만나 따뜻한 차 한잔하며 눈맞추고 싶어지더라고요
  • 70. 어떻게 지내셨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 삼백육십 오일 금토일월화수목 아침점심저녁을 모두 함께 나누었었는데 문득 아니 많은 시간 그리운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겠지요 조용히 책 읽다 눈이 아파 깜밖이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당신 생각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휴대폰을 조물락거려보다가 그래서
  • 71. 싸이를 열어보다가 그래서 지난 사진과 편지들을 꺼내보다가 그래서 자꾸 힘들어지는구나 싶더라고요 많이 힘드셨죠 오늘도 해가지면 달이 어둠을 주변에 두고 힘겹지만 혼자 뜨고 어렵겠지만 견디어내고 있겠지요 달빛 아래 찬바람이 지나다 조금 온기를 머금고
  • 72. 흩어지내요 2005년 8월 27일 토요일 오후 5:55분